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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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3권의 책을 썼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이지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성격상 치장하고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차를 사도 승차감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그런 성격이 책을 쓰는 데도 나타난다.
책을 내고 나서 보람도 많았지만 후회한 적도 많았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업이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고 못할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책을 쓰고 느낀 것 중에서 좋았던 것은 빼고
후회한 것만 적어본다.
첫째, 첫번째 책을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두번째, 세번째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는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쓸 수가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심할 것이 많았다.
그 이유는 처음에 쓴 내용과 중복은 피해야 하며,
그 다음은 처음보다는 더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한권 쓰고 나면 한권만 쓰고 그만 두기가 어렵다. 글을 쓰는
고통도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갈등도 심해진다.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쓰야 하듯이
책을 한 번 써 본 사람은 아는 것이 없으면 배워서라도 쓴다.
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 하자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도 없이 계속
걸어야 하는 나그네와 같은 심정이다.
셋째, 자신에 대한 타인의 기대수준이 높아져서 좋은 것보다는
불편하거나 괴로운 것이 더 많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당팔이다.
그렇지만 책을 내기 전에는 집사람 외에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내고 나서부터는
"책은 잘 쓰는데 말은 못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같은 말이라도 이왕이면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 책은 잘 쓴다"는
사람은 없다.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면, "여대생이 술집에 나간다"와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공부를 한다"는 말은 똑같은 사람을 두고
완전히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다.
앞의 여대생은 나쁜 사람이 되고, 뒤의 아가씨는 착한 사람이 된다.
책을 내고 나서 대중들 앞에 설 때가 많다.
나는 몸이 풀리는데 5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5분 이내 끝내야 하는 자리에 가면 죽을 쑨다.
그래서 빨리 몸을 푸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넷째, 다른 책을 봐도 다음에 쓸 책 내용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나라면 이렇게 쓸텐데......'등
비교 내지는 비판을 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잔디는 보이지 않고
잡초만 보인다' 심정이 이해가 간다.
다섯째, 나의 책은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에 실천이 중요하다.
읽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좋은 말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다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다.
내가 게으름을 부리는 시간에도 수많은
독자들이 나의 책을 보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가족들 한테서도 '책을 쓴 사람이 맞느냐?'는 소리를 두번 들었다.
그럴 때는 정말 괴롭다. 괴로워도 괴로운 표시를 내지 못하니 더욱 괴롭다.
아무 생각없이 살았던 때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여섯째, 친구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은 유유상종이라고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던 넘이 어느 날 갑자기 '책을 냈다'고 하니 처음에는
'한번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축하도 많이 해주었고,
책도 많이 사주었다. 첫번째 책은 팔린 책의 반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
산 책들이다.
친한 초등학교 친구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100권을 주문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두번때 책이 나오고부터는 '이게 장남이 아니다'고 생각했는지
반응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책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전부터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헤깔리는 것 같다.
나를 보는 눈이 새도 아닌게 그렇다고 쥐도 아닌 박쥐를 보는 것 같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든, 동굴 속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쥐가 되든
빨리 둘 중에 하나로 정해야 하겠다.
아무래도 새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쓸 때도 고민이지만 나와도 고민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본질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지만
나오고 나서부터는 부수적인 일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많다.
아는 사람에게 책을 그냥 줄 것인지 돈을 받아야 할 것인지는 아직도
헤깔린다. 그래서 기준을 나름대로 정했다. 책을 읽을 사람이면 그냥 주고,
읽지 않을 사람이면 돈을 받자고... 그래도 예외는 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아는 사람은 다 주었다.
심지어 단골집 식당 아줌마에게도 주었다.
두번째부터는 좀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책의 마케팅과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인다.
여자들이 애기를 낳아 기르다 보면 '애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더 편하다'
고 하는 심정이다.
갈수록 이런 데서부터 좀 초연해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의 이 글을 보고 연구원들이나 꿈벗들 중에서 책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그럴리가 없겠지만......
불편한 것보다는 좋은 일들이 훨씬 많다. 단지 쓰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계속 쓴다.
지금 책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야 되는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다.
그런데 구애받을 연구원이나 꿈벗이 아니기에 ......
IP *.122.66.84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이지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성격상 치장하고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차를 사도 승차감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그런 성격이 책을 쓰는 데도 나타난다.
책을 내고 나서 보람도 많았지만 후회한 적도 많았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업이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고 못할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책을 쓰고 느낀 것 중에서 좋았던 것은 빼고
후회한 것만 적어본다.
첫째, 첫번째 책을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두번째, 세번째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는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쓸 수가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심할 것이 많았다.
