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蘇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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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번 레인보우 파티가 있던 날, 초아선생님께 아주 의미깊은 호를 받았습니다. 저는 오늘 부터 소은(蘇隱 : 감추인 것들이 소생하다)이란 이름으로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제 염원을잘 담아서, 정성껏 호를 짓고 손수 멋진 필치로 분홍 화선지에 쓰셔서, 부산에서 직접 가져오신 선생님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올 한 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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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31
하루 후에 다가올 나의 새 해,
이전 해들과는 다른 해를 만들어보리라.
2008.1.1.
다른 해가 되려면 먼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내가 되기 위한 행동 전략으로 가장 상징적인 것이 있다면?
그래 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2008.1.2
어렸을 때 주변의 언니, 오빠, 삼촌, 선배들, 특히 남자들은
무언가 단호히 결심할 때 그 결심에 대한 외적인 표시로
머리를 박박 밀곤 했다.
적어도 새 결심이 작심삼일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머리를 자르자, 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러 저항들과 싸운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나에게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는 일은
단호한 결심의 상징 이상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남을 의식하던 내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일이다.
보다 주관적인 삶을 살겠다는 나름의 천명이다.
남에게 잘보이고 싶은(외모까지도) 끈질긴 욕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2008. 1.3
내 마음 속을 휘젓고 다니며 괴롭히던 저항들을 잠재우다.
머리를 자르기로 하다.
거의 20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숏커트!
아주 짧게 자르고
나 스스로 통쾌해지고 싶다.
외적인 변화가 내 안의 변화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역 사 앞 에 서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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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隱
결심한대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간편한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가발을 쓰라고 하기도 하구요,
짧은 머리가 엄마를 더 아줌마 같이 보이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네 놈이 다 나를 얼싸안고, 엄마 아닌 아줌마가 집안을 어슬렁대는 것 같은 낯설음이 있다고 야단입니다.
내가 좀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엄마는 그래도 얼굴이 되잖아'하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줍니다.
큰 놈은 머리가 다시 원상복귀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걱정을 합니다.
가장 인정이 많은 막내는 '자꾸 보니까, 뉴요커같다'고
제 딴에 후한 칭찬까지 해줍니다.
사실 저 역시 자신이 아직은 낯이 섭니다.
20년 나를 지탱해온 '나의 분위기'라는 것이 많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사람 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상념 자체이던, 목에 닿던 치렁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내 안에서 개운한 기운 같은 것이 솟구칩니다.
내일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제각각 보일 반응들이 기대됩니다.
전혀 심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써니님의 댓글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 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렇게 보고자 하는 그대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늘 사심없는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간편한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가발을 쓰라고 하기도 하구요,
짧은 머리가 엄마를 더 아줌마 같이 보이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네 놈이 다 나를 얼싸안고, 엄마 아닌 아줌마가 집안을 어슬렁대는 것 같은 낯설음이 있다고 야단입니다.
내가 좀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엄마는 그래도 얼굴이 되잖아'하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줍니다.
큰 놈은 머리가 다시 원상복귀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걱정을 합니다.
가장 인정이 많은 막내는 '자꾸 보니까, 뉴요커같다'고
제 딴에 후한 칭찬까지 해줍니다.
사실 저 역시 자신이 아직은 낯이 섭니다.
20년 나를 지탱해온 '나의 분위기'라는 것이 많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사람 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상념 자체이던, 목에 닿던 치렁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내 안에서 개운한 기운 같은 것이 솟구칩니다.
내일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제각각 보일 반응들이 기대됩니다.
전혀 심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써니님의 댓글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 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렇게 보고자 하는 그대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늘 사심없는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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