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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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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 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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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1일 18시 51분 등록

[다시 쓰는 500일차 출사표]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하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숲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한 길을 찾아 걷고 있다. 그 숲 속에 갇혀있거나 미처 그 숲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지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은 얼마쯤 우리 눈을 가리기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순간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임을 굳게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힘든 순간을 견디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이나 삶과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용기가 부족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림돌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자보다는 생각이 흔한 나 같은 사람은 매우 경계해야할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판단이 절대적이며 최선이자 최고의 것이라 믿는 오만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수련해야하는 것이 생각 이면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문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또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을 날 것 같은 나와도 마주 대하려는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보이는 모습은 생각과 판단의 숲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갈 때와는 또 다른 눈에 비친 모습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여기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붓던 지난 여름날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국향에게

 

어디에 있던

있는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

 

그 때만 해도 사부님이 나를 위로하시기위해 주신 말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신다고 여겼다. 어떤 부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왔는지 있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고 싶은 곳이 저기인데 가지 못해 여기 있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때가되면 건너 갈 것이며, 또 갈 준비를 착실하게 해와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건너가면 된다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여기 서 있게 된 필연적인 운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생활에 함몰되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탈출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은 거기 있을까?

 

다시쓰는 500일차,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으로 삼고싶다. 헤어지고 만나며, 또 떠나고 되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이 땅에 서 있는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언제든 후회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을 등지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최고로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임을 잊지 않고 살려했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나'로서 살며 본디 내가 타고난 '나'의 모습으로 살려 애썼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슬펐고 외로웠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노력했고 공부했고 싸웠고 또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며 세상을 알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마주하게 될 그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느껴왔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름다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려 노력하기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기위해 겁나는 온 세상과 마주치는 것, 두렵지만 또 나를 그 속에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시도가 더욱 나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단련시켜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 있어 그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마음, 집착 혹은 고집, 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그런 절대적 가치...같은 것들에 대한 봉인이 풀리면서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꼭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은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던져진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다 소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해진 내 삶에 있어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한 것이고, 어제의 그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자리이며 있어야 할 자리인지 비로소 보게된다.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 역시 여기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그려가는 그림 속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사부님이 내게 던지신 그 말씀.

있는 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의 의미를 더 곰곰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사랑하며 살리라. 그냥 그저 있는 것과 맞추는 것이아니라, 가슴을 열고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마주하고 관계를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살리라. 과하지는 않으나 열린 가슴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을 만들도록 해야 하리라. 

 

어쩌면 보다 인간답게 살다가야한다는 아픈 가르침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사랑함을 넘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귀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편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을 그대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느냐는 자문 말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나'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되짚어보라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므로,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고, 깊고 행복한 일상으로 건너오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황홀한 일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나날이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가벼워지며 더욱 더 환해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본다. 이젠 더 자유로우나 더 치열하게 사랑하면서.......

 

 

 

활동기간 :  2012 3월 5일(금)~ 6월 12일

활동시간 :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500일차 목표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을 통해 깊고 넓게 살고 세상과 나를 알아가기

 

500일차 세부 목표
1. 주 1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2. 주 1회 읽은 한 권의 책을 필사한다.

3. 주 1회 한 꼭지의 글(칼럼이나 여행기 메시지 등)을 쓰고 블로그나 일지에 올린다.

 

잘 지낸 나에게 주는 상
1. 여름방학,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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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일차 출사표]

500일차를 시작하는 마음? 그리 거창한 구호도 다짐도 필요치 않음을 느낀다. 단지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자하는대로 내가 필요로하고 해야하는대로 그리 살리라 생각해본다.

 

굳은 각오도 필요치 않을만큼 마음이 이리 평온할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러나 그 일들이 나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이 기다려주어 즐거운 마음도 생긴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분명 내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며,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과 초조함도 경험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삶이란 것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축제의 장이 아니던가?

 

내게 오는 그 어떤 마음도 인연도 감정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거부하지도 말고 또 억지로 꿰어맞추지도 말고. 흐르는 대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그러나 연연해하지는 않으리라.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껏 실망하고 물러날 일이며, 고개들이 밀고 들어오는 인연에 대해서는 또 반가이 인사하리라. 내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것도 모른체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이 마음으로 반응하리라 생각해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며 많이 나누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순간 순간 깨어있는 내 의식을 느끼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간절함에 부응하리라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다.

내 모습 그대로, 안타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다 하고, 그 이후의 일은 신의 영역으로 남려두리라.

 

무한한 시공간 속, 현재 이 순간의 나

그 '나'를 들여다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 발자욱을 음미하리라.

 

마음이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마다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나를 풀어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발 딛고 서리라.

두려움 없이, 간절함에 귀기울이며.

 

 

활동기간:  2012 1월 13일(금)~ 이후 100일(계산 어려워)^^

활동시간: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학위논문 관련

500일차 목표 : 시험 및 연구계획서 준비

500일차 세부 목표
1. 시험준비

2. 주제관련 연구 자료 읽기/ 연구계획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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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2기: 400일차 출사표] 저 하늘 빛나는 별처럼

 

 어둔 밤 창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노라면 그 뜨거웠던 여름의 입김이 식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이토록 가까이 왔는지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한창이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나를 둘러싼 온갖 소리들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음에 놀라고, 미처 반겨주지 못한 선선한 바람결이 곁에 와 있음에 놀란다.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꾼 계절을 보면서 한 편 반갑고 한 편 슬프다. 가야할 때가 되어 떠나는 것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가슴 저릿한 통증과 버려진 듯한 마음조차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에 오열하기보단 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얼굴에 눈인사 할 수 있으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리라. 

  때마다 앓게되는 이런 류의 아픔들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내가 굳이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인지 혹은 나의 모습을 규정지을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나를 에워싼 시간과 자연과 사람들과 만물이 신비롭고 감탄을 자아낸다. 모든 사위어 감 뒤에는 모든 것들의 탄생이 이어지므로, 이런 소멸과 탄생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 속에 몸을 누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300일이 지났다. 지난 늦여름 쯤이었다. 단군이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겠노라 시작하며 킥 오프 미팅에 참여했던 때 역시 서서히 뜨거움이 사라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던 때였다. 약간은 낯 설고 그리고 그 낯섬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의식에 내려앉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흩날려버렸던 때도 이맘 때였고, 잘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때도 이 즈음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100일 수련과정이 흘러 300일차를 마무리하고 이제 자유수련과정인 300일+만을 앞에 놓고있다.

 300일차 파티가 끝난 뒤 여러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재되어있는 것을 본다. 내 마음 속에 이렇게 여러가지를 담고 있으니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들을 의식화하고 객관화하여 버릴 것과 둘 것들 구분짓고 400일차 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세워두는게 필요하다. 

300일 완주파티를 하러 가면서 생각했다. 단군이와 보낸 1년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음~~ 세상을 한 번 살다가 죽음을 경험하고 그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난 것, 그게 현재 느낌을 표현하는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 같다.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죽고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영웅의 여정은 300일차를 두고 볼 때도 그 사이클을 반복했던 것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고뇌하며 성장하고 때때로 장렬하게 죽기도 하고 그 죽음을 넘어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다시 되살아나게 되는 것, 그게 내가 단군 여정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

300일 일년과정을 통해 맛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삶 덕택인것인지 400일차 도전 앞에 서 있으나 두렵지는 않다. 오직 내 앞에 다가올 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린다. 매 순간 내게로 걸어오는 인연들에게서 배우고 흠뻑 취하리라 생각해본다. 일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내게 올 이유가 있어 오는 그 어떤 인연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통해 나를 가르치고 배우리라.

300일 후 서 있는 현재,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라면, 여러번 죽고 여러번 살아도 좋을 듯하다. 물론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지새운 밤이 지나서야 희끄무레하게 동 터오는 새벽의 간절한 빛의 소중함을 알터이지만, 이젠 또 다른 나의 소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0일+를 여는 각오? 역시 가장 나다운 색깔로 살아가는 데 포커스를 두게 될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자라고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질 때 이름 지어진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것, 그런 천복과 함께 살아가는 나로서 이 세상 사위어감과 탄생의 반복적 숙명의 굴레에 발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400일차는 더 신나게 살게 될 것이며, 그것은 오로지 나로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기뻐 일 할 것이며, 내가 즐겨 공부할 것이고, 내가 행복해 창조놀이를 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들을 안게 되리라.

내 나머지 삶을 위해 내디뎌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요 그리하여 나는 나만의 색으로 빛나는 별이 되리라.

활동기간:  9월 5일(월)~12월 13일 (화)
활동시간:  5시~7시
주된활동 : 
학위관련 활동

400일차 목표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400일차 세부 목표
1. 주제관련 도서 및 자료 읽기/ 선행연구 고찰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2. 일반 성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초안 마련


때때로 나는 누구인지 되물어본다. 이 우주 안에서 나의 존재는 한 점 미미할 뿐이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에 우주를 품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작지 아니하고 충분히 넓고 깊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지칠줄 모르는 용기와 끈기로 내 안에 펼쳐질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리라. 삶 곳곳에 마련된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하며 성장과 성숙을 위한 단서를 통해 결국 인간은 저 높은 의식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음을 믿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믿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능력이 있으며 언제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가 원한다면 그가 그 어떤 상태에 처해있든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고, 이런 나의 믿음은 날이 갈수록 나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부디 나의 믿음이 100일의 여정을 거치며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로인해 내 영혼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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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4:16:51 *.12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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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5:54:55 *.121.41.245

[ 417일차 1월 29 일 일요일 ] 정리 

 

잠에서 깨어 정신이 든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되새겨본다. 교육도 없고 볼 일 있어 지방에 내려가야하는 날도 아니고 아이가 가야해서 공항에 가는 날도 아니다. 오늘은 늦게까지 누워 좀 쉬어도 되는 날이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잠들 때 '내일은 늦게까지 누워있으리라' 묘한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누워있어도 8시 넘으니 몸이 꼬인다. 둘러보니 집이 엉망이다. 한 곳 한 곳 정해가며 집안을 대강 치우고, 공부방도 정리해서 할 일에 따라 구분지어 놓고 씻는다.

 

멀리 뛰기 위해 개구리가 힘껏 움츠려 뛸 힘을 모으듯, 그렇게 뛸 준비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흐트러진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 

 

2일이면 개학이고, 월요일부터 계속해서 일정이 잡혀있다. 사실상 방학은 끝이 났고, 1일부터 정식 출근이다. 좋은 방학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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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09:28:29 *.121.41.245

[ 418일차 1월 30 일 월요일 ] 강연회

 

사부님 강연 들으러 가는 길이다. 익숙치 않은 일이다. 꼬레팀이 함께가니 움직이지 혼자였으면 안간다. 사부님의 잔잔한 이야기는 조용히 앉아 사부님께서 이야기 들려주시는 양 귀기울여 활자로 대하는게 더 마음 편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되새김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성찬을 즐긴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부님을 뵙지 못했고 새해 인사조차 전하지 못한터라 눈인사라도 드리러 가는것이다.

나를 꿰어보고 계신듯한 사부님의 눈길과 그윽한 음성에 기울이노라면, 아마도 새해들자마자 다소 정신없는 나를 깨어나게하기 충분할것이다. 실천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드시는 유일한 분이시다. 가서 뵙는다.
 
마을버스, 버스, 신분당선, 3호선, 6호선, 내려서 길 잘못 들어 한참 헤매다 다시 마을버스 타고 내린 곳이 한겨레 신문사, 도착하니 막 시작된 듯했다. 역시나 사부님 음성은 여느때 처럼 흔들림이 없고 여유가 있으며, 표정엔 따뜻함이 있고 밝음이 있고 그리고 저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진리를 너무나 쉽게 건져올려 나눠주신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다.
 
강연이든 말씀이든 들을 때마다 새롭게 시작할 이유를 찾게하고, 사랑할 이유를 찾게하며, 또 독서의 필요성도 느끼게 하신다. 그리고 오늘은....... 나도 저런 말씀을 나눌 수 있는 분과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셨다. 하고있는 일 마치고나면 우선 가장 급선무로 사부님 곁에서 일년을 치열하게 살아보고싶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사부님 곁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두려워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 것이고 한없이 무겁게 말하고 무겁게 생각하며 진지하게 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온갖 나를 재고 가두는 시선으로부터 어지간히 자유로워진 터라, 그리고 있는그대로의 나에 대해 스스로 존중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은, 그 누구를 만나도 그러려니 하게 된 것이다. 생존해 계시는 분으로선 사부님 이상의 분을 알지 못하기에, 그 분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다면 나는 어느 정도 스스로로부터 해방된 것이라 여겼다. 쉽지 않을 일이었는데, 꽤 긴 시간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어김없이 새벽 4시면 일어나 글을 쓰신다는 사부님, 나도 닮고 싶다. 퇴직까지 1년 6개월 남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사부님의 말씀을 듣다가 문득, 나도 1인 기업가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훗날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 알겠는가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고, 그 안에 무엇을 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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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10:58:03 *.246.77.2

[ 419일차 1월 31 일 화요일 ] 오지 체험

 

외출하기 힘든 날이었다. 주최측이 아닌 단순한 참가자였으면 못간다하고 말았을 날이었지만, 애절한 신랑의 눈동자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비커밍 마이셀프 프로그램 페르소나 워크샵이 있는 날, 눈이 펑펑내리고 온 천지에 눈이 쌓여있다. 아파 누워있는 사람은 아픈 것이고 눈와서 이쁜건 이쁜터라, 뭐 그리고 심드렁하다고 해서 아픈 게 낫는 것도 아니라서 여유시간을 쪼개가며 셀카놀이를 즐겼다. 동생에게 보내주니, 그리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이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다소 쿨한 반응에 킬킬거리며 웃었다. 동생과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유쾌하고 즐겁다. 단지 문자라도 그렇다. 어릴 땐 옆에 동생 앉혀놓고 이야기 들어가면서 교복 다려줬던 기억난다. 동생은 그런 시다생활?^^이 힘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내가 교복을 다려주니까, 다림질 이외의 자질구레한 모든 것은 지가 하는게 맞는거지, 암~~ ㅋㅋ

 

 

워크숍이 끝나고 돌아오는길, 압권이었다. 가능하면 집에 일찍 가고 싶었다. 집이 가까우니 마음도 급해지고 약도 사가지고 온 터라. 정자역에 내려 우리집을 외치면 택시들이 원래 좋아라하는데(집이 쫌 멀어서 그런듯함) 오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택시도 사람을 고른다. 도로는 온통 내린 눈으로 빙판이고 질척거리고 거의 차들이 설설 긴다. 순간적으로 정자역에서는 갈 수 없겠다싶어서 오리역으로 이동 마을버스를 타야겠다고 작정한다. 오리역, 기다려도 기다려도 마을 버스가 오지 않는다. 한 번도 출발시각이 늦어지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30분 기다리다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미 두 번의 시간에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는 것, 이미 11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또 순간적 판단, 집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가서 내려 걸어야 겠다.

 

그래서 구성 이마트 앞까지 버스로 이동, 모진 각오를^^ 하고 내려 토끼굴을 지나 눈밭을 휘적휘적 걸어서 집으로 갔다. 춥지는 않았는데 발이 시렸다. 상태가 어떤가 싶기도 하고, 혹시나해서 집에 전화한 번 던졌더니 아픈 몸을 이끌고 데리러 나왔다. 괜히 전화했다. 그냥 가도 되는데.

 

산 밑, 공기 좋고 경치좋고 조용하고 무엇하나 내 맘에 들지 않는게 없는 집이다. 그러나 딱 하나, 눈이 오면 완전 꽝이다. 지난 겨울에도 내차는 미끌어져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정문 아래 세워놓고 언덕길을 걸어올라갔었다. 새삼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알게 된 밤이었다.

 

하긴, 세상에 좋은 것만 취하고 살 수는 없는 일, 누리는 게 있다면 당연 양보해야 하는 게 있는 법. 그래도 한 밤중 눈길을 걸어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나름 신선했다. 이런 날이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 반달 뜬 밤 눈길을 걸어 걸어 집을 향해 걸어보겠는가? 나름 축복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튿날이 출근일이 아니었으면 마냥 즐겼을텐데, 다음날이 출근이라는 어김없는 사실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그래도 나름의 정취와 기억이 오래 남을 그런 밤이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으니까.

집에 오니 딴 세상, 너무 따뜻했다. 추워도 향해 갈 수 있는 집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새삼 행복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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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00:11:32 *.121.41.245

[ 420일차 2월 1 일 수요일 ] 이야기 만들기

 

아침에 눈을 뜨면서 도로 상태가 어떨지 궁금하다. 전에 없던 현실적인 태도다. 눈오면 좋아라 소리만 지르던 것에서 어떻게해야 눈길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또 궁리한다. 작년 겨울 이후부터이다. 고속도로에서 한 두바퀴 돌고, 언덕길에서 빌빌거리고 못 올라간 덕분이다. 일년 만에 새차를 처분하고 다른 차로 바꿨다. 아침, 대단한 각오를 하고 집을 나서서 무사히 학교까지 출근했다. 그래도 11월 말에 스노우타이어로 바꿔둔 덕을 좀 본 것 같다. 다시는 작년처럼 그런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 핸들이 지 맘대로 돌 때는 정말 대책 안선다.

 

오랫만에 출근하는 학교, 난방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 그렇게 어제 왔던 사람 마냥 내 자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남지 않은 내 자리, 이 교실....... 어떤 것들과도 헤어지는 것은 항상 힘들다. 단지 표시내지 않으려 매우 무덤덤한 척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무생물이든 잡고 있던 생각이든....... 그렇게 뒤돌아설때는 가슴이 미어진다. 아니 뒤돌아설 생각에도 눈물이 핑돈다. 누가 보면 완전 신파다.

 

퇴근할 때쯤 전화, 간만에 움직일만한지 학교 앞으로 찾아와 저녁을 먹었다. 맛잇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 그럼 당연하지 좋아하는 국수를 먹는데..... 신랑은 천안으로 나는 집으로, 잡혀있던 상담도 갑자기 취소되어서 집으로 바로 퇴근했다.

 

아직 방학중인 아이가 기다리는 집, 누군가가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첫 출근, 피곤했나보다. 몸이 완전 늘어져서 바닥에 붙은 것 같다. 말은 않았어도 사실 어제부터 꽤 신경 쓸일이 많았었는데, 긴장이 풀린 듯하다.

 

아침에 일찍 기상하는 습관은 깨어진지 한 참 됐다. 자력으로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을 지켜나가는 사부님을 진심으로 존경할 수 밖에 없으며, 외딴 산 속 오두막에서 홀로 정진하셨던 많은 스님들이나 자신과의 약속을 끝끝내 지켜가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사부님께서 들려주신대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남에게 조언을 준 대로 사는 것, 바로 그것인 것 같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또 노력해보려 한다. 안되더라도 또 해보고 또 해보면서 가봐야겠다. 먼 길을 지나와 여기 이런 모습으로 서 있는 나에게, 진정 힘날 수 있도록 대견하구나 다신 한 번 지켜봐주기로 한다. 따스하게 바라봐주면 된다, 가고 또 갈 수 있도록.

 

지나온 시간들은 그 시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점점이 새김으로서 긴 끈을 연결해두고 있다. 끈은 내가 여기 현재 이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야기들이 서로 손잡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을 풀더라도 그 만큼의 이야기들이 노래하듯 흘러나오리라. 들어서 기쁜 노래, 들어서 신나는 노래, 한 없이 슬프고 한 없이 우울하고 또 끝없이 작아졌으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눈부신 이야기들이.

 

알알이 박힌 내 이야기들이 내 발자욱 위에서 춤을 추며 따라온다. 어디까지 가든 그 이야기 이어지리라. 그리고 그 이야기, 이젠 만들어지고 되어져 뚝뚝 떨어져 흔적으로 남겨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함께, 나와 앉아 이야기함으로써 만들어진, 그런, 우리들의 축제에 쏘아 올려진 불꽃놀이로서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리라.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아로새겨 가리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내 축제에 즐겨 들어선 그런 신나는 사람들, 그러니 함께 걷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행복하면 된다.

