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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8일 23시 59분 등록
'인생은 카테고리를 잘 정해야 한다'_어느 교수님 말씀.

백수시절, 일본어 교육기관에 원서를 넣었다. 면접을 보러갔는데, 떨어졌다. 면접관은 여자였고, 아마도 무뚝뚝해 보이는 내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며칠뒤 전화가 또 왔는데, 이번에는 남자였다. 면접을 다시 보자는 이야기였다. 당일날, 자리에 앉아서 면접관 얼굴을 보다.

'오랜 만이다'

고교동창이 그곳 이사다. 근 20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는데, 살이 많이 빠졌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곧 생긴다고 한다. 일본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와서, 선친이 운영중인 회사를 맡았다. 반갑기도 하고, 쪽팔리도 했는데 대뜸 '너랑은 일 못한다' 라는 말을 꺼냈다. 친구는 자기 밑에서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파트너처럼 일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거절했다. 면접은 그걸로 끝이었고, 옥상에서 담배 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며, 먹고사는...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의 이야기였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다. 생각해보니,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전화하다. 혹시 면접을 다시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약간 조롱섞인 웃음으로 '연락 주겠다'라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고, 몇번 전화도 하고, 우연히 길에서 만나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그 학원에서 일본어 수업을 수강한 적도 있었으나, 따로 점심 한번 먹어본 적 없다. 그에게서 출가한 스님들에게서 느껴지는, 매몰찬 금속성을 느끼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냉정하다. 그에 비교하면, 나는 맹맹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잡스는 이야기했다. 사업, 비지니스에서 어려운 점은, 만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장이 어영부영하거나, 결단이 없거나, 애매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으면 그 감정상태가 바로 영업장으로 직결한다. 사장이 제일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명료성'이다. 본인의 업무 영역을 분명히 해야하고, 나아가 회사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목적도 명료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은 확실히 밀어주고, 못하는 사람은 두번 다시 보지 않는다. 

구멍가게에도 사명서가 필요하다. 사명서는 좌표이며, 초점이다. 기업의 사명서는 보통, '우리는 고객에게 000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객의 만족이, 기업의 존재가치이며 사장이 경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의 니즈와 기업의 가치와 사장의 이상은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의 목적과 사장의 가치관이 맞지않으면, 경영이 붕 뜬다. 국순당 배중호 대표는 선친에게서 가업을 물려받을때, 술장사가 싫었다고 한다. '술'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천박함이 싫었을 것이다. 자신의 사업을 천박하게 느낀다면, 제대로 사업이 가능하겠는가? 그가 생각한 것은 몸에 좋은 약같은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술을 파는 것은 맞지만, 그냥 술이 아니라 몸에 좋은 술을 판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신선설농탕의 오청 대표도 가업을 물려받은 경우다. 그는 독서 경영을 함으로써, 일개 식당에 불과한 외식사업을 문화사업으로 끌어올렸다. 신선설농탕은 여느 식당과 같지만, 그래도 똑똑해 보인다. 가업을 물려받은 경우는 아니지만, 원할머니 보쌈의 박천희대표는 고 김보배 여사의 사위다. 장모니의 보쌈사업을 프랜차이즈화해서,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선두를 이끌었다. 80년대 프랜차이즈 산업이 황무지였던 당시, 시스템과 서비스 교육으로 사업을 특화시켰다. 그는 지금도, '시스템과 매뉴얼'이라는 분명한 사업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하느냐는 자유다. 하지만, 그 가치는 분명해야 한다. 사장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곧 그 회사의 아이덴티티다. 그 회사만의 개성이며, 개성 자체가 마켓팅이다. 이 시대는 무엇이든 할 수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초점을 잡고,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자세는, 마치 스님들의 선수행과 다름없다. 경영과 선, 그리고 도, 이 세가지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있으니, 명료함이다.

내가 사업하는 이유는 공부하기 위해서다. 더 좋은 교육 서비스를 받고자, 장사한다. 장사 자체가 공부이기도 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밤잠을 아끼면서 밖에 나가 일을 하셨다. 하지만, 지금 밤잠을 아끼면서 해야할 것은, 새로운 시도와 공부다.

양질의 교육만이,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특화시킬 수 있다. 현장에 있으면, 얼마나 차별화가 중요한지 깨닫는다. 한달전에 우리 화장품 매장 옆에 화장품 매장이 생겼고, 며칠후면 조금 떨어진 곳에 또 화장품 매장이 생긴다. 차별화가 가능한 것은 브랜드 네임과 인테리어 밖에 없다. 이것은 엄밀히 보면 차별화가 될 수없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인 화장품 가게일뿐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서울의 명동은 이런 우려가 이미 현실화 되어있다. 고만고만한 화장품 매장과 음식점들이 한 라인에 토기장처럼 붙어있다. 도우미 언니들은 가상의 경계선을 긋고, 옆에 도우미가 침범하며 싸운다. 서로가 똑같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다르다면, 손님은 다른 이유로 들어올 것이며, 서로 다르기에 내 손님은 분명히 내 손님이다.

분명하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가 마켓팅이다. 나는 더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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