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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00시 4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철학자 김용규

김용규 선생님의 키워드는 '철학'이다. 철학카페를 차려놓고 대중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영화에 대해서, 또는 문학에 대해서, 그러다가 소설을 쓰시기도 하고 신학을 풀어 놓으시기도 하다. 이번엔 '시'를 들고 다시 오셨다. <철학카페에서 시읽기>가 그것이다. 모든 것들을 본인이 가진 철학이라는 키워드로 버무려 대중들이 먹기 좋게 요리를 해서 내놓으시는 재능에 감탄한다.

선생님은 불교철학을 공부하시다가 독일로 건너가 서양철학을 전공으로 하셨다. 플라톤으로 논문을 쓰셨다고 하시며, 하이데거가 교수와 총장으로 있던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공부하시며 실존주의에 대해 깊게 공부하신 것 같다. 선생님이 그동안 쌓아 오신 공부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범인으로서 알기는 어렵다. 아마도 그분의 집엔 철학 원서들이 빽빽이 쌓여있을 것이며, 책마다 공부한 흔적들로 너덜너덜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번 책 첫 머리에 이런 글이 써 있다. "시를 사랑했던 아우를 위하여"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안좋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서문에 선생님도 몸이 좋지 않으셨다는 얘기가 있다. 지난 여름에 뵙고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듣기는 했으나 정확한 사정은 알 길이 없다. 부디 선생님이 쓰셨듯이 '시'의 힘으로 견뎌내시리라 믿고 있을 뿐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버금가는 <히브리인 이야기>를 구상하고 계시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서양문명을 이해하는 코드, 신>을 쓰시고서 신학에 대해 계속해서 '이성' '죄' '구원' '사랑과 생명'에 대한 책을 구상하고 계시다고도 하셨다.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까? 신학에 대한 시리즈물이 나올까? 히브리인 이야기가 나올까? 선생님이 지금도 책을 쓰고 고민하고 계시리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나의 글을 써나가야 겠다. 그분도 일하고 계시다. 그러니 나도 나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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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인터뷰 발췌

최준석 편집장, 2011.12.12

“시인은 존재의 진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 선지자나 무당 같은 존재”

         - 대학교는 어디.

“동국대 철학과를 다녔다. 동국대 갈 때는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탄허 스님과 친분도 있고 해서 갔다. 정작 공부하게 된 건 서양철학이었다.”            

- 대중에게 철학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려 손을 내미는 사람이 별로 없다. ‘철학은 어렵다’가 일반의 생각이다.

“철학자들이 일부러 어렵게 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전문용어를 사용하니까 그렇다. 전문용어는 개념을 분명히 하고 싶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하이데거는 인간 대신 ‘현존재(現存在)’라는 말을 쓴다. 그는 인간이라는 말이 다의적으로 쓰이고 선입견이 있어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쓴다. 철학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오해나 오염 없이 정확히 전달하고자 한다.      나처럼 철학을 대중화하고 싶은 사람들의 위험이 그거다. 전문용어를 일상용어로 풀어 전달해야 대중이 알아듣기 때문에, 그러려면 정확한 개념을 그대로는 전달 못하고 아무래도 오해의 여지, 부정확한 전달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일반인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해야 한다.      철학이라는 것이 본래 시작할 때부터 지금처럼 학교 안에 학구적으로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아고라나 길에서 지나가는 젊은이를 붙잡고 ‘자네 어디 가는가?’라고 말을 붙이며 철학이 시작했다고 보면, 결국 철학이라는 것은 삶에 도움을 줘야만 한다. 약간의 개념의 부정확성 또는 오해의 여지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라도 철학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한다.”          

- 박사학위는 무엇을 썼나. “플라톤이 전공이다.”         

- ‘철학카페에서 시읽기’를 보니까, 기자처럼 철학 공부도 안 하고, 시도 안 읽던 사람들에게는 입문서랄까, 안내서로 좋다고 생각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얘기로 시작을 했는데 시의 세계로 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참 좋았다. 시의 문을 열어준 뒤 시에 나오는 사랑 얘기, 인생, 외로움, 현대사회 소비특성 등 이런 순으로 풀어나갔다.

