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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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신들의 처소라 불리는 그곳. 신비로운 이미지가 가득한 곳, 그곳은 애저녁에 만인들의 꿈의 장소다.
하지만 내겐 아니었다.
전세계를 여행하리라 생각하면서도, 내 생전 이곳에 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그것도 오지탐사대원이란 이름으로.
상황은 이랬다.
5월. 하던 일도 끝나고 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전부터 유럽여행을 계획했으나, 막상 시간이 생기니 그다지 땡기지 않았고, 대신 이유도 없이 '산'이 몹시 그리워졌다. 그래서 집근처 북한산이며, 지리산, 청량산, 소백산 등을 열심히 다니며 그리움을 채우던 중이었다. 그러다 신문의 한 공고를 보게 됐는데...
당시 가족들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아빠가 신문을 하나 가지고 오시면서, 여기에 좋은게 있다는 거다. 밥 한 숟가락 가득 입에 넣으며 고개를 들었다가 목이 메일뻔 했다. 신문 큰 지면 하나 가득 '검은 독수리'가 날 쫙 한번 노려보더니 이랬다.
"날선 눈빛의 젊음 어디 없습니까?"
순간 나는 손들고, "여기 여기요"하고 외칠뻔 했다. ㅡ.ㅡ;
정신차리고 내용을 보니,
대한산악연맹에서 호주, 히말라야, 알래스카, 아프리카, 터키 등 5개 대륙에 오지탐험할 대원을 뽑는다는 거였다. 대상은 만 18세~25세 청소년 50명.
오호~ 호기심에 패기에 체력, 글로벌 리더까지. 이건 나잖아?? 나이도 만 25세로 딱걸리고 경비도 30만원. 이정도면 볼 것도 없다. 이거야, 이거! 나는 당장에 신청했고, 그때부터 오지탐사대원으로 선발되기 위한 기나긴 과정을 거쳤다.
1차, 인터넷으로 자기소개서를 제출
-->내용의 차별성은 물론이거나와 댓글과 추천수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을 총동원했다. 오마이뉴스 선배들의 도움도 받았다. 덕분에 추천수는 꽤 나왔다. ^^ 하지만 지원자가 무려 3050명이나 몰리는 바람에 좀 걱정이 됐다. 거기서 400명을 추려내는데 내가 그 대상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왠지 나는 될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 하며 결과를 기다렸는데.... 합겨억~! ㅋㅋㅋ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지원서, 이거 추천받는다고 꽤 힘들었다. 추천해주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2차, 공포의 체력테스트 & 면접
윗몸일으키기, 1.2km 오래달리기, 악력 테스트 , 이 3가지가 시험종목이다. 절대평가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 여기서 400명중 100명을 뽑는다. 1차 합격 발표나고 시간이 얼마없어 일주일 동안 벼락치기로 체력테스트를 준비했다. 시험보기 전날 너무 달리기를 많이해 다리에 알이 배기기도 했다. 솔직히 체력이 벼락치기로 준비될 성질이던가? 시험 당일, 꼴찌할지도 모른다는 언니들의 우려 속에 집을 나섰다. 나 또한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예상외로 세 분야 모두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푸하하, 내가 또 체력하면 '김체력'이지. 체력 테스트가 끝나고 본 면접에서 나에대한 면접관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왠지 될 것 같다....
3차, 아웃도어 테스트
예감대로 나는 합격을 했고, 3차 테스트로 2박 3일간의 아웃도어 테스트를 받았다. 이게 뭔고 하면
야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만 주고서 최소한의 지식(독도법, 텐트치는법)을 가르쳐 주고 알아서 산행하도록 하는거다. 야영활동을 하면서 이사람이 얼만큼의 리더십과 협동심이 있는지를 점수로 매긴다.
한 팀당 20명씩 5개 팀이 꾸려졌다. 우린 이때부터 누구의 도움 없이 알아서 밥해먹고, 텐트치고, 목적지까지 길을 만들어가며 종일 행군해야 했다. 나처럼 일반인도 있었지만 체대에, 산악부에, 해병대에 한가닥씩 하고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들 대단했다~! 이 대단한 100명에서 다시 50명만 살아남는다. 윽~~~
이렇게 꿀린다 싶을 땐 주문이 필요하다. "내가 또 야영하면 '김야영'이지"이라는 주문을 외웠다.
열심히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없었다.


4차, 합격자 OT 야영
하지만 무자비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나는 또 살아남았다. 이렇게 끈질기다.
나만큼 끈질긴 50명이 모였다. 한 팀당 남자 7명 여자 3명으로 구성된 5개팀이 탄생됐다. 살아남은 자들은 강원도 오대산에서 4박 5일간 야영을 하면서 팀웍을 다졌다. 나는 5개 대륙 가운데 인도히말라야팀이 되었고, 얼떨결에 '등반대장'이 되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8년동안 오지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자 등반대장은 처음이란 말을 들었다. 갑자기 어깨에 지구가 얹힌 것처럼 무거워졌다.
지난 과정도 힘들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정말 '죽음의 과정'이었다. 2박 3일동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산행을 하는데, 체력에 자신있다던 남자팀원들도 픽픽~맥없이 쓰러졌다.
이후 몇번의 훈련이 더해지고, 출국하기 까지 빡센 준비가 시작됐다.
사전 보고서도 작성하고, 발대식도 준비하고, 장보기도 하고... 합숙까지 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특히 우리가 갈 지역인 <라닥>을 더 잘 알기 위해서 <오래된 미래>라는 책도 함께 읽고 갔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라닥인들의 지혜가 잘 소개돼 있었는데, 개발이란 이름으로 전통이 파괴되는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았다. 우린 "모두가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지속가능한 발전인지를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들 '진정한 나'를 고민하는 20대로서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고민도 함께 했다.
우리팀은 '라닥원정대'란 이름으로 함께 했는데 모두 학교도 다르고, 전공도 달랐다. 무엇보다 개성이 너무 뚜렷한 친구들이라 처음에 서로 융화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호기심, 도전정신, 꿈에 있어서는 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 할수록 멋진 친구들이었다. 어쩌면 히말라야보다 이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게 더 행운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나의 2008년 여름은 '히말라야 오지탐사'에 모두 바쳐졌다.

그리고 2008년 7월 24일. 드디어 출국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막상 떠난다고 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많이 긴장도 되고 떨렸다. 5천미터 까지 갈 수 있을까도 걱정되고, 고산증이 오지 않을까도 걱정됐다. 아마 나 뿐만이 아니었을 거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쵤영을 맡았던 한 대원은 출국직전 여권을 분실해서 찾느라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어쨌든~우리는 무사히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전 공항에서>
" 히말라야여~~~ 우리가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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