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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01시 04분 등록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터뷰하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영광이라고 생각하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이름을 건 토크쇼를 하나 갖는게 제 꿈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토크쇼는 오늘 여기 박노진 선배님처럼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꽃피워내신 분들이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 인터뷰가 그 꿈의 첫발자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 그럼 시작해볼까요.

Q. 먼저 우리 박노진 선배님은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일상을 담아 외식경영작가라고 스스로를 명칭하셨는데, 이 이름이 담고 있는 선배님의 비전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사실 식당업이 저와 잘 맞는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작고하신 아버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의 제사에서도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윤건을 쓰실 정도로 유학적인 분이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나는 학자나 관리 뭐 이런 타입이 맞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먹고 사는 것은 밥장사를 하는 지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죠. 현실과 이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첫 식당이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식당을 하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음식점을 운영해보자고 생각했었더랬습니다. , 음식만드는 것이나 고객을 접객하는 서비스는 약한 부분이니까 잘하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저는 기획, 마케팅, 경영분석 등에 집중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식당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글로 정리하다 보니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역할은 당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하고 대안과 해결에 대한 나름의 방법을 던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이 저한테 잘 맞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서 그렇게 잡아봤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외식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이 대중화되어있지 않습니다. 대학에서도 자기들만의 언어로 10여년 전의 연구나 결과물들이 재탕, 삼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국적으로 70만개가 넘는 음식점들이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외식경영학적인 연구들은 대단히 일천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잘 정리한다면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잘 해결되겠다는 생각에서 잡아봤습니다.

Q.
고객을 돕는게 경영의 목적이다, 라는 모토를 갖고 계시는데요.  식당이 고객을 돕는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 저는 식당도 골프나 영화관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골프를 하는 분들을 보면 비즈니스가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또는 무엇인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와 달성하기 위해 라운딩을 하는 편이 많다는 것이죠. 또한 영화는 아주 친한 친구 또는 연인들이 보러갑니다. 이와 같은 행위의 이면에는 비즈니스를 위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골프나 영화같은 소재가 사용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식당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 그것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효도의 의미이고, 고객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 무엇인가 원하는 비즈니스를 이루기 위함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음식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고객들의 바램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거죠. 음식은 그런 고객의 바램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맛있는 음식, 고객이 생각하는 아늑한 분위기, 사랑하는 연인이 즐겁게 식사하는 공간 등등의 연출이 바로 고객을 돕는 식당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Q. 여러 번의 도전 중에 쇠고기 전문 식당을 크게 열었던 적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일 미어터지던 식당이 광우병 소동으로 하루아침에 파리 한 마리 안 날리는 지경이 되었을 때, 그때의 심정을,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한 번 묘사해주시겠습니까.

-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그때가 200312월 말이었을 겁니다. 광우병이 터지기 20여일 전에 조류독감이 터졌습니다. 오리고기와 닭고기를 취급하던 식당 손님들이 고기집으로 몰려들었죠. 송년회 등이 많은 때니까 그냥 밀려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많이 파는 날은 하루 1,500에서 1,800만원도 팔았습니다.

그런데 12월 말, 크리스마스 전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터졌습니다. 이미 예약된 행사들은 어쩔 수 없이 했는데 일반 손님들은 물밀듯이 빠져버리더라구요. 당시 대부분의 한우전문점들도 한우와 수입소고기를 취급하고 있었고 저희 가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1월이 되니까 정말이지... 직원들 급여가 4,000 정도 되는데 한 달 매출이 2,000 정도 밖에 안될정도였습니다.

주식하는 분들을 보면 손절매라는 말이 있잖아요.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손실을 보기전에 판다는 의미처럼 저도 그 때 일찍 손을 뗐더라면 나았을텐데 무슨 떼돈을 벌겠다고 붙잡고 놓지 못했습니다. 그 때 큰 손해를 본것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마실과 제가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요 

Q. 책을 보면서 제 가슴에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 장면이  있습니다. 사업 실패 후 춘천마라톤에 참가했던 경험을 자세히 묘사하는 장면인데요, 그때의 정황과 마라톤 완주 순간의 감격, 그리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 나눠주시죠.

