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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2일 19시 23분 등록

 

< 성주야, 너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라... >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서 글이 너무 감성적으로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있습니다. 글쓰기 개념에 대한 다양한 규정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간명하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정의한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일 것입니다. “글쓰기란,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저의 글에서 화려한 미사여구나 정확한 어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 저의 글에서는 “자신의 느낌”과 “솔직하게 표현”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월요편지에서는 그렇다면 민진홍, 당신이 왜 뻔히 고생할 것을 알면서 사표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은 여기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표를 쓰게 된 일이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거의 만 2년 전 구본형 사부님과 경주에 1박2일로 모임에서 여행을 간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던 때였습니다. 경주에 계시는 문화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선덕여왕릉을 투어하고 있었습니다. 투어를 다 마치고 산길을 내려오면서 구본형 사부님과 애기를 하였습니다.

 

민진홍: “사부님...현재 저희 동기 성찬이가 국내 자전거 투어를 끝내고, 3달 전 세계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지금쯤 아프리카 어딘가 돌고 있겠네요.....”

사부님: “음...잘하고 있네.” (구본형 사부님 특유의 짧고 굵직한 목소리,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것입니다.^^)

민진홍: “성찬이가 지금은 고생하는데, 나중에 다녀오면 내공이 많이 쌓이겠죠?”

사부님: “방향을 잘 잡으면 그렇겠지.”

민진홍: “저는 지금 현실과 타협해서 꾸역꾸역 지내고 있는데, 이게 당장 성찬이가 고생은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많이 나겠죠. 같은 동기고 저보다 어리더라도......”

사부님: “현재 상태로라면 명백(明白)하다.”

이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저는 “명백(明白)” 이라는 단어가 너무 강렬했습니다. 그 이후 우유부단한 저는 이 사건을 그냥 맘 한구석에 남기고, 일상으로 복귀를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사표를 쓰기, 1달 전의 일입니다. 오래된 명작 <빠삐용> 하면 생각나는 장면이 뭐가 있으세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떠올리는 장면은 배가 너무 고파 바퀴벌레 잡아먹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예전에 한 회사에서 패러디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번째로는 엔딩장면입니다. 빠삐용이 절벽에서 육지로 탈출하는 장면입니다. 결국 그 자신은 원하는 것(자유)를 끝끝내 쟁취를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빠삐용 영화 중 59분정도에 빠삐용이 낮잠에 잠시 빠지는 장면입니다. 하얀 모래 사막에 재판관 1명과 여러명의 심판원?인듯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빠삐용은 재판관에게 자신은 살인하지 않았고,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재판관은 담담히 당신은 살인하지 않았다고 인정을 하지만 그래도 죄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아니 인간으로서 가장 큰 죄를 지었다고 말합니다. “인생을 허비한 죄!!!” 완강히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빠삐용도 이 선언에 대해서는 ‘GUILTY, GUILTY’ 라고 고개를 끄듯이며, 머리를 숙인 체 수긍을 합니다. 빠삐용이 뒤를 돌면서, 낮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지난 30년간 커다란 죄인이었습니다. 인생을 충실히 살지 못하고, 흘러가는 데로 허비를 했습니다. 자신의 길이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특유의 우유부단함으로 시간만 질질 끌었습니다. 핑계는 많았습니다. 처도 있고 자식은 아직 3살, 1살인데 당장 나와서 어떻게 할 것인가. 뭔가의 대책도 없이 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 아닌가 하면 자신을 계속 합리화하고 달래어 왔습니다. 끊임없이 민진홍, 넌 현 상황에서 잘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계속 좋아질 거야. 잘 견디고 있어‘ 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와 위안을 하였습니다. 더 이상 저 자신을 비겁하게 합리화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 ‘GUILTY, GUILTY’ 라고 인정하는 저 자신을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표쓰기 3일전 아버지와의 대화입니다. 그날 제가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 아버지께 진지하게 여쭈어보았습니다.