 

그나저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비법, 밤시간을 관리하랬는데, 어느새 밤을 어지간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본다. 이래서는 영~~~ 비젼 없는데. 누구에게라도 아침에 모닝콜 좀 부탁할까보다. 단군이할 때 누군가의 모닝콜만큼 위력을 발휘한 건 없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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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00:51:11 *.121.41.245

[ 421일차 2월 2 일 목요일 ] 먼 이야기

 

새벽 기상 실패한다.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이미 저녁 늦게 잠들기 때문이다. 저녁시간을 미리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던가 아니면 퇴근해서 서너시간 자다가 일어나 아침까지 쭉가는 방법을 강구해봐야한다.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대로는 안된다. 오늘은 완전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다. 영하 14도를 가리킨 오늘, 개학 첫날이었고, 할 일은 쏟아졌고 허리는 쾌청하지 않고 더구나 퇴근 후 집안을 보니....... 내일이 아주머니 오시는 날인데 전화왔다. 못오실지 모른다고. 2년 그래도 마음놓고 지냈는데, 어쩌나 싶다. 싱크대를 보니 답이 안나와 초저녁 자고 일어나 치웠다. 한 시간이 넘게 흐른다. 결단을 내려야한다.

 

오늘은 초저녁 자고 일어나 있을 수 있는시간까지 함 있어봐야겠다. 한참 공부할 때 썼던 방법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계속 실패한다.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있다. 

 

조금 생각이 필요하다. 새벽기상이 먼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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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20:43:08 *.121.41.245

[ 422일차 2월 3 일 금요일 ] 겁난다.

 

매일이 돌아오는 게 무서울 정도로 일이 벌어진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삼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던데, 정말 올 해가 그런해가 아닌지 궁금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나쁜 일들이 자고나면 줄줄이 일어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초부터 집에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더 이상은 아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너무 벅차다. 하나하나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 갑자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일어날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할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시간은 가고 일은 어찌되든 해결되어 나갈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해야 할 일만 해야할 것 같다 당분간은. 때가 되어 그런 것이라면 그 어떤 것으로도 피해갈 수 는 없다. 일에 대한 순간적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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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21:01:01 *.121.41.245

[ 423일차 2월 4 일 토요일 ] 조용히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 어떤 것들로부터도 자유롭고 싶다. 일어나는 일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마음에 담고 아니고는 나의 영역이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순리에 맞기는 수 밖에. 나는 그렇다쳐도 이게 되지 않는 사람은 온 몸으로 이를 막고 있으니, 식구란 이럴 때 함께해야 하는 것인데. 아마도 올 해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깨워주고 싶은 모양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욕심에 눈 멀어가는, 합리화 해가며 스스로를 낮춰가는 그런 초라한 사람까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언제나 그랬듯, 한 발 떨어져서 알아도 모른척, 느껴져도 아닌척하며 그렇게 일년을 보내보리라 마음 먹는다. 받아들여야 할 가르침이라면 온 힘을 다 해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하나 하나 식구들을 더 알뜰히 챙기는 연습을 하라는 신호인 것 같다. 그게 많이 부족했다. 많이 이기적으로 살았다. 온전히 내 것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으니까, 식구들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란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정신 차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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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08:41:04 *.246.77.2

 

[ 424일차 2월 5 일 일요일 ] 일하면서 놀기

 

선곡해둔 음악을 틀고 헤드폰을 낀다. 일초도 되지 않아 눈물이 핑 돈다. 내 몸 가득 울려퍼져나가는 밝은 기운에 전율이 인다. 이런 마음 이런 기분으로 산다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종일 듣고 앉아있어도 좋겠다 할만큼 마음이 이완된다. 마치 가치없는 그 어떤 생각들을 내 마음과 몸에서 몰아내어 스스로를 정화하고 싶은 양, 있는대로 볼륨을 올리고 귀청이 찢어지라 듣는다. 가히 전투적이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근사한 집을 짓게 된다면 음향시설이 끝내주는, 또한 방음시설이 끝내주는 시설을 만들어 그 속에서 있는대로 음악을 틀어두고 때때로 듣고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던 것 같다. 음악이나 자연만큼 큰 위안을 주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일의 시작과 끝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어떤 때 시작이 되고 어떤 때 마무리가 되는 것일까?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이 저 혼자 흘러가 때가되면 각자의 길을 열어보이는 것 같다. 물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이긴 하지만, 일은 사람을 포함한 전체에 흐름을 타고 춤을 추듯 그렇게 흘러흘러 제 갈길을 열어간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2년간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께서 그만두시게 되어 어제 오늘 집안 일을 해봤다. 정말 얼마만에 해보는 청소인지 모른다. 일주일에 한 번 오시던 아주머니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 주말이기도 하고, 또한 돈이란 것이 많은 것을 가능케하는 부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스스로 집안 일을 했다면 일년에 한 번 근사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2주 밀린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웠다. 아주머니께서 어지간히 해주셨다는 것은 알면서도, 했다하면 한 꼼꼼하게 해대는 성격인지라 은근히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쉽게 지쳤다. 이 차에 스스로 함 해볼까하는 마음도 생긴다. 일주일에 한 번만 일을 하는 거지. 해보니 좋다. 원래가 무심하게 육체적인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버릇이 되어있으니 자신에 대해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예전부터 들인 습관이긴 한데, 쓰잘데기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생각정리하느라 시간보내지 않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이다. 매일하는 운전과 육체적인 일, 생각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라 마음에 드는 일이다.

 

나에 대해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각자가 어떤 색깔을 띄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일을 마치고 정리하며 앉는 시간, 그 모든 것 순리대로. 내 역량이 닿는 것 까지만 하기로 한다. 공부든 직업이든 창조놀이이든 상담이든 그리고 집안일이든........ 그 모든 것에 대해 내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으로 성큼성큼 걷기로 한다.  세상에 나는 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위에 그 어떤 것도 사람도 두지말며 나 아래에 그 어떤 것도 사람도 두지 않는다. 내가 해 줄수 있는 것도 없고 그들이 해줄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또한 내 옷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기로 한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고, 그들의 힘으로 스스로 커가는 것이다. 내가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오만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하는 방법이다. 나는 단지 나이다.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거나 무너뜨릴 수 없고, 그 어떤 것에 흔들리더라도 원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종일 일을 해서 그런지 낮에 잠깐 소파에 누워서 잤나보다. 깨고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이런 두퉁도 또한 오랫만이다. 나 같다. 한 번씩 이런 통증을 느낄 때마다 약 한 알이 주는 효과가 신기했었는데, 오늘 그 한 알을 먹어봐야 겠다, 여전히 그렇게 유효한지.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고 알수록 신기한 것들도 많다.

 

온 종일 일하면서 집도 나도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새로 태어나듯 나의 힘으로 이 세상에 우뚝 서리라 짧게 마음먹는 저녁이다. 너무 춥고 떨리는 것을보니 감기인가보다. 볼륨을 낮춰 전투적으로 맞서보던 나를 달랜다.

 

2월이 시작되었다. 2월과 3월이 너무 중요하다. 잘 보내고 싶다. 내게 맞는 패턴을 찾아 거기에 빨리 적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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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4:34:11 *.246.77.2

 [ 427일차 2월 8일 수요일 ] 복잡함 속에서 

 

무언가 생각 속에 담긴 게 너무 많다. 개학하니 더구나 더 많아졌다. 방학 중에만 생각하면 되었던 일에 직장 일이 더 겹쳐졌으니 더 하다. 올 해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을 일에 대해서도 머리 속이 온통 복잡하고, 진행 중인 일들을 마무리해서 내려놓은 것도 더디다. 또한 진행 중인 어떤 일들은 내 맘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어가기도 한다.

 

계획하고 있던 일 하나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과 또 다른 경험 그리고 생각해 왔던 몇가지를 종합해서 기획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거기에 들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신경도 덜 쓰게 되어 좋다. 대신 장소를 옮겨 계획되었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을 필두로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를 상대로 진행하고, 기획 중인 학생을 상대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왕성하게 풀어놔보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는 퇴직 이후 내 일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장 나와 잘 어울리고 잘 맞을지 모른다. 그 속에 있은지가 25년이니 자도 깨도 그 세상을 가장 잘 알 수 밖에 없다. 

 

올 해 머리속에 있는 것들이 가능할지는 모른다. 누구나 각자의 영역이 있듯이, 현재 내가 속한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고 보일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가슴아린 생각을 한다. 철들자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나는 겨우 여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나에게 소중한 장소였던 가를 알게되면서 떠날지도 모른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더 이상은 다른 사람들의 어깨너머에서 그림자처럼 머무름 없이 그냥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세상을 사는 셈법이 다 같지는 않다는 것을 어슴푸레하게 느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역시나 나의 셈법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단, 더 당당하게 더 씩씩하게 더 우아하게 더 자신있게 더 밝은 눈으로.

 

그리고, 그렇게 살기위해서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남도 없고, 안전한 기지에 숨어서도 되지 않고, 두 팔벌려, 맞을 수 있는 폭풍 속으로 걸어들어가야한다고 자신을 타이른다. 평생을 그 폭풍을 두려워하며 살게 되길 원치 않는다면 , 폭풍을 견딘 사람을 부러워하며 위축되고 싶지 않다면 , 맞서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작아지지 않길 원한다면, 살아있는 내내 막연한 두려움과 죽을 때 뼈에 사무치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성큼성큼 그 폭풍 속으로 내달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온 힘을 다 해 헤치고 살아나와 어떻게하면 그리할 수 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커스!!  순간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필요성을 느꼈다면 행동으로 옮긴다.

그렇게 해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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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9 21:58:10 *.121.41.245

[ 428일차 2월 9일 목요일 ] 마무리 그리고 시작

 

2월 학기말, 부산하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계절. 그러나 요즘은 살 만하다 4교시를 마치면 아이들로부터 놓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어 너무 좋다. 아이들이 가고나면 그 때서야 한 숨 돌리고 밀린 일들을 후닥닥 해치우기 시작한다. 5612인성교육 자료라는, 경기도교육청 개발 자료 필요성 부분 원고를 다시 수정해서 송부하고나니 제법 속이 시원하다. 이제 한가지 해치웠다. 끝이 나지 않을 일 같더니 시간가니 끝이 난다.

 

점심 먹자마자 학부형님께서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오셨다. 1년간 너무 감사드린다고 한다. 네 네 하고 인사하면서 밝게 웃으면서도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한 녀석에게 맘이 쓰인다. 한 번은 꼭 뵙고 싶었던 부모님이기도 하다. 잘 웃을 줄 몰랐던 녀석을 활짝 더 많이 웃게하지 못하고 학년을 마치게 되어서 너무 마음이 아픈데,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집에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기였을 때부터 그랬다고, 타고난 품성이 그렇다고, 어머니의 어릴 적 모습과 꼭 같다고 말씀하시긴 해도, 그래도 나는 아이가 더 밝고 활짝 웃으며 밝은 빛 같은 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원한다. 아이가 가고나서, 자세한 부분 고민하고 계시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가기 전에 활짝, 방법을 알겠다며 문을 나서시는 부모님을 뵈면서,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그런 조언이라도 드릴 수 있는 자신이 새삼 고맙고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어머니와의 사이에 문제가 확실히 있어보이는 녀석이었으니, 어머니께서 연습하신대로만 하신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어제는 또 다른 녀석의 어머니께서 찾아오셨다. 학년 마치고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참 밝고 쾌활한 녀석, 어딜가든 잘 지낼 것이다. 더구나 1학년때 살던 일산, 일가 친적이 모두 다 있는 곳으로 간다하니 그나마 참 안심이 된다. 걱정하시는 것 몇가지에 대한 답을 드리고, 한참 화두인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대처 방안까지....... 말씀드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니, 세상이 무섭고 그 속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이 안타깝다. 

 

인간미라고는 없고 잔인한 아이들 세계의 일면을 보게 될 때, 어른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인간성이라는 것을 빼버리면 된다. 측은지심이라는 것도 빼버리면 되고, 공감 내지 배려라는 덕목도 빼고 도덕성이라는 것도 빼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세상이 그려질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자는 스스로 목숨을 앗으면서까지 영원한 행복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물론 아이들이 있는 그 속에는 아기자기한 그들만의 문화와 세상이 기다리지만, 때때로 소름끼치는 일면을 보게된다. 어떨 땐 차라리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지 모른다. 가르침이 사라져서 그렇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기위해서는 어쩌면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일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길러내는지도.

 

오랜 세월동안 나를, 자식을 관찰하고 많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부모라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런 부모가 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성장해나가야 되는지 절감하게 된다. 성숙한 성인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으실으실한 몸을 이끌고 나오다가 내 투정을 전문으로 받아주는 선생님과 칼국수를 먹으러갔다. 좋은 사람, 역시 힘나게 해주는 사람이다. 헤어지며 힘이 은근히 솟아오른다. 그도 참 많이 컸다. 대견스럽다. 내가 그에게 힘이되었고 그가 나에게 힘이되기도 했다.

 

돌아오며 가족들에게 빠짐없이 전화를 한다. 천안, 용인, 중국, 포항, 그리고 먼 곳에서 나를 그리워 할 사람과 동생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나에게 있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까이 있어 좋기보다는 단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보기도 한다. 함께 여기에 있어 참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내게 주어졌으므로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그런 태도로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태도를 본다면, 그리 마음먹지 않았다 할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내가 진심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하는걸까?

내 마음이 따스하기는 한 걸까?

나는 안다. 나는 대체로 차가운 사람이다.

누구를 만나도 그렇게 말한다. 스스로 너무 잘 알아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가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올 일년이 너무나 즐거웠다는 아이들, 학교를 올 해 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학부모님들의 피드백을 듣는 순간만큼은 참 행복해진다. 아이처럼 즐거워진다. 나도 뭔가 잘하는 게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아이들만큼만 성숙한지도 모른다, 아니면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살았거나 그만큼 순수했거나.......

이제 담임은 더는 없을 것이다.

 

자기 전에 사례기록 적어도 6개는 정리하고, 학교 상담실 계획 짜 봐야 한다. 자격증 서류는 언제 만들라고, 아직 손도 못대보고 있다. 중요한 것 부터 먼저 해야한다. 내년엔 꿈꿔오던대로 함 해보자, 과연 이게 학교에서 가능할지.

공개적으로 쪽팔리거나 아님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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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2 20:35:27 *.121.41.245

[ 429일차 2월 10일 금요일 ] 짧게 생각하기

 

퇴근하고 마트를 들러 장을 보았다. 정작 필요한 것 파 한단과 과일 뿐이었지만 주섬주섬 담았다. 그 것을 받았을 때 좋아할 만한 것들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내 인연속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내 마음이 허락하는 한 좋은 기분을 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문득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러통이다. 후배다. 뭔 일로 날 이렇게 애타게 찾을까 싶어 전화해본다.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나기라도 기대한 건 아니지만, ㅋㅋ 또 자기반 아이들 이야기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얻겠다고....... 음~ 아무래도 이 후배는 내가 뭘 대단히 잘 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정말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 같다. 그래도 그런 티는 못내고, 아는 대로 주섬주섬 그러나 구체적으로 일러주었다. 알아듣겠다고 한다, 뭔 말인지 알아듣겠다고....... 말하는 나보다 그가 더 영리한 것이다. 하긴 그 내용은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학교폭력 관련해서 최근 읽은 자료에서 읽은대로 말 해 준 것 뿐이다. 많은 도움 되었다니 고마울 뿐이다.

 

때때로 내가 너무 헐벗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충전하는 지식도 생각도 적고,  내 정신만 조금씩 갉아먹는 것 같아서 영혼이 가난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색깔로 살지 못하고 다른 색 옷을 입도록 강요된 걸음을 걷고 있음이 아닌가하는 자문도 해 본다. 어느새 움트고 있는 욕심도 보이고, 잊고 살아왔던 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기 싫어서 있는대로 꺼이꺼이 울고 다시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운전은 좋다. 너무 좋다. 이 모든 혼자놀음이 가능하고, 심지어 원위치 시켜 말짱하게 현실에 발 딛게 서있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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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2 21:23:38 *.121.41.245

[ 430일차 2월 11일 토요일 ] 되돌아보기

 

토요일 아침 10시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었다. 여러번 미룬 약속이라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하였지만, 사람들이란 참 모를 일 투성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낀 터라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단지 상황에 연루된 사람이 있을 뿐이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또한 이 또한 경험이리라 생각하고 간다.

 

 아이 독서실 태워다주고 돌아와 사례정리를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하던 거라 맥을 끊기 싫어 하다 쉬다 하다 쉬다 했다. 2003년 사례부터 현재까지 죄다 간단하게라도 정리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 땐 플로피 디스켓을 썼던 터라 자료가 몽땅 없다. 그 사례들이 이렇게까지 나에게 중요할 줄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컴퓨터다루는 기술이 있었더라면 그 많은 자료들을 그렇게 못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사례집을 만들어 둔 게 있어서 일일이 보면서 정리했다. 종일 했는데 15개를 하니 질렸다.

 

되돌아보는 과정이 힘이 들었다. 내가 진행했던 상담 사례들의 기록을 뒤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그 시절 그렇게밖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럽고, 실망스럽고, 미안하고, 또 죄스럽고...... 그랬다. 그 내담자들, 복지관 공부방 아이들, 쉼터의 아이들 그리고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고 염려스럽고, 괜한 상상에 마음이 저려온다.

 

지금 상담을 한다해도 더 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그래도 나잇값은 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가당찮은 자만도 해 본다. 물론 나 이외의 더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기쁘고 마음 좋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나로서는 그 이상 기쁜 일이 없겠지만, 나와 마주 않았던 그 애처로운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눈물부터 핑 돈다. 팍팍한 현실에서 각자의 자리를 제발 찾아 살고 있기만을 바란다. 제발 나보다 더 좋고 훌륭한 사람들 만나서 그들의 앞날이 어둠 속이 아니라 밝은 빛 속에서 빛나게 되기를 아무 신에게나 기도하고 싶다.

 

오랫동안 매우 강력한 치료효과에 매료되어 공부하고 임상실천을 해 왔던 치료법이 별도의 학회로 만들어지면서, 이 접근법을 이용해서 실천해 온 실천가들을 대상으로 자격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학회에서 요구하는 제법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주섬주섬 모아보니 1급을 신청하고도 남을 만큼의 점수나 경력이 된다. 그러고보니 참 오랫동안 해왔다. 나로서는 거저 주워먹기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없는 사람들은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길에 들어선 지 15년은 된 지라 교육받고 연수받고 수퍼바이저로부터 지도감독 받는 시간이 채워졌을 뿐, 그냥 주어지다 시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꽤 오래되었구나 싶다. 새삼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야말로 풋풋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내담자를 만났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 사례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요즘말로 정말 오그라들 것 같은 케이스도 있다. 좀 더 잘하지 싶고, 정말 저 케이스는 어려웠다는 내담자부터, 내가 정말 자랑스러웠던 내담자들까지, 그리고 그들이 사는 형편이 너무 가슴아파서 지금도 눈물이 나는 내담자들....... 그들 덕택에 저런 시간이 쌓인 것이리라. 고마운 사람들이고 잊지못할 사람들이다. 

 

정리하면서 현재의 나를 본다. 어디로 가려는지 무엇을 향해가려는지....... 그리고  순간순간 흔들리는 내 마음을 굳건하게 붇잡고 갈만큼 여전히 나는 그렇게 강건한지. 내게 온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여전히 유효한 계절을 보내는 중인지.......

 

북한산 둘레길에 간 지인 성희 호금은 돌아가면서 내게 문자질을 해댔다. 아니 중계방송을 했다. 내가 엄청 좋아할 산나물들과 산사춘을 사진으로다가 찍어서 들입다 보내면서 약을 올린다. 귀여운 것들, 그렇게라도 없는 나를 생각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렇게 사심없는 그런 마음, 나는 본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 나는 그럴 때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 누가 그 자리에 없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줄 것인가 말이다. 사람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는 글에 있고 가르침에 있고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 것이 그 사람으로부터 배어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매일 알람을 설정해놓고 전화를 하는 나를 한 번 돌아본다. 아이들 저녁시간에 한 번씩, 잠자기 전에 한 번, 병원계신 엄마에게 퇴근하며 한 번, 신랑에게 한 번....... 이렇게 알람이 울지 않으면 내 머리속에 식구조차 살지 않으니, 난 때때로 너무 삭막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알람이 우는 시간 만큼은 나에게 식구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전혀 안그랬다는 듯이, 항상 그래왔다는 듯 세상에서 나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들을 다루듯 대하는 나. 하긴 실제로 그렇기는 하지만, 집을 떠나면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전화 안하는 것 보다는 알람이라도 설정해놓고 매일 규칙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어디냐며 이유있는 자뻑을 해본다. 어쩔 것이냐, 나는 그런 걸, 뭐....... 언젠가 내 마음에도 따듯한 바람만이 그득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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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2 21:36:22 *.121.41.245

[ 431일차 2월 12일 일요일 ] 바람

 

이러다가 내 바람대로, 정해 둔 시간에 퇴직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문득 든다. 정해 둔 시간이 온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 시간이 되었을 때 사표를 쓸지 그렇지 않을지는 또 다른 일이다. 현실적이 상황이 뒷받침해주어야 하는 일이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진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껏 학교에서 일 했으니 밖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둔 것들도 있지만, 시간 속에 차곡차곡 채워넣어져야 하는 것들이 선행되고 나서의 일인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먼 꿈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 순간 한 순간을 진중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고 치열하게 보내는 것 이상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 것 같다. 퇴직하면 나를 찾을 생각을 하지마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약간 신경이 쓰이나보다. 내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 정말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떠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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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10:07:45 *.246.77.2

 

종일 사례정리 하느라 힘들었는데, 블로그에 글 올릴 즐거움으로 버텼다.

