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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일 09시 24분 등록
경제적으로 온갖 신기록을 세우며 악몽과도 같았던
2008년 10월도 이제 역사속으로 저물어갔습니다.
정말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잘 보냈나요?
 
아내가 10월의 마지막 날에 영화를 보자고 하여 굿바이라는 일본영화를 예매했습니다.
저는 원래 액션영화를 좋아하지만 특별한 날이라 아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양보를 했습니다.
9시에 예매한 영화를 보려면 8시 20분에는 나서야 하는데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앞집 부부와 커피를 한잔 하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갔습니다.
8시 35분에 부랴부랴 나섰습니다.
너무 바빠 위에는 체육복을 입은 채 나가다 보니 분위기가 영 엉망이었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니 막 시작을 했더군요. 자리는 텅텅비어 골라가면서 앉았습니다.
그만큼 경기가 안좋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영화는 정말 멋졌습니다.
일본 영화인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케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인 고바야시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였는데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직업을 찾던 중 시신 염습하는 곳을 찾게 되어 그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아내에게는 비밀로 했습니다.
온갖 종류의 죽음을 보게 되고, 결국 아내도 알게 됩니다.
아내는 결국 친정으로 가 버립니다.
고바야시는 그 일을 하면서 점점 그 일에 빨려들어갑니다.

일본의 장례문화는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시신에 화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부인의 시신을 예쁘게(?)화장을 했는데 나중에 그 부인의 남편이 고바야시에게
엎드려 절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합니다.
자신은 지금까지 그렇게 예쁜 아내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바야시는 자신의 일을 거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어릴적에 집을 나가 소식이 없던 아버지의 부음을 받았습니다.
어일적에 떠난 아버지가 기억조차 없었습니다.
고바야시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게 되는데
아버지의 손에 쥐고 있는 조그마한 돌을 보게 됩니다.
그 돌은 어릴적 자신이 아버지에게 행운의 표시로 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잊혀졌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곳곳에 나오는 눈내리는 장면이나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다양한 삶과 죽음을 보고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고바야시의 아버지는 화장을 하는데
화장터에 일하는 할아버지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는 문이다"라는 대사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한번은 통과해야 할 門'
웃으면서 그 문을 들어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그 문을 들어설 때 미련을 두고 뒤돌아 보며 슬퍼할 필요가
없도록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그냥 자기가 뭐해서 지난번에 세정님한테서 선물받은 와인을 한잔 했습니다.

11월의 첫날이자 주말인 오늘
아내를 부엌일로부터 해방시켜 주기 위해 밥대신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고구마에 녹차 한잔이지만 눈부시게 맑은 햇살을 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늘도 구름 한점 없이 푸르네요.

정말 좋은 계절입니다.
좋은 주말, 멋진 한달을 시작합시다.
IP *.121.24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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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2008.11.01 11:50:46 *.45.9.112
샬롬!
역시 멋진 부부이십니다.
정말 기억에 남을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셨군요.
저는 어제 서울로 출장을 가서 차순성님과 여행자님을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영남권 모임을 많이 그리워 하더군요.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멋진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자연스럽게 되겠지요.
남은 두달도 아름답게 마무리하시고 복된 말들이 이어지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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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11.01 13:14:06 *.145.231.25
낭만으로만 보기엔 현실이 안쓰럽습니다.
어당팔 형님!
벌써 10월도 지나가는군요.
하루 하루를 후회하지 않고 살자고 매일 아침 맘 먹는데도
자리에 누울 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쉬움이 밀려듭니다.
남은 두 달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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