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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31일 21시 37분 등록
호랑이 모습 한반도의 꼬리에 해당하는, 영일만의 우뚝 솟은 포항 운제산(482M)은 높이에 비해 등산의 묘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 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곳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한 내용을 토대로, 2001년 12월부터 예전의 장기곶에서 호미곶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그는 조선(朝鮮)십경(十景)중의 하나로 영일만 일출을 꼽은 바 있다.

운제(雲梯)산은 "구름다리" 산이라는 뜻으로 포항시 오천읍과 대송면에 걸쳐있는 나지막한 산이다.

가족 동반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이며, 신라의 자장율사, 혜공스님, 원효대사가 수도한 1400년 된 고찰 오어사를 품고 있어, 역사와 전설이 살아 있는 유서 깊은 명산이다.

우리나라에 고기 어(魚)자가 들어가는 절이 세 곳 있는데, 부산의 범어사, 삼량진의 만어사, 그리고 포항의 오어사다.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로 이곳에 세워진 오어사의 원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였다.

인도의 갠지스 강을 한자식 발음으로 읽으면 항사(恒河)이고, 수학에서 10의 52승을 항사사(恒河沙)라고 하는데, 갠지스 강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다는 뜻으로,

이 곳 항사리라는 지명도 당(唐)나라에 건너가 8년간 전국 유명 사찰을 돌며 도를 닦고 귀국한 고승 자장이 이를 본 따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항사사가 오어사로 바뀐 데도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오어사 대웅전 앞의 안내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 신라십성(新羅十聖)으로 숭상되는 혜공(惠空)스님과 원효스님이 서로의 신통력(法力)을 겨루어 보기로 하고, 죽어가는 두 마리의 물고기를 법력으로 살리는 시합을 하였다.
그런데 한 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는 힘차게 상류로 헤엄쳐 가는 것이었다.
두 스님은 헤엄치는 물고기를 가리키며 서로 " 내 고기야" 라고 했다. 그래서 절 이름을 "내 고기" 라는 뜻으로 "나 오(吾), 고기 어(魚)를 따서 오어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
ㅎㅎㅎ

마치 인턴 과정을 수련하고 있는 두 스님의 좀스런 해프닝으로 보인다.

이 글의 말미에 함장의 강점을 살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유추 해석하여 위의 개명 사건의 전모를 팩션(Faction)으로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어제 비가 간간이 흩날리는 가운데, 스승님과 초아 선생님, 그리고 포항의 오옥균선배님, 꿈 프로그램 동기 白烏 김용규님, 연구원이었던 도명수님, 현직 연구원 이한숙님, 써니님, 여행자 김성주님, 김해에서 오신 귀염둥이 홍정길님, 吾 함장까지 열 명의 답사 팀이 10시10분 쯤 오어사 주차장에 모였다.

오늘 답사의 구체적인 루트는 정해져 있지 않았고, 12시에는 어당팔 형님댁의 점심 만찬을 위해 이동 해야 하는 시간적 제한을 받고 있어서, 발길 닿는대로의 투어를 1시간 정도하고 출발하리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움직였다.

먼저 오어사 절 앞의 동쪽으로, 마치 학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200만톤 규모의 1급수 담수호 오어지를 구경하고,
이 오어지는 저수지로 사용하기 전의 옛날에는 맑은 냇물이 유유히 흐르는 계곡이었을 터였다.

좌측에 있는 다리를 건너 원효암으로 행하는 산행로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것이 오늘 답사의 전부가 될 것 같지만, 산행로 입구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피어있는 진달래 무리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어 넋을 잃게 한다.

여기서 써니님의 꽃을 갖고 싶어하는 애교에, 새로운 헌화가(獻花歌) 버전이 도명수님에 의해 탄생하였다.

오어지에 노니는 열 마리 남짓되는 청둥오리 무리 중, 수컷의 숫자가 많은 것을 보니, 희한하게 우리 팀의 성별 구성비와 흡사하다.

다리에서 계곡 우측 위로 쳐다 보면, 자장암 주위의 경치가 굉장히 좋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는 듯한 현대식 목조 건물이 단아하던 옛 자장암의 절경을 뒤덮고 있었다.

