- 亨典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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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흔히 '인터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중들로 하여금 그 또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 할 만한 인물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들을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최근 들어 인터뷰 대상이 되는 이들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터뷰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우리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의 삶과 생각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할만한 인물을 선정하여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열아홉 순정의 고광만씨 >
오늘 첫번째 주인공은 열아홉 순정의 고광만(38세, 윤후네 가족의 큰사위)씨를 모셨다. 우선 그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그에 대한 두가지 다른 시선을 살펴 보도록 하자.
[세상이 바라본 그]
충청도 갯마을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재수, 삼수 끝에 겨우 법대에 입학, 가문의 영광을 꿈꾸며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결국 가문의 수치로 전락해 버린 비운의 인물로 박윤지의 남편이자, 고나리의 아버지. 천성이 착하고, 순수하며, 낙천적이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소심하며, 늘 기가 죽어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항상 아내인 윤지의 등 뒤에 숨는다.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서 바라본 그]
38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세상의 편견과 싸워 나가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용기있는 남자. 그가 원하는 삶은 판검사가 되는 것도 아니요,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살림을 하는게 좋고, 그 중에서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장모님에게 싫은 소리를 매일 들으면서도 그는 행복하다.
< 아주 특별한 인터뷰 전문 -고광만씨편 >
이기찬(이하 이) : 먼저 살림도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광만(이하 고) : 별 말씀을.. 저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인터뷰를 청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게다가 살림하는 저를 배려하셔서 저희집까지 방문해 주셨으니 더더욱 고맙죠.
(앞치마를 두르고 차를 내오는 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 처음 고광만씨를 알았을 때에 비해 요즘 행복해 보이시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 : 사실 처가살이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남들 눈치때문에 억지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살림을 할 수 있어서 기운이 납니다.
이 : 살림하는게 좋을 수 있다는게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분들도 많던데..
고 :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저 역시 만약 누가 억지로 이 일을 시켰다면 곤욕스런 일이 됐을겁니다. 중요한건 이게 저한테 맞는 일이고 제가 즐기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 최근에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신 셈인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꺼 같습니다.. (그는 최근에 고심끝에 처가집 식구들 앞에서 자신은 회사일이 적성에 맞지 않으며 집에서 살림하는게 좋다는 일종의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고 : 맞습니다. 그래도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먼저 얘기를 꺼낼까 했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그리고 아내도 아내지만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대단히 두려워서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었죠..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두려워해서 예전처럼 저하고 맞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직장에 억지로 다시 나가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잠깐동안 장모님께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제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인정해 주시기를 참고 기다리는게 나을꺼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거죠. 그렇게 마음먹고 식구들에게 알리고 나니 정말 개운했습니다. 예상대로 장모님을 비롯한 식구들이 놀라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고 있었던 속내를 털어놓고 나니 정말 견딜만 했습니다. 그리고 소원한대로 집안살림을 도맡게됐죠.
이 : 그래도 아내되시는 분과 장인어른이 고광만씨의 결정을 지지하게 되서 힘이 될꺼 같은데..
고 : 아내는 잔소리도 많이 하고 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항상 제 편이 되주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항상 힘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더욱 용기를 가지게 된 데에는 장인어른의 특별한 격려덕분입니다. 장인어른이 첫 월급을 주셨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장인어른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였으니까요.. (잠시 그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 : 좋은 얘기만 계속 하고 싶지만 냉정한 현실에 대해서도 한번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고광만씨 장모님 되시는 분은 지금의 모습에 대해 못마땅해 하시는거 같은데..
고 : 사실 장모님에게 섭섭할 때도 있지요. 그래도 전 장모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장모님 입장이라도 이런 사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장모님을 이해할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이 : 장모님도 이 인터뷰를 보실꺼라는 생각에 속내를 다 털어놓지 못하시는거 같은데..
고 : 나름 예리하시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른건 다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를 창피하게 여기시거나 손아래 동서한테 대하시는 것과 저를 대하는게 너무 차이가 날 때는 정말 속상하고 섭섭합니다.
그리고 제 음식솜씨가 괜찮다고 말씀하시고 가끔씩 레시피를 적어 달라고 하시다가도 장모님 요리학원에서 제가 좀 더 요리를 배우려 하거나 일을 도와드리려고 하면 정색을 하시니 힘이 빠집니다.
이 : 아내분도 요즘에 집안일 하느라 해보지 못했던 직장생활을 시작한거 같은데..
고 : 다른 분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제야 저는 모든게 제자리를 잡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내도 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어 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제가 살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도를 했고 요즘 저만큼이나 활력이 생긴거 같습니다..^^
이 : 다른건 몰라도 현실적인 딴지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고광만씨가 행복해 보이시는건 틀림없어 보이구요.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 나가시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 :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살림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요리를 좋아합니다. 제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 만큼 절 기쁘게 하는 것은 없을껍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레시피를 열심히 개발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즐기실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 장모님도 저의 뜻을 인정해 주시고 도와주실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뭐 이런 말씀 드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원치 않음에도 세상이 정해준 방식대로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시도를 시작하시라고. 결코 늦지도 않았고, 생각하시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당신의 인생에 분명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열정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자기다움을 찾아 여행을 떠난 님의 용기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가족들 모두와 고광만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이만..
< 에필로그 >
그와 인터뷰 하는 내내 그의 얼굴에서 자기다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여러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장모로부터 창피한 사위로 싫은 소리를 밥먹듯이 듣고, 가끔씩 자기가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한번 떠난 자기다움을 찾기 위한 여행을 쉽게 단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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