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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6일 21시 43분 등록
제자가 깨달은 선사에게 묻다. 

'스승님, 깨닫기 전과 깨달은 후 무엇이 다른지요?'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달라진 것은 없어, 깨닫기 전에도 지금도 나무를 하러 가지' 

스승의 이 말을 듣고, 제자는 의아해 한다. 스승은 그런 제자의 마음을 아는지, 이렇게 덧붙인다. 

'깨닫기 전에는 나무를 하러 갈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 오늘 날씨가 어떨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나? 생각이 복잡했지.'

차를 한모금 마신후 말을 잇는다.

'지금은 나무를 하러갈때, 그런 생각을 안해. 나무를 자를때의 나는 없고, '자름'만 존재하지' 

외식업은 음식양이 많아야 하고, 음식이 빨리 나와야 한다.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이 늦게 나오면 손님은 짜증을 낸다.서빙을 하면서도 몰입을 경험할때가 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면, 나는 없고 '손님들의 식사'만 남는 경험을 한다. 이럴때 나는 식당 사장이 아니라, '손님들의 식사' 그 자체가 된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노련해진다. 

얼마전 힐쓰, 일러스트레이터 학교(결국 입학에서 떨어지다. 꽤 까다로운 학교다.) 입학설명회에 가다. 당시 설립자분의 '작가론'을 들었다. 비범한 마음, 결심, 그림 아니면 안된다'라는 각오가 없다면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다. 더불어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곧 글이며, 내가 곧 그림이며, 내가 곧 사업이며, 내가 곧 000다'라는 각오가 없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 존재 자체가 바로 그것이 되려고 할때, 나는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질문을 하자. 

나는 누군인가? 라는 질문은 맥아리 없고, 비실비실해 보인다.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잘못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대신, '나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라고 질문하자. 화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업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작업하려고 하는 대상과 일체가 되는 것을 꿈꾼다. 수치로 정해진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기에 조급하지 않고, 오직 그 작업을 하고 있을때만 나는 존재한다. 이제 막 그 무언가를 시작했다고 해도, 내가 그 작업을 하고 있을때는 이미 나를 이룬 것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정의는 잘못되었다. 나는 '음악'이여야 한다. 나는 '노래'여야 한다. 

'나는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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