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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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총 6박 7일이었다. 하루 하루가 잊을 수 없는 날들이었지만, 내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아 보라고 하면, 셋째날과 넷째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1) 혼자서 말을 타다
몽골에서 말을 타는 두번째 날이다.
이 날, 아침은 상당히 분주했다. 사흘 째 샤워를 못한 (최)영훈 형이 드디어 살아남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희석에게는 많이 미안했지만, 얼떨결에 따라가서 얼마 되지 않는 물로 고양이 세수 같은 샤워라도 하고 나니 몸이 퍽 개운했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다시 말을 타기 위해 출발했다. 또 다른 새로운 날의 시작이다.
나는 종윤이 형과 한 조가 되었다. 우리의 말을 끌어주는 기수는 무뚝뚝한 표정의 몽골 아이였다. 먼지 나는 말 엉덩이 뒤를 따라가며 이리 저리 치이다 보니, 앞 쪽에서 호젓하게 걸어가는 사부님과 (최)영훈 형의 뒷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빠른 시간 내에 말 뒤꽁무니를 벗어나, 혼자 말을 타기 위해 우리 둘은 이 녀석과 무언가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하려 해보았지만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쏘세지, 쵸코바 등의 뇌물과 잉케의 도움을 빌어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종윤형의 말은 얼굴에 상처가 많은 황토색 말이었고, 내 말은 온 몸이 새까만 검정색 말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예뻤던 그 검정 말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 많이 아쉽다. 우연히 나의 상의는 검은 색이었고,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말과 참 어울렸다고 한다. 이 날, 나는 병곤 형의 질투로 ‘후까시 김’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처음으로 츄우,를 외치며 혼자 말을 달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말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들판을 달리느라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중간 휴식지인 마을에 도착하기 전, 몽골 의 시원한 풍광을 몇 장 더 남겨 보았다.
2) 황야의 몽골 마을
우리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 황량한 풍경 속에,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먼저 도착한 사부님, 종윤 형과 함께 마을의 낡은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손 때 묻은 나무 창문 밖에는 햇살이 쟁쨍 내리쬐고 있었고, 말을 타며 먼지를 들이마셨던 목구멍을 타고 꿀꺽 꿀꺽, 넘어가는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시원한 맥주와 몽골의 광천수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참 독특한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나는 몽골이 아닌 서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가게 앞에서 만난 몽골의 달근이 꼬마. 어이~ 자네 왔는가 ^^
몽골의 보드카 한 병을 들고 광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몽골 여행에는 역시, 칭기스칸 보드카! 캬~
써니 누나의 몽골 연인, 늠름한 바트르^^
서부의 장고처럼 당당한 희석 ^^
3) 유쾌한 점심 시간
황야 속의 몽골 마을에서 휴식을 끝낸 뒤, 우린 점심을 먹기 위해 들판의 텐트로 향했다. 그 곳에는 여기가 몽골인지, 한국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던 비빔밥 재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써니 누나와 은남 누나가 커다란 양푼에 재료를 듬뿍, 양껏 집어넣고 맛깔나게 비빔밥을 비벼 주었다.
우리는 몽골의 들판에서 이국적이며 전통적인 점심 식사를 맛있게 즐겼다. 그런데 양이 조금 많은 게 문제였다. 한 쪽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벌칙으로 먹기 시작하더니, 결국 팀을 나눠 닭싸움으로 승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진 팀이 남은 비빔밥을 모두 먹어야 하는 참으로 무서운 경기이다.
이 날, 닭싸움의 히어로는 당연 희석. 벌칙이 과중했던 탓인지 평소에는 윗사람을 참 깍듯이 대하는 공손한 희석은 이 순간 만큼은 형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큰 키를 이용해서 상대편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또 재미있었던 게임은 창용 형과 오윤의 승부였다. 이 게임의 결과는 밝히지 않겠다. 사진을 보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다행히 남은 비빔밥은 몽골인들의 식사가 조금 부족한 관계로 가져가 버렸다. 모두에게 잘 된 일이다.
이제 식사들 다 마친 우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즐겼다. 어떤 이는 낮잠을 청하고, 어떤 이는 눈 앞의 언덕을 오르고, 어떤 이는 몽골어를 배우고, 또 어떤 이들은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들판을 나섰다. 역시 어른들과는 달리 아직 힘이 넘치는 원영은 들판에서 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4) 바람 부는 언덕
나는 잠시 천막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다, 눈 앞의 언덕을 올랐다. 오후 1시나, 2시 쯤이었을까. 사방이 조용하고,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치는, 햇살이 눈부신 몽골의 오후였다.
