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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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함으로써, 실수하지 않음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처음엔 사람들이 실수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를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로인해 내 존재가치가 없어질까 봐 그게 두려워서 그런다고 생각했었다. 실수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받을까 그게 걱정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되도록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조금 더 들어가 본다.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내가 느끼고자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우월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봤지? 실수하나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 내 모습을.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안 돼.’ 마음속으로는 이런 말을 내뱉고 싶었던 건 아닌지. 난 무시 받을까 그게 걱정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실수하면 내가 우월감을 느낄 수 없게 되니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이 자체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니깐 철저한 준비를 통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일을 보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행동보다는 혼자 준비하는 것에 더 열을 올렸다. 경험을 통하지 않고 지식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뭔가를 배우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소용되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배움 그 자체로 전혀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더욱 행동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지식을 쌓는 것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은 커졌다. 어딘지 모르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남들에게 도도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랬고,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주위 사람들을 통해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 내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고 있지만 남들 눈에는 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는 더욱 더 두껍게 내 주위에 벽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내가 만든 성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왜 외로운지 이유도 모른 채 아니 외롭다고 느끼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 주위에 있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위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나의 관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몰랐다. 그리고 한 편으론 ‘저 사람은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을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모임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난 내 앞에 있는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도 혹시 그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 망설일 정도였다.
한 집단 프로그램에서 같은 조에 있던 아이 중에 나의 한 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본인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였는데 그 상황을 무척 당황스러워 하였다. 다음날 그 아이는 자기 동기들에게 집단 프로그램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며 자기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나도 그랬다. 그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눈물은 나에게 있어 약함 바로 그 자체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스스로 약하다고 떠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누구 앞에서라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 친구는 나에게 찔러도 피 한방을 안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약해 보인다는 것은 바로 무시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공식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사람은 존재자체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서 난 예외라고 여겼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나는 해서는 안 되었다. 참 피곤한 인생이었다. 뭐가 그렇게 자신 없었고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건지 나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내 존재 자체가 참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왜 그렇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건지...
집단 프로그램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그 친구가 내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그 손길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친구에게 어깨에 올린 그 손이 참 따뜻했다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 손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지레 겁먹고 사람들에게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걱정도 팔자라고 자주 생각했지만 스스로를 너무 낮게 보고 있던 나는 그 괜한 걱정들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먼저 스스로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존중받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여길 거라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난 우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월감을 느끼면 내가 얻게 되는 것을 무엇일까? 아마 더 전전긍긍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우월한 모습을 늘 유지해야 하니깐 말이다.
나는 약한 존재이다. 일단 이것부터 인정하자. 그럼 이젠 남들 앞에서 우월한 척 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 계속 겉치레에 집착해 우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채 살아간다면 평생 광대노릇을 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테니깐.
리쌍-광대
http://www.youtube.com/watch?v=c00PdSbeL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