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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4일 20시 28분 등록
지난 연말부터 계속 생각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천 하지 않는 삶을 경계하지만 새로운 해의 시작을 계기로 뭔가 달라지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화려한 싱글, 골드 미스, 성공한 커리어 우먼, 적극적인, 자신감이 넘치는..
저에게는 보통 이런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정서 불안, 자괴감, 추진력 제로, 게으른, 의지박약, 경미한 알코올 중독……
저에게 저를 수식하라면 이런 표현입니다.
지나치게 차이가 나서 저 자신도 진정한 제 모습이 무언지 가끔 어지러울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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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감정의 공유와 감정의 일체감은 다르다.
또한 감정을 나누는 것과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도 다르다.

그것들은 때론 엄청난 착각이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은 그것으로 학습된 최면효과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감정만 통제하는 방법이 있을까.
내게 있어 결핍된 2%는 사랑이며 때론 그것이 멀쩡한 98%를 멀미 날 만큼 흔들어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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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간의 시작은 늘 해오던 습관대로 숨어있기 좋은 동굴에 들어가 웅크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내 안의 칭얼거리는 아이와 동격이 되어 끊임없이 어리광을 부리며 동굴 속을 헤매고 다녔지요.

나는 그 안에서 여러 명의 방문객을 맞이 했습니다.
불안이 오더니 고독이, 그리고 짧은 평온함이 찾아왔고 그러다가 다시 자괴감에 이어 자학과 슬픔이 다녀가고 그러다 마지막에 한 손님이 방문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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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에게 죄가 있다.
가지려고 하는 죄가 첫 번째이며
못 가질 것 같아 욕심 내는 죄가 두 번째이며
가질 수 없다면 팽개치는 죄가 세 번째 이다.

나는 언저리에서 망보다가 어느 쪽으론 가 기울었을 때 냅다 도망을 쳤다.

사람을 사랑할 자격도 없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자격도 없으니
그저 그 근처를 기웃거린 죄를 내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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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온 손님은 그간 나와 이웃 해 살던 이로 나는 그 존재만 알고 있었을 뿐 서로 통성명을 해 본 적은 없었던 이였습니다.

그는 우선 나의 상심을 매우 깊이 어루만져 주고 먹을 것을 건네주었습니다.
내가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안심 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본 다른 동굴들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주더군요.

처음에는 그의 이야기를 내 안의 뒤엉켜진 감정들로 인해 그저 소리로만 느꼈었는데 어느 대목에선가 골똘히 듣고 있는 내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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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거저 얻는 것이 없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느낄 듯 못 느낄 듯
오로지 공평함만이 존재한다.

사랑을 주면 그만큼 받는 것이고
사랑을 탐내면 또 그만큼 박탈 당하고
사랑을 우롱하면 신랄하게 우롱 당한다.

불같이 행복한 순간만큼
얼음 같은 불행이 기다리고 있고

후벼 파던 슬픈 마음만큼
채워지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어찌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리.
또 어찌 기쁨을 한없이 기쁨이라 말하리.

그저 기쁨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여 머무르게 하고
슬픔이 오면 그가 가고 난 뒤 오는 손님을 기다려 정성껏 대접하면 된다.

그 둘은 형제이니 차별하지 말고 늘 같은 마음으로 반기다가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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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하는 내내 나를 살피고 걱정하며 때론 어깨에 손을 얹으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동굴 안에 갇혀 있는지, 또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인지 말해주며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반갑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나는 눈을 들어 그를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작은 체구에 남루한 옷을 걸친 노인이 측은지심과 자비로운 눈 빛으로 나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더군요.
순간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예를 갖추었습니다.