“문학에서 시를 다루는 분들은 시 안에 들어있는 시인의 숨은 의도 같은 것을 밝히려고 한다. 이거 말고 해석이 있다.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해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이건 젓가락이다’라고 안다. 그럼 젓가락을 이해하느냐? 젓가락이 있는데 쓸모를 안다는 것, 음식을 집어먹는 도구라는 것까지 알아야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이해한 다음에 자기 처지에 맞게 그 이해를 다시 한번 해야 한다. 만일 상인이라면 젓가락을 상품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석이란 것은 대상의 쓸모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기 처지에 알맞도록 ‘다시 한번 이해’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해석을 ‘자신의 존재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폴 리쾨르라는 학자가 하이데거의 해석이론을 문학작품에 적용할 때 ‘우리가 문학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새로운 존재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입센의 ‘인형의 집’이 나왔을 때 아내, 엄마로서의 존재에 그쳤던 여성이 집을 뛰쳐나갔고, 여성도 인간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갈 길을 찾는 것이 문학의 해석이다.      이번의 책 ‘시읽기’도 내 의도는 시 안에 들어있는 시인의 은밀한 의도, 시인이 정말 무슨 얘기를 하려 했을까가 아니다. 시를 읽고 그를 통해서 우리의 새로운 존재가능성, 일상용어로 하면 갈 길, 살아갈 길을 찾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시인들은 굉장히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 마치 예민한 악기가 자신이 내는 선율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도 울림을 내고 아이들이 때로는 말 배울 때 뭔지 모르는 말을 하듯이 한다. ‘시읽기’의 마지막 단원에서 시에 대한 하이데거의 이론을 갖다가 시인이란 이런 사람들이라고 규명을 했는데,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진짜 무언지 잘 모르고도 시를 쓰는, 일종의 무당이나 선지자나 예언자처럼 그냥 직관으로 받고 느끼는 것 같다. 이상의 ‘오감도’ 같은 게 한 예다.”         

- 책 속에 나오는 김수영 시인의 1967년 작품 ‘Vogue야’를 읽고 놀랐다. 그 시대에 오늘과 같은 소비시대를 예감하는 감수성이 나올 수 있었는지.

“김수영 시인 대단하다. 1967년이면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막 시작할 때다. 근면, 검소 교육시키고 할 때인데, 보그 잡지를 보고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 진행될 후기 자본주의의 엄청난 마성, 그 두려움을 시인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시인들이 무당 같고 선지자 같다고 했다. 자신들이 하는 얘기가 무언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인은 오늘날 사회를 전혀 예측 못했을 거다. 근데 직감적으로 느낀 거다.      하이데거는 역사적인 어떤 토양, 배경,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 숨 쉬고 사는 삶의 터전을 말한다. 그것으로부터 시가 저절로 우러나온다고 했다. 그건 고요한 울림으로 들리는데 제일 먼저 예민하게 듣는 사람들이 시인이라고 했다. 존재의 진리가 들려오는데 그것을 시인이 듣고 우리의 언어로 옮긴다고 했다. 하이데거는 ‘언어가 말한다’, 존재의 언어가 말하고 시인이 그것을 듣고 따라 말한다고 했다. ‘말하기는 먼저 듣기다’라는 표현을 썼다. 진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 후에 일상언어로 존재의 언어를 해석하는 거다.” 

 

- 철학자와 시의 관계는 어떻게 얘기할 수 있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얘기한 차축(車軸)시대가 있다. 카렌 암스트롱이란 분의 ‘축의 시대’라는 책도 시중에 나와있는데,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전 300년 사이 한 600년 정도가 인류 정신문화에 굉장히 특별한 시기다. 이때 인류는 정신문화의 거의 모든 기반을 닦았다. 중국의 제자백가, 인도의 부처, 이란의 차라투스트라, 팔레스타인의 이사야와 예레미야 등등 선지자들이 모두 나왔다. 이후 2000년의 동서양 문명이라는 것은 이때 나온 것들의 주석에 불과하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을 모두 잠언이나 경구, 다시 말해 시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도 극시이다. 문화의 초창기에 동양에서도 시경이 있었다. 인류문화 초창기에는 시와 철학이 구분되지 않았다. 시와 철학이 갈라진 것은 플라톤부터다. 플라톤은 ‘국가론’이란 책에서 이상국가에서 시를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철학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시를 퇴출하지 않고는 철학을 올바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 거다.”         

 

- 플라톤은 왜.