언덕을 오르며, 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와 함께 고요한 풍경을 즐겼다. 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 먼 곳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방은 탁 트여 있었지만, 그 풍경 안에서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나를 감싸주었다. 시원한 바람이었다. 외로운 바람이었다. 참 아늑한 바람이었다.
내가 나를 만났던 그 순간들, 그 고요한 공간들을 기록해본다.
바람을 즐기며, 구름을 즐기며, 언덕을 오르자 먼저 오른 이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바람에 취해 있었다. 하늘에 취해 있었다. 햇살에 한껏 취해 있었다. 모두 만취 상태였다.
해언은 휘파람을 불며 이리저리 떠돌았고, 희석은 카메라를 휘돌리며 노래를 불러 젖혔고, 재동이 형은 같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채, 희석의 음악 세계와 열심히 교감하고 있었다. 은남 누나는 바람 따라 능선따라 어슬렁거렸고, 은미 누나는 바위에 앉아 머나먼 지평선을 바라보았고, 종윤 형과 병곤 형은 같은 듯 다른 자세, 각가 텔레토비와 오병칸의 폼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우리는 좋은 휴식을 마치고, 언덕을 내려왔다. 그들은 그 곳에서 함께 있었지만, 아마 따로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구름 아래에서, 바람 속에서 세차게 흔들리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대가 누구이든,
어느날 저녁
집 밖으로, 그 익숙한 곳을 떠나, 한 걸음만 나서면
바로 옆에 광대무변한 공간
우리는 그 날 오후, 릴케가 노래했던 그 '광대무변한 공간' 속에 서 있었다. 초록빛 망아지의 엉덩이를 닮은 둥그런 동산 위에는 새하얀 구름 꽃들이 피어 오르고 있었고, 저 멀리 수천 개의 눈부신 햇살들이 빛의 길을 지상에 내리고 있었고, 기름기 없이 바싹, 마른 세찬 바람과 바람 사이 텅 빈 허공 속에는, 이상하게도 내가 서있었다. 그 어디에도 없는 내가, 그 곳에서 한없이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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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서 말을 타다
몽골에서 말을 타는 두번째 날이다.
이 날, 아침은 상당히 분주했다. 사흘 째 샤워를 못한 (최)영훈 형이 드디어 살아남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희석에게는 많이 미안했지만, 얼떨결에 따라가서 얼마 되지 않는 물로 고양이 세수 같은 샤워라도 하고 나니 몸이 퍽 개운했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다시 말을 타기 위해 출발했다. 또 다른 새로운 날의 시작이다.
나는 종윤이 형과 한 조가 되었다. 우리의 말을 끌어주는 기수는 무뚝뚝한 표정의 몽골 아이였다. 먼지 나는 말 엉덩이 뒤를 따라가며 이리 저리 치이다 보니, 앞 쪽에서 호젓하게 걸어가는 사부님과 (최)영훈 형의 뒷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빠른 시간 내에 말 뒤꽁무니를 벗어나, 혼자 말을 타기 위해 우리 둘은 이 녀석과 무언가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하려 해보았지만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쏘세지, 쵸코바 등의 뇌물과 잉케의 도움을 빌어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종윤형의 말은 얼굴에 상처가 많은 황토색 말이었고, 내 말은 온 몸이 새까만 검정색 말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예뻤던 그 검정 말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 많이 아쉽다. 우연히 나의 상의는 검은 색이었고,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말과 참 어울렸다고 한다. 이 날, 나는 병곤 형의 질투로 ‘후까시 김’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처음으로 츄우,를 외치며 혼자 말을 달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말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들판을 달리느라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중간 휴식지인 마을에 도착하기 전, 몽골 의 시원한 풍광을 몇 장 더 남겨 보았다.