계곡 위쪽 자장암에서 내려다 볼 조경을 위해서, 아래 쪽에서 위로 바라보는 비쥬얼의 손상은 불가피 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환경을 헤아리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들이여~

오어사 경내의 식수는 자연수라서 몇 모금 마셔본다. 맛이 지극히 순수한 이 물은 자장암이나, 원효암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한 때는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였다.

대웅전과 동종을 구경한 후에는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와 좌측의 계단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자장암에 닿을 수 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는, 돌 계단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경사가 심한 자장암에 오르는 것은, 자칫 험악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내심 자장암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좋다는 것을 잘 아시는 스승님의 마음을 알아차린 오옥균 선배님께서, 자장암으로 가는 임도가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에 길을 찾아 출발하였다.

30분을 우회해야 올라갈 수 있는데, 촉박한 점심 시간과 내리는 가량비 속에서 우회로를 찾지 못하고 잠시 헤매다가 어당팔님 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함장이 잘 쓰는 말 중의 하나가 “다음 기회가 있겠지” 인데, 사실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보다는 안 생기는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함장의 미래는 실현 가능성이 항상 더 높게 점쳐 진다.

자장암을 방문하지 못하신 스승님과 꿈벗은 반드시 재 방문하시어, 자장암에서 운제산 정상으로 이르는 조선의 10대 풍광 중의 일경을 소화하시기 바란다.

운제산의 정상에는 해병대의 혼을 새긴 대왕암(바다의 대왕암과 다름) 바위가 있고, 되돌아 나와서 좌측으로 난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 약 1시간 정도 내려가면 대각리에 소재한 영일만 온천에 닿는다.
산행 후의 온천은 피로회복에 더 없이 좋은 뒤풀이며, 물이 매끄러워 기분이 한층 업 될 것이다.

자료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이날이 원효스님께서 입적하신 지 1322년이 되는 기일이었다.
원효대사(617 ~ 686 3월30일)

이제부터, 앞에서 언급한 오어사 절 이름의 유래를 다시 알아보자.
일연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조금 다르다.

이혜동진(二惠同塵)편에 나오는 혜공스님이 원효스님에게 농담으로 던진 한 마디 '그대 똥과 내 고기(여분오어汝糞吾魚)'에서 유래됐다.

어느 날, 두 스님은 절 근처에 있는 냇가를 따라가면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 먹었다. 이 때 원효스님이 괴춤을 내리더니 바위 위에다 방변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혜공스님은 허허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그대가 누는 똥은 내가 잡은 물고기 일게요”

오어사의 안내서 내용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혜공스님과 원효스님의 법력(法力) 경합에 대한 내용은 어찌된 것일까?

고려 인종 때 왕명으로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 그리고 송(宋)나라 찬녕(贊寧)이 지은 <송고승전>을 참고한 함장의 팩션(Faction)은 이렇다.

일찍부터 남달리 영특했던 원효스님은 십세 무렵에 출가하여 이름난 고승을 찾아가 배우고 물었지만, 그에게 일정한 스승은 따로 없었다.<송고승전>

아마도 12세 무렵인 628년(진평왕 50년)에 항사사(지금의 오어사)에 머문 듯하다.

그 해 여름에 큰 가뭄이 들어 시장을 옮기고 용을 그려 비를 빌었다.(삼국사기)

냇가의 물줄기가 바짝 말라, 물이 마른 웅덩이 속의 물고기들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죽어가는 모습은 어린 원효에게 큰 안타까움으로 작용하여, 죽어가는 물고기를 물이 많은 하류의 큰 웅덩이로 옮겨 주는 일을 몇 날 동안 계속하게 된다.

그 당시 출가한 승려가 큰스님으로서 명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입당(入唐) 유학이 필수코스였다.
의상과 함께 두 차례의 유학을 시도하였으나, 첫 번째 유학은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순라꾼에게 붙잡혀 추방당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두 번째 유학시도는 무역선을 타고자 항구의 땅막에서 하룻 밤을 기거하다가, 그 유명한 해골 물을 마시고 득도(得道)하게 된다.

