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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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가 어제 공연 보고 쓴 리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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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반세기를 이어온 유럽 실내악단의 고풍스러운 연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 소박하고 순수한 현악의 울림에 깊이 공감했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바흐 전문 오케스트라로 통한다. 지휘자 칼 뮌힝거가 음악감독으로 있던 1960-1970년대 시절, 그들은 바흐의 건반음악을 현악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바흐 음악 해석에 있어 독보적인 실내악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래서 음악회 전체 프로그램을 모두 바흐의 음악으로 구성한 이번 음악회는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고악기 연주의 가볍고 산뜻한 울림에 익숙해진 음악애호가들은 기존의 연주법을 고집하는 그들의 연주가 다소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첫 곡으로 연주한 '푸가의 기법'에서 별다른 악센트나 섬세한 뉘앙스를 첨가하지 않고 음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연주하는 그들의 연주 스타일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고, 하프시코드 협주곡 제1번에서는 하프시코드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크고 타이밍이 늦어져, 옛 악기인 하프시코드와 현대적인 현악 오케스트라의 부조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부 마지막 곡으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이 연주되면서부터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각 세 대씩 편성되고 여기에 더블베이스와 하프시코드가 더해진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에서 연주자들은 각자 고유의 파트를 연주하기 때문에 독주자나 다름없다.
이처럼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자, 단원들은 서로서로의 연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동감 넘치는 입체음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서로 성부를 모방하듯 진행되는 3악장에서는 11명의 연주자들은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펼치며 바로크 음악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전해주었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전통적인 유럽풍의 연주법을 고집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연주는 결코 진부하지 않았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전통의 틀 안에서 그들만의 부드럽고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낸 아름다운 연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후반부 첫 곡으로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와 8개의 변주곡에서 연주자들은 활의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가벼운 운궁법(활 쓰는 법)을 이용해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3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는 세 사람의 개성적인 독주와 리드미컬한 현악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앙상블이 돋보였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청중의 열광적인 환호에 답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비롯한 두 곡의 앙코르 연주를 선사했다.
고악기 연주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개량된 현대악기로 옛 음악을 연주하는 실내악단들은 대개 두 가지 노선을 택한다. 현대악기로 연주하면서도 바로크의 뉘앙스를 전해주는 고악기 연주스타일을 도입하거나, 아예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현대적인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1950년대 초 바로크음악의 붐을 일으켰던 당시의 전통을 수호하며, 그 전통 속에서 기품 있고 고풍스러운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 청중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그들의 연주는 마치 오래된 명품과 같은 깊은 감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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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반세기를 이어온 유럽 실내악단의 고풍스러운 연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 소박하고 순수한 현악의 울림에 깊이 공감했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바흐 전문 오케스트라로 통한다. 지휘자 칼 뮌힝거가 음악감독으로 있던 1960-1970년대 시절, 그들은 바흐의 건반음악을 현악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바흐 음악 해석에 있어 독보적인 실내악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래서 음악회 전체 프로그램을 모두 바흐의 음악으로 구성한 이번 음악회는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고악기 연주의 가볍고 산뜻한 울림에 익숙해진 음악애호가들은 기존의 연주법을 고집하는 그들의 연주가 다소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첫 곡으로 연주한 '푸가의 기법'에서 별다른 악센트나 섬세한 뉘앙스를 첨가하지 않고 음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연주하는 그들의 연주 스타일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고, 하프시코드 협주곡 제1번에서는 하프시코드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크고 타이밍이 늦어져, 옛 악기인 하프시코드와 현대적인 현악 오케스트라의 부조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부 마지막 곡으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이 연주되면서부터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각 세 대씩 편성되고 여기에 더블베이스와 하프시코드가 더해진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에서 연주자들은 각자 고유의 파트를 연주하기 때문에 독주자나 다름없다.
이처럼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자, 단원들은 서로서로의 연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동감 넘치는 입체음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서로 성부를 모방하듯 진행되는 3악장에서는 11명의 연주자들은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펼치며 바로크 음악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전해주었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전통적인 유럽풍의 연주법을 고집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연주는 결코 진부하지 않았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전통의 틀 안에서 그들만의 부드럽고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낸 아름다운 연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후반부 첫 곡으로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와 8개의 변주곡에서 연주자들은 활의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가벼운 운궁법(활 쓰는 법)을 이용해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3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는 세 사람의 개성적인 독주와 리드미컬한 현악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앙상블이 돋보였다.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청중의 열광적인 환호에 답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비롯한 두 곡의 앙코르 연주를 선사했다.
고악기 연주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개량된 현대악기로 옛 음악을 연주하는 실내악단들은 대개 두 가지 노선을 택한다. 현대악기로 연주하면서도 바로크의 뉘앙스를 전해주는 고악기 연주스타일을 도입하거나, 아예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현대적인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1950년대 초 바로크음악의 붐을 일으켰던 당시의 전통을 수호하며, 그 전통 속에서 기품 있고 고풍스러운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 청중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그들의 연주는 마치 오래된 명품과 같은 깊은 감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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