- 마라톤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음식점을 하기 전에 급식사업을 꽤 크게 했었지요. 그 때는 골프를 주로 했습니다. 광우병이후 식당이 어려워지면서 골프는 하지 않고 한동안 운동을 못했습니다. 식당이 잘 안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당뇨병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마라톤입니다. 꿈 벗 회장님이신 허영도사장님께서 마라톤매니아였는데 처음 입문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죠.

춘천마라톤은 두 번째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톤인데 우리나라 10대 마라톤대회 중의 하나입니다. 2만명 정도가 참가하는데 참가자와 같이 온 사람들, 자원봉사자 모두 합하면 3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단한 규모입니다. 춘천호반을 돌아가며 달리는데 가을의 견경과 사람들로 가득찬 모습이 장관입니다.완주 그 자체나 순간의 고통이 말로 쉽게 표현될까요. 아마 뛰어보시면 알겁니다.

마라톤은 하루 아침에 산에 올라가듯이 되는 운동이 아니죠.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4.4.4법칙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 40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4개월 이상 연습을 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마라톤 입문할 당시 연구원을 함께 할 때였거든요.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을 한 시간 가량 하고 나면 6시 정도 됩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1~2시간 달리기연습을 했습니다. 일요일 같은 경우는 혼자 4시간 가량 천안을 한바퀴 돌기도 했습니다.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드는데 마라톤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식당을 경영하다보면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곤란하고 속상했던 일과, 가장 보람있고 즐거웠던 일을 소개해주시지요.

- 손님들하고 부딪치는 일들이야 매일 겪는 다반사니까 항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며칠전에도 100만원짜리 페르가모 구두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손님이 생겨서 황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찾아서 잘 해결했지만, 신발 잃어버리는 손님들마다 죄다 최소한 20만원 이상에다가 한결같이 새로 산지 1주일밖에 안됐데요.저는 미신같은 경우를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믿지는 않지만 그런 것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저희 식당이 햇수로 5년째인데 불이 3번 났습니다. 그것도 11월에만요. 3년 연속으로.

오픈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땐데 어느 날인가 웬 탁발승이 와서 돈을 받아가면서 절 좀 만나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차를 한잔 같이 하는데 제 사주를 물어보더라구요. 그러더만 마실 터와 제 사주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땅의 기가 세다는 거죠. 전 굿 이런 거 하라고 하는 줄 알고 웃고 넘겼는데 그 스님은 정색을 하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이번엔 온양에서 철학원을 하시는 분이 서예선생님과 함께 와서는 비슷한 말씀을 하고 가셨습니다. 당장 팔고 여기를 나가야 한다는 거지요. 아니, 생각해 보십시오. 문 연지 6개월도 안됐는데 문들 닫으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등골이 오싹하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하루는 아침 일찍 혼자 식당에 와서 창문을 다 열어놓고 108배를 했습니다.

절을 하면서 산신님도 찾고 산신할매도 불렀죠. 전 여기서 그만두지 못합니다. 열심히 해서 잘 살아야 되니까 잘 좀 봐달라고 빌었죠. 그리고 돈 벌면 절대 혼자서 잘먹고 잘살지 않겠다. 꼭 지역과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초아선생님 아시죠? 초아선생님께서 천안에 오실 기회가 있어 저희 식당을 한번 봐달라고 하니까 나침반을 가지고 식당을 다 둘러보시고 제 사주를 보시더만 이번엔 저하고 딱 맞다는 겁니다.

