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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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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8일 04시 37분 등록
요즘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얼마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시드니로 이민온지 6년째,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영혼의 방황을 피해 도피하듯 떠나온 길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낮아질수 밖에 없었고,
더디지만 조금씩 새롭게 나에 대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가난한 집 다섯남매중 가운데 입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무척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욱~하는 성미때문에 가출도 해보고...
열정적인 편이라 사랑을 위해 삶의 모든 것을 포기도
해 보았습니다...아니, 굳이 포기라기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대자로부터의 보상을 바라고
포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으로부터 나는 "사람은 믿을 존재가 아니다" 라는
원망섞인 교훈만을 배웠습니다...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은 10년의 세월을 앗아갔고...
아들을 키워야 하는 삶의 무게만을 남겼더랬습니다...

10대의 나는 교만했었습니다..
내 힘과 능력, 노력 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 당시 좋아했던 말이 "노력해서 안되는 것이 없다" 였으니....

20대의 나는 실수를 만회하기에 바빴습니다....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키웠습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감정마저도 사치로 여겨질만큼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20대 후반, 좁지만 스물평 남짓한 내집도 마련하고...
나름대로 집안꾸미기에도 호사를 부릴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저는 삶이 공허했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과 추구도 시들해지고..
앞으로 무엇을 향해 달려갈 것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삶의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한달을 그렇게 지내다 이대로라면 자살이라도 할것 같아
그 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 호주로 영어공부를 하러 왔습니다...
그뒤 영주권도 수월하게 나와서 지금은 아들과 함께
이곳 시드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떠밀려 여기에까지 이른 기분입니다..
이곳에 와서 예수님에 대한 인격적인 만남이...
그나마 지금의 나의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우연히 전에 다니던 직장의 신우회에서...
구본형선생님의 변화경영연구소 이야길 듣고...
책도 읽어보고, 당시 이 홈페이지도 가끔 왕래를 하였습니다..
그뒤 꾸준히 보내주시는 글로 매일을 달래고 있습니다.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는 책은 저의 애장도서중 하나입니다...
변화려고 노력합니다...무엇보다...하나님이 나를 지어신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하고...공부하고...묵상합니다...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한국으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뇨로 인한 뇌경색이 원인이었습니다...
살아생전 근심만 드렸고, 임종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아들하나를 키우면서, 이렇게 먼 타향에서 지내니..
그저 마음만 태우셨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그러나 저는 소리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잘 모릅니다...
그저 강한 사람 아니 독한여자로만 압니다..
어디에 내어놓아도 살아남을 여자로 생각합니다...
가끔씩 저도 저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여린 것도 같았다가 또 다시 너무 강한 나를 발견할때면
저 자신도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앞에 너무 빨리 평정을 찾고 있는 저를 보면서
더욱 저에 대해서 혼란스럽습니다...
나의 인생에 대한 큰그림을 그리기 전에..
나를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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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3.08 08:54:03 *.133.120.2
김희자님 치열한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생명력이 느껴지네요.. 아버님을 먼 곳에서 여의신 슬픔을 승화하여 다시 한번 새롭게 힘차게 삶을 시작할 수 있으시길 빕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여러가지 자신의 모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그런걸 느끼거든요... 종종 혼란스럽지만 확실한 것은 어느 한가지도 제 모습이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저의 다양한 모습을 다 보여주기 힘든 것 같습니다. 어린왕자에도 나오지요.. 중요한 것을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거요..
계속해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더욱 다이나믹하게 화이팅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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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7.03.08 11:06:16 *.192.187.148
아버지 돌아 가신지 이제 오래 되었습니다. 몇개의 장면으로 남아 계실 뿐입니다. 선산에 모시고 돌아와 허전했습니다. 늘 다니던 북한산 절경의 어느 나무 아래 아버지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묻어 두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면 산이내려 보이고 지극히 편안한 곳입니다. 가끔 나는그곳에 앉아 있곤 했었습니다. 우린 그렇게 친한 사이는아니었습니다. 옛날 아버지들은 다 그러셨지요. 표현이 모자랐어요. 그러나 그 마음을 알아낼 수 어떤 사건들은 늘 있어 주었기 때문에 문득그넘치는사랑을알아차리곤 했었지요.

멀리 있어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아주 좋은 곳에 작은 기념품을 묻어 두고 가끔 생이모질고 아프면 찾아 뵈세요.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 두세요. 많은 화해와 눈물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그게 생을 살아가게 해요. 눈물은 나쁜 것들을 밖으로 몰아 내고 다시 순해지게 합니다. 아주 좋은 엄마가 되게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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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자
2007.03.09 08:55:48 *.122.105.250
오늘 아침 참 행복합니다...저의 고민과 슬픔을 함께 하여 주시는 분들이 많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Alice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모든게 다 저의 모습인가 봅니다...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더욱 다이나믹하게..웬지 이 부분을 읽으며 아주 찐한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봅니다.. 도전해볼만 가치를 느낍니다...
구본형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말 마음으로 힘들 때...하나님은 또 이 홈페이지를 통해 나를 위로받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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