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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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는 시 축제에 참가했었다. 말은 진행팀이었지만 손님처럼 다녀온 것에 대하여 꿈벗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가족과의 여행을 떠나본 기억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을지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시 축제가 열린 곳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과 아주 가까운 곳이다. 내가 살았던 그곳 가까운 곳에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올해에 많은 인연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또 변하게 된 모습 중의 하나가 내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시 축제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산골소녀의 모습에서 내 안에 있었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기억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고 차남이라는 핑계로 몇 년만에 참가한 벌초길에 둘러본 고향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겠지만 어린시절은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이었다. 아래의 항공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고향마을은 “배”를 닮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이다. 여름에는 물가에서 살았고 겨울에는 아침에는 강변의 얼음위에서 오후에는 산에서 그렇게 놀았다. 심지어 국민학교 수업도 토요일에는 자유학습의 날(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했던 것으로 기억난다)이라 하여 여름에는 냇가에 선생님이랑 헤엄치러 간 적도 있고 겨울에는 산에 난로에 쓸 나무를 하러 다닌 적도 있다.
고추가 익어가는 이 맘때 쯤은 학생들이 가꾸어놓은 꽃길(그 시절 무슨 무슨 운동 하는 것이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꽃길가꾸기”와 “차 지나갈 때 손흔들기”가 포함있었다는 것이다. 꽃길의 대부분은 코스모스 길이었다.)에 꿀벌들이 열심히 꿀을 모으러 다녔고 고무신으로 벌을 잡기도 하고 그러다가 쏘이기도 하고 된장을 바르기도 하고 잠자리도 잡으로 다니고 메뚜기도 잡으로 다니고 그랬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많은 잠자리가 보이길래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며 잠자리를 잡으러 이리저리 다녔다. 도시에서 자란 내 딸들 뿐만 아니라 같이 온 아이들이 모두 신기해 하며 좋아한다. 이리 저리 잠자리를 쫒아다녔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간다. 어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생각의 폭풍들이 밀려온다.
<잠자리, 파리, 진화 그리고 “변화 경영”>
돌아오던 길에 아이들이랑 잠자리를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문득 잠자리와 파리의 진화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모두에게 물었다. 잠자리가 더 진화된 생물일까요? 아니면 파리가 더 진화된 생물일까요?
아내와 아이들의 대답은 “잠자리”였다. 왜냐하면 모두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잠자리의 비행능력은 거의 환상적이다. 심지어 후진비행까지 가능하며 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실제의 답은 잠자리가 아니라 “파리”다. 의아할 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진화”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화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그 이전의 생물보다 진화된 생물이라면 모든 기능이 뛰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억년의 자연이 가르쳐주는 지혜는 그러하지 않다. 모든 능력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전자의 변화가 적응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면 그러한 유전자들이 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게 살아남는 것이다. 미생물이 진화를 해서 고등동물이 되었다고 그렇게 오해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학이 알려주는 진실은 지금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그동안의 진화의 과정에서 각기 다른 path를 거친 최종의 상태라는 것이다.
리처드도킨스의 책 “눈먼시계공”에 이러한 내용이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다.
잠자리와 파리의 이야기에서 “변화경영연구소”의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는 사람을 돕습니다”를 머리에 떠올렸다. 내 머리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총알같이 지나갈 때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단계를 거친 이야기를 불쑥 꺼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잠자리와 파리의 진화이야기에서 나는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깨닫게 되었다. 어제보다 나아지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는 사람이다. 많은 자기개발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나도 변화를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만 생각한 부분이 많았던 것다. 그렇다면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사람이 아니라 오늘보다 내일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바로 잠자리의 자리에서 파리의 자리로 옮겨가는 것 그렇게 변화하는 것 말이다. 남들은 더 나아진 비행능력을 원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내것이 아님을 알고 비행능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또 다른 적응력을 키우는 것 말이다.
오늘은 아마도 아름다운 똥파리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첨언1:
시축제를 보내면서 받은 느낌들의 일부나마 정리해 보다보니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 때 참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시축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산골소녀 “
또 회장을 맡고 있는 종신회장 “다함께” 경환이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뒤에서 보조를 하는 모습과 그 친구와의 모습에서 또 아름다움을 느꼈다.
무대에서 엄청난 “열정”으로 멋있는 포스를 보여준 기찬형의 모습에서 (나는 연예인
해맑은 혜수의 엄마로 연극에 대한 꿈을 보여준 금희의 모습에서 애틋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만추에 가장 큰 것을 추수하는 신부 지미의 “멋”드러진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사랑을 하면 얼마나 아름다워 질수 있는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성큼 뛰어넘어(한계를 넘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신부를 차지한 범용이의 모습에서 또 한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느꼈다.
아내와 친구 승진씨 인열씨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중독”되어 버린 우리 홍스를 보면서 복을 많이 타고난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막내 시축제 시절에 달은 없고 “별”만이 내리비치고 있는 그 현장에서 별과 같이 묵묵히 이리저리 뛰면서 사진도 찍고 뒤치닥거리를 하는 현덕이의 모습에서 사람이 있는 그 자리가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글을 빌어 나의 부족함을 받아준 몽치스 동기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한결같은 느낌으로 다함께"
"별과 같은 열정으로 한계를 넘어"
"꿈을 향한 멋있는 중독"
우리 몽치스의 슬로건입니다.
첨언2:
더 많은 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짧아서 인생과 시에 대하여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오셔서 참가하신 분들 그리고 오시지 못했더라도 오월축제에 참가하셔서 시의 기쁨을 나눠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여 잡고만 있었습니다.
풀려고 하면 할 수록 얽히는 것임을 알때 즈음까지
그렇게 꼭,부여 잡고 있었습니다.
부여 잡고 있음은
풀 수 없음의 막막함을 주기도 했지만
풀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내려 놓으려 합니다.
부여 잡음도 내려 놓음과 같은 시임을
밤새껏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야 넌 참 아름답구나...
이제 편안히 내려 놓습니다.
p.s.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제의 일들이 참여 하신 모든 분들에게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다란 바람을 가져봅니다.
햇빛처럼님!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획하여 진행하신 16기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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