이제 바라나시까지 정리했다.

 

네팔 인도여행 5-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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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21:30:46 *.121.41.245

[ 432일차 2월 13일 월요일 ] 욕심

 

내 마음 속에 숨어 노는 욕심이란 넘을 보면서 불편해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들 다스려내려 보려 애썼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감히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 오늘 문득 생각이 미친다.

 

욕심이 나쁜 이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니 내가 그 넘을 터부시하며 어둠속으로 밀어넣어둔 것이다. 그가 나타나면 짐짓 불편해했고, 하지 않아야 할 남모를 짓을 준비하고 있는 그런 모양 마냥 괜시리 어두워지고 자신감 없어지고 부끄러워지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욕심이란 날개이다. 훨훨 날아오르게 하는 날개이다.

고개를 넘게하고, 언덕도 넘게하고, 활활 불타는 사막도 날아가게하고, 또 험한 가시밭길도 꾸역꾸역 날개하는 그런 날개이다.

 

욕심이란 어둠속에 처박아두고 문닫아걸고 나오지 못하게 해야하는 그런 초대받지 못한 자식이 아니다. 오히려 날개처럼 나를 날아오르게하고, 내자리에서 붕붕뜨게 하는 그런 훈풍이다. 반가운 손님이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숨겨둔 비장의 카드이다.

 

다만 인간으로서, 그 욕망이란 날개를 가진 인간으로서 해야할 일이라면, 내 날개가 허튼 바람에 찢기지 않기를, 너무 커져서 나를 압도하지 않기를, 내가 날 수 있도록 균형잡힌 크기로 나와 함께 하기를, 그렇게 무분별한 곳을 향해 착륙을 시도하다 찢어져 사그리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살펴 가꾸는 것. 그래서 언제나 내 날개로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것. 그 것이 인간세상에서 날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제 마음 편해지기로 한다.

역시 운전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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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9 13:02:12 *.121.41.245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제 공간, 어줍잖다 여겨 이사합니다. 매일 새벽 기상하여 하루를 지내는 것은 이제 하지 않으니 여기는 이제 과한 옷 같습니다. 그러나 꿈꾸는 삶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는 매일 살아 움직이고 매일 생각하고 매일 성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 하늘 제 색깔로 빛나는 별이되기 위해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 춤추기도 하면서, 또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위해, 내 안에 그 무엇도 매듭지어진채로 살지 않기위해 매일 생각하며 깨우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나누는 삶을 살겠습니다.

 

여기 누가 와,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제 마음은 언제라도 그대들을 향해 열려있으니, 혹시 제 마음이 필요하시거는 언제든 오시고 언제든 부르세요.

 

http://blog.naver.com/albert38

albert38@naver.com

 

여기,  세들어 살 던 곳, 간간이 오겠습니다.

어찌 살고 있는지 때때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늘~ 강령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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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2:11:43 *.246.77.2

[다시 쓰는 500일차 출사표]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하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숲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한 길을 찾아 걷고 있다. 그 숲 속에 갇혀있거나 미처 그 숲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지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은 얼마쯤 우리 눈을 가리기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순간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임을 굳게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힘든 순간을 견디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이나 삶과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용기가 부족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림돌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자보다는 생각이 흔한 나 같은 사람은 매우 경계해야할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판단이 절대적이며 최선이자 최고의 것이라 믿는 오만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수련해야하는 것이 생각 이면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문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또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을 날 것 같은 나와도 마주 대하려는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보이는 모습은 생각과 판단의 숲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갈 때와는 또 다른 눈에 비친 모습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여기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붓던 지난 여름날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국향에게

 

어디에 있던

있는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

 

그 때만 해도 사부님이 나를 위로하시기위해 주신 말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신다고 여겼다. 어떤 부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왔는지 있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고 싶은 곳이 저기인데 가지 못해 여기 있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때가되면 건너 갈 것이며, 또 갈 준비를 착실하게 해와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건너가면 된다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여기 서 있게 된 필연적인 운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생활에 함몰되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탈출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은 거기 있을까?

 

다시쓰는 500일차,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으로 삼고싶다. 헤어지고 만나며, 또 떠나고 되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이 땅에 서 있는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언제든 후회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을 등지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최고로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임을 잊지 않고 살려했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나'로서 살며 본디 내가 타고난 '나'의 모습으로 살려 애썼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슬펐고 외로웠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노력했고 공부했고 싸웠고 또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며 세상을 알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마주하게 될 그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느껴왔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름다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려 노력하기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기위해 겁나는 온 세상과 마주치는 것, 두렵지만 또 나를 그 속에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시도가 더욱 나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단련시켜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 있어 그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마음, 집착 혹은 고집, 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그런 절대적 가치...같은 것들에 대한 봉인이 풀리면서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꼭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은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던져진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다 소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해진 내 삶에 있어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한 것이고, 어제의 그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자리이며 있어야 할 자리인지 비로소 보게된다.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 역시 여기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그려가는 그림 속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사부님이 내게 던지신 그 말씀.

있는 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의 의미를 더 곰곰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사랑하며 살리라. 그냥 그저 있는 것과 맞추는 것이아니라, 가슴을 열고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마주하고 관계를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살리라. 과하지는 않으나 열린 가슴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을 만들도록 해야 하리라. 

 

어쩌면 보다 인간답게 살다가야한다는 아픈 가르침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사랑함을 넘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귀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편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을 그대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느냐는 자문 말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나'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되짚어보라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므로,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고, 깊고 행복한 일상으로 건너오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황홀한 일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나날이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가벼워지며 더욱 더 환해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본다. 이젠 더 자유로우나 더 치열하게 사랑하면서.......

 

 

활동기간 :  2012 3월 5일(금)~ 6월 12일

활동시간 :  3시 ~6시 혹은 다른 새벽시간대 확보

주된활동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500일차 목표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을 통해 깊고 넓게 살고 세상과 나를 알아가기

 

500일차 세부 목표
1. 주 1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2. 읽은 후 한 꼭지의 글(칼럼이나 여행기 메시지 등)을 쓰고 블로그나 일지에 올린다.

3. 다음 주, 읽은 한 권의 책을 필사한다.

 

어떤 상이 기다릴까?
1. 여름방학,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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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7:59:09 *.246.77.2

[401일차] 2012 03 05 월요일

 

출사표를 다시 올리다가 이상하게 저장을 했나보다. 이름이 글쓴이로 되어있다.  내 이쁜 이름으로 바꾸고싶어서 별짓을 다 해봐도 바꿔지지 않는다. 아마도 올릴 때 떠듬떠듬 썼던 영어 암호가 글의 비번으로 등록되었다 보다. 이런~~ 하여튼.......

 다시 시작하는 500일차를 이렇게라도 티내며 축하해주고 싶은 모양이다. ㅎㅎ

오늘은 챙피했지만 내일부터는 원래 도도한 사람처럼 흥 흥 거리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에서 업무분장이 오늘에야 발표났다.

학교 WEE CENTER 운영에 진로교육까지 담당이다.

예감하고 있던 바이긴 하지만 어찌 업무가 과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아니 업무를 훌륭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만큼의 시간 확보가 되기를 바래본다.

 

스스로 500일차 출사표를 새로 만들어 올리고 외로운 항해를 시작했고, 비커밍 2단계를 시작했고, 치료 중인 내담자에게 메시지를 만들어 띄웠다. 학회 양식을 다운받아 사례발표 준비를 슬슬 시작하기로 했다. 가슴이 뛴다. 내 사례 어디에서 어떤 지도 조언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가족치료에서는 두렵지가 않다. 기대가 되고 설레일 뿐이다.

 

학교에서도  WEE CENTER 운영 계획을 만들고 신나게 함 가보기로 한다.  학교에서는 업무에 몰입하고 생각은 단순하게 행동은 묵직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도 종일 업무 계획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이번엔 담임을 맡지 않았다.

 

좋은 하루이다.

식구들에게 더 신경쓰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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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14:03:06 *.246.77.2

[402일차] 2012 03 06요일

 

모두가 퇴근하고난 오후, 미래이야기를 꺼내 읽어보고 10대 풍광을 읽어보고 또 하고싶은 일을 적은 항목들을과 죽음편지 등을 프린트하여 일일이 조직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았다. 그리 정리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건만, 이젠 기억력이 감퇴해서인지 이렇게 때때로 정리를 해 두어야 방향성이 분명해지는 것 같고, 아, 참 맞아! 하면서 그쪽으로 가는 것 같다.

 

다른 이름으로 정리되어진 것들이지만 결국 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을 다른 방에 풀어둔 것일 뿐인지라 내용별로 분류를 해 보니 결국 몇개의 내용으로 나뉘어진다.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가장 최근에 작성한 미래이야기는 어떠한 삶을 살고자 했는지 비교적 선명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읽다보니 정말 그런 삶을 살고싶다.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가슴 속에 간간이 뒤섞여있던 욕망 혹은 헛된 욕심이란 불순물이 내가 그린 이 그림 앞에서 체에 걸러지듯 걸러져나가는 것 같다.

 

순수하게, 정말 하고싶은 일만 남을 때까지 이 작업을 거듭 거듭 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살고자하는 모습이 그 누가 뭐래도 내가 살고싶은, 가슴뛰는 ,  가난해도 신나는 일인 것인지 혹은 남보기에 그럴싸해보여 하겠다고 덤비는 일인지.......

걷어내고 또 걷어내면서, 나를 가리고 있던 휘장이 걷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모습이 그 모습 그대로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 때까지 보고싶어진다.

 

미래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슴이 뛰고 설레인다. 그리고 어찌보면 그 일을 향해 지치지도 않고 달려왔던 바로 그 삶이 거기 있다. 그러나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온 일면은 버겁고, 억지로 해야하는 무거운 부담감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니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그 일을 향해 즐겁게 가고싶다.

 

춥고 어둑해지는 시간,  조용하게 혼자 남아 정리해 본 시간에 마음이 그득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종일 wee class, 상담과 진로교육에 관한 경기도와  교과부 기본계획을 숙지하느라 시간을 보냈더니 속이 울렁거린다. 퇴근할 때가 되어서는 더 이상 못읽겠다는 생각이 들고 지친다는 생각이 확연하게 든다.

 

하루, 쉬지않고 서류를 읽은 날이다.  머리와 마음 속에 복잡하고 뒤섞여있던 생각들이 내 이야기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나의 이야기를 살아야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이야기를 살아내고 싶은 사람인지 들여다보아야하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나의 힘으로 쓰며 세상 속으로 걸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위가 필요해서 무언가를 하려 했고 결국 그 것이 내게 짐이 되었듯이 내 미래를 위한 저축용 통장처럼 어정쩡하게 꾸려가는 삶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것을 벗어던져야 결국은 내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으리라.

 

국화꽃으로 살아야  마음 편한 사람이 있고, 전투사로 살아야 사는 것 같이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좀 더 내 태생에 충실한 삶을 살고싶어진다.  나의 힘으로 나의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어진다.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삶이라해도, 내가 바람의 이야기를 타고난 사람이라면 결국 그러해야 하리라. 내 태생에 충실한 삶을 살고싶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가?

답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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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14:35:23 *.121.41.245

[403일차] 2012 03 07 수요일

 

진로 및 비전 선포 주간 특강이 있는 날, 지원단이 되어 학교 가까운 교회로 출근했다.  내 근무 반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시도이다. 일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결국 그 일을 할 것이면서도 늘 불평불만을 주문처럼 던지고 시작하지만, 천복이니 천직을 생각하며 지내온 나같은 사람의 눈에는 굉장히 의미있고 획기적인 생각이고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채워져야 일을 벌어지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시작과 끝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에 그 것들이 있고, 그것을 가릴 줄 모르는 눈을 가진 자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일의 양상이 다 인줄 알것이며 결국 그는 그것밖에 보지 못하는 애처롭거나 시시한 사람일 뿐 아닐까?

 

어쨌든,  시작은 어수선하고 늦어졌지만 내용은 매우 좋았다. 저런 비젼에 대한 이야기 아니 천직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잊혀졌던 피가 끓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강의였지만 실은 부모들이 들어야 하는 내용이고, 더 직접적으로는 성인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스멀스멀 내 의지가 힘을 잃어가는 듯한 시점이었기에 그 이야기는 마치 나를 위한 축하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단군이를 비롯해 꼬레 그리고 사부님...... 항상 들어오던 이야기였지만 그 어느때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전달되는 방식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내용은 같으나 전달방식은 달랐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이야기에 자신의 진정성을 담은 그 강사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순수했다.  열정을 가지고 그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믿어의심치 않는 그 마음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근래 순수하지 못함이 저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나로서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시간이었다. 학교라는 장에서 저런 이야기를 이제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겨 강의가 끝났다. 차를 대놓고 학교식당으로 들어서니 교장샘과 강사님이 식사 중이시다. 교장샘께서 강사에게 나를 소개하신다,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끝마다 가족치료 공부하시고 박사이시라는 소개.  벌떡 일어나 서로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젊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신다는 그 분의 말씀,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타이틀을 위해 살지 않으려하는데, 여기 이 곳에선 그 타이틀이 참 일차적인 무기인 것 같다. 속으론, 그래 맘대로 두자, 때가 되면 스스로가 모든 이름도 사람도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갈 것이다. 뭐 그런 마음이다.

 

공공기관에선 더 하다. 학벌이 참 중요하다. 그런 곳에 있다보니 나 역시 그런 삶을 선택했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강의나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는 뜨르르하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좔좔 읊고 시작해야한다. 그래야 대중들은 자신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도 좋다는 안심을 하게 되는 것인지....... 하여튼 나 같은 사람은 기죽이는 그런 일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모습도 품고 있는 것이리라.

 

질문하라

성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21세기의 성공 공식을 다시 썼다.

나를 위한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기서 해 주었다.

역시나 내가 사는 이 삶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적어도 그 강의에 의하면.

나는 그 말이 백번 맞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오후, 2개 학년 각 담임들, 그 강의를 들은 30여명 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고 보다 개방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강의는 매우 훌륭한 강의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강의의 하나 일 뿐이었던 것이라는 것.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함께 느끼지 못한 그 마음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퇴근하며 남초등학교로 갔다. 정기 모임이 있는 날,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한 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을 했다. 지독하게 싫어하는 인간유형의 표본이었다.  나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꽤 많은 사람들도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다.

 

잘난 척하고,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유식한 줄 알고, 다른 사람들 부리는 건 어지간히 당연하면서, 실력도 없으면서 대단한 것 처럼 구는 그런 사람 말이다. 정말이지 그런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컨트롤할 시간도 주지않는 역함 같은 것이 가슴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거기에 결정적인 것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수고, 역시나 이때의 타인들은 꼭 자기말을 잘 듣는 똘만이 들이나 추종하거나 혹은 마음이 너무나 착해빠져서 싫다소리도 못하는 그런, 부려먹기 딱 쉬운, 자기 몇마디 말에 웃고 우는 그런.... 사람일때가 다반사다, 를 당연한 것 처럼 부리면서, 그 공은 전부 자기 이름으로.......

 

하여튼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 밑의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기가 가진 그것도 권력이라고 어떻게든 구슬려서 쉽게 부려먹는다. 그리고 일은 남들을 시키면서 그 아이디어는 자신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뻐기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 처럼 군다. 한마디로 저급하고 이기적이다. 물론 이는 굉장히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주관적 판단일 것일 수 있고 물론 이 사람이 정말 그런 사람인줄 나는 정확하게 모른다. 대 여섯 번의 일 이외에는 가까이서 잘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 적어도 한 공간에서 근무하지는 않아서 시시콜콜한 것은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의 곁에서 꼭 겪어봐야만 아는 것인가? 우리가 그 정도의 안목밖에 없는 사람들인가?  참...... 인간미 안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자기가 너무 대단한 부류라고 알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가 인간미 없고, 티나지 않게 거만하고, 가르치려 들고...... 그러면서 자신은 대단히 특별난 사람들 과에 속한다는 것을 나타내면서도, 절대로 부리는 사람들은 그 과에 들이려하지 않는 그런 영혼의 소유자들.......

 

 우리 주위에 많다 사실. 입을 열지 않아서 그렇지 말 안한다고 사람들이 모르나?  못 느끼나? 바보인가?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자신을 모른채 그렇게 멸망해 갈 종족인지도 모른다. 사는 내내 우월감에 빠져 살다갈지도 모른다. 우리가 봐서는 멸망이지만, 그들의 관점에선 성공인 삶을 살지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던 것 같다. 사이코패스가 범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서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에게만 존재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나마 사회적으로 용인된 장에서 생활하는 사이코패스는 매우 승진도 빠르다. 이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공감능력의 부족.

그러니 승진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는 것이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은 매우 정열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성취가 빠르다. 부하의 공을 채어가도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다. 양심의 가책이란 감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당연히 인간미가 없을 수 밖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생활태도,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족, 양심의 부재....... 곧 인간미의 부재.......이런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승진이 꽤 빠르다.  물론 이런 유형과 정반대의 사람들 역시 승진한다. 그러나 두 부류의 사람들이 엮어내는 세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곧잘 이런 사람들을 잘 나가는 것 같지만 결국은 궁극적인 파멸이라는 엔딩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나마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는 있는 것 같아 난 권선징악을 다루는 드라마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쨌거나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나의 오장육부를 심하게 자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튼, 사람에 대한 증오감은 참 없는 편인데,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증오심이 생긴다. 이유는 글쎄.... 짐작은 하지만 다 같은 이유들의 뿌리는 하나가 아닐까 스스로를 되짚어본다. 그 사람들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존재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앞에 있는 인간 본연의 존재, 그 사람들이야 어떻든 별로 깊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저 관심이 있더라도 자신의 일과 관계된 사람이고 자신이 빛나는 데 도움이 되어주어야 할 향상에서의 관심인 것이지, 순수하게 진심어린 마음을 느끼기는 참 힘든 것 같다.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제 장학사, 장학관이었던 그 교장샘이  등장하면서 화들짝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겨우 배우고 싶어서 든 모임이었는데, 갑자기 갈림길에 섰다.

 

 내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놀았다. 무엇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충분히 짐작은 간다. 그런 인간미 없는 사람 앞에서 전혀 인간으로, 나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각인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무자비하게 옆사람들 헤치면서 나아가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묘한 환멸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며, 인간미 넘치고 정 베풀며 살다보니 그야말로 세속적인 성공이 자꾸 멀어져가는 맘 착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상대적으로, 또는 연하고 심약한 나 같은 사람들을 인정이라고는 없이 함부로 휘두르는 그런 대상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그런 상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내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함은 치열하게 자신이 산 결과로서 얻게되는 것임에도,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니 그 성공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뭐, 하여튼. 사람이 그러면 절대 안된다고 배운걸 버젓이 해대며, 이것 저것 가리고 우물쭈물하느라 뒤쳐지는 사람들 제끼고 한치의 양보도 배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치고나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느끼는 억울함이나, 혹은 저렇게 얻은 자리에 멋대로 군림해도 뭐라하지 않는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모순과, 그렇다면 결코 세속적인 성공에는 발붇일 곳이 없겠다는 소심한 성공에의 욕구 뭐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비빔밥일 수도 있고.

 

어쨌든 한동안 저런 유형은 밥 맛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잊혀졌었다.