“신은 그가 견딜 수 있는 고통만을 주신다오”
“당신은 이제 스스로 일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나는 노인에게 또 한번 예를 갖추었습니다.
훌쩍 커 버린 어른의 몸을 하고 있는 자신이 거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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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 데서 오며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 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 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 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법정 스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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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가는 길을 따라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본 동굴의 입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저 밖에 모르는 이가 들어가는 동굴”

올해는 저도 노인처럼 다른 이들의 동굴을 방문해 밥과 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픈 이들을 격려해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혹 동굴 속으로 들어가 허기지신 분들은 저를 기억해 내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면서 계속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동굴 밖의 세상은 여전히 태양 빛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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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1.14 23:14:18 *.191.108.100
은남님으로 부터 생각주간이라는 말씀을 듣고
동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왜 진작에 이런 좋은 생각을 못했을까?
아마도 은남님께서 주체적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이 생각주간의 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일년간 그생각주간 같은 시간을 보내본적이 있었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덕분에 주워진 환경에 구애받지않고 자유로움을 부릴 줄아는 사람이 되어가고있는 것같아요. 아직 은남님 처럼 높은 경지에 올라 가려면 멀어지만요.
이런 좋은 생각을 나누려고 꿈벗들이 그립고 보고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가봐요.
"생각주간"이것이 올해 첫 선물인 것같습니다.

은남님
깨달음이 있는 글 고맙습니다.

동굴 밖으로 나오심을 환영합니다.
안과 밖이 어느 순간이 경계이었는지요.
경계지어 지는 순간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그 지점을 찾고있었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해주는 시가 하나 선물하고 싶어요.

말과 침묵 / 법정스님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 속으로는 남을 꾸짖는다

그는 쉬임없이 지껄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하지만
침묵을 지킨다

필요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 말하는 사람은 기원이고,
뒤에 말하는 사람은 은남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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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1.15 00:46:23 *.70.72.121
후배가 있다. 그녀 너무 당당하고 야무지고 똑 부러진다. 나는 그녀에게 의지하며 혼자 서는 법을 배웠다. 혼자서 너무 씩씩한 그녀에게 어느 날 물었다. 너는 어쩜 그리 야무지니? 그녀왈 "언니 나 무척 외로워 제발 날 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나만 보면 사람들이 다 그러거든, 나 아니야, 나 여자고 사랑 받고 싶어".. 그러더니 집도 빼고 차도 팔고 훌쩍 떠나버렸다. 이렇게 마흔을 바라볼 수 없다며.. 동남아를 8개월 동안에 400만원만 쓰고 돌아온 그녀, 다시 호주로 어학연수 떠나더니 6살 연하의 건장한 청년과 만나 얼마 전 득남하고 아주 아주 행복하게 잘 산다.

동굴에 들어가면 성공할 수 있겠지만 당신의 아름다운 향기는 누가 맡을 수 있을까요? 스스로 취하지 마시고 이렇게 나와서 향기를 날리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은남님의 향기에 꿈 벗들이 흐드러지게 취할 수 있게요. 우리에게도 밥과 물을 줘요~ 혹시 띠동갑연하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굉이가 형이라며 양보 안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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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1.15 09:03:24 *.152.82.31
'칼리 피오리나 : 힘든 선택들'(해냄)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생각주간에 읽으면 더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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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1.15 22:14:06 *.202.137.101
누나의 글에서 왠지 우리 꿈 벗 기수의 글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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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瀞
2007.01.16 00:06:59 *.142.240.78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끔 꼭 필요한 의미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생각 주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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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1.16 03:13:33 *.102.144.89
그래도 저한텐 다들 멋지게 보여요~

그나저나 써니언니 후배이야기는 참 쇼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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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7.01.16 09:23:37 *.103.178.90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는 해바뀜은 생각과 계획, 그리고 실행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그만큼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올바른 자세와 바른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무한한 꿈을 가질 수 있고 성취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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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1.18 23:17:41 *.48.36.200
생각주간이란 말은 빌게이츠 오라버니한테 빌려 왔습니다.
탁월한 이의 습관을 본 받아 한번 해 봤는데 괜찮터군요.
중간에 우울증이 와서 잠시 어쩔까 했는데 결국은 저 자신의 밝음을 발견하는 쪽으로 기울어 진것 같아 기쁩니다.
담엔 행동주간도 가져볼까 합니다.

댓글 달아주시고 공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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