 

민진홍: “아버지.....아버지는 한 번씩 술 드시고 이 일 참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다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왜 하기 싫은 일을 계속 하세요? 아버지, 행복하세요?”

아버지: “당장 때려치우고 싶고, 행복하지 않지...그래도 가정이 있잖아. 다 너희들 먹여 살린다고 이렇게 하지.”

민진홍: “ 근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셨고, 이제 저희들도 밥벌이 다하고 이제 안하셔도 되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아버지께서 돈을 벌지 않더라도 저희가 굶어 죽지는 않잖아요. 아버지도 차츰 아버지가 원하시는 삶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 저는 안 맞는 일 4년 가까이 하니 이제 정말 지치고 힘듭니다. ”

 

 

이쯤 되어서 아버지는 상황을 대충 짐작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또 그 행복과 자기적성 등 뜬구름 잡는 소리 할거냐.! 그리고 남들도 다 그렇게 치여 가며 힘들게 살고 있는데 너가 무슨 특별하다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남들과 다르게 살려고 하느냐!! 넌 특별히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평범하잖아.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샐러리맨으로 살아!!”

 

 

 

  분명 수많은 자기계발 책들, 행복을 논하는 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제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직업이 되었을 때 그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산산이 무너져버릴까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30년 뒤에 예전에 문학청년이었는데, 그때 그림을 계속 그렸어야 했는데, 원하는 사업을 계속 진행했어야 했는데...... 라고 술자리에 안주처럼 곱씹으면서 후회와 회상을 해야만 할까요? 저도 그냥 평범하기 때문에 20~30년 뒤에 술자리에서 나도 한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뜨거운 열정이 있었지....라고 한탄을 해야 할까요? 스스로 속고 속이는 기만(欺瞞)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야 될까요?

 

  시간이 많이 지나 현재 아래 사진에 있는 웃고 있는 아들이 저에게 와서 ”아버지, 행복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버니 너무 행복하단다. 30년 전 두려웠지만 남들과 다른 결정을 하고 그 길을 선택했어. 순간순간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인생의 확실한 터닝 포인트였어. 성주야 (첫째아들)....남들이 뭐래도 자신을 사랑하고,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라.“ 당당하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음 월요편지는 새해를 맞아 더욱 더 희망찬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주 사진.jpg

IP *.40.19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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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2 19:53:30 *.40.198.120

첫째가 또래에 비해 작은편이고, 8개월된 둘째가 상위10%정도 덩치가 커서 쌍둥이가 아니냐고 많이 오해를 받는데 아닙니다.^^

 

참, 내일 월요일은 설당일이라서 오늘 저녁에 미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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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04:36:09 *.152.83.92

하여간 노인네께서 여러 사람 잡으시누만^.^

어쩌겠노. 이미 일은 벌어졌고, 상황은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졌고...

 

제가 책 한권 권해드리고 싶은데 읽어보실려우?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문용식 저)

 

아프리카tv로 유명한 나우콤의 대표인 저자의 20년 직장생활과 그속에서 느낀 자기개발, 직장생활, 고난과 도약 등의 과정을

아주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런 표현이 있더군요.

전문가란 성실함의 표시이며, 적어도 10년은 한 직장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이 10년이라는 말에 공감을 했습니다.

1만시간의 법칙도 같은 얘기를 했구요. 구선생님께서도 그러셨지요.

뭘 해도 한 우물을 10년은 파야 한다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꼭 일독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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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0:12:30 *.40.198.120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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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08:08:58 *.180.232.58

세가지의 상황을 잘 보았습니다. 새산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훤칠하게 성장하신 듯 합니다.

달콤한 꿀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란 엄청난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결실을 노력으로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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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08:58:46 *.226.202.10
글잘봤어요. 잘하실수있어요. 성주 이젠 제법 의젓하네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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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09:21:18 *.178.51.156

리얼하게 자기 얘기를 잘 풀어내는 데에는 탁월해..^^

설연휴 잘 보내고.. 조만간에 한번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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