해피데이라는 행사와 함께 나름대로 지역에 다시 기부하거나 봉사하는 일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어떤 손님께서 저를 찾으시더니 10만원짜리 수표를 하나 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여기가 좋은 일을 한다고 소문이 많이 나서 일부러 왔다고 하면서 좋은 일에 써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장애인작업장을 연결해줬고 거기에서 그 손님한테 직접 감사의 인사를 하게 했습니다. 저도 좋고 손님도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Q. 여기 오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우리 선배님 인생에 변경연은 어떤 의미와 무게를 갖고 있는지요.

- 다들 젊을 때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저는 마흔 살 성장통을 앓았습니다. 좀 심하게 앓았지요. 세상이 무서웠고 모든 일이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잘난 사람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습니다. 30대는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는데 식당 하나 잘못되면서 하루 아침에 세상에 저 혼자 남은 것 같았습니다. 뭘 해도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없고,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점점 혼자 있게 됩니다. 혼자 있으면 사람은요, 자꾸 쪼그라듭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만 보여집니다. 당연히 세상에 자신이 없어지게 되고 살고 싶은 생각도 사라지더라구요.

그때 읽은 책은 선생님께서 쓰신 Me story입니다. 마흔에 관한 대목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제 인생이 그랬고 제 삶이 그랬더랬습니다. 그렇게 호되게 마흔 살 성장통을 겪고 난 후 연구소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고 꿈 벗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연구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아 지금까지 왔던 겁니다. 세상에서 낙오했던 한 사람이 다시 힘을 얻어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게 된 이 과정을 다시 저와 같이 어렵고 힘든 이들한테 되갚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연구소에서 배우고 빚을 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연구소와 구선생님께서 저한테 가지고 있는 의미이자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식당 비즈니스에 어떻게 연결했습니까?

-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식당일이 저하고 잘 맞지 않습니다. 전에 하던 급식사업도 거래처하고 술먹고 접대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다 정리했거든요. 좋은 음식만 만들면 된다 싶어서 식당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여기서도 손님접객이 만만찮더라구요. 고깃집을 할 때는 아는 손님이 세 번 팔아주면 한번은 제가 술을 사야 했습니다. 안그러면 그 사람이 안오니까요. 음식만드는 것도 잘 못합니다. 제가 주방에 들어가는 이유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냉장고안에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아있나 확인하는 거고 또 하나는 라면 끓여먹을라고 갑니다.

대신 제가 잘하는 것은 제 재능이 만남과 만들기라고 하는데, 업무적으로 표현하면 기획, 마케팅, 경영분석 뭐 이런겁니다. 그런데 식당하는 분들은 이런 것을 잘 못하죠.앞 강의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손익프레임, 일일분석, 조리시스템 구축, 이벤트, 마케팅 등을 제가 하고, 제가 자신없는 고객접객서비스는 점장에게, 메뉴개발은 메뉴개발팀과 주방 찬모한테, 돈 관리는 제 아내에게 맡기는 거죠. 참고로 저희 점장님은요 남자 손님들 관리를 잘 합니다. 다른 서빙보는 아줌마직원들은 남자손님들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저희 점장님은 어떻게 보면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객들하고 잘 풀어가더라구요.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것은 못하겠더라구요. 또 저희 아내는 카운터를 잘 봅니다. 장사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점심 때 웨이팅이 걸리면 제가 카운터에 있으면 안절부절 못하거든요. 기다리는 손님이 가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부터 왜 빨리 먹고 나오지 저렇게 느긋하게 앉아있는지 좌불안석인데 집사람은 중간중간 끼워넣기부터해서 한 사람도 안 돌려보내고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돈 관리도 딱 소리납니다. 보통 식당하다 보면 식당돈하고 집에 돈하고 구분없이 쓰다 보면 분명이 남은 것 같은데 돈은 없어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거죠. 그런데 저희는 손익분석을 해서 얼마 남았다 그러면 정확하게 통장에 얼마 남아있습니다. 그게 안맞으면 저희 집사람은 잠을 못잡니다. 서류상의 돈과 현금이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돈관리를 맡겨놓으니까 저도 돈 걱정안해서 정말 좋습니다.

