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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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 축구는 꽤 오랫동안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자임해 왔다. 그러나 우리들의 단순한 셈법과는 전혀 상관없이 아시안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대회에서 우리가 확인한 현 주소는 언제나 기대를 훨씬 벗어나는 것이었다.
프리미어 3인방의 부상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표팀이 보여준 평가전에서의 전력은 다시금 기대를 갖게 만들었고 단지 실력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그간의 아시안컵 징크스를 최상의 전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좋게 날려버렸으면 했다.
사우디와의 1차전 결과의 아쉬움보다 새롭게 구성된 포백라인이 보여준 불안함이 더 꺼림칙했던게 사실이다. 결정적 실수를 범한 오범석 대신에 송종국이 나섰고, 사실상 동점골 허용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진규는 여전히 중앙수비수로 바레인전에도 투입됐다.
전반 4분만에 김두현의 재치있는 골이 터지고 허둥대는 바레인을 거의 작업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때 만해도 손쉬운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이미 1패를 안고 있는 바레인 입장에서는 당근 공세모드로 나왔지만 점유율의 변화만 있었을 뿐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무엇에나 홀린듯이 후퇴수비의 전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잔디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불안한 백패스가 이어지면서 바레인 공격수들은 우리 수비수들이 볼을 잡을때 마다 실수를 유발하고 따먹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압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공격의 틈새를 노리기 위한 것도 아니고, 상대의 공세적인 흐름을 둔화시키기 위한 것도 아닌 일단 뒤로 돌리고 보는 획일적인 백패스는 바레인 공격진에게는 없던 약세를 제공함과 동시에 홈팀 인도네시아와의 부담스러운 최종전을 위해서 추가골에 목말라 하는 공격진의 김을 빼는 최악의 악수였다.
경험이 일천한 강민수는 그렇다쳐도 벌써 나이를 떠나 대표팀 짬밥을 꽤먹은 베테랑들인 송종국,김진규,김동진 등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거의 홍명보를 연상케 하는)을 보여주었던 김상식마저 포백의 어이없는 템포에 박자를 맞춰주기까지 했으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전반 종료직전 동점골 허용상황이나 후반 막판 역전골은 현재 우리 대표팀 수비진의 허약함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증거이다. 이걸 단지 수비수들도 실수할 수 있지 정도로 받아 들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너그럽고 충성스러운 팬들은 몰라도 베어백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은 이번 대회 성적을 떠나서 심각한 고민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악재는 겹친다고 했던가. 믿었던 이동국은 킬러본능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이천수의 날카로움은 무디어져 있었다. 한때 수비형 미드필더 꿈나무 이호는 성장은커녕 퇴보의 흔적이 역력하고 교체투입된 김정우는 역전골의 빌미가 된 역시 또 그놈의 백패스로 팀을 예선탈락 위기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베어백 감독의 입지는 90% 이상 위험스러워졌다. 찌라시신문과 다혈질 팬들의 분노가 이미 예정되어 있을테니 말이다. 거기에 언제나 이런 상황에서 아주 편하고 단순한 조치(성적에 따른 감독교체)만을 반복해왔던 축구협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까지 하니까..
솔직히 말하자. 나도 그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썩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과격하게 얘기하면 그의 축구색깔이 너무 희미해 보여서 열렬하게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전력의 이탈이라는 변수와 더불어 이제까지 코치로 공헌해 왔던 그에게 최소한 올림픽 예선전까지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감독 한사람에게 모든 대표팀 성적부진의 원인을 돌리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 축구에 대한 전문성은 한참 떨어지는 평범한 팬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베어백 감독에게 이런 주문은 하고 싶다. 적어도 포백구성에 대해서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기를 바란다. 정 안된다면 상대팀 공격색깔에 대응할 수 있는 2개 이상의 대안을 준비해 두기를 말이다.
이제 남은건 2002년 우리의 월드컵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응원에 한껏 사기가 오른데다 사우디전 패배로 독기까지 오른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도네시아를 실력과 정신력으로 무너뜨리는 길 뿐이다.
일단 예선통과의 고비만 넘긴다면 다른 세계적인 강팀들의 경기력사이클(중요한 경기로 갈수록 강해지는)을 우리라고 재현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국대 선수들 화이링이다. (대신 수비진들은 또 지는 한이 있어도 후퇴수비는 다시는 하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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