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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일 20시 59분 등록

"한곳에 머물지 않는 나그네가 되어라"

처음 욕지를 찾은 때가 약 35년 전, 아마 그때는 총각시절이...
선창에는 옹기종기 모인 판자집과 선창다방이 있엇다. 당시에 욕지도를 가는 방법은 부산 여수 뱃머리에서 명성호라는 큰 여객선으로 출발한다. 낙동강하구, 가덕도, 견내량을 지나 약 3시간정도 항해하면 게제도 성포에 제일 먼저 도착한다. 성포에서 섬 아낙들이 줄줄이 함지를 머리에 이고 김밥을 팔려 탄다. 성포에서 약 30분정도 뱃길을 가면 충무항에 도착한다.(현재는 통영의 남방산 건너 김밥집 앞.) 이 30분 동안이 배의 간판(배의 옥상)에서, 방에서 김에 싼 민둥 김밥과 엽게 설어논 무우김치 주꾸미를 붉은 고추양념에 비벼 꼬지에 끼워 아주 싼가격에 팔았고 세시간의 항해 끝에 출출해진 배를 체우는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배에서 게제 아낙들이 팔던 영세한 행상이 지금 충무김밥의 효시이다. 충무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대기 하다가 욕지로 향한다. 그러니 약 5시간 넘어서야 부산을 출발한 여객선은 욕지도에 도착했다.

별로 외지인이 찾질 않했고 우리가 도착하면 현지에 살고 있는 주민은 누구나 반겨하였다. 무척이나 서부경남의 말씨가 정겨울 정도로 친절했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면 귀한 신분의 양반님처럼 대우해주는 느낌이였고 부산엘 갔다온 적이 있는 현지인은 마치 큰 벼슬이나 한 것 처럼 부산에 다녀온걸 자랑하는 순진함도 기억이 새롭다. 방을 빌리거나 민박을 하여 돈을 지불하면 끝까지 거절하며 우리집에 오는 손님에게 돈을 받을 수없다고 하던 욕지사람을 지금도 잊을 길이 없다. 친구와 같이 선창 다방에 커피를 마시려 갔을 때, 그당시의 다방 아가씨(다방레지라고 불렸다.)의 음험한 미소에 꼬여서 도라지 위스키와 계란말이안주를 마시고 밤세도록 토해낸 생각이 난다. 이러한 잡다함이 서려있어서 인지 나는 욕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언젠가 구선생님을 모시고 욕지를 가야지, 가서 바다와 어울어진 풍광과 아름다운 추억도, 그리고 바다의 향기를 같이 쏘이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선생님 남해바다 섬구경 하지 않겠느냐고...
선생님과 우린 욕지로 갔다.
무었하려 가느지 아무도 묻질 않했고
무었때문에 욕지에 왔는지도 아무도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여행이 좋아서 같이 왔을 뿐이다.
돈과 시간을 허비하여도 아무도 불만하지 않했고 또 한번 가자고 들 한다.
복잡한 서울, 도회지생활이 무척이나 이곳과 대치되던 모양이다.

마지막날!
모두모여 꽁치를 낚고 있었는데 늘신한 "향인"이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낚시를 마치고 이동할 시간에 나타나서 세석정(世石亭)에 가보자한다. 글쓰는 이가 홀로 살고 있는데 차를 얻어 먹고 왔단다. 같이가자 웃는다. 난 호기심에 차를 몰고 그곳에 갔다. 언덕위에 집을 짓고 홀로 있는 처사를 만났다. 너무나 욕지가 좋아서 땅을 구하고 집을 지어 홀로 산다고 했다.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다. 향인이가 그속에 향기를 발했으니 그가 얼마나 좋았을까.

구선생님!
이렇게 사는 것이 좋습니까? 하고물으니 싱긋히 웃으신다. 옆에 있더 향인이가 기를 쫑긋거린다.
"나그네의 발길을 한곳에 묶어두는 집이라고"
욕지의 처사도 옛에는 무척이나 많이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욕지의 별장에 묶이니 그곳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집지키는 사람이 되었을것이리라.

