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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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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1일 00시 31분 등록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로 ‘호메로스, 붓다, 니체, 베르그송, 조르바’를 꼽습니다. 그 중에서도 ‘삶의 길잡이’로 삼을 사람을 고르라면 ‘조르바’를 선택할 거라고 말합니다. 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교훈을 존재와 삶 그 자체로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카잔차키스에게 “난 마치 불멸하는 존재처럼 항상 행동해요”라고 말했던 조르바는 “나 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야 하는데...”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조르바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르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카잔차키스는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영혼은 죽어서는 안 돼.” 그는 조르바에게서 죽음을 몰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장기인 글쓰기를 활용해서 조르바를 부활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이여, 너와 나는, 우리들은 그에게 피를 주어 삶을 되찾게 할 터이며, 먹고 마시고 말처럼 일하고 여자를 쫓아다니는 놀라운 뜨내기가, 춤을 추면서 싸우는 자가, 내가 평생 알았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영혼이 널리 트이고, 육체는 자신감이 넘치고, 가장 자유롭게 외치던 자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게끔 하자.”

 

카잔차키스에게 조르바는 투사(投射, projection)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잠재력이 실현된 모습을 조르바에게서 보았습니다. 조르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슬퍼하기보다는 분노한 이유, 그리고 조르바를 다시 살려내기로 결심한 동기 중 하나는, 그의 죽음은 자신의 잠재력의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르바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새 생명을 잉태하듯 먼저 새로운 조르바라는 씨앗을 품어야 했습니다. 카잔차키스는 그 씨앗에 영양분과 물을 주고 자신의 생명의 한 부분으로 만들었습니다.

 

“어휘와, 운율과, 비유가 침투한 씨앗 둘레를 당장 맴돌고, 둘러싸고, 태아처럼 영양분을 주기 시작했다. 희미한 추억들이 되살아났고, 잠겼던 기쁨과 슬픔과 웃음과 격한 대화가 모두 떠올랐다. 우리들이 함께 지낸 수많은 나날이 우아하고 하얀 비둘기처럼 요란하게 끼룩거리며 내 앞을 지나갔다. 추억은 진실보다 한층 높이, 거짓보다 두층 높이 올라갔다. 조르바는 서서히 변신하여 전설이 되었다.”

 

카잔차키스 내면에서 조르바는 ‘끊어진 핏줄들이 서서히 이어지고, 쪼그라 붙은 살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새롭게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르바에게 향해졌던 투사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즉,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조르바라는 존재를 삼켜서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잠재력을 내면화했습니다. 이 잠재력은 외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카잔차키스의 대표 소설로 구현되었고, 내적으로는 삶으로 죽음까지도 극복하려 했던 조르바의 정수(精髓)를 흡수하여 심화된 영혼으로 실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조르바의 부활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부활인 것입니다.

 

“나는 글을 썼고, 지웠다. (...) 글은 달라지고, 또 달라졌으며, 나는 윤곽을 바로 잡을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내 영혼도 그에 따라 변하고, 또 변했으며, 그것 또한 나는 걷잡을 능력이 없었다.”

 

그대의 ‘조르바’는 무엇입니까?

부활시키고 싶은 잠재력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살려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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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안정효 역, 영혼의 자서전,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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