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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8일 03시 23분 등록

< 프롤로그 >


제리 멕과이어씨에 대한 인터뷰 이후에 다음 인터뷰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이러한 방식의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 몇 있었다. 얘기 나온김에 잠깐 리스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 '굿윌헌팅'의 윌 헌팅,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 '빌리엘리어트'의 춤추는 빌리 등이 그들이다.

오늘의 인터뷰는 앤디 듀프레인이 쇼생크를 탈출하여 제 2 의 인생을 시작한지 정확하게 40년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것으로, 그가 쇼생크에서 체험한 것들과 탈출 이후의 인생에 대하여 진솔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앤디 듀프레인과도 '생각으로 나누는 대화' 방식이 적용되었음을 밝힌다)



[ 앤디 듀프레인에 대하여 ]

서른중반의 나이(그의 정확한 나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에 유능한 은행가에서 하루아침에 아내와 정부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 두번의 종신형을 언도받고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되어 19년의 세월을 보낸다.

토미의 죽음을 계기로 오랫동안 준비한 탈출결심을 굳히고 그가 꿈꾸어 왔던 섬 '지후아타네오'로 떠나는데 성공한다. 그 후, 가석방된 친구 레드와 극적인 재회를 하고, 실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새로운 삶을 멋지게 꾸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그는 랜달 스티븐스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 인터뷰 전문 -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전편) >

이기찬(이하 원잭) : 듀프레인씨! 열정재능연구소에 오신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와 악수를 나누면서 이미 그가 베테랑 뱃사람의 손을 가지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앤디 듀프레인(이하 앤디) : 반갑습니다. 지난번 제리와의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저도 제리가 그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앤디라고 불러주시고.. 레드가 함께 오지 못해서 좀 아쉽군요. 그에 대해서 궁금해할 부분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던데..

원잭 : 사실 두가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아예 레드를 인터뷰할까 하는 생각 하나, 그리고 두분을 동시에 인터뷰 하는 방법 등이었는데 이미 레드의 생각은 당신의 삶을 기록한 영상을 통해 우리가 많은 부분 확인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앤디 당신을 섭외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또 레드의 이야기는 당신에게도 들을 수 있을테니까요.

앤디 : 듣고보니 그렇군요. 그래도 레드가 같이 왔다면 더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는 미련은 여전히 남는군요. 사실 저희를 찾아 주시는 단골고객들 때문에라도 레드는 올 수 없었지만요..^^

원잭 : 이제 좀 워밍업이 된거 같으니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 볼까요? 누명을 뒤집어 쓰고 기소되어 두번의 종신형을 언도받았을 때, 어떤 심경이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앤디 : 벌써 60년전의 일인데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걸 보면 놀랍군요. 그 당시 저에게는 '사형언도'와 다를바가 없는 선언이었죠. 적어도 그전에 제가 속해 있었던 사회에서 잘 나가는 은행가로 살던 앤디 듀프레인은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쇼생크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상태로 미쳐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원잭 : 뜻밖의 얘기로군요. 쇼생크에서의 생활이 훨씬 힘겹게 다가왔을텐데요. 실제로도 그곳에 적응하는데 2년 정도 걸리지 않았습니까? 험한 꼴도 많이 당하시기도 했고..

앤디 : 맞아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흉칙한 곳이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험한 꼴을 당하면서 제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실감하게 되었고, 배부른 고민일랑 걷어 치우고 살아 남아야겠다는 아주 단순한 목표가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그곳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원잭 :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군요. 맥주 에피소드로 화제를 좀 돌려볼까요? 결과적으로 레드를 비롯한 동료죄수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든 사건인데, 처음부터 의도한 바가 있었던 건가요?

앤디 :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내가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거죠. 바로 그때 간수들끼리 나누던 이야기가 들려왔고, 잠깐동안 죽어 있었던 재정전문가 앤디가 충동적으로 간수들에게로 나를 이끌고 간거죠..

하들리라는 놈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그놈을 첫번째 고객으로 삼지는 못했을겁니다. 게다가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제공하라니. 잠시동안 제가 미쳐 있었던거죠..^^ 정확하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사이좋게 시원한 맥주를 정말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자유가 가져다 주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이런 곳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서 시원한 맥주를 준비시켰다)

원잭 : 그때쯤에서야 현재와 과거의 앤디가 균형감 있게 타협을 이루어낸 셈이군요.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당신의 특별한 고객들이 더 늘어나는 계기도 되었구요. 결국 쇼생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요?

앤디 : 음.. 그랬을겁니다. 그리고 제 기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사건이 있었지요. 레드로부터 얻은 조각용망치로 제 이름을 새기려 하다가 교도소 벽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탈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아주 막연한 생각이었지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 일이 제게 또 다른 힘을 주었던건 틀림없었습니다.

원잭 : 이제 브룩스와 함께 했던 도서관 시절 얘기를 좀 해볼까요? 거기서도 당신은 한동안 집중할만한 일을 찾았던거 같은데, 그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앤디 : 노튼소장 덕분에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것은 제게 주어진 또 다른 행운이었죠. 그저 브룩스에게 그곳에서 하는 일을 설명들으며 도서관답지 않다는 생각이 그냥 들었습니다. 조금은 도서관답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편지 쓰는 일이 매주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6년만에 얻은 작은 승리가 더 큰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었죠.

원잭 : 아 말씀을 듣다 보니 그 부분에서 정말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매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던 건가요? 전체적인 내용이야 같은 맥락이라도 약간씩의 변화는 주었을 것도 같은데..^^

앤디 : 정답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상투적이고 사무적인 어조로 교도소 도서관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거의 똑같은 내용을 보내곤 했는데.. 재미가 없기도 하고, 받는 입장에서도 별 자극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레드가 설명한대로 교도소에 있는 모든 이들은 시간이 지나칠만큼 남아도는 사람들이고 저 역시 그중에 하나였으니 이 편지쓰는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려면 약간의 각색과 새로운 시도는 필수불가결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의회가 매년 500불의 지원을 결정하고 자선단체의 협조를 통해 재고서적으로 도서관을 그럴싸하게 꾸미게 되면서 그곳은 나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추억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시작하기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이루어 진거죠. 난 그때의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잭 : 당신을 처음으로 독방신세 지게 만들었던 사건 얘기를 좀 해볼까요? 그러고 보면 당신은 매우 충동적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 때의 얘기를 좀 들려주시죠.

앤디 : 누가 그런 짓을 계획적으로 하겠습니까? 그 간수가 화장실만 가지 않았어도,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레코드판만 없었어도, 교도소내 확성기로 내보낼 수 있는 시설만 없었어도 훨씬 더 가벼운 수준의 일탈로 무리없이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충동적으로 음악을 틀자 전혀 예상치 못한 느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만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 교도소내에 있을 다른 이들에게 이 음악을, 아니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 나더군요. 중요한건 바로 그 순간의 자유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다른 장소에 다른 모습으로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함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더 자유를 그리워하게 되었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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