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蘇隱
  • 조회 수 3678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08년 1월 5일 01시 36분 등록

제가 지난번 레인보우 파티가 있던 날, 초아선생님께 아주 의미깊은 호를 받았습니다. 저는 오늘 부터 소은(蘇隱 : 감추인 것들이 소생하다)이란 이름으로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제 염원을잘 담아서, 정성껏 호를 짓고 손수 멋진 필치로 분홍 화선지에 쓰셔서, 부산에서 직접 가져오신 선생님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올 한 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7. 12. 31



하루 후에 다가올 나의 새 해,

이전 해들과는 다른 해를 만들어보리라.



2008.1.1.



다른 해가 되려면 먼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내가 되기 위한 행동 전략으로 가장 상징적인 것이 있다면?

그래 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2008.1.2



어렸을 때 주변의 언니, 오빠, 삼촌, 선배들, 특히 남자들은

무언가 단호히 결심할 때 그 결심에 대한 외적인 표시로

머리를 박박 밀곤 했다.

적어도 새 결심이 작심삼일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머리를 자르자, 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러 저항들과 싸운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나에게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는 일은

단호한 결심의 상징 이상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남을 의식하던 내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일이다.

보다 주관적인 삶을 살겠다는 나름의 천명이다.

남에게 잘보이고 싶은(외모까지도) 끈질긴 욕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2008. 1.3



내 마음 속을 휘젓고 다니며 괴롭히던 저항들을 잠재우다.

머리를 자르기로 하다.

거의 20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숏커트!

아주 짧게 자르고

나 스스로 통쾌해지고 싶다.

외적인 변화가 내 안의 변화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역 사 앞 에 서 주목하고 싶다.
IP *.18.196.74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1.03 17:14:45 *.70.72.121
그녀의 개인사, 그녀의 자서전, 그녀의 시대를 아우르는 글이 두둥실 떠오르는 달덩어리로,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영롱한 진주방울 같은 이슬로, 정직한 눈동자로, 대지를 품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아지누나.


가라, 인고의 머리카락들이여
들숨과 날숨이여
그리고 가슴속 회한들이여
멀리 더 멀리 나부끼며 힘차게 뻗어나가라


우리는 다시 살 지어니, 우리는 새로 태어날 것이어니
두려움 없이 떠나라
그리하여 오랜 꿈이여 열망이여 우리들의 사랑이여
이 장엄한 새생명의 탄생과 역사의 시작을 우렁찬 함성으로 알리라. 둥둥둥
프로필 이미지
蘇隱
2008.01.03 23:59:20 *.18.196.74
결심한대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간편한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가발을 쓰라고 하기도 하구요,
짧은 머리가 엄마를 더 아줌마 같이 보이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네 놈이 다 나를 얼싸안고, 엄마 아닌 아줌마가 집안을 어슬렁대는 것 같은 낯설음이 있다고 야단입니다.
내가 좀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엄마는 그래도 얼굴이 되잖아'하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줍니다.
큰 놈은 머리가 다시 원상복귀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걱정을 합니다.
가장 인정이 많은 막내는 '자꾸 보니까, 뉴요커같다'고
제 딴에 후한 칭찬까지 해줍니다.
사실 저 역시 자신이 아직은 낯이 섭니다.
20년 나를 지탱해온 '나의 분위기'라는 것이 많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사람 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상념 자체이던, 목에 닿던 치렁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내 안에서 개운한 기운 같은 것이 솟구칩니다.
내일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제각각 보일 반응들이 기대됩니다.
전혀 심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써니님의 댓글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 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렇게 보고자 하는 그대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늘 사심없는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8.01.04 07:51:52 *.253.249.10
머리짜른 한숙양을 생각하면서...
모습이 오드리 햅븐같을까?
아님 스님같은 모습에 눈 만 큼직하게 껌벅그릴까?
좀 더 젊었을 때 짤라야 하는데 말이야...
좀 더 젊었을 데 변화의 물결이 일어야 명작을 냈을 터인데... 허ㅎㅎ

새해부터는 연구원이 되어 북리뷰에 머리싸메는 모습이 보인다.
전에 연구원이 되겠다는 말씀 허언은 아니겠지.
한 일년 고생하시게...
그리고 나의 책을 선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침을 연다.

프로필 이미지
蘇隱
2008.01.04 09:07:50 *.18.196.74
초아 선생님

제 글에 처음으로 달아주시는 댓글인 거 아시죠.
제 모습요? 오드리 햅번 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 일 년 고생하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올 한 해 더욱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8.01.04 19:55:15 *.131.127.98
소은님!

저는 이 곳에서 배움이 참 많습니다.

살아서 생생한 글에서 부터
마음 속 한웅큼 불덩이 토해내듯 타는 갈증...
그러면서도 잘 정화되어 있는...

온통 닮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것들의 천지입니다.

모닝페이지, 오프모임, 그리고 결단성까지
준비된 소은님의 일전(一戰)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거라는 생각이 벌써 듬니다.

감추어져 있던 빛이 ...발하는 한 해 되시기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정양수
2008.01.05 21:21:37 *.132.188.244
'소은'이 한숙님이군요.

"감추인 것들이 소생하다."
소은님은 원래 소생해져 있었습니다.
원래 그러하니 소은님의 뜻대로 되실 겁니다.

어깨에 힘을 풀고 올 한해 연구원 활동하신다면 좋은 결과를 이루실 것 같습니다. 화이팅!!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74 꿈벗 봄소풍은 언제하려나 [28] [15] 운제김달국 2010.04.07 117543
3573 엑스터시 가설 바람95 2016.08.19 44453
3572 구본형 MBC TV 특강 - 11월 26일 수요일 1:35분 [6] 부지깽이 2008.11.24 38611
3571 Love Virus 그림엽서 신청하세요 file [1] 타오 한정화 2014.10.31 29530
3570 자연을 그.리.다. 생태드로잉 수업합니다! file 미나 2014.09.10 26486
3569 파일첨부 안되는 경우 참고하세요 file [20] [10] 관리자 2008.12.30 23915
3568 <내 인생의 첫 책쓰기>프로그램에 참여할 22기를 모집합니다 오병곤 2022.06.21 22362
3567 한쪽 방향으로만 도는 기어 file [1] [29] 한정화 2009.11.29 22007
3566 -->[re]사이트 개편에 적응이 안되네요^^ [1] 운영자 2003.01.22 21796
3565 연구원/꿈벗 리프레쉬 강좌 참여자 모집 [4] 부지깽이 2012.10.31 16771
3564 이직 이야기 3- 이직 후 적응이 어려운 다섯가지 이유 [2] [1] 교산 2009.02.12 16588
3563 MBC 다큐멘터리 가장슬픈 이야기 풀빵엄마... 강호동 2010.01.06 15341
3562 -->[re]사이상에서의 명칭(인격) 대해 [6] 테리우스 2003.01.26 15275
3561 책을 읽다 보니, [1] 구본형 2003.02.05 14999
3560 꽃동네에서 꽃은 떨어졌다 [2] [1] 꽃동네후원자 2003.01.29 14579
3559 <삼성레포츠센터> 글쓰기입문강좌 4주 [1] 한 명석 2014.12.11 14166
3558 20대를 위한 나침반 프로그램 안내 file [22] 박승오 2008.12.22 13663
3557 사이상에서의 명칭(인격) 대해 오태진 2003.01.26 13509
3556 책을 다시 읽으며........ [3] 이운섭 2003.01.28 13498
3555 자연의 마음으로 구본형 2003.02.03 13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