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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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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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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1일 15시 1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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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5 15:30:35 *.124.233.1

096일차 (7월 22일)
퇴근 길 아내와 하계역에 있는 세이브존에 들렀다. 푸드코트에 가서 허기를 달래고, 옷을 사로 돌아다녔다. 참 오랜만의 쇼핑이다. 아내는 이 옷, 저 옷을 내 몸에 대가며 들떠있다. 이렇게 함께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좋단다. 그 말을 들으니 짠하고 미안하다. 한창 살이 쪘을 때는 옷 사러 가기 정말로 싫었다. 허리 사이즈 34의 바지가 꽉 꼈을 때, 엑스라지 사이즈의 티셔츠가 쫄티 처럼 꼭 맞았을 때 너무 창피해서 기필코 다음 번에 올 때는 살을 빼고 오리라고 여러 번 다짐했었다. 위층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옆 거울에 비친 달라진 내 모습이 새삼스럽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확실히 변화는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기도 하다. 아내와 손 잡고 걷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 더 많이 그녀의 재잘거림을 들어주어야겠다. 이런 그녀와의 작은 추억들이 나로 하여금 원의 세계를 꿈꾸게 만든다.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아프게 하지 말아야지. 


097일차 (7월 23일)
김용규 선생님의 <신> 두 번 읽기를 마쳤다. 두 번 읽기라 가볍게 읽고 이탈리아 여행 관련 서적들을 읽으려 했지만 다른 때보다 더 정독했다. 그래서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렇게 어려웠던 책이 어찌 이렇게 부드럽고 깊게 파고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김용규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와 저자라는 심리적 거리가 스승과 제자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리라. 칼럼에 관한 주제도 여럿 찾았는데, 지금의 내 문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정해 칼럼을 써내려 갔다. 선생님에 대한 느낌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참 힘들다. 건강하셔서 좋은 책과 함께 오래오래 우리의 스승으로 계셔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코 끝이 찡해졌다. 책의 곳곳에 아픔을 매만져주는 부드럽고 따사로운 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아픔이 없는, 쉽게 살아온 사람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글이다. 그것은 곧 깊이다. 고요의 울림은 그렇게 깊은 곳에서 찾아온다.


098일차 (7월 24일)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았다. 방금 보았는데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 무대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아레조(Arezzo)'라는 지역인데, 그곳의 오래된 건물과 광장 그리고 카페,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가 나 거기 안다며 아는 체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아내 절친의 돌잔치에 다녀오는 길에 창동 역에서 내려야 하는 것을 방학 역에서 내렸다. 아내는 간만에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고 수유로 갔고, 나는 산책한다 생각하고 그냥 걸어서 집으로 왔다. 날이 더워 땀이 났지만 걸으니 좋다. 들어오는 길에 과일가게에 들러 자발적 빈곤을 위한 레몬을 6개 샀고, 자두가 먹음직스러워 자두도 3천 원어치 샀다. 중복이라 쌍문동 처가에 가서 장모님께서 끓여주신 삼계탕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이런 날 찾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말복 때는 양평 부모님을 챙겨드리고 싶지만 이탈리아 여행 중이라 그럴 수 없어 아쉽다.


099일차 (7월 25일)
월요일 새벽, 나를 찾아온 첫 손님은 불안과 두려움. 나는 새벽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일찍 일어나는 것일까? 출석체크를 늘어나는 동그라미로 인한 성취감 때문일까? 한 장 한 장 늘어나는 모닝페이지 때문일까? 여유, 여유로움이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이야기 나눔이었다. 새벽의 그 고요와 평온 그리고 고즈넉함. 한산한 거리와 촉촉한 이슬 그리고 풀내음과 흙내음. 나에게 새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나의 새벽은 성취를 위한 의무감으로 뒤바뀌게 되었다. 오늘로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새벽 기상을 진행해 온지 99일째다. 100일이 지나고 나면, 출석이라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움에 기대어 새롭게 새벽을 맞이하고 잠시 새벽과 결별해보려 한다. 모닝페이지도 손으로 직접 쓸 것이고, 잠이 부족하면 좀 더 잘 것이다. 온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나를 맡길 것이다. 새벽이 내게 진정한 의미, 진정한 가치로 다가올 수 있도록 나를 열어 놓을 것이다. 새벽이 내가 되고 내가 새벽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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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3:34:31 *.124.233.1
100일차 (7월 26일)
100일 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네 번째 단군 프로젝트였다. 지난 300일보다 이번 100일이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앞선 300일은 새벽활동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터라 어떤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운영진이 있어 체계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100일 간의 나의 단군 프로젝트 공헌은 준비되지 않은 동료들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돈을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단군 프로젝트도 실행하기 힘든데, 하물며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더군다나 라이프스타일도 다르고 시간에 부여하는 의미도 다른 동료들에게 일방적으로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가 이 프로젝트를 공헌하기로 했던 취지는 하루에 2~3시간의 자신만의 시간을 마련하여 연구원 활동에 필요한 35시간이 주말에 몰리지 않도록 돕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옷의 취향과 치수가 각자 다른 것처럼 저마다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엔 차이가 있다. 그 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단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동료들과 의논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스타일에 맞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새벽기상은 지속성과 일관성이라는 마법으로 나를 성장시켜줄 뿌리이자 기둥이기 때문에 혼자서라도 묵묵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번 단군프로젝트 공헌을 통해 새벽기상의 진짜 '의미'를 찾아냈다. 큰 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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