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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6일 16시 14분 등록

 


담날은 빙하트레킹이 있대요. 폭스 빙하라는데 예약시간 까지 가기 위해선 새벽 4 출발. 운전자와 조수만 깨고 나머지는 그대로 잠든 채로 떠나기.

웅이 아저씨와 운전을 되게 잘하는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 운전하기 시작했대요.
엄만 첨엔 미안해서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조금 후부턴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잘 수가 없었대요. 조그마한 창문 앞에 베개 위에 얼굴포개 놓고 가는대로 따라오는 달과 달빛을 바라보았대요.
   
엄마는 운전수 위 잠자는 공간에서 잤는데 잠자리는 생각보다 편안했대요.
근데 아빠가 없어서 잠들 때 힘들었다고. 잠들때 아빠가 항상 안아주시거든요. 아니다. 엄마가 편히, 쉽게 잠들기 위해서 아빠 품이 필요하대요. 한번은 엄마도 모르게 룸메이트인 그 웃는 모습이 아름다우신 한숙님을 안을뻔 했다고.. 이불을 한개씩 따로 덮고 잔게 다행이었대요. ㅋㅋ 다정도 병이라더니.. 쩝.
그렇지만 쪼끔은 엄마 맘이 이해도 가요. 저도 엄마가 매일밤 주물러주기, 으스러지게 안아주기 3번을 해주는데 엄마가 없어서 힘들었거든요. 이제 엄마혼자 그렇게 멀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캠핑카 다섯대를 꼬리에 달고 산허리를 돌고 강을 건너고 구름산을 지나고
달리고 달리고.. 
안개라고 하기엔 너무 짙은, 그러니까 구름을 헤치고 달릴 때는 뒤에 늑대 다섯마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는 듯했대요.


몇호 차에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전기를 들고 노래 부르기를 했대요. 써니님이 먼저 깊은 산속 옹달샘을 부르고 6호차의 희석님이 뭔가를 불렀나기억이 가물하시대지만...암튼 엄마차 1호차 차례가 되었는데 웅이아저씬 더 잠오는 영화음악을 들려 줬대요. 엄마가 웅이 너한번 웃겨봐 했더니 웅이아저씬 웃기는게 제일 힘들다 했대요.
엄만 그때 왜 참으셨지?  옆자리 졸음날려주기 잘 하시는데...

무전기는 참 유용하게 쓰였대요. 차 이동시작할 때 알려주고, 도착해서 뭐할건지 미리 알려주고 좌회전 우회전시에도 알려주고 잠 깨우기용으로도 사용하고 아마 무전기 없었으면 여행을 그렇게 효율적으로 다닐수 없었을 거래요.
엄만 웃기기가 제일 힘든 웅이 아저씨가 너무 멋있었대요. 무전기 사용할 때는 항상 입으로 가졌다다 내리고 다시 올리고 심호흡 까지 몇번씩 조준하다가 말하는데 조금은 담담한, 그러니까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장난끼 섞인 말 전혀 없이 기내 방송하듯 하는 모습이 말이에요.

 

그레이마우스에서 폭스 빙하까지 20km. 3시간.
4
시간 정도 잡고 갔는데 1월 달력 같은 그림 앞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주유소 여는 시간 맞추어 출발했는데 기름이 없는 엄마차만 기름 투입구 고장으로 넣지 못했대요. 불은 들어오고 시간은 다가오고 그냥 출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도 설 경우에 어떻하지? 다른 옮겨타면 되긴하는데 산 중턱으로 올라가는 길일텐데, 갓길도 없을텐테 차가 서면 어쩌지 빙하를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지만 주유소에서 폭스 빙하까지 가는데 초긴장 상태로 아무 말 없이 갔대요.

 

뉴질랜드 179.jpg  뉴질랜드 180.jpg


지도 보면서 길을 찾는 웅이아저씨와 차선의 중심을 잘 잡으면서도 풍광을 음미하는 오옥균님이래요. 두분 다 늘 이런 자세였대요.  엄만 오랜시간 운전으로 운전아저씨가 한번씩 엉덩이를 들며 허리를 펴고 자세를 다시잡을 때마다 매우 안타까웠대요.

근데 저는 엄마가 차 따라오는 모습, 운전하는 사진 많이 보여주는데 저는 쫌 그래요.
멀미가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저번에 아빠랑 대관령 갔을 때 토나올 뻔한 기억이 나서 힘들겠다 했더니
이런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있는 차 넓은 차는 괜찮을 거라고 하네요. 
토하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면 되고... 그래도.... 쫌.


엄마는 총지휘하는 1호차에서 여행전체를 총괄지휘하는 한숙님과 웅이아저씨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대요. 이를테면 빨리가야 하는 아주 급한 상황에서도 다들 너무나 느긋하면 한숙님은 낮은 목소리로 현웅, 몇시까지 거기 도착해야 해. 걔네 시간 늦춰 줄 수 없대. 이러면 웅이아저씨가 지도를 보고 거기까지 몇키로, 얼마의 속도로 달리면 몇시간안에 도착 할거라는걸 계산하고 지도의 길을 체크했대요. 그래서 큰지도, 작은지도, 가야하는 곳의 상세지도까지 웅이아저씨 무릎 위에 있었대요.

