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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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만
가거라. 너무 앞서가면 고달프고, 힘든 일을 맡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뒤쳐지면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다.
앞서 가려면 남에게 모진 소리를 하게 되고, 남에게 모진 소리를 하면 모진 소리를 듣게
된다. 너무 뒤쳐지면 남에게 무시 당하고 서럽다. 그저 중간만
가거라.
작년 봄, 크게 아파 요양 차 친정에
머물 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입니다. 저는 언제나 누구보다 앞서가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했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남보다 빨리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 좌충우돌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지면 크게 낙심했고, 직장에서는 동료가 나보다 빨리 승진하면 자괴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끊임없이 내 자리를 남들과 비교하며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은 항상 초긴장 상태였고 결과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40년 가까이를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크게 상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아파서 친정에 쉬러 온 딸이 안쓰러워 하시는 말씀이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을 맞이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올 한 해 동안 제가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 바로 ‘중간만 가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영복은 그의 저서 『강의』에서 <주역>에서는 '가운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합니다. 산전수전을 두루 겪은 분들은 대체로 모나지 않고, 나서지 않고, 그저 중간만 지키기를 충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중간과 가운데를 선호하는 정서는 매우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었네요.) 신영복은 자신도 중간을 매우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앞과 뒤에 많은 사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즉, 인간관계가
가장 풍부한 자리라는 것입니다. 바둑 1급은 비슷한 상대를
만나기 쉽지 않지만 바둑 7급은 바둑 친구가 가장 많은 이치와 같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중간만
가서 이 모진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더군요. 제가 다니던 회사에 어디서나 눈에 띄고 인정받는 선두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승진도 빨랐고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맹활약했지요.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때이른 성공을 한껏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결국 그들
중 누구도 회사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구는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는 투서로 불명예스럽게 퇴사했고, 누구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무리한 이직을 했으며, 누구는 능력은
출중하지만 인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회사의
요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중간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중간만 가도 좀 더딜 뿐이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네요.
신영복은 말합니다. 선두의 자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자리이지만 사실은 매우 힘든 자리라고 말입니다. 경쟁으로 인한 긴장이 가장
첨예하게 걸리는 곳이 선두이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선두가 전체 국면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선두는 겨우 자기 한 몸 간수에 여력이 있을 수 없는 고단한 처지라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선두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그 불안과 긴장을 온 몸으로 견디고 있으려니 그들은 얼마나 고달플까요? 능력보다는 운, 또는 줄을 잘 서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신영복은 능력이 70인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 받는 자리에 앉아 있을 경우 부족한 30은 거짓이나 위선,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나는 것이 결론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예전에 저는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더군요. ‘인생에는 세 가지 삶이 존재한다. 성공한 삶, 실패한 삶, 그리고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영부영한 삶’ 열심히 살아야 성공이든 실패든 할 수 있는데 어영부영 사는 삶은 그 무엇도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저는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어영부영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겁쟁이고 비겁한 사람이다 비난했습니다. 그러다 어렵게 영업이란 것을 해본 후에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조절해 중간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실력자일 수 있다.’ 제 짧은 영업 경력에 비추어 보면, 영업의 고수들만이 자신의 실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없이는 자신의 매출을 자기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없으니까요. 열심히 해도 중간밖에 갈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능력의 70만 발휘해 중간을 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새해에는 ‘중간만 가기’를 연습해 보려 합니다. 더 많이 가지겠다는 욕심을 내려 놓고, 속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방향을 가늠하며 나 자신의 만족이라는 잣대로 나의 위치를 평가하려 합니다. <주역>의 건위천괘의 상구 효사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뜻이지요. 저는 제 인생의 서른 아홉 해를 보내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겠다는 야망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선두 자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니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경도 감상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가겠습니다. 쉬엄쉬엄 일하고, 일하면서 짬짬이 쉬려 합니다. 그렇게 가도 목적지에는 도착하기 마련입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이야기는 만들 수 없습니다. 국도변을 누비느라 늦게 도착하더라도 풍광도 구경하고 잠시 내려 사진도 찍고 즐기며 가겠습니다.
2012년은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라고 합니다. 올 한 해는 하늘의 중간쯤에서 유유히 비행하는 한 마리 흑룡처럼 살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서두르지 않고 너무 무리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게으르지 않게 자신의 길을 조금씩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겠지요.
당신은 어떤 한 해를 마음에 품고 있으신가요?
재경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대의 첫 책이 나비처럼 날수 있기를...
문체를 바꿔보았군.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문체로는 좋은 것 같다.
아버님의 말씀이 새해 덕담처럼 들리는 구나.
글에서 무리한 힘은 빠지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런면이 재경이 글의 장점이지.
전체적으로는 책의 꼭지라는 느낌은 조금 덜 드는 것 같아.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기도 하고.
가령 책의 꼭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글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해, 한해에 대한 마음 등이 나오기 전에
서두에서 새해라는 분위기를 나타내거나, 언급하여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하는 바램이...
(그렇게 하면 독자가 책을 가을에 읽던, 여름에 읽던 전체적인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바쁜 연말 연시에 고생많았지? 화이팅!!
이 글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고민의 흔적은 적다.
'중용'이란 매우 어려운 자리인데, 그건 평균적 중간이 아니다. 그것은 균형점이다. 저울의 추와 물건의 팽팽한 균형점.
이때 기울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하면 부러진다. 그러나 모든 것에서 중간을 하면 뛰어날 수 없고 자신의 세상을 만들 수없다. 시키는 일이나 하는 평균적 인생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헬렌 켈러의 말을 기억해라. "나는 유일하다. 이것이 진실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언가는 할 수 있다 " 그 무언가에서는 절대 밀리면 네 세상은 없다. 그러러면 다른 것들, 네가 잘 할 수 없는 것들에서는 늘 물러나 소박함을 지켜야 한다. 네 책은 무엇이든 악써서 잘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어디에서 평범함과 겸허함으로 물러설 수있는 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첨예한 엣지는 잃어서는 못 살지. 너도 그렇디 ? 넌 중간으로는 못살아. 잘 안될꺼야. 너 답게 사는 길을 찾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