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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7일 05시 18분 등록

우리가 진서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가을 금산 <적벽강 휴양의 집>에서 열린 제 6회 꿈벗 모임인 <삼색공감>을 통해서였습니다. 대전에 살고 있는 꿈벗 9기 김봉규 님의 장녀인 8살 진서는 아빠를 따라 준비모임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꿈벗 일행들이 하루 전날 미리 도착하여 여러 가지 준비를 하려고 모인 자리에 아이는 본의 아니게 외박을 하게 된 아빠를 따라 관리 감독(?)겸 짠~하고 나타났지요. 처음에 우리는 엄마의 엄명을 받고 특파된 우리의 일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훼방꾼이 아닐까 약간의 염려를 하며 놀려댔지요. 아이가 보채서 집에 가자고 하면 해야 할 일들을 고스란히 우리가 떠맡게 될지도 모른다고 은근 걱정하면서 말이지요.


지방에서 행해지는 행사라 하루 전날 미리 도착하여 점검하고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여러 사람들이 금요일 밤 제각기 업무를 마치고 모여서 달려갔던 것이니까요. 도착하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었고 신선한 가을 공기만큼이나 11월 초임에도 밤공기는 꽤 차가왔지요. 진서는 추운 밤공기에 대비해서 빨간 코트를 입고 나타났어요. 일행들은 아이의 참여를 반기며 언니 오빠와 삼촌이나 고모가 되어 늦은 밤 준비물을 펼쳐놓고 이런 저런 궁리들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주 어린 아이인 줄만 알았던 진서는 꿈벗 준비모임의 언니 오빠와 삼촌 고모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아주 요조숙녀와 같은 행동을 하고는 하였습니다. 일테면 밤을 새워 준비할 요량으로 서둘러 내려가면서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간식거리로 이것저것을 사들고 가 진행팀원들 조차 낯선 공간에 모여 썰렁하기만 한 방안의 온도를 높여가며 여기 저기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준비사항들을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진서는 마치 익숙한 살림꾼처럼 모든 것들을 일목요연하고 정갈하게 수납하고 정리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다 치워버리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이런 저런 궁리들을 하다가 목이 말라 물병을 찾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 냉장고를 열어보면 마실 것은 냉장고에 가지런히 넣어두었고, 참으로 먹을 라면과 과자 같은 것은 언제 수납장에 잘 정리해서 챙겨두었더라고요. 어찌나 행동이 재빠르고 날렵하며 척척 두 손 가지 않게 잘 하는지 일행은 모두 입을 쩍쩍 벌려가며 아이의 깜찍하고 당찬 행동에 놀라워하고는 했지요. 영락없이 똑 소리가 절로 나는 살림꾼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어디에 두었는지 진서가 아니면 아무도 찾지 못해 아이의 손을 당연히 거치고 빌려서야 일이 진행될 정도였지요. 생긴 모습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생긴 녀석이 말도 어찌나 야무지게 하는지 일행 가운데 9기 계원 송경남 님은 그 아이를 눈여겨보며 연신 싱글벙글 즐거워하였지요. 하도 대견해하며 예뻐하기에 우리는 일찌감치 며느리감으로 점찍어 두려는 것이냐고 할 정도였다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누가 봐도 아이는 영리함이 뚝뚝 흘러넘치는 활달하고 명랑하기 그지없었답니다. 준비를 하다가 밤이 깊어가니 졸려서 아이와 게임을 하였는데 모두가 나가떨어질 만큼 재치도 만점이었지 뭐예요. 하여튼 꿈벗 8기와 9기가 <적벽강 휴양의 집>에서 <삼색공감>을 주제로 모임을 주최했을 때 아이의 숨은 공로가 참으로 많았답니다. 아이 덕분에 즐거움과 웃음 넘치는 가운데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 하면서도 재미나게 준비들을 하였으니까요.