그러나 왜 이제와서 이 분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단 말인가? 전혀 상관없이 살아도 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분위기와 왠지 내 색과 맞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고민하던 찰나에 이 분의 등장은 여하간의 결단이 필요함을 말해주었다. 이 분은 알고보니 기존 멤버였다. 그러니 내가 빠지려면 며칠 이내에 빠져야 하는 것이다. 고민해본다. 이제와서 이 사람 유형을 놓고 더 알아가며 화두로 삼고 지내야하는가?  나의 이 마음 알고 짐작하고 내 색깔을 찾아 나서야 하는가?  알고자 한다면 좋은 기회이고 시간을 두고 알아간다면 분명 더 인간적이고 다른 면이 있을 것을 알지만, 수 많은 교장샘들 속에 둘러싸여 가는 모임은 홀가분하게 자유롭고 싶어하는 내게 일종의 올가미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곳인 줄 모르고 갔다.

 

꾼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젯밤에는 예리한 포크로 가슴을 단방에 확!  깊이 찔리는 꿈을 꾸고 일어났다.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이제 죽겠구나 생각했지만, 솟구치리라 예상했던 피가 이상하게도 한 방울도 나지 않았고 죽지도 않고 살아서 활동을 했다. 저녁에 있었던 그 분의 등장은 나에게 숨겨져있던 증오하는 인간의 원형과 맞닥뜨리게 할 그 정도의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지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에게 스며드는 찰나의 마음이란 것이 이토록 정직하고 강력한 힘으로 내게 쌓여간다는 사실이 이 꿈을 통해 증명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났다.

 

알고보면 좋은 면이 많은 사람이겠지만, 글쎄다. 카메라 기종이 맞지 않고 테크니컬한 면을 추구하는 촬영기술이 나와 맞지 않는다. 그 분들이 찍은 사진은 나에게 아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사진으로만 다가오니 그게 고민이다. 내가 관심있는 것은 치유적인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기술에 한계가 있어 좀 배우려고 했는데, 강사님의 성격 역시 너무 형식적인 면을 고집하시는 분 같아 어지간히 부담스럽다. 교장샘이시라 함부로 할 수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조만간 결정이 필요하다.

아~ 인생, 뭐 이래~~

자유롭고 싶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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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23:51:48 *.121.41.245

[404일차] 2012 03 08 목요일

 

개교기념일, 간만에 어색한 하루를 보냈다.

밀린 일지쓰고 여행기 한 편 썼다.

 

네팔 인도여행 7 - 카주라호, 잔시, 아그라 입성까지

 http://blog.naver.com/alber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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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1 21:18:39 *.121.41.245

[405일차] 2012 03 09 금요일

 

거창한 제목이지만,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이고 알아왔던 것이다.

초등학생 대상의 강의 였지만 내가 한 번 더 깨치고 더 확실하게 각인시켜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아갈수록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내게 이런 사람들이 와주어 고맙다.

 

좋아하는 일인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인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꾸준히 연습하고 훈련하라. 일만 시간이 채워질때까지 건성건성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심층훈련, 즉 몰입하여 보낸 시간이 일만시간이 가까워야 한다.

그 과정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고, 일만시간이 채워진다면 돈이란 것도 따라 오리라.

 

갈수록 확실해지는 공식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나를 기만하는 것들을 과감하게 인생에서 걷어낼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이런 저런 가지 전부 쳐 내고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그 일을 하며 단순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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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1 21:20:35 *.121.41.245

 

[406일차] 2012 03 10 토요일

 

<4회기 가족치료 후 >

토요일 아침 9시 서울에서 상담 약속이 있어 부랴부랴 나섰다. 혼자 갔으면 절대로 늦지도 않았을게 분명했건만 하필이면 오늘 서울에서 있는 결혼식에 가야하는 신랑은 나랑 같이가고 싶어해서 함께 나서야 했다. 성질 같아서는 거의 날다시피해서 정시에 도착하고 싶었지만 어찌나 모범적인 운전자인지 신랑은 너무나 느긋하다. 뚱뚱하면 원래 저렇게 느리냐? 속이 터질 것 같지만 날 내려놓고 또 거기서 2시간 30분여 넘게 기다리겠다고까지 하는 걸 어찌 할 수도 없어 한숨만 푹푹 내쉬는 사이 도착했다. 속 터져 죽는줄 알았다. 뭐 저리 느긋하냐? 넘은 미치겠구만.

 

하여튼 도착하니 20분은 늦었다. 주말이라 밀린 탓도 있다. 신랑이야 본체만체하고 뛰어나와 또 뛰어들어간다. 함께 나오기로 되어있던 할머니께서는 나오지 않으셨다. 어젯밤 내내 할머니께서 어린 상담자 앞에서 어떻게 말씀하실까 궁금하기도 했고, 나름 어떻게 만나뵈어야겠다고 생각햇는데, 81세된 노인분께서 나오신다 하시기에 어지간히 기대도 했는데 늘 그랬듯 내담자와 그 동생 두 분만 나오셨다. 오늘이 4회째의 상담이었다. 나날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그게 보인다. 그래도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한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 다음에는 아마도 오실 용기가 나실지도 모른다.

 

상담을 하면 행복하다. 추운 구석 방에 앉아 밥도 못 먹고 앉아 있어도 그 시간이 내겐 충만하다. 그 사람들이 행복한 그림을 그려갈 수 있도록 이리저리 휘젓고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주신 그 어떤 신인지 존재인지 우주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존재에게 무한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알수 없다만 이런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데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첫 회기 상담 이후 이 가족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전 가족이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만 참여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가족 전체가 변하고 있다. 이 것이 가족치료의 놀라운 힘이다. 한 사람의 변화를 기점으로 그 변화가 결국 가족 전체 혹은 그 사람이 생활하는 모든 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내도록 도와주는 힘, 이 것이 내가 가족치료의 힘을 굳게 믿는 힘이다.

 

이 가족의 경우는 본인과 아이의 탈바꿈 그리고 한 집에 사는 세 식구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가져왔고, 오늘은 원가족의 관계까지 건드리고 있다. 물론 내 머리 속에는 가족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그 어떤 기준도 없다. 천만 가족이 있다면 모두가 다 다른 사정이 있고 다른 그림을 그리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희안하게도 마지막 그림은 모두 같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그려온 수천가지의 그림들을 휘저어 결국은 그들이 가장 그리고 싶어하는 결말로 안내하는 것, 아니 그들이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며, 내 말을 아껴 가르침은 티나지 않아야하고 모든 것은 그들의 선택으로 남아야 한다.

 

이 가족이 사실 원가족의 문제까지 건드릴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워낙 용기있고 저력있고 영리한 내담자여서 그런지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한 번 트이기 시작하니 스스로 더 이상의 것을 알아가고 깨우치고 있다. 지켜보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세 식구의 변화라면 말할 것도 없이 오늘은 용기있게 원가족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꺼냈다. 사실 81세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가족의 경우 그렇기에 친정식구들의 관계를 떼어놓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야 뻔한 이치지만, 그래도 내담자가 거기까지 다다른 것이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리고 싶다.

 

상담이 중반기를 넘어가는 것 같다. 이 가족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써 나갈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하나 또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상담자여도 사실은 극도로 민감하게 흐름의 방향을 예의 주시하며 참여하고 있고, 상담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어서지 못하면 가족치료도 뭣도 되지 않는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사람과 마주앉아 자신이 그들의 일에 무색무취의 색깔로 스며들지만 그러나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물질처럼 되어야 하는 일,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들은 맡지 못하지만 결국은 그 힘이 작용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접근방법이다. 그래야 내담자가 지치지 않고 나가 떨어지지 않고 견뎌나가기에 쉽다. 아니 흥분하여 고무되어 변화해나간다. 나를 만나러 오는 내담자는 첫날부터 자신에게 놀라면서 돌아간다. 미처 보지 못하던 자신의 좋은 점이 구슬처럼 줄줄이 꿰어나오는 그 시간에 놀라고 고무되어 돌아간다. 그러니 그 다음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대한다.

 

 처음 만나러 오는날, 얼마나 힘든 가슴을 안고 오겠는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얼마나 지옥같은 고통 속에 살았기에 그 곳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내 앞에 와 앉게 되었겠는가? 그런 내담자들이 측은하고 기특하고 용감하고 그렇게까지 살아온 그들이 그저 놀랍고 그렇다.

 

어쨌든 다음 주 토요일 또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마주 앉은 2시간 2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내담자가 상담내용을 잊지않도록 후속조치를 취해두어야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고 오도록 더 나은 세상이 그들 앞에 열리고 내담자들도 나 같은 행복함을 느끼며 살도록 돕고 싶다.

 

상담이 조금 길어진다 싶으니, '가자'하는 문자가 온다. 전화가 오는 걸 가볍게 거절했더니만. 하여튼 좀 얌전히 기다릴 것이지 ㅎㅎㅎ. 화장실 들렀다 뛰어나오니 문 앞에 차를 대 놓고 기다린다. 기다린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해서 흥흥거리며 애교 한 판 피워주었더니 좋아 죽는다, 나 참, 남자들이란 ! 아셈타워 옆 무슨 예식장이었다. 그 옆에 봉은사가 보인다. 그러고보니 지인이랑 대훈님이랑 점심먹고 봉은사 산책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음~ 가능하겠구만... 싶다. 도심 한 가운데 절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 어쩌면 절은 첩첩 산중에 있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익숙하거나 흔하지는 않은 풍경 같았다. 어쨌거나 치를 대놓고 손을 잡고 갔다.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간만에 우아한 식사를 즐겼다. 어쩐지 이런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은 나와 어울리지가 앉는데, 이럴 땐 지인이가 있어야 뭐라도 쫌 물어보면서 먹는긴데.... 하면서 나름 우아한척 하면서 먹었다. 코스요리 중에서 역시나 해산물 요리가 최고다. 그냥 이런거 주지말고 부페 쫘~악 펼쳐놓고 먹고 싶은거 먹어라 하면 기냥 해산물 실컷 먹고 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거야 내 맘인 것이고. 흐흐

 

나와 서서 아시는 분들 만나서 담소를 나눴다. 다들 한 기업체의 싸장님들이시지만 지극히 펑범하고 가정적이고 마음이 따뜻하고 성실하신 분들이시다. 건강하시시도 하고.... 오랫만에 뵈니 그래도 참 반갑다.

 

돌아오는 길,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아침에 너무 헐레벌떡 뛰어다니느라 느끼지 못했던 날씨가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집에 오니 산이 이 만큼 더 가까이 앉은 것 같다. 봄이 시작되나보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하루 더 쉴 수 있는 날이다. 다행이다 그런 날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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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1 21:22:07 *.121.41.245

[407일차] 2012 03 11  일요일

 

생각하면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또 그 일을 하면서 일요일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모른척하기로 한다.

날이 좋아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식구들과 나섰는데, 생각보다 너무 차가운 날씨에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눈이 온 터 였다. 3월 눈이라니, 그러고보니 내 스노우 타이어도 다시 원래 타이어로 바꿔야겠구나 싶다.

 

세 식구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한 달에 몇 번이나 될런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렇게 밖에 나와 앉은 경우는....... 한 때는 이런 생활이 참 불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식구란 모름지기 한 집에 살며 같이 식사를 하고 기쁜일이나 슬픈일을 함께 나누며..... 그게 내가 아는 이상적인 가족이었다. 책으로부터 드라마나 영화로부터 내가 습득한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그런 것이었고 우리는 지금도 저마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참 불행했다. 그런 상황에 놓이지 못한 내가 너무 불행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참 너무 쉽게 깨어졌고 나는 자유롭다. 불행하다 생각지 않는다. 대신 이 상황으로 인해 내가 얻은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지는 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되 이왕이면 이 상황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찾아내기로 마음 먹은 그 때부터 모든 상황은 기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함께 있으면 함께 있어서 좋고 떨어져 있으면 내 시간이 많아서 내 일을 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 속에서 내가 찾아가야할 길은 달리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 인식의 전환의 강력한 힘을 사람들과 나누어 가는 것, 이 역시 가족치료의 장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만나는 세상은 너무나 자유롭고 드넓다. 공기가 많아 숨쉬기 쉽고 동지가 많고 갈 길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런 길로 안내하는 내 일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오후, 지난 겨울 인도여행기를 하나 더 썼다. 타지마할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밀린 일지를 쓰고 다음 주를 시작한다. 풀어두기엔 아직 덜 익은 상담실 계획을 조금 더 다듬었어야했는데, 아직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과학수업해야한다. 세상에 오면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채우고 가야하는 게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부담스럽지만 일 년 후에는 과학도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위로해봐도 어떻게든 안할 수 있으면 안하고 싶은게 과학이다. 어쩔라나 모르겠구만! 내 함 기대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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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2 20:04:03 *.12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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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4 22  일요일 

 

결국 토요일 오전 잡혀있던 사례회의에 불참했다. 식구들과 만나 이야기 나눈지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이번 주는 평상시 같으면 중요하고도 중요할 사례회의 쯤 저리 날려버릴만큼 충격적인 일들이 두어건이나 있어서도 그렇고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았기도 했다. 직접적이지 않으나 결코 직접적이지 않다 말 못할 일도 있고, 당장은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중요한 일들을 멀리하고 사례회의에 불참하고, 또 토요일 오후에 잡혀있던 일정에 스스로가 충분하다할 만큼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감지한 것인지 아니면 주말 내내 축축하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틀간 쉰 휴식 끝에 괜히 부아가 치민다.

 

 생각만큼 잘 지내지 못한 일주일이라는 판단에다가 결정적으로 사례회의에 불참한 것과 진행 중인 사례에 대한 생각들이 그 원인인 것 같다. 식구들에게 미안하다손 치더라도 쉽게 내 일과 시간을 양보하지 말아야겠다는 불쾌하지만 단호한 다짐을 해본다.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지만 지레 충성을 해놓고 놓쳐버린 중요한 건에 대해 은근한 부아가 치미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 보다는, 다소 실리를 챙기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살 기는 것이 내 정신건강이나 관계에 이롭다. 오전 사례회의에 참석 했었더라면 요즘 많은 생각중인 여러가지에 대해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는 다소 외롭다. 좋은 말로 엮어서 학교나 임상실천 현장이나 공집합이 존재한다 말하지만, 그렇게 되기에 혼자 감당해야하는 부분과 치러야 하는 댓가가 분명 있다. 그러니 더욱 더 사례회의에 참석했어야 했다. 더 부지런 떨었으면 가능했던 일이었다. 오늘은 강하게 스스로를 힐책하고 싶다.

 

 날씨가 우울해서인지 마음이 약해지고 내려앉는다. 아침 나절 우연히 텔레비젼을 틀었더니 좋아하는 영화들이 동시에 세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다. 어퓨 굿 맨,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리고 아마데우스....... 어지간히 좀 나눠서 보여주면 누가 뭐랄까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아마데우스, 맷 데이먼을 보기위해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봐야했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어퓨 굿맨이다. 좋아했던 배우들의 싱그럽고 아름다운 모습과 지적 정신적 자극과 도전, 그리고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의 구성이 좋다. 톰크루즈의 이 때의 얼굴은 광채가 난다.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 잊지 못할 영화이다.  그러나 뒷부분 돌려본 모차르트의 생과 관련한 생각들이 여러개 얽히면서 조금 우울해진다. 뒷부분은 특히나 가슴아픈 부분인지라 비오는 날씨와 어울려 더 가라앉는다. 이십여년 전에는 살리에르의 눈으로 보았던 영화가 이제는 모차르트에 포커스가 맞추어지니 사람이 변하긴 변하는 모양이다.

 

 식구 넷, 주말이어도 밥 한끼를 제외하고는 혼자 남아 보낸 시간이다. 긴 시간을 하릴없이 영화만 보면서 애써 잊으려 했던 생각들이 해거름해지는 저녁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우~ 고개를 쳐든다. 진행중인 사례들에 대해서도 깊이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더 분명하고 더 부지런하고 더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내게 다가드는 이런 약간의 속상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어디로가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하고자하는지 더 분명한 자각이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마땅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슴 뻐근할 정도의 피와 땀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프게 주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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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17:14:34 *.246.77.2

2012 0501 화요일  [ 현재 ]

 

방금 전 운동회가 끝났다. 온 종일 운동장에서는 쾅쾅 거리는 음악소리와 꺅꺅대는 아이들의 함성이 오르고, 바람은 살랑살랑, 하늘엔 만국기가 펄럭거린다. 땡볕에 죙일 아이들 데리고 서 있으면 날리는 먼지에 뜨거운 열기에 소리없이 질러대며 진정시켜야 하는 아이들에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죙일 전담실에 앉아서 일만했다. 학급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물론 내가 맡은 역할이 있었지만 우연찮게 내 도움이 필요없는 경우가 발생해주어, 이토록 한가하게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고 밀린 일들을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라 규정지을 때는 이 일을 하는 내가 지겨우리만치 비루한 느낌이 드는 자신이 되지만, 그러나 한편 진짜로 끝이 없느냐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분명 매 번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wee class를 설치한다고 할 때 아무런 망설임없이 선뜻 선택하긴 했지만, 어떻게보면 거기엔 남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여서 그랬을까? 지금와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런 계산이 없었던 것도 같다. 어쩌면 남들은 이미 계산 끝나 그 일이 어떻게 펼쳐질 지 너무나 잘 아는데, 나는 언제나 그 점을 잘 보지 못하기에 겁없이 덤벼드는 것 같다. 내 생각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게 다소 힘은 들겠지만 그 또한 함 해보면 나름 의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무덤덤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본다면 내 신변상의 여러가지를 고려해볼 때 이 학교에 남아있는것은 정말 바보같은 행동인 것이고, 나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 점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인생이란 계획대로 되어가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우리가 또 만들어 가는 길이라는 짜릿함이 있는 것이고 말이다. 어찌되든 내가 선생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올 해는 맨땅에 헤딩 함 해봤다는 건 남을 것이다.

 

두 달이 지났다. 창조라는 것은 이토록 많은 시간을 요하고, 한꺼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없으며, 어떤 것이든 시간 속에 무르익어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또 그 속에 녹아나는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보태어져야 그럴듯한 한가지가 탄생할 수 있는지도 배우고 있다.

 

맡은 수업에, 업무가 과중한 것 같지만 이제와서 결코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응분의 댓가를 치르면서 건너뛰면 되는 것이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또 그만큼 감당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학교일이 해도 해도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고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아 스스로 탈진해가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끌려내려갈 수는 없다. 목표로 정한 결과를 얻기위해 견뎌내야 하는 거친 과정이 존재함을 알아가는 중이고, 어쩌면 쉽게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겼던 내 가볍고 성급한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과정이리라. 또 나의 그러한 익지않은 마음을 흔들어 일깨워주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머리를 어루만지는 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요즘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인내심을 훈련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고있는 일의 성격이나 범위가 이동을 하고 있다. 그토록 벗어나려 애썼던 부분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 조금은 낯 선 감정으로 지켜보게 된다.

 

내가 만든 배가 어떤 승객을 실을 배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떤 종착지에 다다르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는 곳이 매우 안전하고 승객들에게 유익한 곳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힘껏 노젓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어떤 풍랑을 만날지 승객이 오르기나 할지 혹은 어딘가에 정박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래도 이 과정은 지나가고 있고 분명 배울만한 그 무엇인가는 존재한다. 지치고 힘들것이지만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게 될 것임도 안다.

 

나에게 있어 많은 것이 현재잰행형이다.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릴지 생각하게되는 요즘이다. 담는다고 담기고 버린다고 버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쳐내야 할 것들은 쳐내야 남아있는 것들에 보다 집중하게 될 것 같다. 왜냐면 그렇게 분산된 일들을 처리하고 정리해나갈 만큼의 집중력이 없다는 것, 그리고 어느새 왔는지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노안의 반열에 오른 내 자랑스런 눈, 그것만큼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너무나 자주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야할 일들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맹렬한 속도로 일을 치러내고있다. 기한으로 정한 시간이되면 그 일이 끝나있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속 시원하고 뿌듯했던 하루였다.

 

전부 퇴근한다. 나는 지금부터 좀 놀아본다. 다행히 차는 안빼고 올라와도 된다.

차분히 앉아서 현재진행형인 나를 좀 들여다보고 버릴 것들을 버리는 작업, 머리에서 비우고 마음에서 잘라내는 작업을 자꾸자꾸 해야겠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기엔 용량부족이다.

 

핵심적인 것들만 남기고 마음을 비우고 버려나가도록 한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누구에도, 그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려한다.

일을 하되, 진정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나를 풀어두려 한다.