“그리스 사람들, 우민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철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플라톤은 시가 무언가를 부풀리고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고 진리를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시와 철학이 플라톤 이후로 분리되어 2000년 이상 왔지만, 다시 하이데거 이야기로 돌아가면 플라톤이 분리한 것을 하이데거가 다시 합치는 쪽으로 그의 후기 철학에서 주장했다. 존재의 진리를 시인들이 가장 먼저 안다고 했으니까. 하이데거가 계속 부르짖은 것이 소크라테스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존재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형이상학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이다. 시인들을 진리를 파악하는 사람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나는 적어도 이 책을 쓰는 동안에는 하이데거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이데거 말대로 존재의 진리를 듣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인이라 한다면 결국 철학자들이 하는 일도 그런 것이다. 하이데거 식으로 우리 삶의 바탕, 역사적 맥락, 여기서 무언가 우러나오는 ‘이게 진리야’ 하는 걸 듣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인이라면 이 사람들이 철학자나 다름없다.”         

 

- 책에서 젊은 사람들 상대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핵심 메시지는 뭔가.

사람은 특히 젊은이들은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한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라는 말이 매우 애매하고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모든 가치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자주 인용하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우화’가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지옥엘 가보았더니 그곳에도 음식은 많은데 사람들이 모두 자기 팔보다 더 긴 수저를 들고 있었다. 당연히 음식을 떠서 자기 입에 넣을 수가 없다. 그래서 모두가 굶주리고 살고 있었다. 천국엘 가 보아도 상황은 같더란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가 앞사람의 입에 음식을 떠 넣어주고 있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배려받는 나를 만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나를 만든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이 같은 원리를 ‘상호주관적 매듭’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내 책에서는 포옹이 그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포옹은 다른 사람을 ‘안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안긴 나’를 만드는 형상이니까다. 이때 다른 사람은 내 가족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나 이웃 또는 전혀 모르는 타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행복하려고 애써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 오직 이런 방법으로만 행복해지는 거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해서만 사회를 지옥이 아니라 천국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의미에서의 가치 있는 일, 곧 먼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그들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려받고, 사랑받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행복해진다는 거다.”         

 

- 이 시대의 철학자들은 무얼 하고 있나? 철학자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인터뷰 서두에 ‘학자들은 학구적인 부분에 계시고 저는 대중을 상대로 하고 두루두루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하자면 오늘날 철학은 지나치게 우리 삶과 떨어져 있다. 철학을 위한 철학에 매몰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자연과학과 손잡아 인지과학 쪽으로, 뇌신경학, 뇌과학, 유기과학,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철학적 인식론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에 몰두해 있는 사람도 있고, 오늘날에는 진화론이 대세라서 진화생물학, 모든 것을 진화로 해석하려는 쪽에서 철학적인 도움을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내가 보기에는 삶과 동떨어진 이런 철학을 위한 철학들에 매몰되어 있다. 어찌 보면 20세기 초에 언어 철학이 시작되면서 그 쪽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 출판사 ‘푸른그대’도 운영했다.

“2005년에 부엌에서 벗어나 보고 싶어서 그랬다. 대학에서 부르는 곳도 없고 다른 수가 없어서 출판사를 하나 해보자, 준비도 없이 시작했었다. 그 책이 ‘철학통조림’이다.       출판사는 내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책을 쉽게 쓸 수 있게 됐다. 출판사를 딱 1년 하고 내가 달라졌다. 그전에는 강의했던 것을 출판사에 원고 그대로 넘기면 그쪽에서 교정, 교열, 편집하면서 여기 좀 쉽게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쉽게 못 쓰겠더라. 심지어 책이 거의 완성된 상황에서 책을 더 이상 못 쓰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책을 내니까 초판, 2쇄에서 판매가 끝나곤 했다. 그런데 출판사를 차리고 딱 내 책을 내면서 보니까 못 고칠 데가 없다. 그 이전에는 고칠 데가 없었는데 아무리 봐도 더 쉽게 고칠 데가 없었는데 제가 출판사를 하니 못 고칠 데가 없었다. 완전히 달라진 거다. ...”         

- 뭐가 달라졌나.

“관점이 달라진 거다. 지금도 출판사 편집자들은 ‘선생님처럼 쉽게 쓰는 분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 좋아하는 시인은.