구선생님! 우리 다음에는 사량도에 그다음에는 울릉도에 또 그 다음에는 강진에 있는 약산에가서 염소도 먹읍시다. 우린 섬에 집은 없어도 자유롭게 가고자하는곳에 갈수있다고, 비바람치면 걱정하는 꺽저 그림도 없다고...

- 가지면 억메이고 버리면 자유롭다는 간단한 욕지 세석정에서 진리를 배우고 왔다-
IP *.145.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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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2.03 06:47:32 *.152.82.31
그래도 많은 이들이
가지는데 목숨걸잖습니까?
가져보지 못한 청춘들이 어찌 버리는 생각을 할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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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03 08:57:23 *.167.112.152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은 가족을 경제적으로 고생 시키는 자입니다. 그보다 더 추한 사람은 돈때문에 가족이 어려운 삶을 사는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자입니다. 돈은 벌어야 지요 "다다익선"이라고 많을 수록 좋은 것이 돈일 겁니다.

두 번째로 못난이는 몇십억 재산을 가진 부자가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고는 셈을 치르기 싫어서 일어나는데도 늣장을 부리고 신발끈을 10분이나 질질거리는 자, 돈자랑은 엄청하고는 땡전 한입 쓰지않는 자린고비 이런자가 못난이 군단입니다.

* 없어서 가족을 고생시키면서도 낭비하는자, 있으면서도 적선함이 없는자람이 제일 몹쓸 사람들이지요.*

열심히 자기일을 경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에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과 공간의 조화에 돈의 어떤 작용이 그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요. 버린다는 것은 90%가 맘을 비운다는 애기 입니다.

"括냥 无咎 无譽"
<주머니 주둥이를 꼭 묶으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
명예를 생각지 않고 사는 사람은 돈만위해도 되겠지요. 그도 하나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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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2.03 19:25:01 *.153.35.109
진짜 도라지 위스키란 게 있었나 봐요.
최 백호님의 노래 중에서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하는 구절이 나와 도라지 위스키는 도라지로 담그는지 궁금했었네요.

그 세석정 아저씨도 참 외로워 보였어요.
어떤 면에서는 그런게 행복인지도 모른다고 조금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초아샘은 진리까지 느끼시고..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강아지들만 눈에 밟히던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선생님들과의 여행은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이 저희들을 얼마나 마음으로 건사해 주시는 지 다 느끼고 있지요.
매번 뵐 때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맥주 마시면서 남녀의 결혼에 대한 말씀, 아침나절에 발톱을 세우면 상대가 경계하게 된다는 말씀 등등..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귀동냥하면서 가슴에 담아왔지요.

돈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하면서 읽었습니다.
못난 사람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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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賢 서정애
2007.02.03 23:55:44 *.150.69.106
초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좋은 곳에 여행 다녀오셨군요. 참 부럽습니다. 전 섬여행이라면 울릉도, 부산 가덕도, 사량도, 보길도 정도 입니다. 주로 산행을 목적으로 갔었지요.
거문도를 꼭 한 번 가고 싶었는데 여행기 보니 욕지도에도 꼭 가고 싶습니다. 섬 인심도 옛날 같지 않게 문명의 너울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뭍' 의 인심보다 훈훈하리라 생각합니다. 글 중 우리집에 온 손님한테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고 유년의 고향 인심을 또 떠올리게 됩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최고의 영광이었어요. 이른 아침 할아버지께서 쇠죽 솥에서 양은대야에 가득담긴 따뜻한 물을 꺼내면 맨먼저 쓰시게 하는 것도 , 일년에 몇 번 안먹는 쇠고기국에 고기 건데기를 제일 넉넉하게 넣는 것도, 잠자리 요이불을 제일 깨끗한 것을 쓰시는 분도 다 손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無財七施(무재칠시)의 제일 마지막인 房舍施(방사시)가 생활 속에 녹아있었나 봅니다.
울릉도에 가시게 되면 저의 마을 '돌골'에 하룻밤 묵어 가십시오.
늘 향기로운 날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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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瀞
2007.02.04 13:59:09 *.204.85.225
초아 선생님.
언제 한 번 다시 찾아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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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2007.02.04 21:25:07 *.116.34.207
바다가 좋아 두 딸아이들 이름 가운데에 모두 '바다 해'자를 넣어 두었습니다. 모든 것을 담고도 푸르거라 그런 뜻이었지요. 난 늘 살아 있음으로 출렁대는 푸른 바다가 좋아요.