 

특정한 하나에 얽매여 소리 높이지 않고, 혼자 불러 낸 내 생각에도 얽매이지 않고, 이러저러한 세속적 판단에도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마땅한 일을 할 것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와 가치로운 일만은 성실하게 책임있게 지켜나가리라.

 

인간으로서의 예우를 다 하기위해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사는 성심은 보이는 것, 그것이 이땅의 인간으로서의 마땅한 도리같기 때문이다. 부족하고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넘어서는 마음을 향해 덩실덩실 춤추듯 걸어갈 것이다.

 

현재, 오후 다섯 시, 오늘 이 자리에 앉은 내 마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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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19:01:25 *.246.77.2

2012 0502 수요일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뜻하는 것]

 

퇴근 시간 즈음하여, 잠시 눈을 감으니 스르르 눈물이 새어나온다. 초등학교에서 wee class 가 운영되는 학교는 우리 지역교육청에서는 우리학교 밖에 없다. 보통 상담실이 설치된 학교는 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를 고용하여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고용없이 내가 그 일을 맡았고, 정규 수업을 했으며, wee class 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해왔다.

 

지난 두 달동안, 7시 이전 퇴근은 몇 번 하지 않았다. 밝은 날 집에 가 본 적이 없고, 고용된 전문상담사가 해야할 모든 일을 내가 추진해서 했으니 수고나 시간적 노력이 남들의 두 배는 드는 게 당연했다. 계획서부터, 기간제 상담교사를 관리하는 문제부터 현재 진행중인 수익자부담 전교생 심리검사 실시까지....... 매일 계속되던 일...그 일이 사실은 전문상담교사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겨우 두 달이 지난 지금에야 상담실이 꾸며지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급하게 온 교육청 쪽지는, wee class 가 설치된 우리 학교에서 전문상담사를 채용하도록 예산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참 좋은 일이었고 나로서는 정말 좋은 일이었다. 지난 겨울 공모계획서를 냈을 때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래서 깨끗이 마음접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또 뭐가 바뀌었다.

 

전문상담교사가 우리학교에 배치된 것은 정말 잘 된 일이다. 그리고 오면 나는 정말 살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 이 글을 쓰는 때의 마음이다.

 

그러나 어제, 퇴근 하기 전 받은 그 쪽지를 받은 순간의 그 감정은 허탈함과 서러움 또 약간의 역정.... 같은 그런 여러가지가 뒤죽박죽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먼저는 이제 겨우 심리검사 끝나고 부모프로그램 진행하려고 맘먹었는데, 그 일정이 또 뒤로 밀려나게 될 뿐만 아니라(이것이 내게 주는 의미는 크다. 이것 때문에 이 학교에 남았고 이것때문에 지금의 그 모든 행정업무를 감내하고 있는 터였다. 또한 하루 속히 상담실이 마련되고, 심리검사도 끝내고 하여 안정된 가운데 그 일을 하려 달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뭐 하나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는 그런 분노감 같은 것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수업하며 짬짬이 만들어 놓은 기가막힌 계획서에(난 계획서 잘 세운다, 계획서 못세우는 사람이야 어디 있을까만, 우리 능력 짱짱한 교무샘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계획서라고 칭찬한 계획서이자 전직 도교육청 장학사출신이신 교장샘이 한마디로 흡족해 하신 그런 계획서. 진짜다 이건...내가 어리버리해 보여서 그렇지 진짜로 그 말 했다 교무샘은.... ),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상담실을 만들어 입주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지치는 추운 줄도 모르고 자료실을 비우고 준비한 상담실에, 번거롭고 번거로운 심리검사까지 절차밟아 다 진행해 놓은 뒤에, 깨끗한 상담실이 마치 자기를 기다린 듯이 입주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쳤다. 거기를 내가 들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써왔건만, 이제와서.......

  사실, 이 생각은 퉁퉁부은 눈으로 집에가서 잠자고 일어나 생각한 부분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던 이 것 말이다.

 

 일이 끝나려하면 정신 차릴 여유도 없이 던져지는 일거리들에 악!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어서 눈만 감으니 눈물이 쏟아졌다. 또 그 교사를 채용하기 위해 해야할 그 복잡한 과정을 생각하니 정말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성적이 나가야한다는 이야기도 오늘 들었고, 또 해야 할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 앉아, 생전 처음 몰려드는 일에 치여서 눈이 시뻘개져 있었는데 지나치던 사람들에 의해 발각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붙잡혀 교장샘 교감샘 교무샘 이렇게 넷이서 저녁을 먹었다. 놀라신 것 같았다. 평소 아무말 없던 사람이라서 더 그랬던지, 불평한마디 하지 않던 사람이라 그랬는지....

 

여튼, 팅팅 부은 눈으로 저녁을 얻어먹고 다소 진정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텔레비젼만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 걸고 싶지 않은 하루, 그런 날이었다. 그 누구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단지 가만히 혼자 있는게 도움이 될 것임을 안 그런 하루 말이다.

 

  유일하게, 내가 말을 걸고싶은 사람은 사부님이었던 것 같다. 사부님이야 내게 얼마나 큰 존재이신줄 아실리 없으시겠지만, 내 혼자 설정한 역할 상 사부님은 내게 있어 카운셀러이시다. 유일하게 내가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으신 분이신 것 같다고나 할까? 아, 그러나 항상 그 카운셀링은 책을 통해 내가 사부님을 만남으로서 이루어진다.

 

 넘들에게 들키기 전, 사부님 책을 읽으며 필사를 시작했다. 너무 서러워서 누가 말만 걸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진정하며 필사를 하고 앉아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가라앉았다.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난 내 마음에 뭐가 있는지 고요하게 생각해본다.

스스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고,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윽고 다다른다.

흙탕물이 이는 내 마음이 뜻하는 게 있음을 알고 있고, 이는 분명 내 안의 정화되지 못하고 성숙되지 못한 감정들, 또는 미처리된 감정들과 이기심 혹은 욕망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말이다.

 

그런 나를 마주한 오늘, 그래도 가만히 혼자 있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 눈을 감고 누웠다.

내일은 아무렇지 않게 일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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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19:04:12 *.246.77.2

 

2012 0503 목요일  [내게 남은 것]

 

일찍 일어나 시험치는 아이를 위해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했다. 이렇게 말하면 꽤 좋은 엄마같지만,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일이다. 나는 해도해도 너무한 엄마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적어도 남들이 말하는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래도 오늘은 그저 그런 내 마음에, 식구들에게라도 최선을 다하면 뭔가 부족한 내마음이 충족되기라도 한 듯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구만, 결국 아이는 차에 그 도시락을 두고 가져가지 않는 테러를 가했다. 뭐, 괜찮다. 집에가서 보온도시락의 위력을 한 번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을 기회가 되겠지 싶다. 싫다는데 뭐. 하긴 가져가기나 할까? 싶기는 했다 사실. 고등학생이 도시락을 싸들고 가지는 않더라. 폼생폼사인 애들이 하긴...

 

 학교에 들어서자마나 어제의 교무이자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결국 일거리 하나를 넘겨주었다. 채용에 관한 것을 실무사들이 맡아서 학교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너무 고마웠다. 하늘을 날 듯한 홀가분함이 날아들었다. 내게 이런 일은 이렇게 짐덩어리다. 이런 것을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렵고 스트레스이다. 채용까지해서 그 이후는 내가 진행하는 것으로.

 

어이어이하여 덕분에 쉽게 채용까지 도와줄 것 같고 사람까지 구해주는 것 같다.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많은 욕심을 내려놓기로 한다. 오는 사람이 자기가 복이 많다고 한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해놨다고 좋아한다. 순간 부아가 치밀었지만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계획서를 보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한다.

 

내가 한 모든 것을 넘겨주는 것이 아까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그 땀은 고스란히 내 것임을 잊지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주는 것이아니다. 그리고 주는 것을 그리 아까워할 일도 아니다. 나누고 또 나누고, 내가 남보다 더 가진게 혹시라도 있다면 베풀고 또 베푸는 게 좋은 삶인 것 같다. 그래도 내게는 남이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 그득하니, 과정에 녹아든 내 삶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향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은 모두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 분이 내게 기대지 않고 부디 독자적으로 운영을 잘 해 나가면 좋겠다. 보아하니 그런 꿈이야 접어야 할 낌새가 여실히 보이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 것이다. 사전에 단정짓고 어떻게 일어날 지 모르는 일을 짐작하지 않아야 한다. 불필요한 일이다, 그건.

 

그는 내 계획서와 지금까지 학교에서 수업하며 해 둔 자기 일에 대해 놀랐다. 모두 줄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게 의논하고 보고한 일들에 내가 손을 대게 만드는 그런 일만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발....... 내 욕심을 버리고 눈을 질끈 감거나, 아니면 뛰어난 일처리 능력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편안한 마음으로 협력하며 10개월을 가보는 것. 아마도 그게 내게 남은 선택권들인 것 같다.

 

연연해하지 않고 자유롭고 홀가분한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게 내가 꿈꾸는 마음이다. 그냥 물 흐르듯 모든 일에 비친 내가 있고,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이제는 나를 벗어나 함께 사는 세상 속의 나를 그려보는 것. 그 또한 자유로운 내가 취해야 할 일부분임을 수용하고 싶다. 그렇게 신은 내 손을 이끌고 여기까지 데려오셨다.

 

나누고 줄수록, 내가 더 마음 그득해진다는 것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알려주신다.

어떤 신이지 모르지만 무지 감사한 신이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부여한 온갖 종류의 신에게 감사를, 또한 온갖 종류의 신들이 내미신 그 손길에 답할 수 있는 나에게도 윙크를 보낸다.

 

어제와 다른 오늘, 또 오늘과 다른 내일.......

끝없이 펼쳐지는 우리의 이야기들.

세상은 이리하여 살 맛이 나는 것이고, 내일을 기다리는 맛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어제같은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다.

대신, 더 편안해지고 싶다.

오늘처럼......

 

어제처럼 너무 슬프고 좋지 않을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연결된 사람마냥, 그냥 내가 어떻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뜬금없이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잘 했다.

그는 정말로 좋은, 그런 인간임이 분명하다.

내가 복 받은 것이라면 그와 함께 꾸려가는 생을 살고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났고 그를 선택한 것, 이 때에도 직감이 작동되었음이 확실하다.

 

난 확실히 계산보다는 직감인 모양이다.

난 계산엔 젬병이라서 그렇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인가 보다.

내게 남는 것들도 그리하여 선택한 것들이 내게 남는 것들인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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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9:09:29 *.246.77.2
[ 2012 5월 4일 금] 뜨겁게 차오르는 행복

금요일 오후 퇴근시간은 너무 밀린다. 서울까지 상담약속있어 가는데 1시간 40분이 걸렸다.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그러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서울은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미 약속시간을 넘긴 터라 지나친 조바심도 금물이었다. 가는 내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한다. 출발하기 전 이미 전화를 한 통 받은 후이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앉은 순간부터 나는 이미 무거워지기 시작했음을 안다. 무거움이란 내가 싸워 이겨내야 할 존재이다. 내게 있어 상담에서 느끼는 무거움이란, 변화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고 이들을 이끌어가야한다고 느끼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내 마음과 싸워 내가 이겨내고 평정심을 찾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음이 훨훨 가벼워져 날 수 있게 된다. 내가 핸들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변화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이 진정으로 나를 자유롭게 놀 수있게 만든다.

 

내 의도대로 사람들을 만들어 갈 수 없다. 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들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단지 가만히 지켜보며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꺼내 보여줄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상담자의 의지가 들어선 그 순간부터 상담은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각이 머무르는 그 눈빛이 거기 있는 한 그들은 이미 나를 떠난다.

 

사람을 대한다는 것, 그들의 본질과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곳이 아마 종착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섣부른 판단, 내가 무언가 할 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그 호기에 찬 생각, 내가 뭔가 좀 안다는 마음, 약간의 자부심이 단 한치 끼어들어도, 이미 나는 그 사람을 마주할 자격에 흠이 생긴 사람이 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이 사람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임을 오늘 다시 깨우친다.

 

긴 시간을 들여 만난 가족, 나는 오늘 그 가족들과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필요한 시도를 했다. 돌아오는 길은 하늘을 날 듯이 가벼운 마음이었다. 우리가 오늘 만났던 시간이, 다시 만날 때까지 굳건하게 버텨주고 더 성장하게 되는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로써 두 번째 만난 가족이다. 변화는 꽤 빠르다. 다음 번에는 다른 가족구성원을 만날 것이다.

 

11시에 출발했고, 천안도착 시간이 새벽 3시쯤이었다.

졸려 죽을뻔 했다.

너무 밀렸다.

목적지 1키로 앞두고 30분을 잤다.

 

마음이 그득하여 몸이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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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9:10:49 *.246.77.2
[ 2012 5월 5일 토] 가족모임
 

잠에서 깨어나니 아침이다. 여덟시는 되었나보다.

주섬주섬 일어나 거실로 나가본다. 아무도 없다.

각자 방에서 모두들 취침을 하시는지...

 

오자마자 쓰러져 잠을 잤던 탓에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이닦고....

거실에서 밖을 보니 화단 가득 야채들이 싱싱하게도 자라고 있다.

하긴 온갖 종류의 모종을 돈 십만원은 족히 사다가 심었다하니, 올해는 아마 저 화단에서 지은 농사로 겨울을 날지도 모른다. ㅋㅋ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어머니를 돌려세워 햇살아래 거닐며 심어둔 채소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닐었다. 너무 신기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잔디밭에 피어난 이름모를 화초에 놀라며 인증샷을 날렸다.

 

어제는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에도 안들르고 무대뽀로 천안 내려온건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냉장고에 음식이 한가득이다. 내가 그렇게 준비없이 내려올 줄 알고 신랑은 어제 장을 다 봐다 놨다. 심지어 반조리된 식품에 무쳐진 나물들도 사다놨다. 그런것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어버이날 함께 있을 수 없어 오늘 이렇게 식구들이 모여든 것이다. 포항에서 올라온 동서네는 완전 엄청난 갈치와 문어 고등어를 사들고 올라왔다. 갈비에 생선에.... 한 상 그득하다.

제 각기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자기 삶을 꾸려가며 때대로 이렇게 서로 만나 함께하는 사람들.

가족이다.

 

밥 먹고 앉아 아마도 서너 시간 이상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서로 나누는 이야기 속에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가 담겨있다. 서로의 비전을 보고 하는 일을 나눈다. 그리고 가늠을 해 본다.

 

살수록 사는 것이 가벼워져서 좋다.

그렇게 또 제자리들로 돌아가겠지만 거기서 각자가 열심히 살아가니 그 또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모두들 건강한 날을 보내면 좋겠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난 후, 저녁을 먹고 늦은 밤 나섰다.

집에 들어서니 날아갈 듯 행복하다.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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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9:15:45 *.246.77.2
[ 2012 5월 6일 일] 뒹굴뒹굴
 

늦잠잤다.

어제 낮잠 잔 덕택에 리듬 완전 깨져서 새벽 4시 넘어 잤더니 정말로 11시 다 되어 눈이 떠졌다.

신기한 몸뚱아리....그러나 너무나 정확한 몸뚱아리...

 

지난 주도 쉬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완전 늘어져 있기로 마음 먹었다.

종일, 정말 종일 창밖의 산만 바라보면서 집에서 뒹굴었다.

송화가루가 날리는 철이어서 창문을 열어두지 못했다.

문을 다 닫아놔도 어디로 들어오는지 거실 바닥 가득 노르스름한 송화가루가 한가득이다.

산이 있어 좋지만 매년 이 맘때는 송화가루로 씨름을 하게된다.

그러나 향기로운 솔내음이 난다.

해마다 한 때가 돌아왔음을 알려주고 그렇게 간다.

 

식구 넷인데 다들 어디에 숨었는지 오늘은 종일 혼자 지낸다.

오후가 되어 딸내미 등장, 딴 세상처럼 밝아진다.

역시 사람은 좋아.

미주알 고주알.... 듣고 있으면 좋다.

 

내일은 출근이다.

아우~ 갑자기 머리 아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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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9:19:20 *.246.77.2
[ 2012 5월 7일 월] 일의 구분 

여러개의 역할이 겹쳐서 그런지 마음이 바쁘다.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거기 딱 멈춰서 일을 해지지가 않는다.

 

모두가 퇴근하고 난 후의 시간, 참 좋아했는데 지난 두어달과 달리 사정이 변했다.

전담들 모두 2층 교무실과 교장실 사이 전담실로 이사했다.

더 이상 구석방에 처박혀 느긋하게 일하는 게 잘 안된다.

남아있어봐도 시간만 가고 별로 능률적이지 않다.

 

퇴근을 빨리하고, 이제 집에서 터잡고 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짐도 좀 정리하고 일도 좀 정리해야 겠다.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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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9:20:29 *.246.77.2
[ 2012 5월 8일 화] 어버이날|

사실 내 어버이만 신경쓰느라 내가 어버이날에 해당되는 어버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어젯밤, 당당하고 자랑스럽기 짝이없는 태도로, 마치 개선장군처럼 무용담을 들려준 딸내미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 모른다.

 

꽃바구니와 선물가방을 책가방 속에 숨겨서 들고와, 팔과 다리 손과 발등을 주물러주며 결국 내일 아침까지 견디지 못하고 이야기와 선물보타리를 풀어제끼는 딸.

 

착하고 귀엽다.

나름 보기 좋다.

 

모아모아두었던 돈 15만원을 들고 하늘이라도 찌를듯한 기세로 백화점에 들어가 팔찌를 골랐더니, 50만원이더라한다. 그래서 아주 우아하게 다른 곳에 갔다는... 그런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왜 돈을 벌어야하는지 이유를 만들어냈다 한다. 그 아이는 또 그런 아이인가 보다. 나와는 다른...

 

샤넬에 가서 최신상으로 매니큐어를 두 개씩이나 사들고 와서 내 손톱에 예쁘게 색칠해 주었다. 교복입고 1층 매장을 휘젓고 다닌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지 나름대로는 참 신선한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고마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좋은 아이를 만난 것도 내 복이다.

 

어릴적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나 나나 참 행복해진다.

그런 경험을 이 세상에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경험을 내밀하게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크나큰 행복이다. 그렇게 작고 귀여웠던 아이였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신비롭다. 또 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종종, 어른보다 나은 말을 들려주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도 만든다.

좋은 사람으로 커가면 좋겠다.

 

살아서,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좋은 일만도 나쁜 일만도 없다.

힘든 만큼 좋고, 좋은 만큼 치루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엄마와 시어머니께 각각 안부전화를 드렸다.

선물은 그냥 쿨하게 이체... 

그러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되어가는대로 할 수 밖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뒤 운전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했던 산 아래, 볕 잘 드는 그 곳에 누워계실 아버지가 너무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나저나 중국있는 이 맏이 짜슥은 어버이날인데 전화도 한 통 없구만 이거~!

허긴, 이번 주가 그 녀석 입시이다.

내일은 졸업식이다.

 

너무 큰 일을 그 녀석은 혼자서 넘고 있다.

장하고도 고마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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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5 13:15:31 *.233.153.18

한 동안 뜸 했네요.

오늘은 스승의 날이군요.

오늘 따라 국향님의 사진이 넘 예쁘고 아륻답군요.

 

늘 우리 국향님 같은  스승이 많았으면 하고 생각한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맑고 밝은 분위기를 위해 스승의 역할은 대단합니다.

그 중심에 우리 국향님 같은 분이 있고요.

 

스승의 날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화이팅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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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23:42:29 *.121.41.245

 감사드립니다.

늘 변함없이 정진하시는 인희님

건강은 좋으시지요?

인희님의 용기와 도전에 힘찬 박수 드립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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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00:08:20 *.121.41.245

[2012 0625, 월요일] 신의 거울

 

 

P40870571[1].jpg

 

 

 

신의 거울

 

 

 

터키인이 무함마드를 보고 말했다.

"참 못생긴 사람이군!"

무함마드가 말했다.

"맞아요, 잘 보았소."

얼마 뒤, 인도인이 무함마드를 보고 말했다.

"아, 온 세상을 비추는 저 아름다운 태양!"

무함마드가 말했다.

"친구여, 잘 보았소. 그대 말이 맞소."

무함마드를 따르던 자들이 물었다.

"주님, 어째서 영판 다르게 보는 두 사람을 모두 옳다고 하십니까?"

무함마드가 말했다.