“시인이란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의 진리’를 전해주는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모든 시인을 다 높이 평가한다. 개인적으로는 서정주 시인과 김수영 시인을 높이 평가하고, 최승자 시인과 장정일 시인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진은영 시인과 심보선 시인 같은 젊은 시인들을 눈여겨본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참고자료

국민일보, 2011.11.18, 詩 오감도는 ‘근대의 공포’ 노래 ‘철학카페에서 시읽기’

주간조선 인터뷰, 2011.12.12, “시인은 존재의 진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 선지자나 무당 같은 존재”

중앙일보, 2011.11.19,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 왜사는가 묻고 있다면" 배영대 기자

내일신문, 2011.11.18, [신간] 철학카페에서 시읽기,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 귀

웅진지식하우스, 2011

 

책머리에

1680년 파리의 화려한 국립극장 테아트르 프랑세 맞은편에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카페 '커피 마시는 집' 7.

말처럼 허망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인간은 말 속에서 길을 찾는 존재입니다. 말 속에서 갈 길도 찾고, 말 속에서 살 길도 찾는 것이 사람이지요. 9.

10. 폴 리쾨르가 갈파했듯이, 하나의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존재가능성'을 찾는 일입니다. '텍스트 앞에서의 자기 이해'를 얻는 것이지요. 그것은 텍스트를 향해 자신의 고유하고 한정된 이해 능력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앞에 겸허히 나서는 일입니다. 그럼으로써 텍스트에서 더 넓어진 자기를 얻는 것입니다.

 

1장. 시란 무엇인가

30.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

30.  은유에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그런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정복하게 하고, 일상과 세계의 진부함을 떨쳐내고, 심지어는 세상을 보는 눈까지 바꿔놓을 수 있단 말인가?

31. 은유 '대상이 가진 본래의 관념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유사한 특성의 다른 사물이 가진 관념을 써서 표현하는 비유법'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유사성이 반드시 있어야 함

33. '낯선'이라는 말에는 '일상에서 벗어남'과 '다른 사실을 나타냄'이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34. 은유에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비유사성이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들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35. 직유에서 유사성을 강조하는 형용사나 수식어를 생략하면 은유가 됩니다. 요컨대 직유는 유사성이 강조된 은유이지요. 대조적으로 상징은 보조관념만 노출되고 원관념은 아예 숨어버린 은유입니다.

35. 네루다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마리오에게 충고합니다.

 ☞ 관찰과 사유가 은유의 산실, 지금 하고 있는 사진에세이 '일상예찬'의 초점을 이렇게 맞춰보자. 일상을 관찰하고 순간을 채집하는 것, 낯설게 보는데서 오는 새로운 발견을 계속 써나가며 쌓아가는 것이다.

38.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 '해석학적 은유 이론' : 은유는 '같지 않은 것'을 '같은 것으로' 본다는 뜻

39. '다른 현실의 장을 열어 밝혀준다' 은유의 힘은 바로 이 '열어 밝힘'에서 나옵니다.

40. 일리아스 : 일상과 세계의 진부함을 떨쳐내고,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눈을 바꿔놓았습니다.

 ☞ 나의 눈도 바꿔 줄수있는 것이겠지?그런것이라면 한번 은유의 세계로 들어가 보리다.

42. 은유 또는 시가 우리의 현실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우리의 이해와 해석에 의해 구성된 의미의 집합체, 곧 '다시 만들어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43.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해석이 바뀌면 우리의 현실 세계도 바뀔 수밖에 없는 거지요.

44. 우리는 이처럼 자신의 이해와 해석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열어 밝히고 그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44. 하이데거 "예술의 본질은 시 짓기이다. 그렇다면 건축 예술과 회화 예술, 그리고 음악 예술은 시로 환원되어야 한다."

 ☞ 사진은 영상의 시. 사진의 본질도 시와 같이 은유의 세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 밝히는 것

53. 지난 봄,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백목련 잎이 땅에 뚝뚝 떨어지고 영산홍이 솓아진 붉은 포도주처럼 거리에 번지던 날

 

2장. 연애의 기술

58. 연애라는 파랑 많은 바다를 항해하는 데는 경험 많은 항해사의 실용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도와 나침반(또는 GPS)이 반드시 필요한 법

59. 세상에 대가 없는 열정은 없는 법

61. 개인의 경험에 의한 이론은 편협하거나 잘못될 수 있다.  그래서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67. 사랑은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것도 아주 놀라운 사건이지요. 사랑을 통해 세계가 삽시에 변하기 때문입니다.

68. 바디우 "사건이란 모든 종류의 평형 상태를 뒤흔드는 우연한 충격"

73. 삶의 경험이 삶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삶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 이외에 우리의 삶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사랑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랑의 경험이 사랑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77. 연애를 통한 기존 세계의 파괴! 사랑을 통한 새로운 세계의 구축!

