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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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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9일 10시 03분 등록
어제는 겨울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셨다
어제 선생님 강의는 내 마음을 적셨다.

비가 내리면 대지는 분주하다. 처음 빗방울이 닿는 충격으로 먼지가 만들어지고, 빗방울은 그 먼지를 하나씩 보듬어서 동그란 물방울을 만들어 여기저기 흩어진다. 이윽고 물방울이 하나 둘씩 모여서 달라붙고 그것이 커지면서 젖기 시작하고 스며들기 시작한다.

귀자의 하프연주는 훌륭했다.
하프 소리는 장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물방울로 만들어서 가라앉혔다.
습도가 높은 날에 더 민감해지는 피부처럼 하프의 떨림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부딪히면서 조그만 물방울로 만들었고, Yesterday의 가장 높은 후렴부분에서는 다들 촉촉해졌다.

이윽고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흐린 날 가을비처럼 어느새 시작한지도 모르는 채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500년의 긴 시간을 뛰어넘는 비가 내린다.
새싹을 틔우는 포근한 봄비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 오기도 하였고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올라오는 뜨거움이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내리는 비처럼 냉철한 교훈도 있다.
빗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한다.

비가 젖지 않은 것은 튕겨낸다. 튕기면서 소리를 낸다.
나뭇잎에 빗방울이 부딪히면서 잎이 흔들리게 되고
그 파동으로 공기를 울린다.
떨리는 면적이 큰 넓은 잎은 웅장하고 깊은 소리가 나고
반대로 면적이 작은 잎은 벌레가 우는 사르르 소리가 난다.

갑자기 튕기는 소리가 났다.
저는 질문 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라고 시작되면서
이어진 선생님의 질의응답 시간.
일방적으로 비를 맞기만 하던 청중들이 꿈틀한다.
선생님의 튕기는 소리는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적당한 크기의 잎처럼.
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선생님과 같이 있으면서 들었던 장면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름다운 풍광들이 스쳐지나면서 강의가 끝이 났다.

비가 그친다.
대지는 넘쳐내는 빗물을 여기저기로 흘려보낸다.
촉촉이 젖은 나무는 생동감이 있다.
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뒤풀이가 이어졌다.
모두들 촉촉이 젖은 나무보다 더 활기차고,.
한두뼘씩 더 커 보이고 얼굴표정도 환하다.
비를 제대로 맞은 것 같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두 커플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색다른 묘미가 있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 내린 많은 비를 한껏 머금은 지금의 내가 좋다.
IP *.99.8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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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오성민
2007.02.09 11:50:13 *.200.97.235
영훈님의 글을 보니 그 느낌이 흡사 음악을 감상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잘 읽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누가 요약안해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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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2.10 01:33:58 *.102.142.177
표현이 시적이에요.
물에 흠뻑 젖은 듯한...
그리고 하프는 저도언젠가 한번 연주해보고 싶군요.
제가 연주한 것은 팬플룻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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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2.10 09:57:47 *.75.166.55
영훈님! 멋지군요...
꿈에 젖다가 사람에 젖고 술로 젖고 싶군요. 카~
병곤 회장님, 빨리 빨리 ,,, 책!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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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2.12 08:43:44 *.99.82.60
팬플릇.. 잘 알겠습니다.
연주에 취해서리...^^
언젠가 듣게될 하프연주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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