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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7일 06시 32분 등록

아침에 출근을 해서 최실장님과 차한잔을 하자고 했다. 최실장의 아이 욱용이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주일 최실장님이 나에게 와서 쭈삣쭈삣 아이의 진로에 대하여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많이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이가 좋아한다더 것들을 생각하면서 떠올랐던 키워드인 융합과 통섭 컨버젼스에 대하여 말을 전했다.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제는 이해가 된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그럴수가 없다는 것 그것은 부모의 숙명인 것 같다. 대학교 시절 그토록 많은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해주셨던 교수님이 당신의 자식의 진로에 대해서 선배에게 상담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쉽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식에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가슴으로 느낀다.

 

어쨌든 나의 작은 생각이 그에게 그리고 욱용이이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자리에 앉아서 백산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형님이랑 기쁜 마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슴에 호랑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말은 양처럼 부드럽게 해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거의 듣지 못했다. 형님의 아이이야기 그리고 코칭에 대하여 맑은 눈을 마주하면서 작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의 경우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지 않을 경우에 목소리가 커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형님은 목소리가 작다. 여간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그가 전하는 말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내 고향 경상도 인간들은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냥 하는 이야기도 남들이 보면 싸운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작은 목소리가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형님 뒤에 배경에 그 업체의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잠시 방심한 사이 눈길이 가있는데 형님이 바쁜가 보구나 하고 물어본다. 시각과 청각과 촉각의 정보를 처리하는데 70%의 시간을 시각에 처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각의 정보에 방심하면 주의가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형님이 차를 태워주셔서 내리는데 보니 모자와 장갑이 없다. 괜찮습니다 말을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방금 차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많은 친구들이 물건을 아낄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십분도 되기전에 나누었던 것이다. 쉽게 포기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비춰진다. 돌아와 자리에 앉아서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장의 위치에 대하여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통화중이다. 조금 뒤에 형님이 전화를 주셨다. 매장이 고속터미널 옆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했다고 말씀드렸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매장 전화번호를 알아내어서 전화를 했다. 매장의 직원이 전화를 받는데 모자와 장갑을 이야기 하니 기계적으로 모자는 있지만 장갑은 팔지 않습니다 한다. 요즘 연말 이벤트로 그 업체에서 모자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혹시 앉아 있었던 자리에 모자와 장갑이 있는지 물어본다. 다행이 있다고 한다. 형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매장에 있다네요 내일 찾기로 했습니다라고 형님이 답장을 보내왔다. 다행이네. 참으로 고마운 알아차림의 순간이다. 아이들의 낭비를 입에 붙이고 살면서 나 자신의 모습에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매장에 모자를 찾으러 갔다. 앞에 한 아주머니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직원에게 모자와 장갑에 대하여 말을 했다. 직원은 전화에서와 같은 똑 같은 멘트를 하였다. 깍듯하지만 기계화된 친절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전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거말고요. 제가 장갑과 모자를 두고 갔었는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직원이 아~ 하면서 모자와 장갑을 가져다 준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받아왔다.

 

저녁을 아이들이랑 먹고 작은아이가 고스톱을 한번 가르쳐 달라고 했다. 같이 둘러앉아서 룰을 가르쳐 주었다. 마치고 난 다음 아내랑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차가왔지만 손을 잡고 나갔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대구의 학생이 자살한 사건과 어느 교수가 자기 딸을 괴롭히는 초등학생을 폭행했다는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기사 클릭을 하지 않기를 실천하면서 헤드라인만 본 상태라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의 표현을 빌자면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아내가 이야기를 한다. 그 교수의 마음을 백번 천번 이해한다고 왜냐하면 예전에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정말 그 아이한테 가서 패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아내가 읽은 답글들을 보면서 절망을 한다고 했다. 답글에 대부분이 그 교수가 잘 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주변에도 보면 당하지 말고 폭력으로 응징하라고 자식들을 가르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가슴이 아프다. 백번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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