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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30일 10시 38분 등록
써니의 연극 후기가 올라온 것을 보니,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후기는 멋진 문화여행에 초대해 주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나의 답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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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제목을 '사랑과 우정의 뭐시기'. 라고 기억했다.
내가 기억하는 하는 딱 고만큼이다. 써니의 후기를 보고서 '사랑과 우연의 장난'이었구나 한다.

예술의 전당에 걸린 연극 홍보 대형 현수막을 2번이나 지나면서 보았으면서도 내가 기억하는 제목은 '사랑과 우정의 뭐시기'였다. 이런 엉터리가 있나.
하여간 그렇게 알고 본 연극이었다.

'우연'을 '우정'으로 혼동한 데는, 내겐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정으로 시작되는 사랑. 사랑보다는 우정에 더욱 몰두하는. 멋대가리 없는......

'사랑과 우연의 장난'의 스토리는 '최진사댁 셋째딸'이란 연극과 '춘향전'을 섞어놓은 듯 하다. '최진사댁 셋째딸'에서는 신랑이 집에 결혼식에 신부집에 도착하기 전에 신랑이 '다리를 전다'라는 소문을 내서 신부집에서 딸과 딸의 몸종을 바꿔치기해서 결혼식을 준비하고, 나중엔 결국은 그 소문이 거짓이었음을 알게된 신부측의 부모가 난리 법석을 피워댄다. 결국은 신랑은 종의 착한 마음에 끌려 결혼을 한다. 자신의 신부의 마음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신랑의 마음이 '사랑과 우연의 장난'의 귀족 도련님, 세침떼기 아가씨의 마음과 같다. '춘향전'과 닮았다고 한데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을 지고지순하게 놓게 끌어올리고, 방자와 향단이의 사랑을 희화적이고 세속적이게 대비시켜 표현한 부분이다.
그 둘을 잘 꼬아서 단단한 스토리를 만들고 방자와 향단이처럼 발랄한 사랑을 몇번을 추가한다. 이런 꼬임이 '춘향전'의 해피엔딩이 아닌 '최진사댁'의 해피엔딩,윤리 교과서 식의 엔딩으로 갔다면 할말은 딱 하나다. '이런 된장.' 즐거움이 확 줄어버렸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연극이 재미없다.
내가 본 연극은 훨씬 재미났다. 분석하려 들면 재미없어진다.
연극을 볼때는 그냥 그 순간을 즐긴다. 거기서 제작자의 의도대로 따라가면서 즐기면 된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데는 나는 많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1~2가지가 만족되면 된다. 영화를 볼때, 신작영화 소개 코너에서 '이 영화는 아시아 최고의 미남배우 000가 나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담아내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입니다.'라는 식의 한마디면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영화음악이 좋다면, 그 음악에 빠져들어 보면 되는 것이고, 탄탄한 스토리가 매력이라고 하면 스토리로, 남자배우, 여자배우, 특수효과, 1950년대 생활상의 리얼한 묘사.... 그것으로 족하다.

내겐 연극도 그러하다. 이 연극은 '스토리가 좋다'. 이 연극은 '연극배우 인생 30년을 걸어온 000의 모노극이 30분간 이어진다.' '이 연극은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이런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미 공연을 보기 전부터, 연출자가 의도한 대로 거기에 빠질 준비에 되어있다.
단지 나는 그 연출자의 의도를 모르고 볼 뿐이다. 그 의도는 연극을 보면서 찾으면 그만이다.

'사랑과 우연의 장난'을 '사랑과 우정의 000'쯤으로 제목을 모르고 봤어도, 보면서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즐거움으로 봤다.
판소리 춘향전의 스토리를 뻔히 알고 있는 관객들은 이몽룡이 월매를 찾아가 능청을 떨고 옥에 찾아가 애절한 춘향을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보다는 웃음을 머금고 듣는 것처럼, 이 연극은 관객은 뻔히 아는 두 주인공 남녀의 꼬인 상황을 유쾌하게 즐기게끔 만들어 졌다. 그 즐거움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이어지고 대사가 이어진다.

내가 본 이 연극의 매력은 딱 그거다.

이런 스토리를 매력으로 꼽는다면, 이 연극은 연인을 위한 공연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상대 여성을 즐겁게 하려는 남성이라면 잘한 선택이라고 하고 싶다. 이 연극은 사랑에 빠진, 사랑을 막 시작하는 여성의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여성을 위한 연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을 위한 연극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데이트 할 때, 즐겁고 보고 나면 둘이 할말이 많을 거다. 둘의 결합에 대해서 쉽게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미난 연극을 연인이 아닌 연구원들이랑 같이 본 것은 좀 서운한 점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얘기는 딱 고기까지만.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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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
2007.07.01 08:36:25 *.201.26.201
이곳의 매력이, 한가지의 일에 대해 여러 시각들의 표현들인것 같아요.
써니님과는 다른 관람평이지만, 연극 펼쳐나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하네요.
연구원분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는것 같아서,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답니다.

인터넷에 짧게 " 사랑과 우연의 장난"의 연극내용이 있어 봤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기에는 너무 짧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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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02 04:15:30 *.72.153.12
귀귀님 연극 아주 재미 있습니다. 보세요.
보기전에 내용 다 알고 보면 재미 없어요 ^^* 그냥 느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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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02 10:53:58 *.99.241.60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번개가 찌르르 하고 필이 꽃혀야 되고,
그 다음으로는 조건 맞추기 인것 같습니다.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고 가지고 가야할 것..
그것이 종종 지키기 못할 말장남이라고 해도
필의 느낌에 따라서 그냥 결혼까지 죽 간다는 것..

그 선택이 인생 전체를좌우하게 되지만
그냥 살아봐야 된다는것이 조금 그렇기도 하구요.

요즘에는 사랑도 대신 찾아주는 인스턴트 시대이고
워낙 포장기계가 발달하여 사람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더욱 어려워지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비아와 도랑트를 볼때 역시 남자보다 여자가 한 수 위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도랑트가 조금 더 고집을 부릴 수도 있었는데
한 순간에 턱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남자지만,,,
남자는 또 저래야 돼..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약간 서운한 사람중에 저도 포함되지만,
저한테는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저는 그런 것을 모르고
연극을 보러간 것일뿐이니까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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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02 11:48:52 *.72.153.12
최영훈님, 전 실비아처럼 머리 굴리기 싫은 데 그냥 도랑트 하면 안될까요.
절대 님에게, 절대 안 서운해요. 절대.. 헤헤헤.

6월은 문화 공연의 장마 속에 좋은 일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들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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