"나는 하느님 손으로 맑게 닦여진 거울이라네. 저 두 사람은 내게 와서 각자 제 모습을 본 것이지."

 

 

- 루미의 우화 모음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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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8 23:42:39 *.121.41.245

[ 2012 9월 8일 토요일]  잡고있던 것을 놓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라.

 

'두려움'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방대한 뇌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등에 대해 속속들이 밝혀놓은 책 같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쓰고 있던 효과적인 치료방법의 근간이 어찌하여 그럴 수 있었는지 보다 자세히 연구결과들을 통해 밝혀놓았고, 그리하여 더 자신있게 치고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책은, 예전 상담심리 공부를 처음 시작했던 대학원 시절 그 모든 이론을 대입하며 분석했던 대상이 나였듯, 이 책 역시 읽으면서 분석대상은 자신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참 마음이 착잡해진다.

 

수많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내가 있고, 그리 건강하지 못한 정신세계를 가진 내가 보인다. 한편 깬다고 깼다고 했던 자신이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보게되고 그리고 그 두려움 속에 웅크린 자신도 만난다.

 

그리 가벼이 볼 책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이 나는 그리 즐거운 것도 아니다. 책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나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나를 이러저리 엎었다 세웠다 해 본다. 그리 건강하지 못한 마음으로 살았고 애쓴 내가 보인다. 한편 기특하고 한편 애처롭기도 하다.

 

이제 거의 마지막 장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한 구절만 기억하기로 한다.

"잡고있던 것을 놓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라."

가장 의미심장하게 내게 들어와 안착한다.

 

직장에 휴직계를 냈다.

일년.

 

가열찬 맹세를 하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그런 모진 다짐은 않았다. 그저, 그런 마음으로 직장에 있는 것은 내 삶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담담하게 남은 일들 정리하고 나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 또는 그런 시선까지 계산할 정도의 머리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정리하고, 단호하게 놓고 나왔다.

하루하루, 예전 같으면 꿈꾸지 못했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다만 던져놓고 있던 책들을 하나씩 차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뒹굴다가 엎었다가 앉았다가 또 뒹굴다가 책을 껴안고 놀고 배고프면 밥먹고 어두워지면 좋은 음악을 귀에 꽂고 걸으러 나간다.

 

서늘한 바람과 향긋한 공기, 쏟아지는 별과 풀벌레 소리,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과 걸으면 움직이는 내 몸, 그리고 나를 둘러싼 어두운 산자락과 많은 나무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이 모든 것이 내 앞에 있음에 감사한다.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백수 되었으니 밥사주고 술사달란 이야기를 막 해놨다.  아껴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벌지를 않으니 개념있게 살아야 겠지.

 

그러고보면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지만 지극히 당연하기도 하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을 벌땐 그 돈 버느라 시간을 못만들어내니... 당분간은 이 한 몸 남에게 의탁하는 수 밖에.......

 

직장에 가지않고 약 6일을 보냈다.

이렇게도 살 수 있음을 느낀다.

일 년 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미래의 재료는 현재라네. 현재에 투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네. '지금 이 순간이 자네에게서 빠져나갈 때마다 자신을 다시 현재에 데려다 놓게."

 

그렇게, 구질구질한 모든 마음과 감정들을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리라.

잡고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만  집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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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9 23:10:30 *.121.41.245

[ 2012 9월 9일 일요일]   정직한, 너무나 정직한

 

오래전부터 일정표에 기록해두었던 날이다. 홍승완샘 결혼식날.

개인적으로 단군의 후예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의 세미나 내용도 지적으로 매우 자극이 되었고 들을 만 했지만, 또 다른 이유에서도 승완샘은 몇 차례 연락을 한 적이 있던 차였다. 그가 쓴 책은 읽기에 명쾌했으며 때때로 보내는 편지글에서는 그가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 즐거운, 그런 좋은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거기 가겠다고 신랑과 보내는 하루를 제꼈고 대신 강남에서 결혼식마치고 오랫만에 만나볼 사람과도 오늘 약속을 잡아둔 터였다.

그러자니 아침이 분주했다. 차를 놓고 온 신랑이 급하게 천안에 내려가야해서 할 수 없이 아침에 애 학원데려다주고 다시 천안까지 신랑 데려다주고 올라왔으니 장장 오전에 3시간은 너끈히 운전을 한 셈이다. 거기다가 생전 처음으로 얼결에 셀프 주유까지 한터라^^ 잔뜩 긴장감이 팽배했었더랬다.

 

다행히 밀리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한 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결혼식이 3시 30분인 관계로 점심이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먹으며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틀어두었는데 시간을 보니 버스타러 나갈 시간이 딱 5분이 남았다. 일요일과 공휴일이면 40분에 한 대씩 있는 마을버스를 타야하는 오지에 사는터라, 버스 시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점심을 먹은뒤라 그런지 하염없이 가라앉는 몸뚱아리, 딱 1분만 눈 감아야겠다 생각했고 약 1분 뒤에 눈을 떴다.

 

어디지?

.......집이다.....

 

무감각...

문득 시계를 본다. 그래도 아무런 생각도 없다.

 

내가 뭐할려고 했더라???

뭐였지?

맞다 결혼식 가야지...

 

일어서려는데 4자가 눈에 들어온다.

 

뭐지???

4시...4시이다.

 

3시 30분이 시작시간이니 이미 시작해서 한참 진행중인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부리나케 달려가도 이미 끝나있을 것이고....

 

순간 확! 하고 짜증이 밀려 올라온다.

간만에 화가 났다.

이거 때문에 오늘 아무것도 않고 억지로 시간맞춰놨는데 잠깐 눈 붙인것 때문에 이리도 황망하게 된 데 대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참 오랫만에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안하던 화장에 아이섀도우에 마스카라까지 하고 있었는데, 뭐 이런 미친 일이 다 있나 싶다.

에~~이 진짜!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병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약간의 형식적인 목소리가 안그래도 뒤죽박죽된 내 일정과 겹쳐서 더 마음쓰인다. 가장 동생같고 친근감느껴 부주 좀 부탁하는데 왠지 거리감이 밀려온다. 잘 못 전화했나 싶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가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부탁했다. 그리고나니 짜증이 더 밀려 올라온다.

아~ 진짜!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내 이 마음이 가장 건설적이고 좀 진정이 될까 생각해본다.

일단 음악을 선곡하여 틀고 이어폰을 꽂고 읽던 책을 마무리하는 게 이 상황에서 가장 나를 진정시킬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읽던 책을 끝까지 마무리하며 읽었고, 다행히도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었다.

 

단군이 새벽기상하면서 때때로 느꼈던 일이다.

사람의 몸이란 것이 얼마나 정직한지는 새벽기상에서 드러났었다.

하루 전날 밤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새벽 기상시간을 지킬 수 있고 없고가 간단하게 드러났었는데, 오늘 또 그걸 재확인 한 셈이다. 만약 피곤하지 않은 상태였더라면 어떻게 1분을 자고 일어나겠다는 그런 비합리적인 생각을 했겠느냐 말이다.

 

때때로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졸음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우리가 말하길 졸릴 때는 갓길에라도 대놓고 자라고 하지만, 모르는 사실은 그렇게 졸음이 와서 상태가 엉망일 때는 대놓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댈 곳을 찾아야한다면서 집까지 오게도 만들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이성이 마비되게 만드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누적된 상태 같은데...

 

하여튼 오늘 새삼스럽게 그런 황망한 일을 겪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몸과 마음 건강하게 돌보고 지켜내지 않으면 마음먹는다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버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잠깐 졸다가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친다. 지난 번엔 기차 안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늦잠 때문에 또 놓쳐서 혼자 겨우겨우 찾아 목포까지 간 일이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을 흐름은 얼굴이나 피부에만 드리우는 게 아니다. 내 몸 깊숙히 드리운 에너지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내 몸과 정신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친구처럼 어루만지며 함께 가는 수 밖에 없다.

 

내게 찾아온 것들은 그 어떤 것이든 사랑스럽다. 비록 쓴 맛 뒤에 느끼는 맛이긴 해도, 내게 온 이상 우리는 남은 여정을 함께 해야 할 동무가 된 것. 어루만지며 고마워하며 함께 가야지.

 

그리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새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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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2:52:56 *.121.41.245

[ 2012 10월 4일 목요일] 

휴직한 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간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문상을 다녀오면 이 모든 게 다 무엇이란 말인가 싶지만, 그래도 가는 날까지는 내가 살아있는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하기에, 그래야 더 자유롭기에 살아있으려 한다.

 

12개의 매듭 중 하나를 잘라내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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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23:33:39 *.121.41.245

[ 2012 10월 5일 금요일]

 

피곤하지만 꽉 찬 하루를 보낸다. 워크숍에 참석하느라 종일 허리가 뻐근하다. 종일 통역기를 끼고 들었더니 귀도 덩달아 삐소리를 낸다. 기존의 치료들과 비교를 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에 갔고 강의동을 찾지못해 얼마나 뺑뺑이를 돌았는지 모른다. 걸어갔으면 오늘 거의 죽을 뻔 했다. 결국 지각했지만, 뭐 나름 괜찮은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아침부터 오후 6시 정각이 되어 끝났으니 허리가 뻐근할 밖에. 다리도 붓고 발도 부었다.

 

직장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내 관심이 논문으로 옮겨간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리 되어가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지 모른다. 종일 뒹굴거리며 노는 것 같아도, 이제 빈 시간은 자연스레 주제가 들어않고 쉬고 집안일 하는 시간 외에는 그래도 가장 생산적인 일에 매달리는 셈이다.

 

산만하게 펼쳐두었던 것들을 거두어들여 정리를 해보니, 결국 내가 하고자했던 주제로 가게된다. 시간을 좀 더 보내며 보다 더 디테일하고 날카롭게 다듬어가야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님고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야 십원 땡전도 없는데, 어떻게 버티려고 이런 똥베짱을 부리는지 나도 잘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되었고 주저하지 않았다. 놀든 공부하든 어떻게든 시간을 흐를 것이고 나는 이 결과를 수용하는 삶을 살 것이다. 나를 더 이상 속이거나 가르치려들지 않아야 겠다. 내일도 종일 수업있고 마친 뒤 장봐서 천안가야 한다.  추석 지난지 며칠 되었다고 또 행사다. 지겹지만 지겹다고 말하지 않으련다. 그러면 정말로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눈이 아프다. 허리도 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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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21:59:58 *.121.41.245

[ 2012 10월 15일 월요일]

마음을 먹으면 새벽에 일어나 거뜬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몸에 익도록 연습하는 기간엔 거의 죽을 맛이었는데 어쨌거나 300일차를 무사통과해서인지 마음 먹으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지 이미 체득했기때문에 그 방법을 쓰는 것이긴 하지만, 학교도 쉬고 마냥 늘어져 있으면 안되는데, 9월 지나고 10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조금씩 이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것 같아 다행스런 마음이 든다.

 

학교를 쉬어서 제일 좋은 일은 각종 워크샵과 세미나 그리고 학술대회를 마음껏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직장일 대신 그 자리에 내 주된 일이 들어차게되고, 드디어 아침시간이 순수 독서시간으로 배분되어진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각 학회 정리해서 전부 링크시켜놓고 몇달간 참가해야 할 학술대회나 강연회 등을 대부분 체크해 놓고 사전 등록을 마쳤다. 주말마다 즐비한 일정들이 마음을 꽉채우는 것 같다.

 

한달 여 동안 뒹굴며 놀며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걸러낸 내 주제는 결국 수료 후 계속 읽어왔던 책들의 주제 속에서 결정되어질 것 같다. 일하면서  몰입할 시간을 확보못해 늘 불안해하며 서점을 들러 사들고 왔던 책들이 결국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었고, 산발적으로 놓여진 낱말들과 관계들을 이제 하나하나 체계화 하고 정리하면서 좁혀가면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굉장히 흥분된다.  매우 딱딱한 논문을 통해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그리고 진정성이란 그것이 순수한 경우 어떤 곳에서라도 제 빛을 내기에 스스로에게도 기대를 한 번 해본다.

과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질문의 끝에서 흥분과 설렘이 인다, 과연 내가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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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9 21:27:27 *.121.41.245

[ 2012 10월 20일 금요일]

 

 

세계 전역의 신화와 민화는, 거부한다는 것은 결국 제 이득으로 취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란 생과 사의 부단한 연속만은 아니다. 개인이 가진 현재의 이상과, 미덕과, 목적의 체계가 어떻든 이득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것이고 또 보장되어 있다. 미노스 왕은, 그가 속한 사회의 신의 의지에 복종한다는 의미로 희생을 드려야 하는 신의 수소를 사유물로 취했다. 그는, 자기 상상력보다는 경제적 이득을 앞세웠다. 때문에 그는 자기에게 맡겨진 생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실패했고, 우리가 보았듯이 엄청난 불운을 겪어야 했다. 신성이 그 자신의 적이 된 것이다. 개인이 자기 자신의 신이기를 고집하면 신의 의지, 즉 자신의 자기 중심적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인 신 자신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82쪽에서 인용

 

새벽 독서시간, 이 구절을 읽다가 거의 놀라 자빠질 뻔 했다. 타인의 경우엔 어떤지 몰라도 나의 경우엔 몹시 충격적인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다.

 

미래란, 마땅히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규정지어놓은 것 자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어디까지나 내게 있어 미래간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그려지는 것이라 생각했지, 누구든 그에게 지워진 일정량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으로써 현재는 곧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질료인 동시에 나는 미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더구나 당연하다고 여겼다.

 

나의 의지와 반하는 사회적 요구가 분명히 있었지만 난 최소한으로만, 나를 흔들지 않을 정도로만 응했고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다. 왜냐면 더욱 본연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내 본성대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본성은 그런 역할에 응하는 그런 나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나 이외의 그 어떤 사람이 되는 것도 거부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으로 살고 있다 적어도 이 구절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랬기 때문에 현재 약간 당황하고 있는 중이다.

 

위의 구절 중에서도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곳은 마지막 구절이다.

 

" 개인이 자기 자신의 신이기를 고집하면 신의 의지, 즉 자신의 자기 중심적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인 신 자신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



내가 그려갈 그 모든 것은 내 안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지, 내 안에 나 이외의 본래부터의 신성 즉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인 그런 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았고 믿지도 않았다. 그런 것은 종교나 영성의 영역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캠벨이 말하는 이 부분은 그런 종교적인 의미의 신을 이르지 않는 것 같다. 나에게 이르고 있는 우주 본래의 어떤 힘, 즉 신의 의지가 있어 이 힘이 내가 갇힌 틀을 벗어나고 작은 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을 통해 더 내 본연의 내가 되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미래를 만들어 낼 그 모든 힘은 나에게서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한편 모든 책임도 나에게 있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쉽게 지치고 또 회의하게 되고 망설이게 되고 의심하게 되고 뒷걸음질 치게 되고.... 그야말로 세상을 움직여 나가는 것은 "나"라고 생각했지, 그런 내가 더 잘 갈 수 있도록 내 안의 어떤 신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것, 즉 내가 나 만의 몸이 아니라, 속한 사회가 부여한 특정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어떤 일을 하고 또 그렇지 않고는 순수한 내 의지였던 것이지, 내 안에 깃든 우주의 커다란 힘이 함께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 우주적인 질서나 힘이 온 세상에 미친다고는 여겼지만, 내 안에도 있어 내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다. 그리하여 내가 나 자신의 신이기를 고집했지 내 안에 깃든 신의 의지, 즉 나의 자기중심적인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인 그런 신으로서의 나 자신은 믿지도 않았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자기 중심적인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내 안의 신의 의지를 무시하고 오직 개인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이들었고 막막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하는 그 모든 것에 의해 내 미래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만들 미래 그림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었기에. 견디지 못해 취한 조치는 하나하나 타협하면서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 과정, 버려나가는 그 과정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대신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더 강해지기는 커녕 내 모습도 함께 잃어나가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경우도 생긴 것이다. 캠벨이 말한 것이 아마도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개인이 자기 자신의 신이기를 고집하면 신의 의지, 즉 자신의 자기 중심적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인 신 자신은 괴물로 변한다고 한 부분.

 

여기서의 괴물은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자신이 일그러지는 것, 자신이 보기에 끔찍하게 생각되는 것, 차마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힘든 심적 상태를 가지게 되는 것... 이 모든 것이 괴물이 뜻하는 바 일 터. 나의 경우엔 견디지 못해 스스로와 타협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더 생기를 잃어가게 된 것, 그 것이 아닐까 싶다. 의지가 있고 하고싶은 일이 있고 보람을 느끼고..... 이렇게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그런 감각들로부터 점점 무뎌지게 된 것, 겉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가장 잘 보게 된 그 마음. 그게 아마도 괴물로 만든 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만약, 내 안에 스스로를 돕게 되어있는 그런 신의 의지가 있고, 이 것이 부단히 나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있게 될까?

 

이는 내게 곧 또 하나의 도전을 하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내게 지워진 일정량의 역할이 있다는 것, 내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감당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부분이 이해되는 것 같다. 내 선택과 나의 의지가 아니어도 때때로 주어진, 마땅히 따라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마도 나는 이 즈음 조금 더 이타적이 되고, 더 나를 믿고, 내 속의 또 하나의 신의 힘을 믿게 될 것 같다. 그럼으로써 좀 더 이해심이 생기고, 이 우주에서 내게 지워진 역할을 찾는데 흔쾌히 투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힘 만이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신의 의지가 내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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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19:39:09 *.12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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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휴직에 들어갔으니 출근없는 날이 2달을 넘겼다. 휴직을 위해 바빴고 어수선했던 기억도 이제 저 편으로 사라지고 없으며, 자주 인사나누던 사람들 동료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공간에서의 나의 부재로 인함인지 우리는 서로는 잊는다.

 

이렇게 그 장소를 떠나면 애틋함도 그리움도 이렇게 밟히지 않을 곳이어서였는지 나는 문득 학교를 잠시 쉬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짧은 고민도 없이 그리하였다.  이상한 것은 학교를 떠난 순간 어떻게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 일상이 들어찰 수 있는지 모르겠다. 완벽한 적응력의 완벽한 형태를 보는 것 같다.

 

학교에 있는 동안,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있는 힘을 다 해 일했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시간, 몸 따지지 않고 일을 만들어 추진하기도 했고, 시간 짬짬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리했다. 아마도, 미련남지 않을만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했기때문에 아쉬움도 적은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 장소에 있을 동안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멀리 있으니 전혀 가깝지 않은 것은 그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쩌면 나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안되는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으니 말이다. 마음에 찜찜한 구석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 수업마치고 남은 시간 짬짬이 만났던 두 녀석은 궁금하다. 참 문제가 심각해서 담임도, 상담교사도 어쩌지 못해 결국 만나게 됐었는데.... 있는 동안 놀라울 정도의 변모된 모습을 보여줬던 학생 둘이 그 이후로도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그 것은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서 떠나 있는 몸이니, 그건 남겨진 이들의 몫으로 둬야 한다. 내가 전격 개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 미안한 일이지만 간절한 바램과 믿음 이외에 내가 줄 수 있는 일들은 없다. 그 일에 어찌 대응할지 이야기를 해 두었으니, 또 이전에도 잘 한 적이 있으니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필요했다면, 꼭 나여야 했다면 어떻게든 연락이 왔겠지...하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올 해 처음으로, 그것도 학교에서, 내가 생각하는 능력이나 하는 일의 중요성에 동의하고 기꺼이 지켜보는 상사들도 만났고, 자신있게 추천했던 프로젝트에도 재밌게 참여했다. 그래 그런 것은 정말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선생이 아니라 이런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만큼 재밌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책을 만드는 일과 도움이 필요한 교사들에 대한 컨설팅이었다.

 

책은, 명목상으로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책이지만, 사실은 학생들과 이야기 할 때 어떤 말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실전 지침서였다. 학생이 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상담하는 장면을 가정해서 만든 대본형태의 지침서이기 때문에 상황별로 교사가 핸드북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내용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학생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또한 문제를 해결하고 장차 학생이 가진 그런 면을 줄여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많은 토론과 또 분야별 작업, 초 중 고에서 모인 제 각각 전문가라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그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꽤 흥미롭게 전개되었고 물론 나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내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즐겼다. 

