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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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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1일 23시 41분 등록
좀전의 정갈한 도마소리에 이어 김치찜 무르익는 냄새가
부엌을 가득 메웁니다.
컴에선 여가수의 아늑한 컨트리송이 흐르고 마루에선 아이들이 각자의 할일을 하며 가끔은 티격태격 댑니다.
다 큰 아이들이 티격태격 하는 그 모습도 참 사랑스럽군요.
얼마 안 있으면 슬하를 떠날 아이들이라 생각하니 더 애틋합니다.
내 앞에 남은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더 이어질까 생각하니 말이죠.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20여년의 시간이란 참 긴 시간일터지만 생각하면 건져올릴 것이
한 순간입니다.
소설가 박완서님은 그의 신간 <호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칠십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의 대여섯 번도 더 연속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참 공감가는 말입니다.
칠십 후반대에도 끊임없이 집필 하시는 그 분에게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오늘 75번째 생신을 맞으시는 아직 건강한 노동을 하시는 친정 아버님께
그 분 얘기를 해드렸습니다. 아직 정정한 아버님의 건강에 감사하면서...

김치찜 뜸 다 들여졌나 봅니다.
가족의 건강은 '주부' 책임이라는 말을 고수하려 애씁니다.
주부의 정성만큼 맛이 달라지는 게 희한합니다.
구수한 밥 냄새 올라오는 주방에서 토닥거리며 도마질 할 때가
아주 행복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우리집에서 제일 큰 접시에 김치찜 통째로 들어내어 서벅서벅 가위질
하면 밖에서 맴도는 고양이 녀석들은 아마 처마밑에 와서 애절한 눈빛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밥 먹기전 술 한 잔 먼저 할테지요.
김치찜엔 이동 쌀막걸리가 제격인데 맥주를 사왔네요.
후훗... 하지만 술 안가릴랍니다.

참, 김치찜은 묵은 김치 포기째 내어 밑둥치 잡고 이파리 사이사이에
오겹살 썰지 않은 긴 것으로 넣고 정성껏 우려낸 다시물 자작하게 둘러
푸욱 익히면 됩니다. 고명으로 버섯, 대파, 양파 조금 올리면 되구요.
아주 간단하죠? 앞으로 신김치 남아돌면 한 번 해드세요.
남아도는 김치 처리엔 그만입니다. 물론 영양도 만점!
돼지고기와 신김치는 궁합이 환상적입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IP *.224.19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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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11 21:48:40 *.145.80.41

오늘은 그렇게 화려하던 글씨체가 간결하게 바뀌었습니다. 더욱읽기 좋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행복의 냄새가 부산까지 풍김니다. 인생은 행복이 있으면 고통도 따름니다. 송현님 처럼 불행은 발바닥 밑으로 누루고 행복의 서사시를 뛰우면 자연히 행복해집니다.

"孚兌 吉 悔亡"
<믿음을 가지고 즐거워하니 만사형통이요, 후회함이 없다.>

행복을 운제선생과 함께하시고 가끔 나누어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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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7.02.11 22:42:40 *.62.200.201
오랫만에 인사합니다. 새해 부부모임 이후에 소식 전하기도 처음이네요. 형수님의 글을 보니 참 행복한 저녁입니다. 여전히 잘 지내시고 계시네요. 손수 마련한 김치찜을 앞에 두고 넉넉하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세월을 안고 가는 두분이 술 한잔 기울이는 주말저녁, 이보다 멋진 그림은 찾기 힘들겁니다. 그림이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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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2.16 21:38:25 *.70.72.121
침이 꿀꺽! 다시물이 비결일 것 같으네요. ^^ 마당의 장독에 묻어두셨는지요? 저녁 먹으러 마음이 포항으로 달려갑니다. 서울까지 까무러치게 구수한 냄세 모락모락 피어 날립니다.

크신 눈매에 마음 넉넉하고 감사함 보듬으시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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