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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7일 09시 58분 등록

겨울 편지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詩 박 세현
****************************************************

슈베르트 :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 중 하나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827년에 작곡되었다. 당시 병마와 가난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슈베르트의 쓸쓸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불후의 명곡들이 담겨 있다.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운 겨울길을 쓸쓸히 걸어가는 나그네의 우수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이중 <보리수>, <홍수>, <거리의 악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엠파스 인용>

연가곡 겨울나그네 제 5번곡 - 보리수 입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구요.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라면 겨울밤에 더 걸맞을 것 같은데......
오후에 하늘이 잔뜩 낮게 내려오길래 눈발이라도 기대 했으나 아니네요.
눈오는 겨울 오후에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 듣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반 아침 음악감상곡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네 번 아침 10분간 학교음악감상실에 수록된 주옥같은 클래식을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음악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어 클래식 음악 폭이 좁은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올해 우리반 6대 뉴스에 아침 음악감상이 들은 것 보면 아이들에에게도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도처에 겨울손이 불쑥불쑥 올라 옵니다.
황금색 잔디, 옷이 얇아 걱정인 우리집 발발이 복순이,
나목으로 겨울바람의 시련에 열정으로 맞서며 더욱 붉은 기운 피워올릴
의연한 우리집 겨울나무들.
빈 들판을 채우는 억새들의 서걱거림, 푸른 몸 옹골차게 하늘과 맞서고
있는 윤씨네 배추밭, 더욱 등이 굽은 옆집 김노인의 해소 기침소리.....
겨울의 둔탁한 걸음이 싫지만 않은 것은 꿈벗은 아니지만
10년 후 풍광을 위해 겨울방학 뜨거운 열기로 채울 준비를 끝냈기 때문입니다.
즐겁습니다. 꿈이 있다는 것이.

초등 4학년 우리반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쓴 짧은 글 한 편 올립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제가 보기에) 개인택시 운전사구요.
삼남매 이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아니지만 급식비를 못냅니다.
거의 매일 음주로 가재도구를 깨부수고 엄아에게 폭행을 일삼는
아비로부터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삼남매는 안간힘을 써다
오빠는 학교 결석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 잘 웃습니다. 달리기와 축구왕이구요.
수학을 못해 매일 남아서 저와 함께 수학 공부를 합니다.
덕분에 수학 낙제는 면했다며 즐거워 합니다.

**************************************************

어머니의 아픔



어머니는 많은
고통을 당하십니다

우리 아빠의 욕과 술
그만큼 아픔을 겪으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고통을 겪으며

우리를 지켜주시는
우리 어머니


몸 뒤척이는 부엉이 울음 소리, 돌아 눕는 대숲 바람소리
적막을 깨는 기인 겨울밤
적적하여 몇 잔 나눈 술에 취기가 제법 돕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IP *.121.24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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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12.07 03:25:21 *.253.249.10
이미 지나간 추억이지만
나도 한때 나나 무스쿠리의 사랑의 기쁨을 듣고 눈물 지을 때도 있었고, 한량한 산을 등반하여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서 딩구는 낙엽을 보며 허무한 마음을 주제하지 못할 때도 있었건만, 지금은 생을 마감하는 허상의 나이에 왔으니...

한숨자고 일어나 혹시 나의 길을, 나의 생각이 멈추어진 공간이 있는가 찾다가 松賢의 글과 음악을 듣고 적막한 나의 맘속에 빠져 듭니다.

탁 트인 나의 집 삭막한 아파트에 생각으로나마 대숲바람소리를 송현의 음악소리와 함께 나의 귀전을 아롱 그리게 합니다.

좋은 글, 아름다운 미성의 음악, 넘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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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07 08:01:25 *.70.72.121
지금은 음악을 들을 수 없음이 아쉽네요... 컴이 고물이라서... 나중에 다시 들을게요.

