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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8일 10시 21분 등록


무궁화는 촌스런 꽃이다.

건장하고 튼튼한 꽃나무다.

무궁화 꽃은 촌 여자처럼
아름답다.

제 할 일 다하면서
바쁘게 살다가 얼핏 모양낸,
그런 여자처럼 쬐끔만 아름다운
꽃이다.

본래의 아름다움이 무엇엔가 가려서
조금만 보이는 듯한 그런 꽃이다.

그 가려진 것을 치우고 싶게 만드는
그런 꽃이다.

언젠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만 같은
그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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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무의 죽음] 차윤정의 책을  다시 본다.
이 책 뒷날개 속지에 잉태의 즐거움으로 빛났던 후배에게 줄 시집에서
재빠르게 한 편만 베껴 적어 두었던 시가 김점선의 [무궁화]이다.
그 후배는 내게 [後生可畏]라는 말을 끝없이 아침마다 쓰면서 결심하게 만든 친구이다.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이다.

오전내내 견적하느라 코드를 프로그램에 입력했더니 높은 곳이 보고 싶어졌다.
인왕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까지만 갈 생각이었으나
그가 삼청공원까지 함께 가잔다.

어제 점심시간 함께 다른 부서분들과 어울려 삼청공원에 올라갔다와서 사내식당에서
멀건 김치순두부국을 먹었다. 오랜만에 사내식당 지하 2층에 내려갔다.

대기발령의 시간이 길다.

이 시간들이 청춘이 고사되는 시간인가..

오래된 숲의 나무들이 일순간 죽음을 맞이하지 않듯이
내 폐부 깊은 곳에서 죽음이 진행되고 있다.
내 육체와 정신은 나날이 바뀌고 있다.
내가 알아채지도 못하게
어느새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는 계절속의 나무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내 안의 그 쓴뿌리.. 노예근성


창조자의 생기로 숨이 트인 존재는
창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없다.
아니, 꼭 창조가 아니라도 그저 재배열이라도 좋다
시간의 재배열이든 공간의 재배열이든 물질의 재배열이든 간에
세탁된 낡았지만 버리지 못할 옷에 묻은 햇빛조차 재창조의 가능성을 인간에게 던져준다.
새로운 감각을 트이게 하는 것으로도
만족으로 다가가는 힌트를 얻는 존재가
사람이 아닐까..

자칫 사소해 보이지만
어제와 다른 멸치볶음을 해보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충동..
매일 똑같은 비율의 밥이 식상해져 이렇게 저렇게 섞어보기도 하고
국수가락을 찾는 젖가락 같은 것
너만이 알 수 있는 가락과 너만의 호흡을 찾아가려는 몸의 창조 본능
너만의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거야
네게 주어진 사람과 일이 녹아든 하루를 향해






IP *.193.1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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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10.31 18:05:21 *.111.241.42
아주 더운, 한여름에 만날 수 있는 꽃은 무궁화였습니다.
그 더위에 화려하게 피는 꽃. 그런 모습에 우리나라 꽃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멸치볶음하나도 창조자의 생기를 넣어서 하는 모습...그려 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강현
2009.12.28 20:12:15 *.30.83.93
님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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