79. 사랑하는 두 사람은 차이가 있는 둘의 관점에서 하나의 세계를 함께 바라보며 구축해가는 것이지요.

81. 상대에게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려고 하지 말며, 상대를 완전히 떠맡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88. "나는 널 사랑해"라고 말하세요. 영원을 약속하는 보기 드문 경험, 인간으로서 감히 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을 스스로 해보세요. 그럴수록 당신의 연애가 뜨거워지고, 당신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테니까요.

89.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가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는 것"

94. "누굴 위해 한 번이라도 희생해본 적이 있어? 사랑받고 싶어 안달하면서도 항상 자기만 생각하지?"

 

3장. 사랑의 기술

106. "모든 사랑에는 하나가 되려는 욕망이 내재하고, 이때 사랑은 좀 더 절대적인 대상, 즉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을 찾아가는 여정"

 ☞ 플라톤의 에로스론

111. 이성을 유혹한 다음 플라톤이 설파한 보편적 이상으로 이끌어갈 '유혹의 의무'가 우리 개개인에게도 있다.

115.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그'를 '그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17. 가브리엘 마르셀 "인간의 좌우명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위를 향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 형이상학을 현대 실존주의 무대에 올려놓은 매우 특별한 철학자

119. 오직 나에게 응답하고 나를 배려하느 2인칭 상대들의 존재만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

125. 마르틴 부버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

 ☞ 김남조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129. 누군들 자기에게 구원과 초대와 환대를 베푸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131. "한 인간을 그대로 대하는 일은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것" 가브리엘 마르셀

 ☞ 부정적인 판단 뿐 아니라 긍정적인 판단도 하지 말아야 한다. .. 때문에 .. 한다 라는 형식을 극복해야!

타자를 판단의 대상으로 대할 경우 동일성의 폭력을 피할 수 없기 때문

136. 마셜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 "네가 숙제를 안 했기 때문에 실망스럽다"거나 "네가 어제 약속을 어긴 것 때문에 나는 화가 난다"라는 사실과 느낌만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

139. "나는 당신이 나에게 더 신경을 서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지 말고 "나는 당신이 매주 한 번은 나와 함께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갔으면 좋겠어"라고 구체적으로 부탁하라.

 ☞ 여기까지, 연애의 기술을 말하면서 샤토브리앙의 예를 들며 독자를 이끄는 저자의 힘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그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리고 정말 그의 태도,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마지막에 독자들을 설득하는 문단을 넣음으로써, 독자들을 행동하게 한다. 움직이고 변화하게 한다. 몰입하게 한다.

 

4장. 외로워야 사람이다

153. 젊은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찾지요.

158.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 너무나 외로워서 자기 모습이라도 보려고 물가를 떠나지 못한다니요!, 사람이란 상대를 향한 시선에서조차 자기 자신을 보고 있다는 나르시시즘의 본질을 파악한 것

167. 실존적 외로움을 몰아내는 법 :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평균적 일상성이 하이데거가 말하는 "편안한 자신감과 자명한 느긋함"을 제공

169. 하이데거는 자신의 '내던져져 있음'에서 오는 실존적 불안을 해소하려고 남들이 말하는 것을 따라 말하고, 남들이 행동하는 것을 따라 행동하면서 동질화 및 평균화를 이루어 사는 사람들을 '세인'이라고 불렀다.

171. 인간은 일상이라는 퇴락한 삶이 제공하는 친숙하고도 편안한 생활에 젖어 있다가 '자신이 퇴락한 삶을 살고 있다'는 '양심의 부름'을 듣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탓'이 있다는 죄의식 속에서 스스로 뉘우치고 '양심을-가지려고-원함'으로써 비로소 자기 자신의 '본래적 삶'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176. 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 바로 당신의 면전에서 시대적, 사회적 탄압에 양심을 갖고 저항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177. 사르트르가 주장하는 실존이란 더 이상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 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하여 본래적 자기로 사는 것.

178. 대중에 의한 동질화 및 평균화에 대한 거센 반항, 자기 존재의 의미에 대한 끈질긴 탐구,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는 단호한 용기

179. 외로워야 사람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삶을 의미 있게뿐만 아니라 가치 있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5장. 자기사랑법

191. 알베르 카뮈 : 무의미한 노력을 강요당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197. 절망할 수밖에 없는 시대

203. 키르케고르 : 약함의 절망 '절망하여 아예 자기 자신이려고 하지 않는 경우 '여성의 절망'

203. 오직 자기 자신이려고 하는 경우를 '고집' 또는 '남성의 절망'이라고 말했다.

