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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2일 11시 52분 등록
  이미지 : 야후

자운영
시 : 배한봉

봄이 지뢰를 밟았다
선전포고도 없이
햇빛이 침공하기 시작했다
강을 이룬
피의
대지를 핥는 혓바닥
살육하라!
난자하라!
벌떼가
낭자한 선혈속을
파고 들었다

고동잡던 아주머니
푸른 휘파람이 까무러치고
나도 넋을 잃고 마는


참혹하게 눈부신
봄의 야전병원


**************************************************
시인은 자운영 꽃들에게 점령당한 우포늪 풍경이 봄의 총성 없는
그 선혈낭자한 전장으로 비치었다고 합니다.
자운영은 글자 그대로 자주색 꽃구름입니다.
하늘의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꽃구름을 이루었으니
꽃이 곧 구름이요. 구름이 곧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운영은 두 해살이풀로 사월 중순부터 오월까지 묵묵히 피고 지기를
되풀이 하는데 선혈을 뿜듯 온 세상을 불질러 놓듯
그렇게 지천으로 번집니다.
요즘 화학비료를 몰아내고 녹비가 된 자운영은
벼를 키우고 여물게 하여 우리의 세 끼 밥상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몇 해 전 섬진강 가는 길,
자줏빛으로 불타는 밭을 보고 멈춘적 있습니다.
대체 저 낭자한 꽃불은 무엇인가.....
'자운영'이라는 것을 후에 알았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자지러질듯한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며 남도자락의
한 실루엣으로 남아 있습니다.

2 년 전 자운영 한 포기 소중하게 옮겨심은 것이 무리를 이루길래
집뒤의 더 넓은 곳으로 띄엄띄엄 옮겨심었습니다.
꽃구름 이루기 까지는 더 많은 시간들이 흘러야겠지만
꽃이 피면 그 앞을 아침 저녁으로 서성거릴 것입니다.
달콤한 밀원(蜜源)의 향기에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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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3.19 23:51:05 *.254.127.246
자운영 참 예쁜 꽃이군요.
이름도 잘 어울려요.
아름다운 꽃이야기 간직하고 꽃 꿈 꾸렵니다.

배경음도 너무나 좋아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평안하심이 함께하시기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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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3.20 02:32:09 *.70.72.121
좋타. 나를 쉬게 하는 편안한 음악다방에서 감상하는 자운영꽃구름은
송현님 마음처럼 정겹고 포근합니다. 그 크신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들만 보시고 예쁜 마음 보듬어 사시니 그 아니 천국이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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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0 04:59:09 *.115.32.18
누가 꽃을 아름 답다고 했습니까?
누가 꽃을 약하고 예쁜 여인같다고 했습니까?
그 질긴 생명력에 모두들 경이롭게 생각코 있습니다.
겨울철 눈덥힌 산야에서 봄을 기다리는 인내력에서
바람부는 벌판에서
가뭄과 황량함에서도 살아 남아서
때가오면 꽃을 피우는
그것도 온 정렬을 다 바쳐 붉은 벌판을 만드는 모습이
사랑을 위해 살아온 여인같습니다.
꽃을 약한 여인이라 누가 그랬습니까?
난 꽃 향기에 붉은 심연에 빠져 나를 잊고 싶습니다.
그걸 누가 사랑이라 하였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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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0 22:19:46 *.128.229.88
봄이군요.
벌써.
날씨가 겨울보다 춥고
2월에도 안내리던 눈도
3월에 보고
그랬는데
안올것같던 봄이
결국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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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21 07:41:00 *.72.153.12
자운영 안에서 뒹굴고 싶습니다.
옷 버릴 각오를 하고 뛰어들어야겠지요. 자운영은 물기 많은 곳에 있으니까. 논 가득 핀 자운영을 보았을 때, 사진으로 담지 않고는 못베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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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2007.03.21 10:05:46 *.243.45.194
정화님, 안녕하세요? 4월말에 창녕 우포늪에 '자운영 축제'가 열린다네요. 가는길의 '남지'에 낙동강변 드넓은 유채꽃밭의 '유채꽃축제'도 열린다니 꼭 가보렵니다. 여유가 된다면 자운영 꽃구름 속에서 한바탕 꽃꿈을 꾸어보세요.
꽃이 구름이요, 구름이 꽃이라, 불가(佛家)에서는 이런 것을 일러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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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2 12:27:39 *.167.128.183
언이 누구지?
글쓰는 천부적인 재질이 보인다.
약한 소녀가 삐꼼 내미는 머리가락이보이다.
자주 글이 보고 싶다. 청초한 난향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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