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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1일 09시 50분 등록


사람의 발견

인생의 많은 장면에서, 다가가 부대끼기 보다는 관찰자적인 위치를 고수해 온 내게는, 이번 꿈벗모임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같다.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기호에 매이지 말라.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놓아라. 가령 이런 것이다. 비즈니스팀의 팀장인 김영훈님이 앙드레 류의 연주를 시작으로 말문을 열 줄은 몰랐다. 워낙 내가 펀드류에 관심이 없는 부류이라, 영훈님과의 연결 지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 온 터였다. 그런데 영훈님이 클래식을 빌어, “비즈니스는 고객이다”를 완벽하게 각인시킬 줄이야, 신선한 충격이었다. ‘개인 자산관리’라는 낯선 분야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 비즈니스는 고객이 원할 때까지 하는 겁니다” 이어서 터지는 어록들... 평소에 넉넉하게 베푸는줄은 알고 있었다. 그 저변에 탄탄한 철학이 깔려있는 것이다. 신선한 발견이다.


정양수님은 또 어떤가. 연구원 3기 레이스 때, 다소 튀는 접근을 기억하는 내게, 도인에 가까운 그의 모습은 어리둥절했다. 명상모임을 인도하는데 아주 익숙한 목소리, 차분한 분위기, 가정의학과 의사라는 ‘조신한’ 직업...
“어떻게 글하고 그렇게 분위기가 다르세요?”
“그 두 가지 모습이 제 안에 다 있는거지요”
그렇군. 관찰한다는 것은, 내 맘대로 누군가의 단면을 판단하고 예단하는 일이고, 친해진다는 것은 그의 복합성을 이해한다는 일이군. 사람... 재미있는 종족이다.



수다의 발견

삼겹살과 소주가 있는 우리들의 파티,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대로 이합집산하며 대화가 이루어진다. 올 3월 이후 내 글이 달라졌다며 종윤이 묻는다. 연애하세요? 思秋期잖아. 시선, 감각, 시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는데 오감이 열리지 않을수는 없는 일.


아침햇살이 환하게 깔린 호숫가, 마침 앞에 서 있는 희석에게 묻는다. 어떻게 이별파티를 캐러비안 베이 같은데서 할 수가 있지? 거기는 데이트의 정점에서 가는 코스 아니야? 평소의 궁금증을 물어본다. 아, 원래 잡혀있던 일정인데 그 전에 헤어지게 된거에요. 취객을 돌보아주려고 여친을 먼저 보내는 장면이 인상깊었어. 그럴 때 여친이 되게 서운할 것같다고 창용님이 말한다. 아, 내 생각은 다르다. 매번 미주알 고주알 나만 챙겨주는 사람보다는,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이 더 소중할 것같아. 희석을 이해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이런 것이 수다의 맛인가.


차를 타러 올라오다가, 마침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꿈벗이 앞에 있길래, 혼자만의 느낌을 건네본다.
“이름이 참 쉽고도 명확해요. 진동철... 파워도 있고” 그래요? 하며 기꺼이 좋아한다.
작은 관심, 작은 배려, 작은 표현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구나. 인생은 사소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력이라는 것

어두운 북카페에 잠시 앉아 있었다. 다른 곳보다 천장이 높은 편인가, 넓고 쾌적한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불빛에 어슴츠레 드러나는 소나무를 내려다본다. 이 곳은 어디인가. 나는 지금 생의 어느 장면을 관통하고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서둘러 끊고,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한 공간을 내려다 본다. 어느 테이블로 갈 것인가. 누가 나를 당기는가.


‘당기는 힘’은 평소의 기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아주 작은 단서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시선 하나, 목소리 하나, 작은 배려 하나에 우리의 마음은 열린다. 그러니 정말 ‘작은 예의’가 중요하다. 情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걸까, 받을 때 꿈속같다고 조용필이 노래했듯이, 내가 비중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서 되쏘아지는 관심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나는 이제껏 내가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무엇을 준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다. 칠십여 명의 인원 중, 생물학적인 나이 4순위인 사람으로서 민망한 노릇이나, 심리적인 나이 사회적인 나이도 있는 법이다. 조금씩 크고 있지 않은가.


‘당기는 힘’은 빈도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수록, 새롭게 다가서고, 평소의 느낌을 수정할수도 있게 된다.
누군가에게 너무 빨리 다가가서 그 사람을 전부 알게 되면 싫어질까봐, 접근을 자제하게 된다는 애늙은이 윤, 진한 향기의 녹색 백합을 들고다닐 줄 아는 지혜의 감성, 친한 척하라며 깐깐한 직업적 목소리를 낼 때의 성은에게서, 다시 접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근거를 본다. 자꾸 접해봐야 다가설 여지가 많아진다.
그러니 자주 모일 일이다. 나의 매력을 믿고,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할 일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는 것에 흠뻑 빠질 일이다. 좋은 일이다.
IP *.209.1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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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6.11 11:01:05 *.254.31.119
명석님 꿈벗모임에서 저와 비슷한 것을 깨닫게 되셨군요.
모임이 있을 때마다 느끼게되는 감정들의 흐름을 참 잘 표현해주셨어요.
저도 만남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리는 소극적인 부분이 많아요.
다음에 만나면 많이많이 이야기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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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2007.06.11 12:54:00 *.243.5.20
상대방이 이름을 기억해 주고 이름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 주는데 기쁨을 느끼지 않을 人間은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
이제 이름을 얘기했으니, 담번에는 꿈과 일상에 대해서 말씀 나누면 되겠네요. ㅎㅎ