“마음 밖에 따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 이후, 기행으로 파계승이 되었다가, 마음을 바로잡고 저술을 목적으로 항사사(오어사)에 기거하면서 혜공스님과 함께 항사사를 오어사로 개명하게 된다.

이 때 혜공스님은 절 근처의 시내를 따라 천렵하면서 고기를 구워 먹고, 곡차를 마시며 원효스님의 저술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혜공스님과 원효스님이 바위 위에서 나란히 폼을 잡고 앉아 방변을 즐기다가,
혜공스님이 먼저 농을 건넨다.

“그대가 누는 똥은 내가 잡은 물고기 일게요”

그러자 원효 스님의 대답,

“그대가 누는 똥은 내가 살린 물고기 일게요”

스님의 과거 방생 행적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고, 절의 이름을 바꾸게 된 두 스님의 대화였지만, 그 속 뜻은 속세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신라 십대고승의 순서는 저술서가 가장 많은 원효스님이 첫 째요, 전혀 없는 혜공스님은 말(末) 이더라...
IP *.181.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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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31 23:55:41 *.36.210.80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정갈한 아침나절 운제산 자락의 오어사 절간이 나타내는 비경은 참으로 신비로울 지경이었습니다. 곳곳에 벗들이 있어 이러한 절경과 함께 할 수 있음은 가히 신선의 뽕맛과도 같은 우리 변.경.연 가족들 만이 누리는 일상의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함장님의 대포같이 쏘아대는 글을 대하니 여간 반갑지 아니합니다.

위에 언급된 도명수님은 2기 연구원이셨습니다. 공사에 다니는 공사다망한 분이나 사부님을 보필하고 곧 있을 예정인 연구원들의 첫 모임에 헌신을 하고져 광주까지 출장을 감행한 가운데에도 건천의 청년회의소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참석해 주신 변.경.연의 숨은 일꾼 이시기도 합니다.

포항에 여러 선배님들께서 계시듯 서울에는 도명수 선배가 있어 저희들의 든든한 형노릇을 톡톡히 하여 주시어 여간 든든한 것이 아니랍니다. 다들 너무 바쁜 가운데 만나 정신이 조금 없기도 했으나 늘 변.경.연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희생의 면을 보여주시는 도명수 선배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함장님의 글 자주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갑나기 벗이여.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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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8.04.01 08:19:28 *.142.150.131
안녕하시죠?

글 내용을 떠나 오랜만에 이름을 뵙게 되니 반가운 마음에 한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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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2008.04.01 09:23:50 *.186.4.201
이런 스토리텔링이 멋진 자원이 되는 세상이 오늘입니다.
관광의 묘미 "아는 것 만큼 보인다." 내가 주어진 삶의 밑천이다.
너무나 잘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행복한 맘 가득히 가지고 갑니다.
써니님의 댓글, 함장님의 스토리텔링
분명 매력과 알아야 하는 목적을 만들어 가시는 분입니다.
오어사 그래 그것이 나의 똥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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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8.04.01 12:41:17 *.116.42.41
함장님...
영남권 모임에서 그 간결하면서도 탁월한 정리를 통한 강의로 저를 놀라게 하시더니 이토록 깊이를 더한 글로 저를 또 놀라게 하시는군요.
왜 함장이라는 호를 받으셨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더 자주 뵈면 좋겠습니다. 더 자주 이런 글로 뵈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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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8.04.02 15:18:21 *.180.230.43
써니님 덧글 감사. 이번 모임처럼 이벤트 건수가 있으면 열심히 쓸텐데, 아직은 서툰 부분과 필력이 마이 딸려서...

수도권에 계시는 연구원과 꿈벗의 맏형 노릇하시는 도명수님께 죄송,
오기된 부분 바로잡았습니다.

재동씨 ! 안뇽 !
애기 잘 크죠. 돌 지났겠군요. 인심 좋은 안주인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박정호님 칭찬 감사합니다.
제 나름대로의 퍼즐 맞추는 실력이라고 뽐내는데, 자원과 밑천이 될 수 있다니,

용규님 !
제가 동기를 정리 할 수 없는 이유는, 배울 점이 넘 많은 넘이라서 그렇습니다. 늘 좋은 벗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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