 

교사 컨설팅은, 아마도 올 해 1학기 동안 학교에서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신났던 일이었다. 휴직하고 있는 지금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 이 일은 나와 잘 어울렸고 재밌었고 또한 피드백도 좋았다. 어찌보면 교사에 대한 상담 컨설팅은 이미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아름아름 하고있었던 일이고 또 하고 싶었으며, 학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학생을 위해서도 교사를 위해서도 그리고 넓게보면 학교를 위해서도 그랬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갖지 못하거나 혹은 다루는 방식에 있어 미숙하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배우고 익혀 하루라도 빨리 보다 나아져야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컨설팅을 신청하신 선생님들은 상당히 개방적인 생각이 있는 분들이고, 또한 받아들이는 부분이나,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되는 면에 있어서도 빠르고, 또 흔쾌히,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그런 선생님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고, 또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 또 자신의 낡은 인식의 틀을 그렇게 쉽게 깨부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 그리고 더 밝은 마음과 더 넉넉한 그릇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젊은 선생님들을 보는 것이 기뻤다. 학교를 잠시 떠나 있는 지금, 그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휴직할 줄 모르고 가끔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이 또한 살아있는 기쁨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제품을 써보고 소개하듯이 아름아름.... 좀 귀여웠지만 참 즐겁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아마도 내가 학교에 복귀하게 된다면, 이 일만은 절대로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이다. 교사들을 살려 아이들을 살리고, 또 그아이들 뒤에 있는 가족이 밝게 살아갈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많게끔 만드는 일, 그 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가족치료 전문가로서, 15년 넘게 상담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훈련하고 실천해 온 임상실천가로서, 그리고 내 일터가 다른 곳이 아니라 학교인, 23년차가 넘어가는 교사로서, 내가 꿈꾸었던 일이기도 하다.

 

교사를 움직여야 학교가 바뀔거라는 것은 어찌보면 교사를 쥐어짜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그들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도 잘 없다. 그들이 가진 역량을 보지 못하고, 대개는 이슈화되는 사건의 백그라운드로서의 교사들을 부정적으로 추측하는 일이 잦은 시대에 살다보니 우리 스스로 교사에 대한 위상을 깎아내려놓고, 그 사람에게 아이들 맡겨 둔 채 안절부절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엄청 파워풀한 가용자원을 거의 폐기해대듯 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참 어리석은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이 그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자신의 정체성에 의심하는 만큼, 아이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그라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할텐데도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밝고 또한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신뢰하기 쉽다. 학교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나는 지금껏 그리 믿어왔다. 여전히 교사만큼 학교를 변화시키기에 강력하고 적합한 사람들은 없다고 말이다. 현실적으로 한꺼번에 천지가 개벽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 있는 개개 교사들의 인식이 점진적으로 변화해간다면 우리의 교육도 아니 아이들이 행복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난 세상이 얼마든지 행복한 세상이 되는 일이 가능한 일이고, 설사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악화시키거나 제자리걸음없이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실하게 믿는다.

 

한 학기 동안 교사 대상 상담 컨설팅을 하면서(아, 이것은 물론 안양 과천 교육청에서 교사지원 컨설팅 단을 만들어 인력풀을 구축해두고, 교육청 소속의 모든 교사들이 필요한 경우 이들과 접촉해 자신이 필요한 도움을 스스로 얻을 수 있도록 해 둔 장치이다, 여기에는 아주 많은 분야가 있고 나의 경우엔, 상담관련 일에 대해 컨설팅을 했던 것이다.) 교사들이 가지고 오는 이야기는, 모두 다 자기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자기 반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난감한 문제이다.

 

그 문제는 학생으로 국한된 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그런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이고, 대부분 학생의 부모와 가족의 상황 속에서 발생된 것이며, 그렇게 잉태한 여러 요소들은 학생이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학교라는 장에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교사들은 생각보다 잘 안다. 소위 문제 학생 뒤에 문제 학부모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본능적으로 인간에 대한 촉이 발달해있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러나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 아이 뒤에 있는 그림자로서의 학부모를 알고 아이를 이해하며, 더구나 그 아이나 학부모에게 실지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숙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어찌 알겠는가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배운 적도 없는데.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게 연락이 오는 것이고, 그럴 기회라도 마련되어 있고 또 더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안봐도 그림이지 않겠는가?

 

약속을 하고 선생님을 만나, 가지고 온 학생의 사례를 듣고 이야기를 하면, 정말 우리들은 진도가 너무 잘 나갔다.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부모의 언행 그리고 더 나아가 역기능적인 가족의 모습과 패턴, 특히나 학생의 부모 서로간의 갈등 등에 대해서는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다음 번에 올 때 그 학생의 변화를 이야기의 서두로 꺼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학생을 보는 눈이 변하고, 아이를 한 번 더 이해하게 되면 문제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가여운 모습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사를 그렇게 쉴새없이 자극해도, 덜 열받고 덜 속상하고 덜 감정이 들끓게 되는 것이다.

 

학교를 떠나 교사를 본다. 학교를 생각하면 가정 먼저 아이들이 떠올라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보다 어쩌면 그 속에 있는 선생님들이 먼저 떠오른다. 직장에서 만나지만 각자가 개별적 공간과 환경을 만들면서 개성있는 교육을 실천해나가는 그 능력자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강력한 자원이자 중요한 사람이며, 정말 잘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모여들어 각기 다른 에너지로 동일한 방향을 향해 함께 가는 사람들, 그들 역시 칭찬 한 마디에 힘나는 인간이므로, 정말이지 너무나도 격려와 칭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므로, 우리의 미소 어린 인정과 존중 그리고 신뢰가 거창한  사회변혁의 핵심인재가 될 거라는 내 생각은 결코 억지가 아닐 것이다. 진실한 믿음인 것이다.

 

멀리 있는 내 동료들을 생각한다. 전혀, 그들이 눈 앞에서 사라진 나를 생각지 않을 그들을 생각하고,  나를 한 번도 기억해내지 않았을 그들을 오늘 멀리서 떠올려본다. 함께 있으며 목소리 높이지 않았으니 내 생각을 알지 못했을 그들을 생각한다. 우연처럼 인연처험 한 직장에 머무르다, 가야 할 때가 되면 제 각각의 길로 들어서는 낯선 사람들로서의 그들을 생각하고, 그래도 그 속에서 인연을 만들어가며 오래오래 서로 좋은 친구로 남아가는 그들을 생각한다.

 

온 천지 단풍나무가 벌겋게 물들어 내리고, 짙어가는 가을에 못견딘 느티나무 잎의 속절없는 낙하를 보며, 그래도 천천히 그들이 일구어 갈 좋은 세상을 생각한다.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참 중요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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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18:05:58 *.121.41.245

2012 11 11 일요일, 방콕 여행기 2, 카오산 로드를 찾아

 

억지로 잠든 탓인지 불현듯 잠이깬다.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니 어젯밤 깜깜한 어둠에 묻혀있던 광경이 불쑥 튀어나와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나쁘지 않다. 내다보니 저기 강도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호텔 이름에 그리하여 강변이란 말이 붙은 것인가 보다. 후다닥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입고 카메라만 가지고 나갔다. 아직 해가 비추지 않은 시간, 조용하고 조금은 어둡다.

 

다시 올라와 씻고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평상시라면 아침을 먹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여행길에 오르면 꼭 아침을 먹게 된다. 그저 한 잔의 다방커피면 오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마련인데, 차려놓고 먹으라하니 먹게된다. 식당의 광경도 어젯밤 늦게 도착해 엘리베이터만 타고 올라갈 때의 광경과 매우 달리 참 아름답고 세련된 풍경이 펼쳐진다. 이 호텔 나름 괜찮구나 싶다. 식당 저 건너 창으로 그대로 강과 연결이 되어 정원에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친구들이나 식구들과 함께 왔다면, 저기에서 아침을 먹어도 좋겠다 싶다.

 

올라와 잠시 얼쩡거리며 쉬다가 본격적으로 차비를 하고 내려갔다.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에 등에 진 배낭에는 혹시 필요하면 쓸 수 있는 이러저러한 것들, 작은 가방엔 꼭 필요한 여권이나 현금 그리고 카메랄 챙겼다. 모자와 썬글라스도 썼다. 하지만, 이 차림은, 만약 그 더운 날 혼자 한 낮에 돌아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차림이다. 그나마 반바지에 샌들이라도 신었으니 망정이지, 죽을 뻔했다. 결국 등에 진 배낭은 전혀 필요치 않았으며, 모자나 썬글라스 두 개 중 하나만 써야 했었다. 모르겠다 난 배를 타고 가면서 수없이 후회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꿈에나 그리던 카오산로드를 찾아가기 위해 나선 길, 하긴 어찌보면 이번 방콕 여행은 카오산로드를 가기위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9월부터 휴직을 앞두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이번에 혼자 나서 본 여행은 여러가지로 개인적인 의미가 있었다. 특히나 카오산로드가 내게 상징하는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에 어떤 의무나 숙명?처럼 꼭 거길 가야겠다 싶었다.

 

호텔에서 내려와 일단 안내원에게 카오산 로드를 갈 거라 물었더니, 책자는 있었지만 무턱대고 택시를 타기보단 철처하게 걷고 묻고 하기로 했다. 호텔을 빙 돌면 배 타는 곳이 있단다. 오예~ ! '배만 타면 타 프라아빗 선착장에 내리면 된다' 고 생각해 얼씨구나 하고 나서는데, 100미터도 못가 푹푹찌는 이 날씨에 굳이 걸어야 할까? 하는 의심이 쉴새없이 올라왔다. 200미터도 안가 벌써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더구나 설명하던 것보다는 길이 꽤 헷갈리기도 하도.... 결국 어딘지 모르겠다.

 

길을 모르면 무조건 학생을 잡고 물었다. 너무 고마운 여학생은 설명하다가 자기를 따라오라더니 골목이 보이는 곳까지 날 데려다 준다. 복받을 거다 그 학생 정말로. 살았다 싶어 찾아갔더니, 문이 닫혀있다. 보아하니 아직 승선하지 않는 것 같다. 표를 샀다. 그러나 뭐라고 쏼라대는데, 건너편을 자꾸 섬긴다. 내가 온 곳이 익스프레스를 타는 역이 아닌 모양이었다. 얼결에 따라 타고, 앞에 앉은 예쁘고 부티나는 귀족적인 여학생한테 물으니(방콕에서 그런 학생 첨 봤음) 그 학생은 배에서 내려서 저쪽을 가르친다. 난감하다. 그래도 아줌마가 태워준 걸 보면 이 배를 타도 되는 것이겠거니... 뭐 어찌 되겠거니....하는 마음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번엔 다른 여학생 한테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정말 너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결국 내가 자신을 따라 내리면 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 한다. 바로 건너편에 배가 댔다. 내려서 따라 가니, 안내원에게 까지 날 데리고 가서 설명해준다. 아마도 배를 갈아타는 것 같다. 그리고 익스프레스 보트를 탔다. 여학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보트에 있는데, 돈을 또 내는것인지 안내도 되는 것인지...막 헷갈리고 한 참 시간이 지난 지금은 온갖 기억들이 뒤죽박죽되어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내가 가려는 곳은 싸판탁신 역이었는데, 그 곳으로 가기위해서는 이렇게 보트를 타고 건너편에 가야했던 것이었다. 여튼,

 

드디어 목적지, 책에서 읽은대로라면 타 프라아팃 역에 내려서 카오산 로드는 약 10분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였다. 그러나 가도 가도 끝이없다. 큰 길을 따라 걸어도 도대체가 카오산로드로 들어가는 간판이 없다. 아마도 내가 놓쳤던 모양이다. 큰 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오겠지 싶어 걷다보니 나오긴 한다, 그 길을 따라 걷고 또 걷고... 그 때가 대강 한 시는 된 시각이었으니, 방콕의 여름, 한 낮 땡볕을 정처없이 걸었다. 짊어진 배낭은 내 등을 푹푹 삶고 있고, 길은 보이지를 않고....와~~ 도대체 내가 여기 와서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수도없이 들지만, 그런 회의와는 별도로 어디로 가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안되겠다 싶어 무조건 물었다. 그랬더니 알려준다. 바로 눈 앞에 있다. 파랑색 현수막이 있는 곳이 카오산 로드 입구였다. 결국 나중에 알고보니, 질러들어오는 길을 놓치고 완전 타원형으로 크게 한바퀴 돌면서 걸었던 것이었다. 진짜 엉터리 같은 나에게 약이 올랐다. 바보같았다.

 

하여튼, 약 300미터 정도 되는 길 양쪽에 늘어선 온갖 가게와 여행사.... 그러나 이렇게 나름 생고생하며 찾아오기까지 상상했던 바에 비하면 카오산로드의 그 시간은 너무 한산하고 텅텅 비어있다. 하긴 대낮인데.... 뜨거워서 누군들 다니기나 하겠나 싶다. 왕복을 해봐도 별게 없다. 배낭여행자들이 이 곳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끝냈다고 했는데, 뭐가 이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양쪽 길을 다 훑은 셈인데, 그 길을 보면서 생각에 빠진다. 이제 내가 배낭여행자의 눈을 가지지는 않았나보다. 타투, 현란한 무늬의 티셔츠와 싸 보이는 모자와 바지 그리고 기념품들.... 우리나라의 이태원의 한 골목을 옮겨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큰 기대를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이미 이들이 흥겨워할 수 있는 그런 공기를 함께 숨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싶다. 왜냐면 내가 거기서 살 수 있는 물건, 아니면 탐나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념이다 싶어 오고가기를 여러번 하면서, 마그네틱을 두어개 샀다. 방콕을 상징하는 것들로 샀다. 이 만하면 여길 왔다간 기억은 하겠거니 하고 말았다.

 

책에 의하면 여기서는 꼭 길거리에 앉아서 팟타이를 먹어봐야 할 것 같았는데, 햇빛 쨍쨍 내리쬐는 시간, 길가에 앉아 먹지는 못할 것 같았다. 우선 노점상들이 눈에 띄지를 앉는다. 너무 이른 시간인 것이다. 카오산의 시간은 아직 기상 시간으로는 이른 듯했다. 뜨거워 죽을 것 같다 들어가 앉을 곳을 찾았다. 가장 시원한 곳... 몇 곳을 지나갔지만 결국 내가 간 곳은 맥도날드.... 였다. 거기만이 내가 시원함을 확신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맥도날드냐 ...내심 한심하긴 하였으나 우선은 사람이 살고 볼 일이었다. 더워 죽을 것 같았다. 음식을 시켜 먹고 정말 오랫동안 쉬었다. 어느 정도 몸을 식히고 다시 나가 한바퀴를 돌았다. 사람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고 더러더러 길가에 앉아 팟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래도 돌아선다. 얼른 돌아가서 씻고 쉬고 싶다. 늙었다 이제.

 

돌아가는 길은 아까에 비해 훨씬 마음이 가볍다. 적어도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는 안다.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고 가서, 다를 보트로 갈아타고 건너편에 내려서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경험하고 않고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불안함도 없고 이제 느긋함조차 느낀다.

 

걸어오면서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를 궁리한다. 사람이란게 이렇게도 단순해질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서는 머리에 생각나는 복잡함 같은 게 없다. 그저 모르는 길을 물어 무사히 찾아가는 일에 집중하고, 배를 타고, 길을 걷고, 또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는 모습을 보고.... 그리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사 먹고 더우면 씻고 피곤하면 자고...

 

터벅걸음 뒤 저 앞에 나타나는 호텔이 우리 집이라도 된 마냥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일단은 올라가 씻었다. 온 몸이 불덩이처럼 활활 타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차갑게 식혀내려야 했다. 너무나 안락한 공간, 호텔 방에 들어오니 천국같다. 세상에 날 위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뜨거움이 사라지니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또 호기심이 발동한다. 오면서 본 길거리에 다시 나가봐야 겠다고 마음먹는다. 육교 건너에 시장이 있다. 육교를 넘어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고 뭐라도 좀 사야겠다 싶다. 야채말이 같은 것을 파는 아줌마에게 한 팩을 사고, 시장으로 걸어들어가 할아버지에게 과일을 종류대로 좀 샀다. 그리고.... 생각같아서는 그 시장골목을 다 누빌 것 같은 기세로 들어왔지만, 양쪽으로 펼쳐진 가게들을 조금 지나치면서는 그냥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 시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통 재래시장 쯤 되어보였다. 그러니 완전히 그들에 입맛에 맞는 현지인들을 위한 온갖 음식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내 눈에는 도저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음식들도 보이고, 또....

 

약간 비위가 약한 점이 내 단점인데, 확실히 그걸 자극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이 너무 활기차게 다니는 그 길을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활보할 생각이 없어 돌아왔다. 육교건너 호텔 앞에서 할아버지 한테 팟타이를 사가지고 가게에서 맥주 한 캔을 산 뒤 털레털레 돌아왔다.

 

오늘 혼자 놀이의 진수도 맛보았고 고생도 어느정도 했으니 내일은 태국의 관광지도 함 가봐야 겠다 싶다. 로비에 들어서니 단기의 패키지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아서 내일은 종일 투어를 신청했다. 그리고 야간에 타이 맛사지도 예약해놨다. 자고로 내일은 바쁘게 움직이리라.

 

야채말이는 소스맛 때문에 하나도 넘기지 못했고, 너무 단 맛에 기겁했지만 그래도 팟타이는 맥주 안주 삼아 먹었다. 맥주 냄새를 풍기며, 썰렁거리며 맛사지를 받으러 내려갔다. 건장한 아저씨가 온 몸을 맛사지 해주었다. 실내가 아니라 실외였는데, 이런 맛사지 장소는 처음이었다.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람이 휘휘불고, 강을 거슬러 오르내리는 배들이 내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소리와 간간이 '마담~ 마담~'하는 아저씨의 부름을 들으며, 참 인상적인 밤이 지나간다 싶었다. 내일은 종일 투어다. 새벽 일찍 나서야 한다. 내일은 머리 쓰지 않아도 된다. 너무 피곤해 돌아와 누운지 채 5분되 되지않아 잠들었다.

 

그립다. 그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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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 21:53:06 *.121.41.245

2012 11 14 수요일     < 오래된 인연 >

 

우리는 정말 오랫만에 만났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언제 만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에 남아있지않다. 그러나 오래 묵은 사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았고, 그의 능력을 알고 있고 그 역시 나를 안다. 아니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들이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 있어 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그는 알 수 없이 편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청예단 본부 찾아가는 길, 단장으로 있는 그를 찾아 가는 데 한 시간 삼십분이 넘게 걸렸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 못 들어 빙빙 돌았고, 건물 코 앞에서 같은 길을 세 번씩이나 잘못 들어 계속 딴길로 갔다가 유턴해서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시간은 자꾸가고, 참 땀났지만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인데도 마치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진 사람처럼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 참 고운 사람이다.

 

그는 유능하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로는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교과부다... 접하다보니 허공에 붕붕 떠있고 헛바람만 들었다하지만, 사실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일이다. 그와 이야기 나누었듯, 사람이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그리 하고싶다 느끼지 않지만 그 일이 전혀 어렵지 않은 일도 있는 것이다. 그랬다. 예전부터 보아온 그는 그 일이 잘 맞다. 대차고, 당당하며, 똑똑하고, 정확하며, 필요한 만큼의 비지니스적인 마인드를 갖춘,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야기했듯 지치지 않게 자신을 잘 다스리며 오래오래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앞에서는 굳이 나를 꾸며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제 오전, 뜨거운 분노에 어쩔 줄 몰라 말 안통하는 외국 친구에게 떼를 쓰듯 억지까지 부려놓고, 오늘 이렇게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 마음 한 켠에 이렇게도 큰 뻐근한 행복이 차오른다.

 

한 때 영혼이 통하는 사이라 지칭하던 이들도 그걸 지키려는 가열찬 노력없이는 영혼의 그 뜨거움이 사그라지고 변색되기 마련인 걸, 그와 나는 밀착하려는 노력이 없어 이대로 잘 지내온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담고 사는 생각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의 내밀한 감정이란 것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뜨겁게 불타오르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게 마련이다. 뜨거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어쩌면 그런 열정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을 닮아 기억에서 금새 희미해져가고, 날 선 심장으로 마주하던 어쩔줄 모름도 시간으 흐름에 따라 그 또한 순식간에 잊어지기 마련이다.

 

돌아오는 길, 가슴에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빛을 주는 사람들 그런 좋은 친구들을 오래오래 가슴에 저장하고 해마다 꺼내보내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떠올려 날 기막히게 만드는 이들은 잊어주는 게 예의다. 내 영혼에 대한 예의다.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나는 나의 세상에서 그렇게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보석을 모으듯, 좋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며 그렇게 살고싶다. 나 또한 그들의 보석이 되어가면 좋겠다.생각하면 힘이 솟고, 내가 힘들고 슬플 때 날 찾아 위로해주려 애쓰는 이들과 오래오래 기쁘게 살고싶다.

