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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2일 03시 32분 등록

< 프롤로그 >


존 키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제자 닐의 슬픈 죽음 이후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픔때문이었을까. 한동안 그의 행적을 추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오랜 수소문끝에야 그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



수십번의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지만 그의 수락메일은 쉽게 오지 않았다.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현실속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상적인 교사로 그를 흠모해왔던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을 그는 끝내 외면하지 못했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안은채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존 키팅과도 '생각으로 나누는 대화' 방식이 적용되었음을 밝힌다)



[ 존 키팅에 대하여 ]



미국의 전통 명문 예비학교인 웰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성적 우수자에게 주어지는 로즈 장학금을 받아가며 옥스퍼드 대학을 다닌 수재로서 영국 런던에 있는 명문 체스터 고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모교 교사로 돌아온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모토로 명문대학으로 가는 최고의 예비학교를 지향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영어교사로 돌아온 그는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획일적인 교육속에서 자기다움을 잃어가고 있던 학생들에게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그러나 그와 제자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연극활동에 대한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와 일방통보식의 진로결정에 충격을 받은 닐의 자살은 그를 순진한 학생을 선동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무책임한 교사로 내몰고 그는 사랑하는 제자들의 변하지 않은 신뢰를 확인하며 쓸쓸히 교단을 떠난다.



< 인터뷰 전문 - 존 키팅(전편) >



이기찬(이하 원잭) : 열정재능연구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존키팅(이하 키팅) : 고맙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그렇게 불려 보는군요. (그의 눈에 남다른 감회가 스쳐 지나갔다)



원잭 : 다시한번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키팅 : 개인적인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직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캡틴이라고 다시 불러주는 사람도 있고 말입니다..^^



원잭 : 영국 런던의 명문 체스터 고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모교로 돌아간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가족들도 영국에 남겨둔 채 말입니다.



키팅 : 옥스퍼드에 입학하면서 영국생활을 시작했는데 체스터에서 교편을 잡을 무렵에는 그곳 생활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죠. 사실 그곳에서의 저는 다른 교사와 별 차이가 없는 사람이었죠. 영국은 미국 이상으로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신참교사의 입장에서 그런 분위기에서 자기만의 수업방식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원잭 :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뜻밖의 얘기일 수도 있는데.. 그러니까 당신은 다른 교사와는 처음부터 무언가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적지 않거든요.



키팅 : 기억하셔야 할 점은 저 역시 철저하게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웰튼 아카데미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알게 모르게 제 행동양식에도 제가 거쳐 온 교육환경의 DNA가 스며들어 있었던 거죠. 무언가 다른 교사가 되고 싶다는 가슴속의 외침과는 달리 기존의 교육관행의 굴레에서 저 역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내적으로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을 즈음에, 모교에서 급하게 영어 교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죠. 내가 학창생활을 보냈던 바로 그곳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는 영감을 받았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어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죠.



원잭 : 웰튼 아카데미에서 당신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교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당신의 학창시절을 짐작해 볼 때 놀란 교장이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도 않았을텐데..



키팅 : 맞습니다. 약간의 치장과 노력이 필요했죠. 옥스퍼드 졸업장과 체스터에서의 경력이 그분들의 1차 기준을 만족시켜 주었고 모교의 졸업생으로서 교육모토를 성실히 따르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을 면접과정에서 강조하는게 필요 했습니다. 만약 학기시작이 급박하지 않았거나 그분들이 원하는 경력의 영어교사 후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절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원잭 :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즈음에는 당신에게도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지혜가 생겼던 셈이군요. 웰튼에서의 첫번째 수업시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때 얘기를 좀 해볼까요.. 후배들을 처음 봤을때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키팅 : 말할 것도 없이 전통적인 너무나 획일적인 교복이 제 눈에 먼저 들어 오더군요..^^ 그러나 후배들 하나 하나의 모습은 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넘치는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는 젊은이들에게 내 첫 인상은 어떨까? 과연 이들을 의미있게 설레이게 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던거 같아요.



휘파람을 분 것도, 두번 등장한 것도 그런 고민끝에 나온 연출된 행동이었죠. 그리고 앞으로 그들에게 일관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격랑을 자기다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친구같고 존경스러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다짐이 그 첫번째였죠.