참고로, 앞으로 식당하시겠다는 분이 있으시면 반드시 아내와 함께 하세요. 그리고 카운터와 돈관리를 무조건 맡기십시오. 남자들은 손님들 기억을 잘 못하지만 여자분들은 잘 기억합니다. 식당일은 감성사업입니다. 직선성향의 남자들보다는 여자분들한테 더 잘 어울리는 일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잘 쓰는 것. 이것도 제가 잘하는 일중의 하나이긴 합니다.

Q. 고객이 다시 오게 하는 것, 즉 재구매의 조건을 선배님은 책에서 가격대비 만족도로 설명하시는데, 이 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몇 년 전 꿈 벗 동문회 때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고객만족은 재구매다>라고 하셨거든요. 고객만족이라는 것이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만큼의 고객만족이 되는 것이고 이하면 그 만큼 고객불만이 발생하는 거잖습니까? 재구매는 그렇게 만족한 고객이 다시 우리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 준다는 의미인데 그런 저런 과정을 다 떼버리고 직접적으로 고객만족은 재구매다라고 하시니까 저는 머리를 관통하는 쨍 하는 뭔가가 느껴졌던 거죠.

그 후 소비자적합성이론을 공부하면서 가격, 품질, 서비스, 접근성, 체험의 5자기 요소 중 2가지는 아주 잘하는 지배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가격이라는 요소는 가격에 비해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대박을 터트린 가격정책 중의 하나가 점심특선입니다. 2008년 초 현 정부가 들어설 때 물가가 엄청 올랐습니다. 라면, 김밥, 밀가루, 식용유 등 안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올랐죠. 오죽하면 MB물가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요.

그 때 저희 가게가 좀 많이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 불이 난 다음 해였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시점에 근처 홈에버를 갔다가 애슐리라고 하는 뷔페레스토랑앞을 지나가다가 그날 따라 유모차를 끌고 애슐리를 들어가는 젊은 아줌마손님들이 눈에 뛰더라구요. 그래서 뭐하러 갔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앞에 앉아서 한 시간 가량을 지켜봤습니다. 왜 저기에 젊은 아줌마들이 들어갈까? 나중에는 제가 따라 들어갔죠. 보니까 일반 뷔페하고 비슷한데 씨푸드레스토랑이면서 젊은 여성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많더라구요. 전 두 번 안가겠던데...

돌아와서 수없이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만든 것이 마실정식에서 몇 가지를 빼고 점심특선을 만들고 가격을 1인분에 9,900원에 출시했습니다. 처음 1주일만 이벤트용으로 했는데 반응이 엄청나더라구요. 그 다음달부터 정식메뉴로 넣어서 판매를 했는데 마실이 대박이 터진 게 이 때부터였습니다.

점심매상이 하루 7,80만원 팔리던 것이 요즘은 평균 170에서 200을 팔구요. 월간 매출이 그 전하고 비교하면 50% 이상 올랐습니다. 달랑 점심특선 하나 만들고 가격을 9,900원으로 책정했을 뿐인데요. 그런데 있잖습니까? 손님들이 이 9,900원을 너무 좋아하는겁니다. 이제는 화폐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점심 밥값으로 만원 정도는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점심가격 상한선 한계치가 만원정도인 것 같습니다.

좀 길게 말씀드렸는데 가격대비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만족하는 요소가 어디인가 하는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할 것 같구요. 저는 그것의 주된 감성적 요소로 품질()과 컨셉을 잡고 가격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요소에 만족도를 집중했던 거죠. 이 가격에 이렇게 줄 수 있어? 하는 식이죠. 실제 손님들의 반응도 그렇습니다.