그리고 두 번째 아이를 만난 것은 풍광이 좋은 적벽강가에서 꿈벗 10기와 11기가 올해 5월 말경에 <봄 소풍> 모임을 한 번 더 가질 때였어요. 아이는 지난 번 보다 더 익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그곳에 엄마 아빠와 함께 온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지냈어요. 5월 말 경임에도 역시나 강가에다가 주변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밤에는 꽤 쌀쌀했지요. 밤새 물안개가 피어나고 서리도 내렸으니까요. 그래서 그날도 진서는 빨간 코트를 입고 나타났지요. 처음에는 아이니까 빨간색 코트를 입었나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이와 빨간색 코트는 제법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연결되는 군요. 진서는 늘 열정 넘치며 밝고 따스한 성품을 지녔으니까요.


아이를 세 번째 본 것은 얼마 전 괴산 솔뫼농장의 한 살림 공동체와 꿈벗 김용규 님의 <행복 숲>에서 열린 꿈벗 제12기와 13기들의 모임 주제인  2008 꿈벗 가을 모임 <숲에서 길을 묻다>에서였지요. 아이는 이제 제법 늠름하게 나타나 꿈벗의 어엿한 한 식구가 되어버린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진서 아빠 김봉규 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아이가 먼저 “아빠, 이번에는 언제가요?” 하고 물어온다고 하더군요. 봄, 가을이면 으레 꿈벗 모임에 가는 줄을 알고 은근 재촉하며 먼저 기다린다고 하네요. 또 와서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며 잘 어울리고 때가 되면 기다리기까지 하니까 함께 참석하는 아빠도 가족들을 남겨두고 자기만 홀로 참석할 때보다 아이들과 함께 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더 좋아지더라고 하더군요. 진서는 남동생이 있어 남동생과 함께 나타나고는 하는데 남동생도 어찌나 소리 없이 잘 챙기고 거느리는지 저희끼리 알아서 척척 잘도 놀고 잘 어울려 지내다가 가고는 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우리의 꿈벗 진서의 의젓하고 대견한 모습에 반해서 칭찬 좀 해주고 싶어서 사실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해마다 봄과 가을에 두 번 연례행사로 치러지고 있는 꿈벗 모임에 이번 기수에서는 가족을 동반한 참여를 더욱 시도하였는데요, 원근 각처의 여러 부부 참여도 눈길을 끌었지만 어린 자녀들과 함께한 벗들이 제법 많아 더 이색적이었지요. 조카와 함께 참석한 분도 계셨고요. 젊은 꿈벗들에게는 고물고물한 어린 자녀들이 많이 있고 모처럼 만의 가을 휴일에 꿈 프로그램에 참석한 자신들만 참여하기보다 그 가족들도 함께 참석하게 되니 처음에는 낯선 듯해도 금세 친해지면서 너무들 좋아하더라고요. 다른 이들과 함께 따로 또 같이 한바탕 어울리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일상으로의 계기가 되고, 더구나 가족의 꿈에 대해 더욱 선명하게 이해하고 납득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또한 벗들의 꿈 이루어가는 모습 들을 대하며 자신들을 뒤돌아보고 채찍하며 고무시켜 나가기도 하고 또 이렇게나마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이해와 위안도 가져보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아이들이 어찌나 밝고 맑게 뛰놀며 곱게 물든 단풍과 맑은 가을햇살과 함께 활짝 탐스럽게 한껏 피어나는지 그 모습이 여간 예쁘고 아름답지가 않았어요.


