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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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와 메데이아라는 두 여인이 있었습니다. 한 여인은 실타래를 연인에게 주어 미로 속에서 길을 찾아 살아 돌아오도록 했고, 또 한 여인은 남자가 찾던 황금 양털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요. 두 여인 모두 아버지를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나섰으나 모든 것을 다 준 남자에게서 버림을 받게 됩니다. 메데이아는 분노에 떨며 상대에게 가혹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떠나려는 사람은 물고 늘어져 피범벅이 되고, 둘 모두에게 세상은 지옥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리아드네는 메데이아와는 결이 다른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테세우스의 배신에 슬퍼했지만 격노하여 그가 불행에 빠지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죽은 사랑을 슬피 애도했지만 자신을 악마로 만들지 않은 것이지요. 자기애였을까요 ? 진정한 사랑이었을까요 ? 아니면 무력한 체념이었을까요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12년 작곡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중 2막 '고귀한 공주님' 속에서 희극배우 체르비네타가 버려져 실의에 빠진 아리아드네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합니다. 고난도 아리아 '신과 같이 내게 다가오네. 그의 발걸음에 나는 귀 먹었네'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노래됩니다.
가장 고귀한 공주님,
당신의 슬픔은 평범한 사랑이 알 수 없어
오직 한 남자의 여인이기를 꿈꿔 왔으나
어찌 그 마음이 그렇게 미로와 같은 지 놀라워
남자들은 신처럼 나타나 내 손에 키스하지
그리고 나는 신의 죄수가 되어 버리니
달콤하고 쓰디 쓰구나
누가 이처럼 고통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남자를 저주하지 않을 거야
자유가 내 찢어진 가슴을 축복해주나니
또한 니체도 '디오니소스의 송가' 속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 아리아드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현명하구나, 아리아드네여
너는 작은 귀를 가졌구나. 너는 내 귀를 가졌으니
그 귀에 지혜의 말 하나를 담아 두어라
자기가 사랑해야하는 것을 먼저 미워해서는 안되는 것이니
나는 너의 미로이니 "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하는 것을 먼저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그러니 인간은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며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지요. 즉 '나는 너의 미로이며, 동시에 나는 나 자신의 미로'인 것입니다.
자기 경영은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것은 삶이 미궁이며, 우리 자신이 미궁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궁 속에서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야 말로 유일한 출구의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니체의 말을 기억합니다.
"나는 미래에 관한 내 무지를 사랑한다. 약속되어 있는 일을 미리 훔쳐봄으로써 나의 파멸을 손짓해 부르고 싶지 않다.
아모르 파티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한 번 사랑한 것은 먼저 미워할 수 없으니 우리의 운명을 사랑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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