그리곤 조금은 담담한, 그러니까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무전기에 두 번의 조준 후에야 말했대요. 몇분 후에 차량 출발합니다. 전차량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상황 끝. 사람들이 웅이 아저씨가 급해하면 정말 급하다고 느껴지나봐요. 속은 탓을지 모르지만 유연하게 처리하는 모습에 엄만 집안 총괄책임자로써 한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내조에 신경 썼대요.

그러니까 웅이 아저씨의 뒤에는 우아하게 스케쥴과 예약시간만 알려주는 한숙님이 있었대요.

 

빙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카메라 건전지를 충전하지 못해 그때 사진은 하나도 없대요. 거인들이 신을 법한(양말이 다 엄청 컸대요) 등산양말과 등산화를 골라 신고 잘생기고 유쾌한 가이드를 따라 등산했는데 밖에선 전혀 알 수 없는 열대 아니 이끼들이 촉촉한 습지 산행을 하고 방산의 허리깨 쯤에서 아이젠을 차고 빙하를 걸을 수 있었대요. 옆에는 습지 산이고 위쪽 계곡엔 소리치면 눈사태가 금방날 듯한 빙산이 펼쳐진 것이 엄마가 직접 갔다 왔지만 그림만 같은게 믿어지지 않는대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거기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정말 궁금해요.
빙하. 얼마나 미끄럽고 추울까? 얼음공주가 있을까? 얼음이 에메랄드빛이 난다는데 어떻 모양일까?

엄만 빙하도 좋았지만 가이드해준 잘 생긴 아저씨들이 정말 친절했고 일부러 그 일이 좋아서 몇 년하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대요.
엄마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으시대요.

 

빙하를 내려와서 조별 식사를 끝내고 새벽4에 기상한 운전자를 위한 치침 시간을 가졌대요. 엄마조의 웅이 아저씬 잠을 안 자서 엄마가 걱정을 했는데 그 아저씬 타고난 강철체력을 가졌대요. 울 엄마도 대자연에 가면 안 자도 펄펄 나는 편인데 엄마보다 더 체력짱이라 그 담부터는 걱정도 안해줬대요. 어른들이 밥 잘 먹고 건강해야 공부도 잘한다고 하시던데 그 말이 맞나 봐요. 전 살짝 통통해 보이는 편인데 친구들이 뚱뚱하대서 운 적 있는데 전 씩씩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폭스빙하에서 하루밤 머물 와타카까지 4시간.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어요. 가게가 문을 닫은 관계로 조별 식사. 그날 밤엔 연구원들의 여행에서의 첫수업이 있는 날. 엄마도 참석 했대요. 웅이 아저씨가 잠 한잠 안잔 상태에서 어떤책을 쓸것인가에 대해 발표했대요. 고등학생들을 위한 책인데 그럴려면 고등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 진지함과 성실함을 차이를 생각했고 성실한 웅이 아저씨를 닮아야겠다고 다짐했대요.
엄마가 저한테도 꾸준히 조금씩 노력하는데 이기는 장사 없다고 몇번 말씀 하신적 있거든요.
웅이 아저씨 혼자 발표하는데 2시간이 넘었대요. 충분히 얘기할 시간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 었다고.
웅이 아저씨랑 아침 일찍 일어나 엽서 그림같다는 와나카 호수에 산책가자고 약속을 하고 잠을 잤대요.

  

7에 일어나 한시간에 걸친 산책. 별장 같은 마을을 지나 다달은 호수는 엄청 넓고 잔잔하고 바닷가에 처럼 물높이와 눈높이를 같이 할 수 있는 아주 아름다웠대요.  호숫가에 서서 아침식사 하는 새들의 부리놀림을 또 멀리로는 눈쌓인 웅장한 산사이로 굽이치는 호수와 거울같이 비친 호수 속의 풍경을 바라 보는데 웅이 아저씨는 연신 그 아저씨의 최고의 찬사 작살이다를 말했대요.ㅋㅋ
엄만 엇그제 크라이스트처치에 탄 펀딩배를 띄워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저편으로 가고 싶었대요.
어렵게 충전한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음을 후회하면서



뉴질랜드 172.jpg


9에 다음 여행지 퀸스타운으로 출발.
아까보아두었던 와나카호수가에 모두 데려가 사진을 찍었대요. 여긴 엄마가 아침에 본 장소는 아니래요. 이곳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 저 쪽이라는데
엄마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뒷모습이지만 연출하지 않은 포즈가 멋진 것 같아요.