207. 직접성의 인간 :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무반성적,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213. 아무 희망과 욕구 없이 살아서도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의 희망과 욕구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고 살아서도 안 된다는 것

218. 인간의 '자기'란 '직접성의 인간'이나 '세인'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통해 비로소 싹트고, 융이 말하는 '자기원형'을 인내와 정성으로 가꾸어야 마침내 피어나는 꽃이며 맺히는 열매

219. 스티브 잡스 "만일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있을까?"

 

6장. 자기사랑법2

229. 자기계발서에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나름대로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자기를 맞춰 넣으라는 계몽주의적 형태와, 론다 번의 <시크릿>처럼 내면에 잠재해 있는 꿈과 욕망과 열정을 이끌어내 구현하라는 낭만주의적 형태가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자기계발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다는 근대적 용기와 믿음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근대적 구성주의 세계관!

 ☞ 참 명확한 해석이지?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표현하지 못했었는걸. 이거였어. 그런데 그래서 근대적 세계관이 이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더 나아가려면, 더 가치있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32.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그토록 소리 높여 외쳤던 실존은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할지언정 '가치 있게'하지는 못합니다!

 ☞ 그래서 하이데거가 후기 철학에서는 '내맡김'을 강조, 본래적 자기로서 사는 '실존' 대신 존재의 진리 안에서 자기 자신을 벗어나는 '탈존' 을 주장! 

237. 그래서 나의 권고는 "가치 있는 일부터 하라" 입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소중한 것부터 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주변에서 '쉽게 그리고 간단히'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찾아 눈 딱 감고 실해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나아갈 길이 차츰 드러날 것입니다.

238. 다른 사람을 '안은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안긴 당신'을 만든 것입니다.

239.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같지 않아 어느 것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 그 경우에도 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240. 어떤 길을 택해 성공한 사람이 되더라도 자신의 삶이 가치 없다고 느낄 때는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

241. 가치투사 :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자기에게 다가오고 요구되는 어떤 가치를 받아들여 그것에 자기를 던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243. 거울신경세포의 발견, 공감능력의 발견! <공감의 시대>

247. 가치의 혼란과 위기는 범세계적인 통념이 되었고, 무관심, 방기, 폄하, 비아냥거림은 하나의 지적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상대주의와 냉소주의가 폭력을 휘두르고 있지요.

 ☞ 현재의 우리 모습

249.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가치, 당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요구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되지요.

 ☞ 나에겐 뭘까? 첫 책으로 세상에 나를 보여주고 당신들에게 선물하는 것. 나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고 새로운 발견이 되는 것.

 

7장. 소비사회에서 행복 가꾸기

260. 유행은 끊임없이 제품을 생산해내야 하는 기업의 생산 메커니즘과 소비를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비 이데올로기가 어울려 창출한 후기 자본주의의 자체 생존 방식에 불과합니다.

263. 자본주의란? 합리적이고 조직적인 이윤의 추구가 정당화된 경제체제

265. 전 지구적 소비가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습니다. '후기 자본주의'

271. 신용카드에 새겨진 욕망의 철학. '카르페 디엠' '지금 즐겨라, 대가는 나중에!' '내일의 쾌락을 오늘에!'

278.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유행이 미추를 초월해 있는 것처럼, 또 현대적 사물의 기능이 유용무용을 초월해 있는 것처럼, 광고는 진위를 초월해 있다"

 ☞ 소비는 그에 상응하는 노동 역시 강요

289. 우리는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일을 통해서 쾌락을 절제할 수 있다.

290. 더 큰 쾌락을 위해 작은 쾌락을 단념한다는 '에피쿠로스식 절제'야말로 후기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늑대의 칼날 핥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편인지도 모릅니다.

291.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 이말은 '모든 사람은 삶의 균형과 안정성을 이룬 좋은 삶을 추구한다'라고 이해해야 옳습니다. 

297. 사람은 자기 혼자서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만이 행복할 수 있지요.

299. 새로운 구호 "욕망보다 사랑을!", "쾌락보다 행복을!"

 

 

8장. 위험사회에서 살아가기

309. 밝혀보아야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모두가 쉬쉬하며 은폐하고 있지만, 그 피해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때 그랬듯 은밀한 가운데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질 것입니다.