Q. 우리 변경연에는 1인 기업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성공 창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저는 무엇보다도 현업에서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창업아이템을 찾았다면 먼저 그 일에 전문가가 되어야 됩니다. 1만시간의 법칙이 요즘 유행이잖습니까? 하루 2시간이나 3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자는 거잖아요. 창업은 전쟁입니다. 이론상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지금의 1/3정도 되야 먹고살만하다고 합니다. 식당도 인구 150명당 1개 정도가 적당한데 지금은 65명당 1개랍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것은 급여생활자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생계형 창업시장으로 밀려나오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겁니다. 더 이상은 정치적인 문제니까 그만두고요.

이렇게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창업해서 또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전쟁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성입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정도 되지 못하면 1인 기업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는 절대로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매개로 해서 그 일이 변형된다거나 또는 유사한 분야로 자신의 아이템을 잡고 나와 가족의 생계 정도는 책임질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 때까지 그 분야에 매진하십시오. 아니면 회사에서 사표를 쓰려고 해도 안받아주는 정도가 되야지 나와도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Q.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어떤 사업보다 자기 시간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시간을 내서 이런 책을 낼 수 있는건지 궁금합니다.(저희들도 마음 속으로는 수십권의 책을 씁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세상에 안 나온다는 것이지요 ㅎㅎ)

- 계속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매일 꾸준히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다행히 식당을 하다 보니 출근시간이 10시라서 오전에 시간이 나는 편입니다. 새벽에 운동을 가지 않을 때도 책을 보거나 글을 쓰기도 합니다. 저녁에는 주로 술약속이나 모임들이 있어서 잘 안되더라구요 

두 시간 정도면 칼럼 하나 정도는 쓰지 않나요?외식쪽은 좀 단순해서 쉽게 써도 잘 모릅니다. 책을 쓸 때 전체적인 목차를 정하고 그에 맞춰 씁니다. 어느 정도 글감이 모여지고 생각이 정리되면 한번에 집중적으로 쓰는 편입니다.

그렇게 초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대략 1, 다시 출판사와 편집하면서 그만큼의 원고를 다시 쓰면서 숙성하는 기간이 또 1. 그 사이 사이 쉬었다 다시 쓰고 그러는 시간까지 하면 책 한권이 세상에 빛을 보는 게 빠르면 2년에서 3년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출판사를 잘 만난 것 같습니다. 내용이 짜임새가 좋아진 것도 편집하시는 분들께서 여러 번 수정을 요청하셨고 속으로는 어휴~ 대충 하고 말지 하면서도 한 1년 가량 원고를 수정하고 다시 쓰면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역시 큰 출판사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선생님, 좋은 출판사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이 자리를 빌어 구본형 선생님과 다산북스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이 기회를 통해 그간 알던 선배님을 다시 알게 된 것 같아요. 적절한 유머에, 이야기도 정말 잘하시는데 마칠 시간이 다되서 아쉽네요. '박노진 인간 탐구' 뭐 이런 주제로 언제 다시 기회를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런 인터뷰는 우리 변경연의 모임에 고정 코너로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살짝 드는데요,  암튼 수고많으셨구요, 다음 책을 또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아쉽지만 오늘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P *.7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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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11.08 07:32:09 *.108.81.177
못 가 뵈어서 죄송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노진님!  한 가지를 마음에 품으면 기어이 관철하고 마는 우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그 우직함에 세련된 전문성이 더해져 정말 멋지십니다. 사진으로 뵌 모습도 점점 더 젊어지기까지 하시네요! 
이번 책 좋은 성과를 얻은 것 축하드리구요, 계속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소은도 멋져요!  케이블TV의 성황으로 점점 기회가 많아질 터이니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도 가질 수 있을 꺼에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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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1.08 09:01:29 *.123.110.13
좋은데요. 녹취하셨나요? 그 많은 내용을 어떻게.....

 누나, 언제 기획 인터뷰 해보는 것 어떨까요. 

동영상 8분 정도 분량. 

'소은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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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10.11.12 01:46:17 *.70.61.227
좋은 아이디어예요. 언제든 기꺼이 응하겠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 너무 많아요. 이 말 땅에 떨어지지 않게 추진해봐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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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11.11 21:58:49 *.40.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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