바다를 가로 지를 수 있으니 섬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량도도 좋고 연화도도 좋고 두미도도 좋지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날 좋은 섬으로 다시 함께 가시지요. 푸른 바다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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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2007.02.05 09:38:03 *.46.159.113
초아 선생님의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충무김밥이 충무로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오늘 제대로 원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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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05 12:59:57 *.167.32.36

여행은 혼자서, 여럿 어울려, 남자끼리, 여자들만으로 하는 여행등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꿈벗과 함께하는 여행은 좀 별다름니다. 나이 많은 구선생님, 더많은 내꼴, 혼자사는 중년 이쁜이들, 젊은 늙은이, 시집 갈 준비하는 처자들 하여간 가지각색 혼돈의 사람들이 모여서 여행하는 모습을 타인이 보면 어지러운 모양이다. 왠 촌늙은이가 어디서 왔소? 하고 묻는 얼굴에 의문과 황당함이 보인다. 그렇게 어울려 가는데 모두들 즐겁다. 불평하나 없고 어아해 하는일도 없다. 정말 아름다운 어울림이다. 또 어울려 가고 싶다. 큰 텐트 하나 바닷가에 치고 방에서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에서 같이 어울려 하루 이틀 지내고 싶다.

참으로 고맙다. 정말 지성적이고 순수한 사람들이 같이한 그들이 고맙다. 그렇고보면 구본형선생님은 무척이나 인덕이 많은 것같다.

"旅쇄쇄 斯其所取災"
<여행을하면서 째째하게 굴면 재앙을 불러온다.>
주역에서도 여행에 주의점을 여러가지 가르쳤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 보아도 재앙이나 해로움이 없으니 이들은 여행을 마치면 더욱 발전하고 크게 흥왕함이 보인다.

특히 영훈님이 처음보일 때는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더만 여행을 마치니 서기가 비치더라, 부디 자신을 믿고 변화를 이르켜 성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두들 다들 관상이 좋아지고 맑아짐을 보았다.
향인, 정화, 일귀, 운제, 새로운 책을 내신 구선생님, 부산의 해주등 밝아오는 모습이 더욱 번창함을 확신한다.

에제는 3월경에 사량도에 가자고 자로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요번 여행은 어떤 프로그램을 짜야 할까?
왕소금 볼락구이, 보이차, 섬 일주드라이브, 볼락낚시,...좀더 생각해보자 꿈 벗이 행복할수 있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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顯山
2007.02.07 00:59:03 *.147.17.197
저는 낯선 곳에 가는 것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런 곳에 가면 말도 잘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예외가 있었습니다. 꿈벗과 함께 하는 여행은 예외입니다. 이제 예외 한 가지를 추가해야겠습니다. 초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여행 말입니다.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를 기억합니다. 선생님, 그거 아십니까? 부산에서 처음 뵙던 선생님의 모습과 최근에 뵌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환해지셨습니다. 뵐 때마다 더 자주 웃으십니다.

선생님, 앞으로 더 좋아지실 겁니다.
꿈벗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느끼실거라 믿습니다.
제 따뜻한 마음 한 줄기 햇살처럼 선생님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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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07 08:47:00 *.166.0.54
자네의 글을 읽으니 암울했던 지난 시간이 생각나네, 일생 점보는 일을 하다가 그 일을 접고 집에 들어와서 외롭게 지낼 때 자네와 구선생님, 도인, 자로등 몇분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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