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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07시 31분 등록
습관이다.
평소보다 일찍 깨어난 새벽
앨범과 편지함을 뒤적이는 것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출근준비를 잊다

이제 내 앨범에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
서슬하게 다가와
멍하다가
지상에서 여전히 함께이지만
그 때 그를
그 때 그녀를
그 때 나를
지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맘에 안들던 내 얼굴도
쬐금 이쁘게 보인다.

앨범 속
아빠는 기록도구로 사진예찬가였다
그래서 내가 어설피 사진도 잘 못찍으면서 
엉뚱하게 담쟁이벽이나 사람없는 성곽,  빨래줄같은 것을 찍던
이십대중반.. 필름 낭비라 못마땅해 하셨다

아빠가 찍은 내 모습이
사실 제일 맘에 든다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런 표정이 나오는가 싶다
아빠의 사진을 골랐다가
아빠를 보는 나를 고르게 된다.

차마 못할 말이
나는 못생겼지.
얼굴이란
너랑 나랑 구별짓기 위한
상징이라는 글을
읽으며 위안삼곤 했지.

우리 아빠  바이런보다 멋진 얼굴의 소유자
그의 코는 조물주 예술의 극치라며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라곤 없는.
나는 그의 딸이라며
하릴없이 닮은 데를 찾아보곤 했지.

아빠, 사십대후반, 막대외삼촌집에서
외할머니의 감탄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던 아빠
"자네는 손도 이리 잘생겼나"
사춘기시절 아빠 사진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찍은 아빠의 모습이 많이 슬퍼 보인다.
나를 보는 아빠의 심정은 저것이로구나

어느 날 동생이 보여주기조차 싫어했던
(난 동생앨범을 이십대후반에야 펼쳐보게 되었다)
동생몫의 앨범을 훔쳐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막내라서 그런지 젊어보이시려고 애쓴 표정,
아빠의 자존심을 세워 준 동생이였기에
으쓱한 분위기의 저 표정을
나는 만들어 드릴 수 없음에
두 번 놀랐다.

온 새벽을 다 썼지만
결국 내가 찾고자 하는
아빠 사진을 못찾았다.

남은 것은 이제 사라진 남산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과
아빠의 실물을 그리 잘 잡아내지 못한
사진들이다.

헉, 출근해야겠다.

IP *.46.2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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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5.11 09:07:19 *.254.7.146
친하진 않아도 가끔 궁금하고,
꾸준히 시를 써서 올렸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선이씨!
많은 것이 들어있는 글이로군요.
선이씨 앨범과 동생 앨범의 아버님 모습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두진 말기를!
그것은 순간의 우연일 수도 있고, 선이씨의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어요.
의미중심적인 측면은
무언가 창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자질이지만
난,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가벼워지려고 노력하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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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10.05.11 12:35:55 *.193.194.24
감사해요. 
더디지만 지켜봐주세요.
아빠도 인정한 것이랍니다. 동생앨범안의 그 표정들.
전 샘도 안나고 아빠한테 서운한 것도 없고.
아빠도 저런 표정 가지고 계신분이었구나 놀랐을 뿐인 걸요.
다만 저도 아빠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사람이고 싶을 뿐.
(남들은 이걸 또 새암 ... 샘낸다 하겠지만요)

제가 조금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기 시작하면 더 가벼워 질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그럼 더 자주 시를 올릴 수 있겠지 싶습니다.
의미의 논리에 빠지고 싶지 않기에
그냥그냥 흘러보내는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아요.
심려 마세요. 말씀 잘 담아두고 혹, 그럴때에 꺼내서 쓸께요.

점심밥으로 아침에 허둥지둥 하다 못먹은 콩장에다 밥먹고 있어요.
아주 맛이 나네요. 지하 사원식당에 내려가기 싫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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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12 01:20:02 *.219.168.78
정신을 좀 차리셨나?
언제고 나타날 사람이지만 한동안 여러 모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흘러갈 시간 흐를 때까지 버텨주기만을 바라며 기다렸다네.
좋은 곳에서 잘 계실테고, 우리 잘 살아가는 표정 보시게 해 드리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 주시고 먼저 가 기다리시는 당신 모습이겠지.
건강해야 할 건 우리. 잘 이겨내야 할 건 우리. 잘 지켜나가야 할 건 우리. 우리가 곧 당신일 테지.
조만간 밥 한 번 먹세. 그집앞에 가서 불러내던가, 쳐들어 감세.^^ 언젠가 밥 먹은 기억이 나는 구먼. 언제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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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10.05.12 16:49:59 *.193.194.24
이 물살, 저 물살에 간신히 떠 있어요.  
내일 제가 계획 휴가 냅니다.  보통 주중에는 퇴근시간이 들쑥날쑥이라 여유있게 만나기는 어렵지만
어느 분이든 제 집에 오시는 것은 영광이지요.  주말이면 더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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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나무처럼
2010.05.12 20:46:38 *.64.107.166
오랫만에 보는 시와 같은 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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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10.05.13 12:27:24 *.210.111.178
반가운 이름..
잘 지내는거죠?
같이 교회에 갔던 날, 생각나네요.

오늘이 휴가?
나도 오늘이 휴간데!
우리, 오늘 하루 자알 보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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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11.11 22:18:48 *.40.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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