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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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광고 전문가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는 카프카의 말로 시작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깊이’를 생각했습니다. ‘깊은 책 깊이 읽기’ 깊은 책은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도끼 같은 책입니다. 이런 책에 대해 박웅현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도끼 같은 책’을 내 식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여운과 감동을 주는 책이 훌륭한 책이다. 좋은 책은 독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마음을 움직인다. 이런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른 책을 찾아 읽거나 뭔가를 쓰게 만들고, 무엇인가 하고 싶게 만든다.”
이런 책이 ‘깊은 책’입니다. 그렇다면 ‘깊은 독서’는 어떻게 읽는 것일까요? 씹어 먹듯이 읽는 겁니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면 약탈하는 병사나 패잔병처럼 읽는 게 아니라 밭을 가는 소처럼 우직하게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이 읽어야 합니다. 종이에 기름이 배어드는 것처럼 독서에 푹 절어 책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연애편지 읽듯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알아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한다.”
<책은 도끼다>에서 박웅현은 자신의 머릿속을 도끼질 해준 책들을 소개합니다. 내게는 박웅현의 책이 바로 도끼입니다. 이 책과 함께 한 도끼질의 자국은 깊이 남아 있습니다.
* 박웅현 저,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1년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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