그 이유는 처음에 쓴 내용과 중복은 피해야 하며,
그 다음은 처음보다는 더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한권 쓰고 나면 한권만 쓰고 그만 두기가 어렵다. 글을 쓰는
고통도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갈등도 심해진다.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쓰야 하듯이
책을 한 번 써 본 사람은 아는 것이 없으면 배워서라도 쓴다.
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 하자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도 없이 계속
걸어야 하는 나그네와 같은 심정이다.
셋째, 자신에 대한 타인의 기대수준이 높아져서 좋은 것보다는
불편하거나 괴로운 것이 더 많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당팔이다.
그렇지만 책을 내기 전에는 집사람 외에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내고 나서부터는
"책은 잘 쓰는데 말은 못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같은 말이라도 이왕이면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 책은 잘 쓴다"는
사람은 없다.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면, "여대생이 술집에 나간다"와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공부를 한다"는 말은 똑같은 사람을 두고
완전히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다.
앞의 여대생은 나쁜 사람이 되고, 뒤의 아가씨는 착한 사람이 된다.
책을 내고 나서 대중들 앞에 설 때가 많다.
나는 몸이 풀리는데 5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5분 이내 끝내야 하는 자리에 가면 죽을 쑨다.
그래서 빨리 몸을 푸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넷째, 다른 책을 봐도 다음에 쓸 책 내용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나라면 이렇게 쓸텐데......'등
비교 내지는 비판을 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잔디는 보이지 않고
잡초만 보인다' 심정이 이해가 간다.
다섯째, 나의 책은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에 실천이 중요하다.
읽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좋은 말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다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다.
내가 게으름을 부리는 시간에도 수많은
독자들이 나의 책을 보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가족들 한테서도 '책을 쓴 사람이 맞느냐?'는 소리를 두번 들었다.
그럴 때는 정말 괴롭다. 괴로워도 괴로운 표시를 내지 못하니 더욱 괴롭다.
아무 생각없이 살았던 때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여섯째, 친구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은 유유상종이라고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던 넘이 어느 날 갑자기 '책을 냈다'고 하니 처음에는
'한번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축하도 많이 해주었고,
책도 많이 사주었다. 첫번째 책은 팔린 책의 반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
산 책들이다.
친한 초등학교 친구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100권을 주문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두번때 책이 나오고부터는 '이게 장남이 아니다'고 생각했는지
반응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책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전부터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헤깔리는 것 같다.
나를 보는 눈이 새도 아닌게 그렇다고 쥐도 아닌 박쥐를 보는 것 같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든, 동굴 속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쥐가 되든
빨리 둘 중에 하나로 정해야 하겠다.
아무래도 새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쓸 때도 고민이지만 나와도 고민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본질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지만
나오고 나서부터는 부수적인 일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많다.
아는 사람에게 책을 그냥 줄 것인지 돈을 받아야 할 것인지는 아직도
헤깔린다. 그래서 기준을 나름대로 정했다. 책을 읽을 사람이면 그냥 주고,
읽지 않을 사람이면 돈을 받자고... 그래도 예외는 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아는 사람은 다 주었다.
심지어 단골집 식당 아줌마에게도 주었다.
두번째부터는 좀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책의 마케팅과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인다.
여자들이 애기를 낳아 기르다 보면 '애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더 편하다'
고 하는 심정이다.
갈수록 이런 데서부터 좀 초연해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의 이 글을 보고 연구원들이나 꿈벗들 중에서 책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그럴리가 없겠지만......
불편한 것보다는 좋은 일들이 훨씬 많다. 단지 쓰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계속 쓴다.
지금 책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야 되는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다.
그런데 구애받을 연구원이나 꿈벗이 아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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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진정으로 당신을 위해주는 우정어린 친구가 몇입니까? 당신이 성공하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벗은 있습니까? 당신이 어려워 질때 같이 아파하는 친구는 있는지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쩌면 어린애 같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무어라 하든 어떤 표정이든지 무슨 무슨 소문이 돌더라도 꿈쩍하지 않는 자기만의 길을 가세요. 이제 겨우 세상 민심 냄샐 맞으니 너무 순진합니다. 아름다운 경쟁자는 우정깊은 친구입니다. 그들이 자꾸 떨어지니 영원히 같이 가지는 못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새사람을 사귀고 새 일을 해야지요. 문인은 문인을 만나야 그빛이 달합니다.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믿음과 우정으로 서로 견주며 살아감은 허물이 없다. 그우정이 넘치도록 채워져서 경쟁이 끝난 다음에 서로 합쳐지니 길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정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자신의 의지로써 현상을 혜쳐나 가야 합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믿음과 우정으로 서로 견주며 살아감은 허물이 없다. 그우정이 넘치도록 채워져서 경쟁이 끝난 다음에 서로 합쳐지니 길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정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자신의 의지로써 현상을 혜쳐나 가야 합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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