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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7일 17시 30분 등록
오늘 꿈꾸는 간디님이 나의 아픈 추억을 살짝 건드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우리반에서 제일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여학생과 가까이 지낼 일이 많았다.
왜냐하면 나는 회장이고 여 여학생은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여학생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배아파 하는
많은 남학생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 잘되는 것을 보면 배아파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는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우정을 선택했다. 나는 남자 친구들 앞에서 그 여학생을 본의 아니게 골려주었다. 얼마나 심하게 했으면 그 여학생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올 정도였다. 물론 그렇게 하는 내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철저하게 연기(pretend)를 했다. 아마 내가 너무 연기를 잘 한 것 같았다. 내가 얼굴만 조금 잘 생겼어도 배우로 나갔으면 지금쯤 안성기나, 한석규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연기의 결과 남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렇수록 나는 괴로웠다.

어느 날 나는 스스로 깜짝 놀랐다. 그 동안 좋아도 할 수 없이 싫은 척 했을 뿐인데 그 여학생이 정말로 싫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예쁜 얼굴이 보기도 싫어지고 밥 먹는 것도 싫었다. 한 번 바뀐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시간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흘러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졸업을 하기 전에 꼭 그 여학생에게 '너를 괴롭힌 것은 나의 본 마음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그만 헤어지고 말았다. 그후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녀를 본적이 없다. 그녀는 동창회에도 나오지 않는다. 안 봐도 괜찮은 여자친구도 꼭 나오는데 왜 그녀는 오지를 않는지......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만나면 내가 반평생 동안 묻어두고 지낸 나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연기>의 가공할 힘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나쁜 생각이 떠오르면 빨리 밟아버리거나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린다. 그 대신 좋은 생각만 한다.


IP *.150.3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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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3.27 22:33:37 *.252.102.67
앞부분에서는 '빨간머리 앤'의 길버트가 연상됐었는데요, 끝은 좀 많이 다르네요 ㅎㅎ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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