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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일 15시 19분 등록

얼마 전, 아빠와 아빠의 제자들과 함께 다녀왔던 몽골 여행은, 그들에게 있어서 여러 사람에 대한 재발견의 시간이었다. 희석오라버니의 재발견, 창용 오라버니의 재발견.. 그들은 그들의 동료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고, 놀라면서, 즐거워했고, 더욱 친밀해졌다.

당시 연구원들과 초면이었던 나는,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연구소 사람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그 단어를 나와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 중에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단 한 사람과 마음 속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바로 이 글의 제목이다.














‘아빠의 재발견’










#1. 아빠의 기억


요즘에는 그런 아가들도 더러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어렸을 적의 나와 아빠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학부형 회의 때 수많은 어머니들 사이에 서있던 아빠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북한산 비봉 암벽에서 내게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내밀던 아빠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따뜻한 친밀감은 아빠와 나의 관계에서 나 혼자 일방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책-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에서 아직도 우리의 관계를 훈훈하게 묘사해 놓은 부분은 아빠가 둘째 딸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가끔씩 선머슴 같은 나를 보며 누군가가 그 내력에 대해 물을라치면 반은 장난으로 ‘아버지가 아들처럼 키웠습니다’ 라고 말하곤 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어깨를 기대며 함께 지냈다.









#2. 변화, 가출

몽골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은 ‘왜 아버지의 책을 읽지 않냐’는 것과 ‘왜 변화경영연구소에 관심을 갖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고, 나에게서 아버지를 듣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현재의 아빠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아빠의 모습은 10년 전, 아직 직장엘 다니던 평범하지만 따뜻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 아니,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빠의 변화를 못 본 척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언젠가부터 아빠의 뒤에서 걷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의 사회적 위치가 절실히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정말 쬐끄마한 존재라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친숙한 세계보다 가족들 조차 잘 모르는 미지의 분야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빠와 다르다, 그러므로 나는 변화경영연구소라는 아빠의 세상을 이어받겠다거나, 그 곳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독립적인, 무언가 나만의 것을 원했다. 그러나 아빠와 나는 이미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뛰어넘으리라, 그리고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나는 그러한 것들을 바라고 원했다. 그래서 아빠에 대해 눈가리개를 하고 귀를 막았다.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내 마음 속에 불꽃은 이미 커다란 산불이 되어 폭발적인 무언가로 분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는 주변의 모든 사건들에 관여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실험하고, 모든 것을 기웃거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의 곁에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

사이 좋기로 소문난 부녀는 언제부턴가 얼굴보기도 힘든 보통의 대학생 딸과 아버지의 관계로 변했다. 학교 학과, 동아리,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대폭 줄여버린 나는 거의 날마다 밤늦게 집에 들어왔고, 아빠가 무언가 한마디를 하기 위해 거실 소파 위에 앉아있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단절된 채 지냈다.

가끔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날도 있었다. 나는 아빠가 나를 믿어주지 못한다고 실망했고, 아빠는 딸이 더 이상 아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 해 보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서 더욱 아빠를 피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오히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멀어졌다.










#3. 따로 또 같이

그렇게 지내다 갑자기 함께 지내게 된 것이 이번 몽골 여행이었다. 전반적인 여행에 대한 감상과는 별개로 나는 아빠와의 관계를 다시 써보고 싶었다. 우리 둘 사이가 지금 어디쯤 놓여있는지 세세하게 따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몽골로 향하는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서, ‘여행 기간 동안, 절대 서로 아는 척하지 말 것’이라는 우리만의 룰을 정했다. 몽골 여행 같이 가자고 불러서 따라 나서긴 했지만, 나도 그쪽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종종 가족과 관련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해진다. 아빠도 나도 그것을 우려했고, 거기다 나는 이제 스물 한 살씩이나 되었음에도 아빠의 적극적인 케어 밑에 있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도 서로를 매우 의식했다.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곁눈질로 ‘뭐하고 있나’를 보았다. (그러나 사실은 서로 알아 차릴 수 있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함께 지낸다’는 것은 같은 집에 산다는 것보다 좀더 친근한 의미를 갖는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초원 위에서 나는 아빠의 세계를 보았다. 첫날부터 혼자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는 자유로움, 연구원들에게 베푸는, 동그란 배만큼이나 넉넉한 이야기들의 향연, 그 외의 또 어떤 것들… 많은 모습들이 나에게는 많이 낯설었다. 아빠의 세계 속에서 아빠는 유연하고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오래간만’ 혹은 ‘처음’이라 생각했던 모습들도 보였다. 연구원들이라면 다 알만한 ‘떠나가는 배’를 다시 들어본 지가 10년쯤 된 것 같았다. 아주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아빠는 즐겁고 유쾌하게 캠프 파이어 옆에서 무대에 올랐다. 그런 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상대를 다시 본 것이 나만의 일방적인 재발견은 아닌 모양이다.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해언의 재발견’을 한 것 같다. 이놈이 어디 내놔도 지 앞가림은 하겠다라는 것을 믿게 된 것 같다. 아버지로서의 딸 걱정과 딸로서의 아버지 인정은 그렇게 적절한 거리로 조절 되었다.