310. 지그문트 바우만 "세계화가 낳은 '인류의 단일화'란 근본적으로 '달아날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뜻'이다. 위험도 공포도 흐르며, 스미며, 배어든다."

326. 페터 슬로터다이크 <냉소적 이성비판> "우리는 계몽되었지만 우리는 무감각해졌다."

327. 바우만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의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337. 매완 호 <나쁜 과학> "생명공학은 나쁜 과학과 거대 기업의 일찍이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밀착된 결탁이며, 이 결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성의 종말과 세계의 종언을 초래할 것이다"

338. 수평적 유전자 전이는 이미 항생제 저항성 확산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부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대되는 막대한 경제성 때문에 이를 막을 길이 없다는 거지요.

342.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진리를 아는 것만으로는 거짓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선을 흠모하는 것만으로 악을 굴복시킬 수는 없지요. 아름다움의 눈부심만으로 추함을 퇴각시킬 수는 없습니다. 모든 구원에는 행동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343. '스스로를 부추겨 세워 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이 곧 분노입니다!

345. "이 세상을 손수건처럼 얌전히 접어 두고서 /한 세월 아득히" 지내지 말고 스스로를 부추겨 세워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345. "그 재난이 닥칠 무렵 그 예언을 열심히, 떠들썩하게 가리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바우만

347. 지식인의 문제점은 "말이 육신이 되도록 하는 자신의 능력을 한 번도 신뢰한 적이 없다"는 것

351. 우리는 인간이 자연과 스스로를 통제하기로 한 근대 문명이 낳은 위험과 공포를 줄여나가는 새로운 길을 마련해야 합니다.

352. '자기 비판적 세계시민주의', '전 지구적 위험'에 대응하는 '전 지구적 성찰성'이 필요하다는 각성

 

 

9장. 시인이란 누구인가

357. 내 물음은, 전업 시인이 되고 싶냐는 것이 아니라 가끔 시를 쓰고 싶지 않느냐는 겁니다.

 ☞ 누구나 시를 쓰고, 사진으로 자신을, 그리고 찾아온 영감을 표현하고 싶은 것, 그 마음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하는 책

368. 시는 원래 시인이 임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멋대로 왔다가 가는 택시처럼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며, 시인이란 본디 언제 올지 모르는 택시를 기다리는 여행자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존재라는 것

371. 노발리스 "언어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만 고독하게 이야기한다"

372. 하이데거가 보기에 언어의 본질은 우리가 '보고 듣는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표현과 전달의 수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보고 듣는 사물이나 사건에 의해 은폐되어 있는 것', 또 마땅히 '전달되어야 할 것'이지만 일상 언어가 담지 않는 것을 '낱말들 속에 담고 문장들 속에 담아가도록' 촉구하는 것이지요.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바로 이 존재의 언어가 우리에게 자신을 낱말과 문장 속에 담아가도록 촉구한다.

374. 존재사건 : 존재자들이 그것으로 존재하는 본래적 의미가 스스로 드러나는 현상이며, 인간이 이에 맞대응하여 그것들을 자신의 '사유'와 '언어', 그리고 '예술'로 표현하는 현상.

374. 당연히 존재의 진리가 담긴 참된 '사유'와 '언어'와 '예술'을 우리가 임의로 생각하고 말하고 창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스스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존재의 진리가 주는 '선물'로서, 우리는 그것을 증여받을 뿐이지요.

375. 존재의 진리에 대한 사유와 언어의 주도권이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있다는 말.

375. "시원적 사유는 존재의 은총에 대한 메아리다"라는 하이데거 후기 존재철학

375. "인간이 말하는 것은 인간이 언어에 응답하는 한에 있어서다"라는 언어철학, 예술의 본질이란 "진리란 작품-속으로-스스로를-정립함"이라는 예술철학

376. 하이데거 "말하기는 무엇보다도 먼저 듣기다"

383. 시인이 겪는 이 모든 곤란은 시어로서의 '내 말'이 일상 언어로서의 '내 말'이 아닌 데서 온 것

383. 하이데거에게 "에술은 아무 것이나 목적 없이 꾸며대고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념이나 상상을 통하여 허구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391. 시인은 자신의 머리로도 아니고, 가슴으로도 아니고, 온몸으로, 즉 머리와 가슴을 다 합한 온몸을 다하여 주인인 시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뜻

392. 시짓기에 있어 시인은 자기의 머리도, 자기의 가슴도 죽이고 오직 온몸으로 주인인 시의 종복이 되어야 한다.

