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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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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9일 01시 17분 등록

올해 초까지 여우숲에는 나의 거처 백오산방이 유일한 건축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두 개 동의 현대적 흙 건축물이 여우숲에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게 될 예정입니다. 졸참나무관이라 이름 붙인 체험관 건물은 이미 주변 정리를 포함한 공정 대부분이 완료되었습니다. 숲학교와 카페가 있는 건물인 층층나무관 역시 지금 주변 정리가 한참입니다. 대략 일주일 정도면 카페 인테리어를 제외한 건축의 모든 공정이 마무리가 될 듯 합니다.

 

여우숲의 건물 두 동을 설계하고 직접 건축 공사를 지휘하면서 현장 소장에서 잡부의 역할까지 감당해 준 건축가 이규봉은 백오산방을 지으려던 때인 4년 전에 처음 만난 사람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여우숲 귀퉁이에 오두막을 짓기 위해 오가다가 숲 언저리 비포장 도로 위에서 만난 그는 참 맑은 인상이었습니다. 나는 그와 그의 친구 건축가인 신근식 대표, 그리고 이여주 실장이 운영하는 사무실의 도움을 받아 백오산방을 직접 지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 이규봉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였는데, 졸업 후 건축가 정기용 선생의 실무 지도를 받으며 설계 경험과 건축 철학을 쌓아온 사람입니다. 그에게 듣기로 그의 스승 정기용 선생은 유신시절 서울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였으나, 암울한 시대에 미술을 하며 산다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프랑스로 건너가셨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다시 건축을 공부했는데 그 이유는 암울한 세상에 직접적으로 쓸모 있는 역할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스승 정기용 선생은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공공재로 여기신 분이었다고 합니다. 타계하신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하신 것으로도 유명한 그의 스승은 평생을 지역 공동체와 건축적 소외지대에 기여하는 건축 설계에 힘쓰며 사셨다고 합니다. 올해 봄 안타깝게도 그는 그토록 존경해 오던 훌륭한 스승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겨우 한 계절이 바뀐 여름, 그의 가장 친한 벗이자 동지인 신근식 교수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고 신근식 건축가는 그와 같은 학교를 나와 프랑스에서 8년간 흙 건축을 연구하고 돌아온 사람입니다. 대학 강단과 실무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흙건축 전문가로 열정적인 역할을 해온 그 역시 참으로 밝고 맑은 건축가였습니다. 그는 2008년 백오산방의 흙다짐벽 공사를 직접 도와주었고 우리는 그 해 여름 흙건축 캠프를 열어 흙건축의 확산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여우숲의 흙건축 역시 고 신근식교수가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참여를 몇 일 앞 둔 어느 날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흙건축물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한 없이 슬퍼했습니다. 특히 건축가 이규봉은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을 만큼 많이 울며 슬퍼했지만, 여우숲 건축물의 기초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어느 날 비통하게 그를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여우숲의 건축물과 공간 전체에는 이규봉 건축가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인내와 헌신이 아주 깊이 배어 있습니다. 건축을 지탱하는 흙다짐벽에는 이규봉 건축가와 그렇게 무정하게 떠나버린 그의 벗, 고 신근식 교수의 경험과 철학과 지향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또한 멀게는 그의 스승의 철학도 녹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스승과 제자를 함께 떠나 보내면서도 삼켜내야 했던 건축가 이규봉의 승화된 슬픔도 어쩌면 담겨 있을 것입니다.

 

통상적인 견적으로는 13억 원 이상의 비용이 요구되는 건축물을 그는 설계 및 감리비를 포함하여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완성해냈습니다. 나는 아직 그에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설계자이자 감리자인 그가 직접 삽질을 하고, 쓰레기를 치우기까지 하며 이 건축에 헌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그에게 지게 된 이 마음의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여우숲 첫 프로그램 안내

그렇게 완성되는 여우숲의 건축물과 부대시설에서 2012 1 13~15일 첫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보완통합의학연구소 통합의학전문의 그룹과 함께 하는 마인드-바디 클린 캠프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웰니스를 찾아 최적의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캠프입니다. 2012년 새해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강 설계를 포함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제게 E-mail (iskrank@naver.com)로 문의해 주시면 안내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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