겨울 나그네... 어쩜 이렇게 시기도 잘 선택하셨는지요. 아주 좋아요.
오늘은 근무 내내 이 곡을 틀어 놓겠어요. 아마도 환자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제는 정말 눈발이 날릴 줄 알았어요. 하늘의 표정으로 봐서는...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이 구절에서 저도 갑자기 숨을 잠시 멈추어야 했어요.(ㅋ) 제 아우가 깜짝 놀랄까봐요. 하지만 아마 이제 이런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상대에게 더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부끄러움도 잠시 내려놓게 될 테니까요. 그때엔 꼭 안아 반겨주셔야 해요.

선생님의 길은 아이들의 근심걱정까지 함께 안고 가야하니 언제나 고달픈 일이지요. 그 아이들의 어두운 그림자를 티 없이 맑고 밝게 이끌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어린 벗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사랑은 모두에게 베푸시는 은혜보다도 더 중요하고 아주아주 큰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꿈이 잘 자라야 건강한 삶을 살게 되니까요.

그 댁의 평안을 빕니다. 늘 건강하세요.

참, 꿈 벗이 아니시라니요? 한 사람이 벗이면 그 가족 전체가 이미 꿈 벗에 물드는 것 아직 모르시나요? 당연히 저희 멤버지요. 택도 없는(?) 당팔이 행님보다 더 강력한 사실상의 벗이지요. 두 분께오서 항상 사랑 충만 하시길 한 번 더! 바랍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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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2007.12.07 10:47:01 *.243.45.194
"꿈을 꾸고 그것을 마음의 바위에 새겨보자. 그리고 매일 지켜보자. 밤이나 낮이나 그 일을 생각하며 시간을 흠뻑 투자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꿈과 계획들을 다시 떠올리고 혹시 흩어져 있다면 다시 챙겨 매일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자. 그러면 꿈을 이룰 것이다.
2006. 10. 18일 <행복한 동행> 구본형 소장님 글 중에서

요즘 새벽잠의 유혹에 뒹구는 자신을 채찍하며 떠올리는 글귀입니다. 초아 선생님, 써니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5번곡 <보리수> 들으면 슬픔으로 사유에 빠져들곤 합니다.
1번곡 <안녕히...>도 가슴 저리게 하는 곡이죠.
1827년에 빌헬름 뮐러의 <겨울여행>시에 곡을 붙인 <겨울나그네>는 전반에 걸쳐 고독함이 묻어 있다죠. 1년후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나 봅니다. 하늘 낮은 날 전곡을 꼭 듣고 싶습니다.

푸른 나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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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7.12.07 11:01:06 *.120.97.115
저도 사무실이라 음악은 못 듣지만 시와 글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아껴 주시는 선생님을 보니 한 아이의 아빠로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의 고통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앞으로 아빠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이 아이들을 다른 쪽으로 이끌어가지 않을지,

아이들이 급식비를 제대로 못내면 혹시 급식을 받지 못하는지요?
급식을 못받고 있다면 어떻게든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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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2007.12.07 16:11:18 *.243.45.194
용균님, 마음이 참 따듯한 분이군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급식비 못낸다고 밥 못 먹는 일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학교 행정실 자체에서 해결하더라구요.

오빠에게 얻어 맞아 이마에 대일밴드 붙이고 온 아이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늘 걱정입니다. 폭력 아비 보며 배우는 게 뭐 있을까요...

요즘 <부모교육> 공부 하면서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꼭 받아야할 교육이라는 생각 절실합니다. 문제아 뒤엔 꼭 문제 부모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상처받은 아이들의 영혼은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죠. 대처능력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더더욱...
부모는 반듯 댓가를 치러햐 하구요.
모르긴 몰라도 그 아빠도 어릴적 성장환경에 분명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을 함부로 미워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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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7.12.08 01:25:35 *.21.188.39
서정애 선생님,
마음이 따뜻하다 말씀하시니 부끄럽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야 세상의 다른 아이들의 삶이 그나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부족한 사람입니다.
세상에 왠 아이가 그렇게 많은 것인지,,결혼 전엔 몰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가 그냥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깨닫습니다.
저는 동경에서 살고 있는데, 어제 2개월 된 아이가 너무 울고 보챈다고 해서 아이를 굶겨 죽인 부모(24살 아빠에 19살 엄마)가 구속되었습니다.
많이 슬프고 애통한 가운데 선생님 글을 봐서 어쩌면 더 아팠던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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