392. 시가 임의로 문화, 민족,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고 시 안에 들어와 있는 존재의 진리가 문화, 민족, 인류가 살아갈 토대를 이미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시는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하게 된다.

395. 시인이란 종교적 예언자보다는 역사적 선구자에 더 가깝고, 주술적 무당보다는 사회적 혁명가에 더 근접하다는 것

396. 김수영 "역사란 한 민족에게 공동적으로 부여된 사명 속으로 그 민족을 밀어 넣는 것인 동시에 그 민족이 떠맡아야 할 과제 속으로 그 민족을 몰입하게 하는 것"

 ☞ 사진을 찍고 싶지 않으세요? 글을 쓰고 싶지 않으세요?

398. 횔더린 "인간은 이 땅 위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일까요?

 ☞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시'란 그 매개체이다. 존재가 스스로 밝히기 위해 언어로 다가오듯이 인간은 시적으로 존재한다. 그리해야 '의미' 뿐 아니라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연결된 존재로서 존재하라.

 

3. 내가 저자라면

전체적인 구성에 대하여

1장 '시란 무엇인가'와 마지막장 '시인이란 누구인가'는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성격을 띈다. 1장에서는 시가 가진 힘을 보여주면서 "왜 우리가 지금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시읽기의 강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 매력을 본 독자는 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첫 시작이 특히 매력적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자 <일포스티노>라는 영화의 이야기를 가져와 평범했던 우체부가 시의 은유를 깨닫고 사랑을 얻고, 조국의 혁명에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를 통해 평범했던 일상이 혁명적 삶으로 변화된 것이다.

마지막장에서는 하이데거의 "진리란 작품-속으로-스스로를-정립함"이란 철학적 문장을 통해 시가 시인을 통해 드러남을 보여준다. 물론 네루다, 김수영 등의 시와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도 동원된다. 그리고 2장, 3장의 '연애와 사랑의 기술' 부분도 몰입해서 읽었다. 도대체 사랑의 기술이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도움을 얻었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말로서 표현해보았다. 아내가 대뜸 "요새 왜 그래?" 라며 처음엔 의심의 눈길을 보내다가, 지금은 너무도 좋아한다. 내가 달라진 것 같다나. 평소에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다. 이 기술이 궁금하다면 당신도 빨리 이 책을 읽어보시라. 4~6장은 젊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넓게 보면 불안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도 하다. 7장과 8장은 소비사회, 위험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는 이야기인데,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조금은 딱딱하기도 하다. 사회과학적 분석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저자라면

김용규 선생님은 책을 쓰실 때 전체적인 구성을 미리 구상하고 집필을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각 장의 이야기 전개도 굉장히 탄탄하다. 각 꼭지글이 다음 글과 연결이 되고, 흐름이 있다. 각 장의 스토리까지도 미리 구상을 해놓으시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다. 각 꼭지글이 산만하게 흩어지는 여타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이곳저곳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책을 엮는 다른 저자들과도 다르다. 오직 작가로서의 일에만 매진하시기 때문이리라. 선생님의 11년간 15권의 책을 써오신 경험과 쌓인 공부가 이제 책 한 권속에 최적의 상태로 구성되어 나오는 느낌이다.

나의 책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지금. 큰 도전이 되는 책이다. 대략의 얼게만 짜고 쓰다보면 어찌 되겠지라는 얄팍한 생각을 가진 나에게 철퇴를 치는 느낌이다. 생각을 더 깊게 들어 가봐야 겠다. 더 많은 구상과 생각을 풀어놔봐야 겠다. 매일 구상하고, 관련된 책을 읽고, 글을 써봐야 겠다. 김용규 선생님의 책은 이런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으로 생각하기’란 주제를 좁혀서 사진으로 ‘일상의 신비’를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사진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신비로움을 발견해 내고, 의미있는 생각으로 연결해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무료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현대인의 일상. 점점 무의미 속에 살다가 존재의 의미를 찾아 가고, 가족의 행복을 발견하며, 더 나아가 가치있는 일을 해나가면서 가족을 넘어서 이웃과 사랑을 실현해 가는 것이다. 초월적인 세계를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사진과 언어로 표현해 낸다면 의미도 있고 가치도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구성은 첫 느낌대로 가고, 컨셉과 세부목차를 더 명확히 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내자. 제목도 더 매력적인 것으로 찾아라. '일상의 신비, 사진' 또는 '일상, 사진의 신비' 등 일상과 사진이 컨셉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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