 

오래된 인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 뒷모습을 보며 가는 가을을 쓸쓸해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 기쁜 우리들의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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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15:33:44 *.121.41.245

2012 1126 월요일 < 사랑, 그 좋은 이름 >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외롭고 힘들 때, 눈감고 앉아 가만히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일상 속에 들어와 있지는 않아도, 슬프고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생각되어 가엽기 짝이없는 그런 날, 내 가슴 저 안 그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 보따리의 봉인이 풀러지면 스스륵 흘러나와, 가만히 그 분을 생각하거나 미소 혹은 한마디 던지는 말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사람이 있다.

 

지난 17일 열렸던 가족치료 사례회의, 전날 종일 치루어졌던 학술대회 참가로 피곤하긴 했지만 무조건 가야겠다 생각했던 일정이었다. 아주 좋은 보물처럼 내 안에 계신 바로 그 교수님이 슈퍼바이저로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퇴직하신지 한 몇년은 되었을 것이다. 단기가족치료연구소에서 맹렬히 훈련받고 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느라 함께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나뵙지를 못했다. 그즈음 연구소에서의 내 훈련도 거의 마무리 되었었고, 연구원 활동만 간간히 하던 때라 그 기간이 지난 뒤에는 교수님을 만나뵐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러나, 자기분석과정 6개월을 지나는 동안, 내 삶이 충만해지고 나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성장해나가도록 해주었던 그 과정 속에 함께 했던 이들을 잊을 수 없다. 교수님이 이끌어 주셨던 그 과정, 그 어느때보다 개인적인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시간이었다. 상담자로서 치료자에게 치료를 받아가는 그 과정의 경험이란, 잊을 수 없다. 내담자처럼 치료를 받았던 그 경험이 강렬했기에, 나 역시 내 내담자들이 나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만나다.

 

교수님을 떠올리면 먼저 내 마음이 뭉클하게 꽉 차오른다. 내 어떤 말이든 모습이든 이 분은 이해하시고, 또 그에 적절한 미소와 함께 힘빠진 나를 격려를 해주실 분이란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맞다 무한신뢰, 나를 무조건 아껴준다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왜곡되지않게 전달된 것을 신뢰하는 것이고, 그 분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별다를 것이 없어보여도 결국은 그 말씀 속에는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아주 작고 초라해지는 그런 어느날, 너무너무 외롭고 견디기 힘든 어느날, 스스로에게 지쳐 그 무엇으로라도 나를 일으켜세울 필요가 절실한 그런 날, 어김없이 떠올리면 진정이 되는 그런 분이신거다.

 

교수님은 아마도 모르실거다. 교수님이 내게 있어 그런 분이라는 것을. 그러나 사례회의 끝나고 인사드리고 나올 때, '너무 그리웠다' 는 내 말 속에 숨을 행간을 읽으신 것인지 '어이구~~'하며 안아주셨다. 쉬는시간엔 웃으며 격려하고 논문 빨리 후닥닥해치우란 말씀으로 격려하시더니, 그렇게 그리웠다는 한 문장을 내뱉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채셨던 것이리라, 충분히 그러셨을 것이다. 눈물이 핑 돈걸 보셨으니 분명 아셨을 것이다.

 

짙은 그리움 끝에 머무는 그런 사람, 그가 고통과 슬픔 속에서 허덕일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면 좋겠다. 교수님처럼 냉철하나 따뜻하고, 포근하고 이해심있으나 끊임없이 연구하고 가족치료의 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내가 가진 재능이란 것이 있다면 그로인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집착이나 연연함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롭고 가볍게 살며, 내 안에 다른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그렇게 내 안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내어놓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사랑, 그 좋은 이름, 그 이름이 내 이름이 되어가면 좋겠다. 사랑받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넉넉한 사람이 되어가면 좋겠다. 수많은 색깔의 사랑, 그 중 하나는 제대로 하고 싶다. 세상에서 주어진 내 몫의 사랑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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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14:18:39 *.121.41.245

2012 1130 < 방콕 원데이 투어 >

 

이른 아침을 먹고 후닥닥뛰어 내려갔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외국인 커플과 가이드가 기다린다. 난 우리 호텔에서 차가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어디론가 갈 모양이다. 택시를 타고 내려 이른 아침 방콕 어딘가의 좁디 좁은 시장골목을 돌고 돌아 또 어딘가에 도착하고보니 선착장이다. 어제와는 다른 곳이다. 배를 타고 내려 걸어가니 근처 큰 호텔, 로비에서 약 한시간 반은 기다린 듯하다. 일행이 있어 돌아올 때 함께오면 되겠다 싶었더니, 웬걸? 그들은 사파리 투어를 간다며 가버리고 달랑 나만 남는다. 이런~~~! 그러면 돌아올 때 오늘도 혼자서 찾아 돌아와야 한다.

 

다행히 날 데리러 오는 투어 가이드가 올 때까지 호텔 직원이 기다리다 인계해주었다. 출근시간의 트래픽이 장난아니라더니, 진짜 오래 걸렸다. 덕분에 친해지긴 했다만, 로비의 그 많던 사람들이 제각기 길을 모두 떠난 뒤 거의 맨 꼴치로 날 태울 차가 도착했다. 기다리던 그 호텔은 온통 한국인 단체관광객 천지였다. 내내 영어만 듣다가 간만에 귀가 확트이는 말을 듣고 한국이름을 읽으니 진짜 신기했다. 내가 머물던 호텔에선 한 명도 못만났는데,여긴 엄청 많다.

 

기다리다 지쳐갈 때쯤 날 데리러 온 작은 버스를 만났다. 여행지 호텔 같은 곳에 보면 현지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 데스크가 있는데, 오늘은 원데이 투어를 신청해 종일 방콕 시내 주요 관광지를 가기로 한 것이다. 어제는 혼자 카오산 로드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좀 편하게 다닐 필요가 있다 싶었다. 또 다소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신청했더니, 소형승합차에 올랐는데, 아~ 진짜, 재미있었다. 인도인들, 미국인들, 프랑스, 일본인, 중국인, 아랍인, 영국인, 독일인.... 진짜 웃기기도 하고 또 나름 신선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전부 커플로 왔다. 나만 딱 혼자 왔다. 그러나 뭐 어떠랴, 누가 뭐라든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 싶다.

 

빅 부다라는 곳을 거쳐, 아주 큰 불상이 누워있는 왓포 사원을 거쳐 마블템플을 갔다. 우리나라의 사찰들에 갔을 때와 달리 뭔가 좀 이질적인 느낌이 난다 싶었는데, 당연한 것이 우선 너무 화려하고 울긋불긋한 사찰의 외관에서 먼저 그 차이가 난다. 소박한 우리네 사찰과 비교해보면, 거의 자연에 묻히다시피 했던 우리나라 절의 모습들과 달리 여기의 사찰이나 불상들은 정말 화려하고 현란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네들에게는 이 모습이 지극히 편안하지 않겠나 싶다, 내게는 너무 감정이입 안되는 모양새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고보면 문화차이라는 것은 정말 크다 싶다.

 

가는 곳마다 거의 비슷했지만, 마블 템플 주변에 조성되어있던 시장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반인들의 생활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거나 아니면 길을 잃을 것에 대한 걱정만 조금 덜 했더라면 현지인들 틈에 섞여 훨씬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텐데 아쉽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다리다보면 시간이 다 갈 것만 같아 음식을 사 먹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긴 했지만, 지나는 곳마다 퍼져나오는 그 무엇인지도 모르는 냄새들이 한껏 식욕을 자극했다. 돌아서는 내내 아쉬웠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치였다. 그래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좋았다. 외국 여행 갔을 때 시장구경을 하는 건 정말 좋다. 어디를 가든 시장 구경은 정말 재미있다.

 

오전투어로 세 곳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뿔뿔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진짜 재밌는 시스템이었는데, 그러고보니 그 승합차에서 나와 어떤 인디언 커플만 오후투어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난 전부다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재밌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오후투어를 나선 어느 승합차가 또 날 태우러 올 모양이었다. 어떤 호텔에서 기다리면서 식사를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맛없는 식사를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간이 되어 가이드가 나타나고 승합차에 오른다. 역시나 이 승합차 역시 온통 다국적 사람들에 커플 일색이다. 내 옆에 정말 이쁜 인도 여자애(청소년)가 있어 말을 붙였더니, 그는 부모님과 함께 왔고 부모님은 저 앞에 앉아있고 그녀는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런말 저런말 해가며 옆자리 인도인들과도 조금 말을 텄다, 그래도 한 번 가 봤다고 할 말이 있어서 다행이다 말하며. 그러나 그들은 인도인들이긴 해도 모두 UAE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인도에서 이 정도의 여행을 올 정도면 꽤 살겠구나 속으로 가늠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왕궁에 입장하는데는 복장 규정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우리 눈으로 조금 야하다 하는 복장은 입장이 안된다. 당연히 반바지, 민소매는 안된다. 이 날 아침 반바지를 입었다가 괜히 급하게 바지로 갈아입는바람에 하루 종일 정말 어글리한 복장으로 다녔던 게 기억난다. 그래도 쫌 폼나게 다녔어야 하는데, 그 더운 날 반바지를 입었어야 했었는데, 책에보니 입장불가라고 되어 있어서.... 맞긴 맞다. 입장이 안된다. 그래서 그 앞에서 두르는 긴 천을 따로 사거나 빌리거나 등등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아침부터 죙일 긴바지 입고 땀 뻘뻘 흘리고 다닌걸 생각하면서 은근히 부아가 났다.

 

다 왔다는 말에 차에서 내렸는데, 내 옆에 있던 그 소녀가 걸음을 잘 걷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소아마비인 듯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뒷쪽에 있던 나는, 또 말이라도 나눈 나는 갈수가 없었고 갈 마음도 없었다. 천천히 그녀가 걷는 속도로 입장했다. 이 소녀때문에 속도에서 차이가 나는 바람에 가이드가 애를 먹었다. 어쨌거나 입장하고, 대강 설명해주고, 모이는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각자가 자유시간을 가졌다.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 카메라 밧데리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분명히 충전된 밧데리를 가지고 왔는데, 가방 속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사진찍는 것을 포기했는데, 가이드는 혼자온 나를 위해 또 다른 혼자온 여행객에게 서로 사진을 좀 찍어주라는 친절한 멘트까지 남겼다. 나 참, 가이드는 저렇게 하는거구나...싶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사진 찍어주기를 원하느냐 물어온다. 난 밧데리가 없어 괜찮다고 했다.

 

어슬렁거리며 한바퀴 돌아오니 사람들이 그 소녀가 모여있는 곳에 있다. 가이드, 그 소녀, 그리고 중국인 부부, 또 아까 그 혼자온 아저씨. 소녀의 부모는 어디론가 가고 가이드가 소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나를 불렀다. 어차피 한바퀴 돌아보았고, 너무 뜨거워 돌아다니기도 힘든 날, 얼른 그늘 속으로 숨어들었다. 온통 땀투성이에 얼굴은 벌겋게 익어버렸다. 잠깐의 노출에도 그렇다. 덥다. 두런거리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정말 웃기게 돌아간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어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중국인 부부가 전혀 영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웃기게도 아까의 그 아저씨,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된 그의 이름 LEE가 중국말을 유창하게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영어는 그가 중국어로 통역해서 그 부부와 이야기를 하고, 그 부부의 이야기를 또 알려주고.... 하여튼 웃기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와중에 그 소녀와 중국인 부부 그리고 LEE 이렇게 다섯명이랑 가이드는 천천히 함께 다니게 되었는데, 서로들 많이 친해졌다. 소녀의 걸음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러한 결정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소녀의 부모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함께 찍기도 하면서.... 여행이란 이런 만남이 있어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내내 즐거웠다. 리는 굉장히 특별한 친구였다. 서로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음에도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친구다. 젠틀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하고 뭐 하여튼.... 지금껏 한국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좋은 점을 많이 가진 사람이었다. 이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게 나와 완전 판박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 것이 리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흔한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개인적 특성인 것 같아보였다. 어쨌든, 그렇게 멋진 사람들을 친구로 갖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값진 선물이기도 했다.

 

중국인 부부는 다음날 또 다시 우연히 아주 여러번 만나게 되었는데, 어제의 인연이 있어서 그랬는지 정말 반갑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리가 빠진 우리들의 만남이 어떠했을지는 보는 사람이 짐작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한국말로, 그들은 중국말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스춰로 해결하고..... 마지막엔 액션으로 그렇게 서로 좋은 친구들이 되고 주소를 주고받고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미소와 말투 그리고 몸짓으로 가능한 대화를 우리는 했다. 중국인 부부 중의 아저씨는 또 그동안 보지 못한 중국인이었다. 부인은 참 여성스럽고 착했다. 말이 안되어 그냥 한국말로 하고 끌다시피하고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또 고마워하면서 사진찍자 하시고....여행, 여행.... 그래 우리는 이 맛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여행에서 만난 이들과 친구가 되어 또 함께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고, 또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서로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는 인연이지만 그래도 함께 했던 인연에 가슴이 뿌듯하다. 오늘은 호텔 앞에서 꼬치와 맥주 그리고 팟타이를 사들고 들어왔다. 승합차 아저씨가 호텔까지 태워주려했지만 정말 정말 살인적인 교통체증에 내가 선착장에 내려주고 돌아가시라 했다. 그게 그 아저씨에게도 나은 결정같아 보였다. 내가 묵은 호텔은 너무 멀었다.

 

다음날 돌아가야 한다. 아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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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14:22:44 *.121.41.245

 

 

오랜 시간 전이다.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에야 번개처럼 다녀왔던 방콕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스스로를 실험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 급하게 떠난 여행이었는데, 지금생각하면 이런 급한 행동이 두려움을 물리치게 해주는 것 같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면 결정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날 종일 걸렸던 여행은 퍽 좋았다. 비록 온통 부처와 사찰을 찾아다녔기는하나 방콕이라는 여행지의 특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리라. 오늘은 집으로 가는 날,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비용을 지불하고 오후 늦은 시간으로 미루어두었다. 밤 비행기라 어디에서 절절거리고 있기가 그랬고, 큰 가방을 끌고 배낭지고 시내을 배회할 생각은 없었다.

 

아침 일찍 오늘은 오전 프로그램만 신청해놨다. 담넘 싸두악이라고 하는 수상시장이었는데, 여행책자에서 볼 때마다 굉장히 궁금하고 신선했던 곳이었다. 꽤 멀리갔다. 돌아오기 전 마치는 시간을 몇 번이고 확인한 끝에 갔는데, 내가 간 곳은 한 곳이었는데, 갈 때나 돌아올 때는 중간에 다른 곳 몇 군데를 들렀다. 내가 꽤나 싫어하는 코스였는데, 코끼리를 탄다거나 뱀이나 악어쇼를 보는 곳 등이었다.

 

전형적인 단체여행객들이 들르는 장소 같은데, 어차피 들른 곳이라 비용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런 곳은 끌리지가 않는다. 피부가 벗겨진 듯한 코끼리를 타는 것도 징그럽고 미안하지만, 더구나 허공에서 내 몸이 둥실둥실 왔다 갔다 할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맞다, 나는 심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이 것을 알기 전에 오래전 방콕에 왔을 때 남타니까 일행으로 따라 타야 했을 때, 무서워서 죽을 뻔 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심장이 튀어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해서, 내 심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숨도 못쉬고 꽉 부여잡고 헉헉거렸던 기억이 난다. 우~~ 지금 그 생각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다.

 

우쨌거나, 코끼리는 그렇다치고, 왜 뱀이냐고, 나 참!

목에 감고 어쩌고 저쩌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1인이 바로 나일지도 모르겠다. 아예 입장 자체를 하지 않고, 일행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덥고 지겨웠다. 잘 꾸며진 정원과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좋기는 했지만, 정원을 감싸고 있는 물이 모두 고인물이라, 여기서도 깨끗한 기분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날, 참 좋았던 기억은 바로 어제 만났던 중국인 부부를 가는 곳마다 만났다는 것이다. 세 곳을 들렀던 것 같은데 가는 곳마다 그 장소에서 계속 만났다.

 

이 날 아침 처음 바로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담넌 싸두악이라 불리는 수상시장이었다. 정말 볼 만 했다. 충분히 즐겼고 싱그러웠고 활기찼다. 물론 수상시장이야 그 물이든 시장이든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고 그랬지만, 그 곳은 참 가고싶었던 장소여서 그랬는지, 충분히 재미있었다. 날렵한 보트를 타고 한 참을 가서 도착했는데, 물 가 양쪽으로 시장이 형성되어있고 그 시장 안에는 그야말로 충분히 방콕스러운 기념품이나 물건을 팔고 있다. 물 가나 물 위에서 음식이나 기타 물건을 팔고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서, 보트를 빌려 수상시장을 오가는 관광객들은 그들을 구경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고 음식이나 마실 것들을 사기도 한다. 이 광경이 정말 볼 만 했다. 난 보트를 빌려타지는 않고 양쪽으로 형성되어있는 시장을 오가면서 구경도하고 과일을 사먹기도 하고 기념품도 사고 또 점심도 해결했다.

 

그런데 멍청한 사람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내 팔을 슬쩍 건드리는 게 느껴졌다. 약간 민감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았더니, 아니 세상에, 어제의 그 중국인 부부가 날 아는 척을 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어제 만났고 오늘 코끼리 탑승하는 곳에서 밖을 빙빙돌다가 우연히 만나고 여기소 또 다시 만나니 그런 우연이 얼마나 신기하고 또 기쁘던지. 여기선 그렇게 사진 한 장으로 헤어졌지만(어제는 그 부부와 Lee 의 사진을 주로 찍어준 터라, 내 카메라는 이미 밧데리가 나가고 없었고, 그래서 부부와는 오늘 처음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악어를 보는 장소인가? 거기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나도 더위에, 함께 타고가야할 오늘의 승합차의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결국 맛있는 아이스크림 리어카를 발견하고 주문식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는데, 이게 꽤 맛있었다. 마침 이 부부를 또 만나게 되어, 나는 한국말로 그들은 중국말로( 이 부부는 컴, 하이, 노, 예스 등도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떠들다가 아이스크림을 드시겠냐고 내가 물었다. 맛있길래 사드리면 좋아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 부부, 아이스크림도 전혀 모르신다, 나름 혀 굴려 비슷무리하게 발음해도 뭔 말인지 당췌 못 알아듣는다. 우리나라에선 참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인 손을 잡고 함께 갔다, 그리고 고르라고 했더니 알아들으셨다. 역시 말보다는 액션과 표정이다. 하긴 우리가 쓰는 언어의 70%는 비언어적인 표현이니 그게 당연하다. 이것 저것 섞어서 맛있게 만드셨다. 아저씨, 참 고마워하면서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아저씨는 쭝국말로 뭐라고 하시면서 종이에다가 뭘 적어주셨는데, 보니 아저씨네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난 내 명함을 드렸다. 모를일이다. 내가 살다보면 중국 어디를 가다가 그 부부을 마주치게 될지 혹은 그 부부를 만나러 중국으로 가게될지, 그건 모르는 일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면 그 사람의 구체적인 부분을 떠올리지는 않게 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혹은 추억하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우리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누군가 우리를 떠올리게 될 때는, 우리 개인이 지닌 고유의 품성이나 성격, 언행과 사고방식, 가치관이나 대인관계 방식 등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누군가에게로 다가선다는 의미일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그의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이미지로 그를 기억하게 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기억될지 모르겠다. 나에게 이 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소중한 보물처럼 한 때 꺼내보면 햇빛에 반짝인다. 그렇게 기분좋게 들어앉아있다.

 

짧은 여행을 돌아보면, 참 잘 갔다왔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일명 자유여행이었는데, 난 다음 어떤 도시를 가든 이렇게 그 도시를 탐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기쁘고 좋았던 신나는 여행이었다. 하던 거 빨리 마무리짓고 어서어서 떠나고 싶다. 이번엔 아예 오랫동안 그 도시에 눌러앉아 생활하면서 또 여행하면서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

 

꿈을 점점 구체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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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7 02:01:42 *.233.153.198
안녕하세요.

예전 단군이 함께 할 때가 그립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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