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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8일 02시 00분 등록
날이 무척 덥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며칠째 내린 비로 조금은 시원해졌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입니다. 습기가 더해져 찜찜합니다. 이 장마비가 그치고 나면 진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이 되겠지요.

여름하니까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어르신 중에 특이한 분이 있었습니다. 소시적에 주먹계에서 한가락 하셨던 분이시지요. 머리가 비상하셔서 숫자에 아주 강하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금융계통에서 일을 봐주고 계시죠. 그분이 아는 분이 우리 사무실에 오셨는데, 60을 넘긴 분들이 말씀마다 꼭 조폭영화에서나 들었음직한 "녜! 형님!, 녜! 형님!' 하는 것을 보고 우스워서 "아직도 그렇게 대화를 하세요." 하고 얘기했더니, 정색을 하시면서 "우리세계는 인정하셔야 합니다." 라고 하시기에 제가 머쓱해 진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한때 주먹세계의 직업군이 상당한 퍼센테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김두한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그저 즐겁게 마치 영화처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현실이었고 오히려 상당한 비중의 일반직업군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걸로 밥먹고 산 사람들이 우리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어찌됐건 이분의 주위에는, 한부류는 그쪽 계통에 있을 때 아시던 분, 그리고 한부류는 아주 착하고 성실한 분, 그리고 보통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보기보다 정말 성실하고 좋은 분들을 아주 아끼셨거든요.

하루는 분당의 야탑역에 만나볼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같이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한여름이었습니다. 오피스텔의 사무실에는 한 남자분이 있었습니다. 의외로 나이가 40대 중반의 젊은 분이었고, 어르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저를 보고 약간 경계를 하시더니, 이내 커피도 태워 주시고 호기심을 가지고 농담으로 슬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이 한여름인데도 유난히 긴팔옷을 꼭꼭 입고 계셔서 제가 물었습니다. "안 더우세요? 왜 그렇게 긴팔을 입고 계세요." 라고 했더니 "저도 짧은팔의 옷을 입는 것이 소원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이분도 소시적에 아마도 아주 어린시절에 조폭세계 혹은 깡패? 양아치? 아마도 그 부류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소매를 약간 걷어 손목을 보여 주시며 "이게 뭔지 아십니까?" 라고 해서 제가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마치 파란색 크레파스를 지우개로 지우다 남은 흔적처럼 푸르스름한 빛이 얼릉얼릉거려 보였습니다.

"이거 세번 수술한 겁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지우려고 해도 깨끗하게 지워지지가 않네요."

팔전체에 문신을 했었는데, 철 없을때는 그것이 멋있었는데 이제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술을 했었는데 전체는 엄두가 안나서 손목부분만 수술을 세번 했었다고 합니다. 그분이 담담하게 지난날의 과거를 들려주었습니다. 소시적 그분에게는 경찰이 너무나 미운 존재였다고 합니다. 본인을 괴롭히는 존재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경찰이 너무 고맙고 좋다고 하셨죠. 법을 지키니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경찰이더라 하시면서...

"저도 지금은 철이 들어서 아내와 자식이 귀하고, 가정이 소중한 것을 압니다. 그래서 마누라에게도 잘 하려고 노력을 하고, 아이에게는 적어도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하죠. 하지만 내가 가장 괴롭고 힘든 것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날의 나의 과거가 깨끗하게 지워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인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면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었겠지만, 지금 그분에게는 토끼같은 자식이 눈을 또랑 또랑 뜨고 쳐다보고 있기에 그 문신이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분의 고뇌가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이 한여름 그분의 더위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IP *.90.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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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08.07.28 13:07:31 *.114.22.72
문신에 대한 두가지 생각

한 가지는 정암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 시절에 특정한 표시를 통한 일체감과 그들만의 전달방식으로 '나 이런 사람이야'를 말로 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알려주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 전달이고 일반인(?)들은 그것을 일반적 이해 정도로 알아주는 경우이지요. 결국 문신이라는 것도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대화의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지요. 소통과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문신이나 피어싱이 요즘 유행처럼 젊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주먹세계에 몸 담고 있으며 하던 것과는 얻고자 하는 효과가 조금은 그 의도부터 다른 것입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일방적 전달의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약간의 차이라면 상대에게 전달하지 않더라도 순수한 자기표현이나 자기만족 정도로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하나의 자기표현 방식 정도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멋으로 하고 아름다움으로 바라보고...

문신이 ‘좋다 나쁘다’는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각자의 몫이겠지요.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러한 것들이 ‘지금과 다음’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본인 스스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후회).
어떠한 행위가 결과와 그 효과가 처음과 끝이 일관된다면 좋겠지만 시간과 상황은 일관성을 유지시켜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신이 혐오스러울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무더운 날씨에 정장을 입고 2:8머리를 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혐오스러울 수가 있지 않을까요...
(정암님의 글 읽다가 느닷없이 문신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가볍게 적어봅니다. 정암님 잘 지내시지요? 더위에 변.경.연 모두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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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마디
2008.07.29 07:58:13 *.246.146.12
누구나 몸에 멋있는 호랑이 한마리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은가요? 안 그러시다면 할 수 없고, 제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어릴 적 주변 친구들 보면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

하지만 제가 문신을 맘에서 지운 것은 어느 날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읽은 한 줄의 글 때문이었습니다. 정암님 글에서 언급한 분의 심정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래전 기억이라 정확한 문구는 아니겠지만 대충 이런 글이었습니다.

"문신, 젊어서 한 때 어리석었음을 영원히 보여주는 증거."

내 마음에도 그런 어리석음의 문신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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