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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6일 18시 37분 등록
여탈복 부처반목 (輿說輻 夫妻反目)




가정이라는 수레를 끌고 가는 중 바퀴의 한쪽이 빠졌다. 원인은 부부간의 살아가는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혼하는 것이 부부간의 불륜, 생활력의 부재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가정이라는 수레의 양쪽 바퀴를 부부에 비유하였다. 부부가 서로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사상이 다른 경우는 한쪽 바퀴가 이탈하는 것이다. 바퀴는 서로의 크기가 같아야하고 힘을 견디는 비중이 동일하여야 한다. 그래야 수레는 갈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운이라는 놈은 때로는 견디기 힘든 길을 가게끔 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에게는 매일매일 자랑하여도 모자람이 없는 존경하는 선배분이 계신다. 1960년대의 항일 투쟁위원회를 이끄시던 분이다. 그것도 여학생의 몸으로... 날마다 학교에는 정보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때이다. 나는 그때 불량학생 리스트에 올라 북 부산 경찰서(지금은 없어졌다)에 잡혀가서 엄청 얻어맞았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였고 손깍지에 볼펜을 끼우고 발을 눌리면서 동료가 있는 곳을 불어라 하였다. 그들의 취조 목적은 나의 선배 여대생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잡혀온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반항적인 눈만 번뜩이고 있었다. 그때 자기의 동료와 후배의 고통을 연락 받고는 당당하게 경찰서로 찾아 왔다. 그리고 일성이 모든 것은 내가 한 짓이니 이들을 풀어 주라는 것이다. 예쁜 얼굴에 한 점의 두려움도 없는 또릿한 행동과 말솜씨 나의 면전에서 등치큰 형사가 “이 쌍년 때문에 ” 하면서 쌍소리부터 내는 경찰관에게 눈썹한 점 까딱하지 않는 모습을 난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선배분이 시집을 갔다. 그것도 부잣집 출신의 의사에게 성격도 원만하고 무척이나 선배님을 소개받고는 결혼을 원했다 한다. 그리고는 우리 모두는 소식이 끊어 졌다. 당시의 동지들이 다들 헤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아무도 만나지도 소식도 전하지 안했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철학관의 점술사로 변한 나의 모습을 보이가 싫어서 일 것이다. 무려 중앙동 ㅁ ㅁ 다방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다. 혹시 만나더라도 일부러 피했다. 그런 세월이 흘러 십 수년을 지냈을 때이다. 밖에는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학창시절의 친구가 찾아 왔다. 그 친구의 얼굴에는 한편 반갑기도 얼굴의 한 귀퉁이에는 화난 모습도 역역했다. 나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둘이는 저녁을 먹고 포장센타로 향했다. 그때까지 이례적인 “뭘 먹을 래, 좀더 먹지” 하는 이야기 이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권하면서 꼼장어구이와 소주를 연신 마셨다. 약간의 취기가 생기니 친구의 이야기는 “그렇게 혼자 편하게 사니 행복하더냐.”하고 공격을 시작한다. 나는 미안하다. 하는 말뿐이다. 그때 친구의 이야기가 선배님이 무척 괴로운 생활을 하시다가 재작년에 이혼을 하셨다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가 뵈니 옛날의 매서운 기상은 사라지고 삶을 포기한 분 같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다.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난 머리에 큰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누구보다 잘생기고 똑똑했고 라다쉽도 강한 여인, 좋은 가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맘 좋은 남자를 만났고, 아들 딸 도 생산하여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여인이라고 생각 했는데 이혼을 했다고 하니 나는 순간적으로 선배님이 보고 싶은 심정이 가슴 가득하였다. 둘이는 소주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둘이는 걸어서 영도다리를 건넜다. 당시 데모대를 이끌면서 부르던 “학도야, 학도야 청년하도야”를 미친듯이 둘이는 부르면서 경찰서 앞을 지났다. 그리고 나의 친구는 갔다.




나는 날이 새자 말자 친구가 가르쳐준 온천장에 있는 작은 사찰을 찾았다. 너무 일찍 와서 절 근처에서 약 시간 반이나 서성댔다. 누군가 절에 들어가는 기척이 보이는 걸 보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정확히 헤어 진지 15년만이다. 옛날의 모습은 갖추고 있었지만 너무 많이 변했다. “대원이 왔구나.” 옛날의 다정했던 목소리로 나를 대했다. 어딘가 아프신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선배님은 답답하시다 면서 뒷산으로 산책을 하시자 하였다. 둘이는 걸어 면서, 때로는 바위위에 앉기도 하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개여울에 발을 담구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의 인생의 파경을 몰고 온 원인을 차분히 말씀 하셨다.




도저히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이해하질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극한 보수주의자와 강렬한 좌파의 만남인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은 헤어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출국하여 못 다한 공부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은 더욱 심한 자본주의가 아닙니까?” 하며 웃으니 그래서 가보려 한다는 것이다. 우린 어둠살이 뉘엇 뉘엇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하산하였다. 사실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선배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같이 지낸 적이 없었다. 그냥 먼발치에서 그를 바라볼 뿐 그 이상은 없었다. 나는 너무 기뻐서 속으로 만세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 왔다.




며칠 후 그 절에 찾아 갔으나 선배님은 떠나고 없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난 모른다. 친구도 그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우정보다는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소축의 여탈복의 장을 읽을 때마다 총기 흐르는 선배님의 눈망울과 조금도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던 그의 행적과 이혼의 아픔 이후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여탈복(輿說輻) 說설명할 설. 이탈할 탈. 마차에 바퀴가 빠진다. 부처반목(夫妻反目)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으로 산다.







IP *.253.2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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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07.17 11:50:27 *.152.82.96

삶은 하나의 방향가지고 가는것이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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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7.17 14:26:00 *.169.188.175
초아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공부가 짧아 하시는 말씀 다 받아먹지는 못하겠으나 부부가 서로 바퀴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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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제
2008.07.17 14:43:42 *.197.15.13
선생님..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면 우정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닿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선배와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음을 이렇게 설명하셨지만,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선생님의 선배께서는 삶이,
자신의 삶이 더욱 중요하였기에 그리하셨을까...?
크기가 다른 바퀴가 빠지지 않으면, 부서지는 건가...?
그후에 수레는...?
수레에 타고 있던 사람과 물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이런 생각들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시던 바와는 다른, 다른 관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저는 자꾸만 이런 생각들에 더 집중이 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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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07.18 01:04:49 *.100.107.45
초아선생님, 너무 오랜만이라 댓글을 통해서 인사드리는 것도 민망하네요.. 뵌지는 오래 되었지만 꿈벗들 통해서 이런저런 소식은 들어 왔습니다. 선생님의 오늘 글이 웬지 착 감겨져 오는군요.

글을 읽으면서도 선생님께서 바로 옆에서 말씀하시는걸 듣는 것처럼 생생했습니다. 최근에 홍스가 선생님 만나뵙고 온 이야기를 몽치스 까페에 올리기도 하고 직접 만나서도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인지 더욱 정겹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책은 언제쯤 볼 수 있을런지요? 선생님의 첫 책도 아직 2/3밖에 읽지 못했지만 두번째 책이 기다려지는건 왜일까요? 조만간 뵐 수 있겠지요. 계획하는것 보다 아주 갑작스런 기회에 뵙고 싶군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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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빈
2008.07.18 11:00:39 *.33.52.13
선생님, 오래된 이야기와 좋은 말씀 아주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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