P.S 수원까지 모셔다 드려야 했는데, 조금 죄송하고 아쉬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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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海
2007.06.11 13:39:02 *.244.221.2
명석님 안녕하세요...저 이권이 입니다...저를 모르시다니...TT..
명석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연락을 드리고 싶은데...
제 멘토가 되어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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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7.06.11 15:30:48 *.84.6.38
내친구인 산부인과의사와 이름이 똑같은 한명석님...
내친구는 남자인데...
한명석님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 날라오는 글을 통해서 알았지만 직접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삶이 묻어나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제가 무슨 도인... 아닙니다. 저는 단지 '오직 모를 줄을 알뿐'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원하는 수행자일 뿐입니다.
구선생님의 책 '사람에게서 구하라'에 나와 있듯이 누구나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어느 순간에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구변연이라는 지혜놀이터를 만드신 구본형소장님은 착한 사람인가요, 악한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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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11 15:55:24 *.209.121.43
기원님/ 글이 워낙 사려깊고 사색적이라, 생각보다 젊은 분이라 살짝 놀랐습니다. 말씀하실 때 너무 진지하고 천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동철씨/ 안성까지 태워준 것만도 고마워요. ^^ 모든 일과표를 기록하되, 정리나 활용은 못한다고 한 분이 맞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이권씨/ 이권씨를 모를리가 있나요. 호만 써서 매치가 안되서 그렇지요. 메일줘요. dschool7@hanmail.net

양수님/ 후후. 짧은 댓글에서도 엉뚱함이 묻어나는군요. 그러고보니 양수님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던 것도 같군요.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 천천히 보여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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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2007.06.11 19:14:53 *.243.5.20
모든 일과는 아니고 9:00~18:00 업무시간에 대해서만 기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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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7.06.11 23:09:33 *.180.9.40
평소에 관심 많은 사람이 막상 옆에 있으면 잘 다가서지 못하고...잘 말걸지 못하는 것은 무슨 증세입니까?...명석님을 글로 보면서 늘 만나면 할 말 많겠다 했는데...요번에도 인사만 하고 말았네요...담에 보면 30분 이상 말합시다~~~~참 반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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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천 한상진
2007.06.11 23:54:38 *.132.211.211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특히 최근 들어 두어번 타인에 대해 잘못 예단하여 말하였다가 몹시 후회하고 반성하던 터라 더욱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네요..그 외에도 관심, 배려, 표현, 예의, 인생, 기호와 빈도 등, 그리고 '베풀기'에 절대 공감입니다. 모임에서 소주와 함께 맛난 대화 나눌 수 있어서 넘 좋았고요, 명함을 달라고 하셔서 더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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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6.12 01:43:57 *.232.147.203
그날 호수 주위를 혼자서 거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열아홉 소녀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요리조리 살펴보다 문득 하늘을 한번씩 올려다보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는군요. 참 좋은 눈을 가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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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2007.06.12 06:40:05 *.143.18.217
제가 워낙 산만해서... 제대로 말씀을 못 나눴습니다.
그것또한 기질인가 봅니다.

이번만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후에는...
행복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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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12 08:19:46 *.209.121.43

어부님/ 와~~ 최후까지 생존자로 남으시고, 시낭송에 찍사까지 눈부신 활약을 하셨네요. ^^ 저는 보기보다 엉덩이가 아주 가벼워요. 하하, 30분이면 되겠어요? 저는 한 시간이상 말씀나누고 싶은데요^^

상진씨/ 상진씨같은 진국을 못 알아보고, 처음 보았을 때 너무 낮은 점수를 준 것이 미안해서였을거예요. 나의 관찰벽은 쭈욱 ~~ 계속됩니다 ^^

옹박/ 나는 눈만 있지, 고립되어 있는 편이라 '훈련'의 기회가 덜하잖아. 반면 승오는 눈에다 훈련까지 겸비하니까, 표현이 팍팍 달라지는 걸 느끼지. 엊그제 승오의 어떤 표현 때문에 시샘이 나서 잠시 우울해졌다니까 ^^

현수씨/ 12기가 예사롭지 않은 잠재력을 가진 것같아요. 이번에 얼굴 뵌 분들 모두 정겹게 느껴지는데 - 도형씨, 성은씨, 목소리 좀 내면서 삽시다! - 다음에 뵐 회장님, 철희님, 호야사장님... 모두 아는 분처럼 느껴지네요. 근데, 일찍 일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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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07.06.12 09:32:37 *.187.232.152
명석님, 이번에 명석님의 모습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사람 관찰을 참 좋아하는데..
(그래서 이번처럼 대화를 못할 때도 많습니다 ^^)
명석님의 눈매와 말투, 질문들이 머리속에 깊이 남아있네요.
굳이 말 섞지 않아도 전 이번에
명석님과 한참 대화하다 온 것 같습니다 *^^*
아..그런데 호칭을 뭐라 하면 좋을지...
선배님? 언니? 선생님? 혹시 언니라 불러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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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12 10:47:08 *.209.121.43
지혜씨 모습도 보기 좋았어요. 글이 좀 강한 편인데, 사람까지 강하면 조금 질릴텐데 ^^, 다소곳한 면도 보이고, 화사한 스커트와 핫팬츠의 패션감각까지 돋보였어요. 호칭은 지혜씨가 꼴리는대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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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6.12 11:36:51 *.145.231.168
생물학적 순위가 모두를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기준을 만들어 주셨잖아요.
제가 게을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네요.
다음에 만날 땐 둘이서만 시간을 따로 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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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12 14:57:31 *.209.121.43
자로님, 내가 가장 좋아할 말을 어떻게 알았어요? ^^

구관이 명관이라고, 자로님이 자꾸 빠지거나 늦게 오거나 일찍 가거나 하면, 서운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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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6.12 16:33:51 *.219.66.62
마지막 포옹 때 제게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두 사람 모두 같은 과라고.. 짧지만 의미 있는 한 마디였습니다.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도 아시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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