#4. 옆에서 함께 걷기

몽골에서 다녀와서 내가 변. 경. 연에 들락거리거나, 아빠의 책을 읽거나 하는 모습이 자꾸 아빠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6만년 전에 나온 책을 왜 이제야 보느냐’고 핀잔을 주고, 즐거운 듯이 연구원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내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내가 아빠의 세계에 동참해 주길 바란 게 아닌가 싶다.

한번은 아주 가까운 친구 녀석 하나가 ‘너는 왜 아버지를 보지 않니?’라고 물었다. 나는 거기다 대고 ‘아빠는 내 라이벌이거든, 게다가 잘 쓴 글을 보면 따라 쓰게 돼서 안보는 거야’ 라고 말했었다. 이제 이 문장은 반만 맞는다. 아빠가 내 라이벌이라는 것은 변함 없다. 다만 나는 조금 더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그것이 내 말에 확신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다짐은 특히 글쓰기에 대해서 꾸준히, 또 열심히 쓰겠다는 것으로 구체화 되었다.

신기한 점은, 그러고 났더니, 모든 것들이 글쓰기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수업을 들어도 글을 쓸 때 쓰면 좋을 말들이 마구 들린다. 예를 들어, 오늘은 ‘철학적 인간학’ 시간에 ‘돈은 생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다’라는 말이라든가, ‘인간의 역사는 합리와 불합리의 갈등의 과정이다’라는 토인비의 말 같은 것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학교 은사님의 정년퇴임식에서는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 라 말했지만, 타인과 사랑을 나누고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지옥일 수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하나같이 매력적인 말들이다. 아주 아름다운 글 속에서 이것들을 활짝 꽃피워주고 싶다.

게다가 글로써 표현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일상 속의 소소한 삶들도 특별하게 빛난다. 얼마 전에 보고 온 ‘어둠 속의 대화’라는 설치 예술전에서 나는 빛이 가득한 흰 도화지보다 아무 것도 없는 암흑이 상상력을 펼치기에 훨씬 적합한 바탕이 되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만간 이것에 대해서도 글을 쓸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아빠의 책을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빠의 세계를 들여다 보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가 아빠를 알게 모르게 모방할 지 모른다는 초조함이다. 나는 누군가의 글을 흉내 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내가 변경연에 처음 올린 몽골 글에서조차 아빠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아직은 속상하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기초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훨씬 잘 할 수 있어! 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나는 뒤에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옆에서 걸을 것이다. 걷고 있는 길이 다르더라도, 혹은 같은 길을 걸어가더라도 우리는 더 이상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니다. 아니, 사실은 한번도 그런 관계였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뒤쳐졌을 때 앞서가는 아빠를 ‘도와주세요!’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훨씬 든든해진다.
IP *.128.22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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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언
2007.09.02 15:21:04 *.128.229.198
한번 지웠다가 다시 올립니다. 아무래도 가족이야기는 개인적인 부분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삭제 했습니다.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성장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힘을 북돋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이전에 답글 남겨주셨던 네분의 답변은 제 컴퓨터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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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09.02 16:14:28 *.175.135.174
나는 소장님 책의 오랜 독자입니다.
아직 책으로말고는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뒤편의 저자의 삶을 궁금해합니다.
이렇게 멋진 문장을 쓰고 이토록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
아내는 어떤 사람일까?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아이들이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 날은 없을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할까?
......
그런 것들이 늘 궁금했었습니다.
어느날 이곳에 “선비 언”이라는 이름으로 그 작가의 딸이 나타났을 때
몹시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첫 번째 몽골여행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오늘 이 글... 아름답고 훌륭하네요.

그래도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참 부럽다^^
였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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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9.02 16:16:26 *.248.64.242
올려진 글이 있었는데 왜지웠나 했더니...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많이 조심스럽겠지요?

훌륭한 딸을 둔 소장님은 행복하시겠습니다.^^*

물흐르듯이 편안하게 쓴 글 보면 아빠닮은 것을 부정할 수없을 것같아요.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누가 만들 수있을까요?
선비 언님이겠지요.
아빠닮아가다가 더 훌륭한 아빠를 뛰어넘는 선비 언님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소장님 책을 통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한번은 집에서 고3인 선비언님을 뵌적도있어요.