김용규 님의 백오산방이 있는 <행복 숲>에서 숲 강의가 진행된 둘째 날에는 인근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에 타고간 자동차들을 모두 세워놓고 <행복 숲>으로 산책해 갈 때에, 사부님께서 행복숲지기 백오 김용규 님의 <백오산방>에 배롱나무 한 그루를 선물하신 터라 그것을 싣고 올라가는 사륜구동의 용달차에 장난 끼 어린 마음으로 올라탔더니만 강현 아우네 쌍둥이 형제가 함께 타겠다고 해서 태우자 어린 벗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들 태워달라고 졸랐지요. 그래서 우리 일행 몇 몇은 배롱나무와 함께 아이들을 트럭에 하나 가득 싣고서 구불구불한 산길이 펼쳐지는 행복 숲으로 향할 참이었지요. 어린 아이들이 트럭에 하나 가득 올라타는 것을 보고 이번 행사 진행 팀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양수 님은 누차 안전을 당부하였어요. 그 말을 새겨들은 꼬마 대장 진서는 어린 벗들의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아이들을 제 품에 안고 품다시피 해가며 트럭을 태워주웠어요. 어린 동심을 이해한 백오 김용규님도 마치 청룡열차를 방불케 하는 운전으로 아이들을 한껏 즐겁게 하였지요. 아이들의 젊은 어머니들은 재미있어하면서도 무서워했지만 아이들은 동심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 지들끼리 옹기종기 서로가 서로를 맞잡고 보호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무척이나 좋아하더라고요. 감기 기운으로 밤새 아파하던 아이도, 낯설어 칭얼대던 아이도, 모두가 저희들끼리 하나가 되어 늦은 가을 하늘의 곱고 따사로운 햇살을 한껏 받으며 마음껏 신나고 기뻐했어요. 서너 살의 아주 어린 아이들도 금세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저희들 끼리만이 통하고 이해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만끽하는 즐거운 비명과 함께 우렁찬 함성들을 질러대는 것을 보고서 이번 모임이 주는 작은 느꺼움과 잔잔한 일상의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진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아주 의젓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우는 아이에게는 심정을 이해하는 언니로, 아이들의 또래 친구 같은 누이가 되어 밥 먹이기와 옷 입히기 등을 의젓하게 보살폈어요. 강현 아우네 쌍둥이 녀석들처럼 씩씩한 동생들에게는 안전하고 즐겁게 노는 방법 등으로 이끌며 선생님처럼 누이처럼 또래 친구로 아주 살갑고 친숙하게 아이들과 함께 하였지요. 아이들도 모두 진서의 말에 잘 따라주는 것을 보면 꼬마 숙녀인 그녀의 통솔력과 아량이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지요.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공감대와 꿈과 이야기와 놀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다시 보고 배우며 감동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어른들은 늘 많은 것을 두려워하고 염려하지만 아이들은 먼저 움직이며 가능성과 의문을 타진하고 깨우쳐나가려고 하지요. 두려움과 염려보다 호기심과 의욕으로 더 활기차고 신명나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줄 알더라고요.


우리도 빨간 코트를 입은 아이 진서처럼 해맑은 동심과 뜨거운 열정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년 봄에는 또 아이와 아이의 또래 친구들이 얼마나 의젓하고 대견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는가를 볼 수 있겠지요. 그때에 우리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씩씩하고 즐거운 꿈 이야기를 더욱 진지하고 기쁘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진서와 우리 꼬마 꿈벗들의 건강한 꿈과 이야기만큼이나 참신하고 즐겁게 말이에요. ^-^*


IP *.36.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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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7 05:25:27 *.189.235.111
아이에게 배운다... 그 말이 정말 맞는거 같아요.

이어지는 칭찬과 감탄에 주원이 짝으로 어떨까 생각하고 보니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구만요. ㅎㅎ 좋은 새벽이죠? 오늘은 좋은 하루였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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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1.07 16:23:47 *.169.188.181
애들을 잘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힘으로 애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배려해서 같이 노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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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광
2008.11.07 17:52:15 *.69.179.152
이번 꿈벗 모임에 가족동반 참석이 가능했지만 아이들이 어려 내심 걱정했는데 진서가 우리 지윤이하고 형민이를 잘 데리고 놀아주어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에 봉규 형님네와 조촐한 식사라도 할 참입니다. 진서야 조만가 보자, 우리 지윤이가 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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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아빠
2008.11.11 20:08:10 *.238.162.130
써니 누님 고맙습니다. 천방지축 우리 딸 진서를 잘 봐 주셔서... 과분한 칭찬임에도 어깨가 으쓱함은 감출수 없네요ㅎㅎㅎ 香山님, 햇빛처럼님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모임에도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대광아 시간내서 식사한번 하자 아이들하고 같이 연락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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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1.18 18:12:44 *.36.210.210
진서 아빠야, 진서의 생활태도는 진서 엄마의 빈틈없는 교육과 맵시라는 것을 누구나가 다 알 수 있다오. 뻬어난 미모만큼이나 야무진 살림 솜씨인 것이지요. 마음껏 기뻐하여도 되겠수다. 그래서 늘 싱글벙글이라지. 하여튼 복도 많아요. 소광이네도 다를 것 같지는 않으니 날씨 더 춥기 전에 꼭 식사 한 번 나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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