원잭 : 당신의 그 다짐을 압축한듯한 '오 캡틴 마이 캡틴'은 윌트 휘트먼의 링컨 대통령 추도시의 제목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웬지 이후 당신의 안타까운 떠남을 예견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키팅 : 링컨 대통령의 죽음을 진심어린 존경을 담아 추모한 윌트 휘트먼의 시는 제 삶속에서 저 역시 누군가에게 특히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강렬한 바램을 갖게 했습니다. 윌트 휘트먼의 캡틴이었던 링컨처럼 말입니다.



원잭 : '오 캡틴 마이 캡틴'보다 더욱 유명한 당신의 메시지는 '카르페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인거 같습니다. ‘시간을 버는 소녀에게(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라는 시를 인용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키팅 : 맞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짧지만 강렬한 그 시를 잠시 음미해 보죠.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니』



이 시의 의미를 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도 말고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열정과 가능성을 희생하지 말자는 메시지로 말입니다. 그것이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인은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모든 변화는 현재적입니다. 어제의 변화는 더 이상 변화가 아닙니다. 변화는 늘 오늘 꽃피어야 합니다. 오늘의 무대에서 춤출 수 없는 변화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하루를 바꾸지 못하는 변화는 변화가 아닙니다. 하루를 놓치는 변화는 성공도 놓치는 것입니다. 하루를 보면 변화의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는 추상적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근본적일수록 구체적입니다. 그만큼 독특합니다. 하루를 바꿔야 삶이 바뀝니다. 하루가 달라져야 다른 삶이 됩니다. (이 대목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홍승완님의 표현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원잭 :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에는 제가 대표적인 테마로 연구하고 있는 '자기다움'의 의미와 중요성이 녹아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키팅 : 말씀하신대로 '자기다움'이라는 키워드로 대체해도 무리가 없겠죠. 좀 더 부연해서 그 메시지를 설명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길을 가거라'



원잭 : 말씀을 듣고 보니 학생들에게 어리둥절함과 통쾌함을 선사했던 당신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이 더 잘 이해되는군요. 프리차드의 서문 찢기, 교단에 올라가서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시를 낭독하고 음악을 들으며 공차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걷기, 자작시 지어보기 등에 당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일관되게 담겨져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키팅 : 이런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이론적인 설명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었고 가능하면 어떤 형태로든지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죠. 더불어 그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단순하게 구성하되 자기다움을 저해할 수 있는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건 아예 배제했습니다.



원잭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나치게 진지모드로 일관한거 같습니다. 잠시 가벼운 화제로 전환해서 머리를 식혀볼까요? 당신의 칠판글씨밖에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대단한 악필이라는 점은 인정하시겠죠? ^^



키팅 : 천재는 대부분 악필이더군요..^^ 제가 알기로는 원잭이야말로 최악의 악필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오랫동안 그 사실을 은폐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ㅋㅋ



원잭 : 에궁 본전도 못 건졌군요..ㅜㅜ 저 역시 시인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 글씨로 메모한 내용을 참고하고는 싶은데 저조차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군요..^^



그리고 셰익스피어를 지루한 희곡가로 잘못 알고 있는 제자들에게 그의 유머와 위트가 번뜩이는 대사의 맛을 흥미롭게 알려주기 위해 말론 브란도와 존웨인의 성대모사를 로빈 윌리암스 뺨치게 시연하는 모습이 기억나는데 여기서 잠시 보여주실 수 있나요?



키팅 : 동영상으로 인터뷰를 기록하지 않는 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그걸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게다가 우리는 '생각으로 나누는 대화'방식을 쓰고 있음을 잊으신거 같군요.



원잭 : 이래서 제가 함량미달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죄민수'가 이 글을 읽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겠죠. "인터뷰어계의 쓰레기!! 피스~~" ^^; 캡틴의 성대모사를 보고싶으신 분들은 그의 삶을 담은 영상기록을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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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1.12 08:08:42 *.70.72.121
다시 만나 뵈니 반갑습니다. 올 한 해 기찬님의 기똥찬 활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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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瀞
2007.01.13 01:56:29 *.142.240.217
좋아하던 영화였습니다...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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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1.13 14:38:40 *.140.145.93
써니님/맛있는거 사주시기로 한거 잊으셨나..^^

호정님/보고 또 봐도 좋은 영화죠..^^ 지금까지도
젊은 학생들이 꾸준히 찾아서 보는 영화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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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1.13 21:58:23 *.70.72.121
아니요. 시간 내주시길 바라죠. 언제 부인과 함께 나오시던가 시간을 잡아보셔요. 기찬님께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심산유곡으로 들어가신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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