이제는 선비언님을 통해서 가족이야기를 들어볼 수있으면 어떨까요?
물론 선비언님의 글도 자주 올려주시구요.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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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9.02 17:20:47 *.70.72.121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칼리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p45

아빠가 하시는 일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잘 배우도록 해. 그러면 아마 큰 인물이 되어 더 많은 세상을 돕는 일을 하게 될거야. 언이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어보이는 구나. 그래서 든든하다.

아빠와 언이가 너무 각별해서 두려움이 일 정도라면 공연함일까? 무엇보다 스스로의 가짐을 잘 간직해 나가세요. 이쁘고 씩씩한 공주 & 왕자님!

몽골여행 중에 찍은 사진 가운데 초원에 누워 재순양이 찍어준 티없이 맑고 환한 웃음 너무 좋더라. 세상을 다 품어도 좋을 싱그러운 젊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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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9.02 17:32:24 *.233.198.88
조심할 줄 알면서도 지혜로운 선비 언님의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다정한 동반자 혹은 든든한 후원자가 아빠이시니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지요.
푸르게 성장하시어 그윽한 향기 발하는 꽃 피워내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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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9.02 19:04:42 *.102.141.133
사람들은 사부님을 빼다박았다고 했지만, 해언님 그자체로 빛이 있어 무척 매력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부님이 참 맑은 얼굴의 딸을 두셨구나~좋으시겠다.

그런데 '선비 언', 왜 선비일까 궁금하네요.

해언님이 닮고 싶은 사람을 곁에 두고서 아버지라 부르고, 라이벌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참 좋아보입니다.
하지만 저도 사부라 부르고, 라이벌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부럽진 않습니다.

저 역시 지금은 사부님의 길을 바라보지만
언젠가는 뛰어넘고 싶은 라이벌로서,
해언님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네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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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9.02 22:04:13 *.165.37.22
지난번 7월 연구원 모임때였던가. 해언님이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을 했고 나도 모르게 무언가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에 답변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대의 표정과 질문속에서 나는 선생님의 DNA를 발견했었다.

위의 다인말처럼 나 역시 선생님을 뛰어 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라이벌 중 하나다. 선생님이시기에 난 이 목표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스승의 날을 기념하던 날 나는 이렇게 기념액자에 내 마음을 표현했었다.

'선생님처럼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말에는 몇 단어가 숨겨져 있었다. 저만의 기질과 강점을 바탕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선생님처럼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런 마음 말이다.

그대의 글에서 난 이제 3살된 내 첫 딸아이 청빈과 최근에 태어난 호동이에게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부녀관계에서도 난 선생님보다 훌륭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나 역시 내 아이들과 소통의 어려움도 겪고 그대가 기술한 여러가지 감정의 파고를 넘나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난 의미있고 가치있는 체험이라 생각하기에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대와 다인을 포함한 수많은 선생님의 라이벌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도식화 된 세상의 룰에 갇혀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자기다움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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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9.03 07:12:47 *.104.250.227
선비 언님의 글에서 아버지를 느꼈다고 여기는 분들의 생각은 '글을 잘 쓴다'는 느낌 때문이겠지요. 사실 선생님이 글을 잘 쓰시잖아요?

선비 언님의 글에서는 선생님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이 스쳐 지나감을 또한 느낍니다. 그 어떤 것이 님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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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9.03 11:14:57 *.109.50.48

선비언님!

나는 한 때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 라고
아버지한테 공언했는데 (아버지는 자식들 앞에서 한 번도 소리내서
웃어 본적이 없는 무서운 아버지셨죠)
사람들은 내가 가장 아버지를 닮았다더군요...

그래서 알게 됐죠 아비지를 잘 이해하고 알게 되는 것이
곧 아버지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거...

나는 아버지와 다른 인생행로를 갑니다.
그러나 나는 대목수셨던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물려받았습니다.
전문가의식으로 내 삶속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죠.

그런 아버지가 먼 길을 떠나실 때
한 마디 하시더군요...
'나를 닮아서 걱정이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을 보니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도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을 느낌니다.
숨겨져 있는 용기가 느껴지고, 그리고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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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2007.09.03 11:52:28 *.128.229.230
오늘 아침 포도주 빛 드레스의 뒷 자크를 올려 주며, 밖의 세상으로 외출하는 내 딸을 보게 되었다. 그때 그 작은 아이가 이제 매력적인 여인이 되었구나.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
'순자'에 나오는 말이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배우기를 그치지 않으면 선생을 능가할 수 있다.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만이 스승을 빛낼 수 있다.

평범한 사람도 배우기를 그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스승을 넘어설 수 있다. 어린 아이일 때 숙제로 네가 들고 갔던 급조된 가훈을 기억하느냐. 그러나 지금 보니 그 가훈이 진짜 우리집 가훈이 될 만큼 내 마음에 드는구나.

'힘껏 배워서 늘 푸르고 고운 사람'
폼나지 않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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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9.03 14:26:22 *.93.113.61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저 좋고,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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