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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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어슷하게 챙모자를 드리운 방랑의 한 유랑시인이 터벅터벅 홀로 마을을 순례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허연 수건으로 태양을 가린 해질녁 아지매의 고단함을 위로하려 한가득 취나물 보따리를 사들고야 마는 정겨움을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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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인심 좋은 수더분한 이장댁 마나님이 침을 튀기며 추천하는 두 여인이 사는 집에 민박을 정하려 가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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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팔순 할매의 수줍게 복사꽃 핀 두 볼에 뽀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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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경주이(李)씨댁 일흔의 며느리가 구순의 시어매를 홀로 모시며 뭍으로 간 다섯 남매 오매불망 그리면서 취나물이다 고동을 쉼없이 캐고는 구부러진 허리를 겨우 세워 마음으로 맞이하는 서울 손님에 대한 애뜻함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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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어머니의 자궁같은 평화로운 너울에 잠시 기대어 살폿한 잠을 청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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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시꺼먼 하늘아래 칠흙의 바다 속을 들여다 보면서 쉼 없이 홀로 낚시대를 드리우는 한 사내의 뒷모습과 그의 무거운 어깨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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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에 가면
>선한 찬에 순한 정이 담긴 아침상을 받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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