 

뉴질랜드 171.jpg



이 사진은 엄마가 없다 생각하시고 호수와 풍경만 보세요.
그게 안되시면 엄마한텐 죄송하지만 손가락으로 살짝 가려보세요. 훨씬 멋지죠?^^
엄마가 없는 사진을 찿았건만 없어서...
위에 선생님이 바라보고 계신 곳이래요.
뉴질랜드에는 우리가 보기엔 바다같은 호수가 엄청 많대요.

아침에 엄마가 가 본  저어기 가로수 앞에서 보면 더 멋있대요.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래요. 직접 봐야한다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고..
호수에선 무엇이든 물위에 하나 물속에 하나 이렇게 둘이래요.




뉴질랜드 173.jpg

 

가장 어린 언니들이래요. 해언언니와 슬미언니.
엄마 말로는 같이 지냈는데 양말을 똑 같은 걸 신었대요. 서로 따로 준비해왔는데 우연의 일치로 같은 양말이래요. 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것들이 일치할 때 무척 반가고 신날 것 같애요.

저도 저번에 일기장을 샀는데 친구 예림이랑 같은거라서 더욱 우정을 나누기로 했거든요. 엄마는 제가 우정이라는 말을 쓰니까 웃으셨지만 저도 그런거 알아요...



 

벌초와 엄마여행 304.jpg

 

엄마는 뉴질랜드 4일밤을 자고 난 아침에 제가 엄청 보고 싶었졌대요.
그때 제가 속상한일이 생기거나 제가 보고싶을 때 보라고 드린 편지를 꺼내보고
한숙님한테도 막 자랑했대요.

제가 쓴편지를 보여드리려니 쫌  쑥스럽긴 하지만 엄마가 또 자랑 하고 싶데서...
쪼기 가운데 스프링 찢은 종이 그림은 수영이 그린거예요. 제가 저렇게 그리는 줄 알면 살짝 기분이 그럴것 같아서요... 저도 다섯살때는 저렇게 그렸었지만...
옆에서 수영이가 막 떠들어요  왼쪽부터 아빠, 엄마, 언니, 김수영, 할머니. 아래에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라는 하트가 있대요. ㅋㅋ

엄만 '엄마 속상해 하면 저도 속상하니까 슬프지도 말고 화나지도 마세요.' 라는 대목엔 넘 감동적이라 읽을 때 마다 목이 메인데요. 저는 꾸미기를 좋아하거든요. 엄마가 좋아해줘서 넘 좋아요.

우리 잊지 않고 돌아와 주고 선물사와서 고마워요. 엄마 사랑해요. 알라뷰~~



 

뉴질랜드 176.jpg

 

가까이에 퍼즐링월드라는 미로가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긴 5학년오빠와 7살애만 미리 갔대요. 엄만 이 예쁜 건물을 넘 예뻐서 저를 보여주려고 잠깐의 여유에 막 달려 가서 찍었대요.

정말 예쁘고 신기한 집이죠? 백성공주와 난장이도 신데렐라도 성냥팔이 소녀도 다 있을 것 같애요.
넘 가보고 싶어요. 엄마 데려가 주세요. ?



 

뉴질랜드 187.jpg


와나카에서 퀸스 타운으로. 113키로. 2시간 소요.
 퀸스 타운으로 가는 길은 쫌 산악지대였대요.
이건 앞에서 찍은 사진은데 세갈래길이 넘 멋있어요.
웅이아저씬 달리다가 가끔씩 "춘희야!"를 크게 외쳤대요.
무엇이 필요한가 싶어서 달려가면 어김없이 작살인 풍경을 같이 보자는 거 였대요.
이것도 그 춘희야를 외친 다음에 본 풍경이래요.



뉴질랜드 191.jpg

저어 뒤의 산을 오르고 돌고 지나 달려왔대요.
뒤에 이렇게 다섯대가 따라오는 걸 보면 엄만 마음이 든든 했대요.
아무래도 마지막차가 좀 처지는 듯....

엄만 이길을 달리면서 초록빛의 옷을 입은 여름에 한번 와보는것도
좋겠다 생각했대요.
이때까지 다닌 길보다 그래도 나무가 좀 있고
우리나라처럼 울창한 숲은 아니지만 수풀들이 무척 궁금했대요.

IP *.254.30.80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8.09.06 22:16:45 *.169.188.175
멋진 편지다.
멋진 풍광이다.
멋진 글이다.
멋진 사람들이다.
멋진 수영이다.
멋진 나영이다.
멋진 춘희다.

멋진 친구들이다.

정말 멋지구나..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8.09.07 07:26:45 *.72.153.57
"작살이다."

엄마가 꽃바람 나영이 자랑을 했어.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편지들을 보여주셨거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정말 눈물이 나는 줄 알았어. 너무나 부러웠거든.

5일째 되는 날이었던가... 나영이 수영이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셨어. 물론 그 전까지도 매일 전화를 하셨지만 그날은 엄청 보고 싶어하셨어.

난 맘껏 자느라 호수를 제대로 못봤는데, 나영이의 설명으로 호수를 구경하는구나. 고마워.
"나영 아나운서, 작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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