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gie
- 조회 수 3949
- 댓글 수 7
- 추천 수 0
습관이다.
평소보다 일찍 깨어난 새벽
앨범과 편지함을 뒤적이는 것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출근준비를 잊다
이제 내 앨범에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
서슬하게 다가와
멍하다가
지상에서 여전히 함께이지만
그 때 그를
그 때 그녀를
그 때 나를
지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맘에 안들던 내 얼굴도
쬐금 이쁘게 보인다.
앨범 속
아빠는 기록도구로 사진예찬가였다
그래서 내가 어설피 사진도 잘 못찍으면서
엉뚱하게 담쟁이벽이나 사람없는 성곽, 빨래줄같은 것을 찍던
이십대중반.. 필름 낭비라 못마땅해 하셨다
아빠가 찍은 내 모습이
사실 제일 맘에 든다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런 표정이 나오는가 싶다
아빠의 사진을 골랐다가
아빠를 보는 나를 고르게 된다.
차마 못할 말이
나는 못생겼지.
얼굴이란
너랑 나랑 구별짓기 위한
상징이라는 글을
읽으며 위안삼곤 했지.
우리 아빠 바이런보다 멋진 얼굴의 소유자
그의 코는 조물주 예술의 극치라며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라곤 없는.
나는 그의 딸이라며
하릴없이 닮은 데를 찾아보곤 했지.
아빠, 사십대후반, 막대외삼촌집에서
외할머니의 감탄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던 아빠
"자네는 손도 이리 잘생겼나"
사춘기시절 아빠 사진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아빠의 모습이 많이 슬퍼 보인다.
나를 보는 아빠의 심정은 저것이로구나
어느 날 동생이 보여주기조차 싫어했던
(난 동생앨범을 이십대후반에야 펼쳐보게 되었다)
동생몫의 앨범을 훔쳐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막내라서 그런지 젊어보이시려고 애쓴 표정,
아빠의 자존심을 세워 준 동생이였기에
으쓱한 분위기의 저 표정을
나는 만들어 드릴 수 없음에
두 번 놀랐다.
온 새벽을 다 썼지만
결국 내가 찾고자 하는
아빠 사진을 못찾았다.
남은 것은 이제 사라진 남산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과
아빠의 실물을 그리 잘 잡아내지 못한
사진들이다.
헉, 출근해야겠다.
IP *.46.234.81
평소보다 일찍 깨어난 새벽
앨범과 편지함을 뒤적이는 것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출근준비를 잊다
이제 내 앨범에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
서슬하게 다가와
멍하다가
지상에서 여전히 함께이지만
그 때 그를
그 때 그녀를
그 때 나를
지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맘에 안들던 내 얼굴도
쬐금 이쁘게 보인다.
앨범 속
아빠는 기록도구로 사진예찬가였다
그래서 내가 어설피 사진도 잘 못찍으면서
엉뚱하게 담쟁이벽이나 사람없는 성곽, 빨래줄같은 것을 찍던
이십대중반.. 필름 낭비라 못마땅해 하셨다
아빠가 찍은 내 모습이
사실 제일 맘에 든다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런 표정이 나오는가 싶다
아빠의 사진을 골랐다가
아빠를 보는 나를 고르게 된다.
차마 못할 말이
나는 못생겼지.
얼굴이란
너랑 나랑 구별짓기 위한
상징이라는 글을
읽으며 위안삼곤 했지.
우리 아빠 바이런보다 멋진 얼굴의 소유자
그의 코는 조물주 예술의 극치라며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라곤 없는.
나는 그의 딸이라며
하릴없이 닮은 데를 찾아보곤 했지.
아빠, 사십대후반, 막대외삼촌집에서
외할머니의 감탄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던 아빠
"자네는 손도 이리 잘생겼나"
사춘기시절 아빠 사진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아빠의 모습이 많이 슬퍼 보인다.
나를 보는 아빠의 심정은 저것이로구나
어느 날 동생이 보여주기조차 싫어했던
(난 동생앨범을 이십대후반에야 펼쳐보게 되었다)
동생몫의 앨범을 훔쳐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막내라서 그런지 젊어보이시려고 애쓴 표정,
아빠의 자존심을 세워 준 동생이였기에
으쓱한 분위기의 저 표정을
나는 만들어 드릴 수 없음에
두 번 놀랐다.
온 새벽을 다 썼지만
결국 내가 찾고자 하는
아빠 사진을 못찾았다.
남은 것은 이제 사라진 남산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과
아빠의 실물을 그리 잘 잡아내지 못한
사진들이다.
헉, 출근해야겠다.
댓글
7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이선이
감사해요.
더디지만 지켜봐주세요.
아빠도 인정한 것이랍니다. 동생앨범안의 그 표정들.
전 샘도 안나고 아빠한테 서운한 것도 없고.
아빠도 저런 표정 가지고 계신분이었구나 놀랐을 뿐인 걸요.
다만 저도 아빠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사람이고 싶을 뿐.
(남들은 이걸 또 새암 ... 샘낸다 하겠지만요)
제가 조금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기 시작하면 더 가벼워 질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그럼 더 자주 시를 올릴 수 있겠지 싶습니다.
의미의 논리에 빠지고 싶지 않기에
그냥그냥 흘러보내는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아요.
심려 마세요. 말씀 잘 담아두고 혹, 그럴때에 꺼내서 쓸께요.
점심밥으로 아침에 허둥지둥 하다 못먹은 콩장에다 밥먹고 있어요.
아주 맛이 나네요. 지하 사원식당에 내려가기 싫어서요.
더디지만 지켜봐주세요.
아빠도 인정한 것이랍니다. 동생앨범안의 그 표정들.
전 샘도 안나고 아빠한테 서운한 것도 없고.
아빠도 저런 표정 가지고 계신분이었구나 놀랐을 뿐인 걸요.
다만 저도 아빠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사람이고 싶을 뿐.
(남들은 이걸 또 새암 ... 샘낸다 하겠지만요)
제가 조금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기 시작하면 더 가벼워 질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그럼 더 자주 시를 올릴 수 있겠지 싶습니다.
의미의 논리에 빠지고 싶지 않기에
그냥그냥 흘러보내는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아요.
심려 마세요. 말씀 잘 담아두고 혹, 그럴때에 꺼내서 쓸께요.
점심밥으로 아침에 허둥지둥 하다 못먹은 콩장에다 밥먹고 있어요.
아주 맛이 나네요. 지하 사원식당에 내려가기 싫어서요.

1
VR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