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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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경부터 잠이 깼었다.
뒤척뒤척 하며 남편과 이야기도 하다가 비몽사몽 그렇게 두어 시간 후 알람 소리를 들었다.
내 알람은 4시30분부터 5분 간격으로 4번이나 울리게 설정해 놓았기에 안심하고 5분만 하였는데
나도 모르게 종료버튼을 눌렀었나 보다.
벌떡 일어났는데 시계는 정확히 5:00 이었다.
앗! 지각인가? 순간 낙담하였다.
내 첫 번째 목표는 영웅이 되는 것
5분만에 허물어졌다 생각하니 기운이 쫙 빠져 나갔다.
뚝방이 무너지는 것은 돌 하나 빠져 나가는 데서 비롯되기에 한 번의 낙오도 없이 해 보겠다는
야심 찬 다짐을 했는데 이렇게 초반전에 무너져 버릴 줄이야…
출석 체크는 하였지만 새벽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누워버리고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난 뒤 천천히 요가로 몸부터 깨우며 나를 정돈해본다.
그 동안 100% 출석참석과 새벽활동으로 나름 기특하게 생각하며 뿌듯해 하고 있었다.
2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풀고 읽고 쓰고 하며 열심히 달리는데 집중하였기에
초심과 근본적인 내 안의 물음에는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
5분 지각이 계기가 된다.
나는 진정 무엇을 위해 영웅이 되고 싶어 했는가?
하루 2시간
내 안의 영웅을 깨우기 위해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 하였고 그래서 이 여정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영웅 그 자체의 단편적인 목표는 아니었는데 5분의 지각에 낙담하고 누웠던 오늘 새벽이 웃음이 난다. 늦게나마 다시 여정에 합류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안의 깊은 물음까지 던지는 계기가 된다.
삶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낙담하였던 일이 새로운 계기가 되고 그로 인해 흥미진진한 삶이 펼쳐지는 것이리라
어쩜 한 번의 지각도 없이 여정이 이루어졌다면 너무 단조롭지 않았을까?
스스로 이 과정을 즐기면서 가리라 했던 내 다짐도 잊어버리고 달리기만 하고 있었지는 않았을까?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어날 것이다. 어제처럼 산에 갔다 오면 피곤함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 중에는 또 다른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다.
5분 지각은 100일 여정을 더 잘 해낼 수 워밍업이 되고 마라토너에게 첫 고비점에서의 물 한 모금이 되었다.
일주일씩 2번이 지났다.
이렇게 15번을 하면 100일을 완주 할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잠시 멈추어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더 잘 날아갈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