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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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8.월) 퇴근하면서 수퍼에서 피땅콩을 사서 삶았습니다.
피땅콩을 먹으면서 가을의 문턱에 섰음을 느꼈습니다.
지금부터 약 한달간은 피땅콩이 거의 저녁의 주식(主食)이 될 것입니다.
밤 늦게 KBS 가요무대를 보았습니다.
<길>을 주제로 한 노래였습니다.
노랫가사에 가을냄새가 물씬 풍기는 노래도 있었습니다.
가수들이 많이 늙었습니다.
어렸을 적 좋아하던 가수들은 대부분 60대입니다.
노래하며 사는 사람들도 세월 앞에서는 무릎을 꿇은 것 같았습니다.
하물며 하루하루 마른 풀처럼 사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랫 동안 걸어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너무 짧군요.
많은 꽃들로 가득한 길을 걸어온 것 같은데
꽃향기를 맡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끝이 어딜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듭니다.
그 길은 오늘 저녁이라도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길이 있는 동안은 계속 가야겠지요.
길이 없어 못 가면 할 수 없지만
길이 있는데 쓰러져 못 가는 경우는 없어야겠습니다.
지금도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남은 길도 그리 길지 않을 거란 생각이 문득문득 이 가을에 듭니다.
지나온 길을 보면 가야 할 길도 상상이 되지만
그래도 남은 길이 더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아니, 어쩌면 길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내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에 우리의 마음도 더욱 익어가길 바라며
오늘도 나의 길을 걷습니다.
이제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건강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