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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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 되었습니다.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라는 제목입니다.
시집 속에 실린 시의 제목은 긴 삶처럼 길기도 하네.
'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소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가게' (54p)
......
선풍기도 난로도 아니 전등도 하나없는
간판도 없는 두어평 비닐하우스 무허가 옷가게
어려서나 더 젊어서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반짝이는 반짝이 옷
너울너울 인형같은 공주 옷을 파는 옷가게
그녀에게서 사온 옷을 안고 잠을 청하면
푸른 섬진강물이 은빛 모래톱 찰랑찰랑 간질이는 소리
동화 속 공주가 나타나는 꿈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구례와 하동사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옷가게
그녀가 웃고 있다
그 시집 속에서 내 눈에 띈 아주 짧은 시 하나
쉰
그리움도 오래된 골목 끝 외딴 감나무처럼 낡아질 수 있을까 ?
흘러온 길이 끝나는 곳 세상의 모든 바다가 시작되는 그곳
밤새 불빛 끄지 않고 뒤척이며 깜박이는 등대 같은 것
IP *.160.33.180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라는 제목입니다.
시집 속에 실린 시의 제목은 긴 삶처럼 길기도 하네.
'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소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가게' (54p)
......
선풍기도 난로도 아니 전등도 하나없는
간판도 없는 두어평 비닐하우스 무허가 옷가게
어려서나 더 젊어서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반짝이는 반짝이 옷
너울너울 인형같은 공주 옷을 파는 옷가게
그녀에게서 사온 옷을 안고 잠을 청하면
푸른 섬진강물이 은빛 모래톱 찰랑찰랑 간질이는 소리
동화 속 공주가 나타나는 꿈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구례와 하동사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옷가게
그녀가 웃고 있다
그 시집 속에서 내 눈에 띈 아주 짧은 시 하나
쉰
그리움도 오래된 골목 끝 외딴 감나무처럼 낡아질 수 있을까 ?
흘러온 길이 끝나는 곳 세상의 모든 바다가 시작되는 그곳
밤새 불빛 끄지 않고 뒤척이며 깜박이는 등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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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시집 뒷 페이지에 이렇게 써 두었다
시(詩)처럼 살고 싶다.
시인이 되어 시를 쓰며 사는 운명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내 삶을 시처럼 만드는
일에 전념한다.
인생의 중반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는 박남준의 시를 만났다.
그 후 그의 시는 내 삶의 여기저기에
스미고 묻어들어 왔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그의 시와 연결되게 했고 마침내
그와 닿게 했다.
지리산 그의 집에서 처음 그를
만나던 초봄, 어서 오란 말도 없이
그저 노란 복수초 가리키며 '꽃이 피었네요' 했다.
시인은 꽃잎 한 장 속에서 세상의
봄을 본다.
해와 땅과 물이 만나 꽃이 되나니,
낯선 모든 만남이 삶으로 꽃이
되나니.
그러니 세상아,
시를 좀 더 많이 읽어라.
시(詩)처럼 살고 싶다.
시인이 되어 시를 쓰며 사는 운명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내 삶을 시처럼 만드는
일에 전념한다.
인생의 중반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는 박남준의 시를 만났다.
그 후 그의 시는 내 삶의 여기저기에
스미고 묻어들어 왔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그의 시와 연결되게 했고 마침내
그와 닿게 했다.
지리산 그의 집에서 처음 그를
만나던 초봄, 어서 오란 말도 없이
그저 노란 복수초 가리키며 '꽃이 피었네요' 했다.
시인은 꽃잎 한 장 속에서 세상의
봄을 본다.
해와 땅과 물이 만나 꽃이 되나니,
낯선 모든 만남이 삶으로 꽃이
되나니.
그러니 세상아,
시를 좀 더 많이 읽어라.

써니
나도야 물들어 간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 p32/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박남준/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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