2) 황야의 몽골 마을
우리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 황량한 풍경 속에,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먼저 도착한 사부님, 종윤 형과 함께 마을의 낡은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손 때 묻은 나무 창문 밖에는 햇살이 쟁쨍 내리쬐고 있었고, 말을 타며 먼지를 들이마셨던 목구멍을 타고 꿀꺽 꿀꺽, 넘어가는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시원한 맥주와 몽골의 광천수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참 독특한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나는 몽골이 아닌 서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가게 앞에서 만난 몽골의 달근이 꼬마. 어이~ 자네 왔는가 ^^
몽골의 보드카 한 병을 들고 광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몽골 여행에는 역시, 칭기스칸 보드카! 캬~
써니 누나의 몽골 연인, 늠름한 바트르^^
서부의 장고처럼 당당한 희석 ^^
3) 유쾌한 점심 시간
황야 속의 몽골 마을에서 휴식을 끝낸 뒤, 우린 점심을 먹기 위해 들판의 텐트로 향했다. 그 곳에는 여기가 몽골인지, 한국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던 비빔밥 재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써니 누나와 은남 누나가 커다란 양푼에 재료를 듬뿍, 양껏 집어넣고 맛깔나게 비빔밥을 비벼 주었다.
우리는 몽골의 들판에서 이국적이며 전통적인 점심 식사를 맛있게 즐겼다. 그런데 양이 조금 많은 게 문제였다. 한 쪽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벌칙으로 먹기 시작하더니, 결국 팀을 나눠 닭싸움으로 승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진 팀이 남은 비빔밥을 모두 먹어야 하는 참으로 무서운 경기이다.
이 날, 닭싸움의 히어로는 당연 희석. 벌칙이 과중했던 탓인지 평소에는 윗사람을 참 깍듯이 대하는 공손한 희석은 이 순간 만큼은 형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큰 키를 이용해서 상대편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또 재미있었던 게임은 창용 형과 오윤의 승부였다. 이 게임의 결과는 밝히지 않겠다. 사진을 보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다행히 남은 비빔밥은 몽골인들의 식사가 조금 부족한 관계로 가져가 버렸다. 모두에게 잘 된 일이다.
이제 식사들 다 마친 우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즐겼다. 어떤 이는 낮잠을 청하고, 어떤 이는 눈 앞의 언덕을 오르고, 어떤 이는 몽골어를 배우고, 또 어떤 이들은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들판을 나섰다. 역시 어른들과는 달리 아직 힘이 넘치는 원영은 들판에서 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4) 바람 부는 언덕
나는 잠시 천막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다, 눈 앞의 언덕을 올랐다. 오후 1시나, 2시 쯤이었을까. 사방이 조용하고,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치는, 햇살이 눈부신 몽골의 오후였다.
언덕을 오르며, 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와 함께 고요한 풍경을 즐겼다. 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 먼 곳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방은 탁 트여 있었지만, 그 풍경 안에서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나를 감싸주었다. 시원한 바람이었다. 외로운 바람이었다. 참 아늑한 바람이었다.
내가 나를 만났던 그 순간들, 그 고요한 공간들을 기록해본다.
바람을 즐기며, 구름을 즐기며, 언덕을 오르자 먼저 오른 이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바람에 취해 있었다. 하늘에 취해 있었다. 햇살에 한껏 취해 있었다. 모두 만취 상태였다.
해언은 휘파람을 불며 이리저리 떠돌았고, 희석은 카메라를 휘돌리며 노래를 불러 젖혔고, 재동이 형은 같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채, 희석의 음악 세계와 열심히 교감하고 있었다. 은남 누나는 바람 따라 능선따라 어슬렁거렸고, 은미 누나는 바위에 앉아 머나먼 지평선을 바라보았고, 종윤 형과 병곤 형은 같은 듯 다른 자세, 각가 텔레토비와 오병칸의 폼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우리는 좋은 휴식을 마치고, 언덕을 내려왔다. 그들은 그 곳에서 함께 있었지만, 아마 따로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구름 아래에서, 바람 속에서 세차게 흔들리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대가 누구이든,
어느날 저녁
집 밖으로, 그 익숙한 곳을 떠나, 한 걸음만 나서면
바로 옆에 광대무변한 공간
우리는 그 날 오후, 릴케가 노래했던 그 '광대무변한 공간' 속에 서 있었다. 초록빛 망아지의 엉덩이를 닮은 둥그런 동산 위에는 새하얀 구름 꽃들이 피어 오르고 있었고, 저 멀리 수천 개의 눈부신 햇살들이 빛의 길을 지상에 내리고 있었고, 기름기 없이 바싹, 마른 세찬 바람과 바람 사이 텅 빈 허공 속에는, 이상하게도 내가 서있었다. 그 어디에도 없는 내가, 그 곳에서 한없이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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