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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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귀하기로 유명한 이곳에 소담스럽게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 창밖 진풍경...
쌓인눈에 대숲이 일제히 '읍'하며 조아리고 있고 날개짓 활기찬
까치 서 너 마리 허공을 가르며 메밀꽃송이 펑펑 터지는 듯한
축포의 눈발을 희롱합니다.
새가 있어 풍요롭고 한가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출근하면서 사진 찍는다고 바지가 다 젖었어요.
아침부터 남편이 맞춰 놓은 '눈' 음악과 함께
봄을 시샘하는 것이 아닌 봄의 행진을 축하하는 겨울의 여유에 취했습니다.
눈꽃송이 세레모니로 봄에게 자리를 내주는 겨울 뒷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꽃샘추위로 대지를 정화하고, 삼월 서설로 갈증을 푼 대지는 곧 가슴 풀어
푸른젖줄 열겠지요.
봄 통과 의례를 마친 푸른 생명들에게 젖줄 물리며 어머니 대지는 한 숨
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집 홍매화는 벌써 꽃망울 펑펑 터뜨리는데 우리집 매화는 꽃망울만
탱탱히 부풀리고 있습니다.
1월 중순부터 꽃망울 몽글몽글 부풀려 몇 차례의 된추위에도 하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더니 어제의 많은 적설량에도 끄떡 없습니다.
자신의 분신을 보듬어 어느 것 하나라도 놓지 않으려는 매화의 모성이
눈물 겹습니다. 장하고도 장합니다.
한파에 일찍 맺은 매화꽃 봉우리가 참 걱정 되어 서성거렸거던요.
곧 꽃봉우리 열어 겨울산고 만큼의 향기를 보내주겠지요.
매화꽃 그늘 아래 서서 향기의 속살거림 들을 때면 벗을 불러
꽃잎 띄워 운치를 낸 맑은 차 한 잔 내고 싶습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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